- Poet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문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질문이 계속 내 머리를 맴돌고 있다.  

나이들어 버린 여자.... 그녀의 삶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파출부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며, 이혼한 딸이 남긴 손자를 맡아서 기르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 처럼 보이지 않게 세련되게 옷을 입고 다니며, 무엇보다 그녀는
'시'를 쓰고 싶어한다. 왜 '시'였을까? 늦은 나이에 그녀가 쓰고 싶었던 '시'는 무엇일까? 

한 소녀가 강에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해자의 부모들은 어떻게든 사실을 숨기고 자식들을 보호하기 급급하고,
가해자로 나온 소년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
선생들은 학교의 명예를 위해 어떻게던 이 사실을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전전긍긍이다.
나중에 소녀의 부모도 돈 앞에 무너져 내려 버린다.  

'시'를 쓰기위해 사물을 새롭게 관찰해야 하고, 사물과 자신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밖으로
끄집어내려는 여인에게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세상의 추함이 더 눈에 밟힌다.
(의도하진 않았어도)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짓을 한 손자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고,
가해자의 부모들 역시 자식들의 안전만 생각하지 죽은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녀는 죽은 소녀를 생각하고 그녀를 추모하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해 애쓴다.  

아름다움.... 진흙 속에서 연꽃이 핀다고 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햇살과 바람과
나무와 풀과 열매가 아름답고 신비하지만, 현실의 사람들 사이로 되돌아 오면 그저 처참
하기만 하다. 늙건 젊건 자신의 욕정 밖에 생각지 않는 남성들과 돈으로 모든 것을 치환시켜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녀의 '시'는 방황한다.

그녀가 느꼈던 사실을 주변과 공감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그저 그녀는 문화강좌에서 배운대로 아름다운 '시'를 쓰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그녀는 살아온
세월의 풍상 속에서도 아름다운 무언가를 지키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시'로 형상화시키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계속 그녀를 비껴 지나간다.
'시'는 그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회식자리에서 만난 젊은 시인은
이 시대를 '시가 죽어버린 시대'라 규정한다.  

그녀은 '시'를 남겼다. 그 시는 잊혀진 존재에 대한 부름이었다.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아 죽음조차도 말살되어버린 '죽은 소녀'를 애도하는 그녀의 시는
이 영화가 가진 힘을 보여준다.
애도하지 않는 이 사회, 불의와 통정하면서 아무도 그것을 고발하지 않는 이 사회
'시'가 죽어버린 사회 '문학'이 죽어버린 사회에 대한 이창동의 고해가 아닐까?  

뱀발 : 감독은 소설가였다. 그의 시나리오가 국내에서 무시당했을 때, 이미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현실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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