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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 A Little Po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고 나서 뒤집어 질 것 같았다. 속도 안 좋고....
꿈의 산업이라는 영화가 사람들에게 환영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현실에서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이라면, 이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줌으로서 꿈조자도 자유롭게 꾸지 못하게 만든다.
꿈은 커녕 과거의 사실이 미래의 묵시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평안해
보이지만, 그러한 평안함이 깨어지는 건 한순간일 뿐이라는....
전쟁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전쟁을 통한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전쟁을 하면 누구나 피해자라는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말자. 전쟁을 통해서 누구나
피해자라고 한다면 전쟁을 주장하는 저 호전적인 사람들은 모두 미치광이나 정신병자
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가만보면 전쟁을 주장하는 저 호전적인 사람들이야 말로 이 땅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전쟁이란 혼란을 통한 또 다른
이윤추구의 기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수혜자의 영광 뒤에는 피해자의 피눈물이 녹아있다. 그러나 집권자들은 그 피해자의
피눈물을 회피하고 외면했다. 아니 아예 역사에서 지워버리려 했다. 전쟁후 대한민국의
정부는 계속해서 혈맹과 우방인 미군이 전쟁 수행시 민간인을 학살 했다는 사실에 대해
조사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에게 빨간 색을 입히고 탄압
했을 뿐이다. 여기에 현대사의 비극이 녹아있다. 지금도 무슨 일만 벌어지면 전쟁을 준비
하라는 나팔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휘둘린다면 전쟁의 피해자는 아무 힘없는
민간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산업일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윤을 떠나 영화를 제작한다는
사실은 어불성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토대 속에서 어렵게 출발한다.
총제작기간 8년, 촬영은 3개월, 참여 배우 전원 노개런티로 촬영한 이 영화의 목표는 단순
하다. 역사적인 비극을 그대로 묻어둘 수 없다는 사명. 그리고 어떠한 전쟁에도 명분이
있을 수 없다는 적나라한 사실의 직시....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영화에 어떠한 자본도
참여하지 않았다. 내용이 빨개서? 아니다. 이윤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남북은 대치 중이고 조그만 사건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이 땅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살 뿐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전시 군대의 야만적 양민학살 뿐만 아니라 평화의 불안정성에 대한 것이다.
지금껏 누리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시만큼의 노력과 힘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보면서 느껴야 하는 것... 그것은 미래에 대한 대비일 수 밖에 없다.
영화 내내 평화의 문제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건, 결국 전쟁의 문제는 시민들 스스로의
각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가 이윤의 논리에 의해 사장된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의 목을 죄는 현상일 것이다.
영화 내내 편하지 않다. 보고 나서도 불편하고 두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야한다. 그건 지나간 역사를 직시하며 평화를 지켜내야 하는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음악은 아주 단순하다. 한 세곡 정도가 반복되는데, 김민기의 '작은 연못'과
'천리길'은 익숙해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노래의 가사를 보면, 우리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