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4일 한겨레 박노자 칼럼

www.hani.co.kr/arti/opinion/column/253334.html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에서 나온 사실들의 확인은 수사관의 몫이다. 그러나 삼성의 역사를 염두에 두면 그가 제시한 거시적 그림은 알려진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삼성의 자본 축적이 대한민국 모든 자원들의 무제한적 이용이라는 상황에서만 가능했던 것이고, 삼성은 대한민국 관벌 엘리트의 ‘이복형제’로 자라온 것이다. 1980년대 말의 ‘민주화’가 가져다준 변화는, 그 전까지 삼성은 독재 권력과의 관계에서 하급 파트너였지만 그 후로 사법부와 행정부·언론·시민단체 등으로 분산된 권력을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점일 것이다. 대한민국 권력층의 총아로 자라온 삼성은 이제 ‘부모’ 위에 군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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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들의 결과를 보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이건희 회장이 자주 거론된다. ‘각하’가 그 의미를 잃어도 ‘회장님’은 그대로 남아 있는 시대에 삼성은 우리들의 마음까지 ‘관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시민사회가 세습경영의 철폐와 노조설립을 비롯한 ‘삼성의 민주화’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면 민주화의 성과들이 적잖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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