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다.
황사 때문인지 하늘은 노랗게 물들고 
사람들은 저마다 입과 코를 가리고
총총걸음한다.  

거리에 평소보다 인적이 드물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사람들 사이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고
그저 바람부는데로 흘러다닌다. 

노란 하늘을 쳐다보니
내가 딛고 있는 이 세상이 지워지고
다른 세상에 서있는 듯 하다.
여기는 어디인가? 

책방에 들러 이것 저것 들춰보고 만지고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이 순간을 포획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순간을 잡을 수 없음을 난 알고 있다.  

문득 그 날이 떠올랐다.
토요일이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때였지만
아침공기는 차가웠고 바람이 불었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조금 들여다보다
포기하고 음악을 들었다.  

그때의 바람과 지금의 바람은 틀리고
그때의 아침과 지금의 오후는 다를지라도
내 몸과 내 기억은
같은 바람임을 느낀다.  

그 차가운 공기를 떠도는 회상이
순간을 붙잡기 못하는 내 손 끝에서
자꾸만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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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10-03-2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을 붙잡기 못하는 내 손 끝에서
자꾸만 미끄러진다. "
이 부분을 보니 맘이 휑~ 해집니다. 아... T T 저는 순간을 버리며 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