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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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극우들은 망언으로 우리에서 심심치 않게 그 존재를 드러내곤 한다. 가끔 일본의
젊은 사람들까지 전쟁의 망령에서 깨어나지 못한 노망난 우익의 선동에 놀아난다고 생각
하곤 하는데 아마미야 카린은 무언가 독특하다.

펑크 음악의 리드싱어로 천황파에 가까운 극우적인 노래를 하는 이 젊은 여자가 어느날
전향해 버렸다. 그것도 왼쪽으로... 가끔 우리나라에서는 좌쪽에서 날선 발언을 하다가
우향우하는 창백한 지식인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급선회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 그 존재 자체가 신기하기만 하다.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는 단순 명제로만 보면 그녀의 좌향좌는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이나 여기나 20대에게 절망적인 것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으니까..... 오히려
극우 일본 젊은이까지 돌아서야 하는 현실에서 여기의 젊은이들이 왼쪽으로 좀 더 가지
않는 것을 더 신기하게 여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젊은이의 실업문제는 그 정도가 심한 모양이다. 오늘 뉴스에 청년실업이 백만
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 곳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제는 일본 청년들이 일본의 미래에
대해 별 희망을 품지 않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으니 일본이나 여기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젊은 사람들에겐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서로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심화시키고 배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니야 카린의 목표는 "위협받지 않고 일하며 살 수 있는 사회"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위해 이제 국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녀는 빈곤의 문제가 심각한 곳은 어디든 달려가
연대하고 고통을 나눈다. 이 책은 한국을 방문한 그녀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녀가
본 한국사회에 대한 보고서다. 왼쪽 오른쪽을 이야기 했지만 그녀에게 전통적인 그런
방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녀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난민화하는
젊은 세대들이 그저 편안하게 노동하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꿈꿀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희망에 대한 연대로 한국을 찾았을 뿐이다.  

낯선 이방인의 시각은 항상 그 속에 살고 있어 둔감해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간파해 낸다. 그것이 그저 스쳐가는 것일지라도 그 시각의 신선함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한반도의 남쪽에서 대안적인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거기에는 88만원 세대인 20대의 젊은이들도 있었고 빈집을 찾아 점거하는 예술가들도
있으며, 코뮌을 만들어서 연구하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다. 이들 모두 빈곤의 문제로 고통받으면서 그것을 해결하려고
현실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거대한 문화적 변화를 준비하는 과도기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 68운동과는 다르게 빈곤으로부터 태어나는
이 세대는 어쩌면 풍요속에서 절대적 빈곤을 경험하기에 향후 사회에 또 다른 가치와
운동을 부여할 지 모르겟다. 물론 그것은 이 세대가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철저한 부정과
연대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경쟁으로 내몰려 자신의 무능함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
세대에게 가능성을 발견하고 극복하기 위해 연대하려는 작은 몸부림에서 어쩌면
새로운 문화의 힘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했던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했던가? 
이제 그녀는 이렇게 외친다.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 

프레카리아트 : 불안정한(precarious)이라는 형용사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로 신자유주의 경제 하에서 불안정한 고용, 
                  노동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 및 실업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국적, 연령
                  혼인 관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간제 근무자, 아르바이트, 프리터,
                  파견노동자, 계약사원, 위탁노동자, 이주노동자, 실업자, 니트 등을
                  포괄한다. 그 밖에 빈곤을 강요당하는 영세 자영업자, 농업인등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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