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과 첫 날의 경계에서 ... 

보신각에서는 화려한 무대와 종소리가... 용산 현장에선 소박한 무대와 점등이 새해를 알려
주었다. 2009년의 시작을 보신각 앞에서 시위로 시작했기에 2010년의 시작도 시위로 시작
하려던 나의 소박한 꿈은 세월이 여러가지 조건을 변화시켰음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늦은 퇴근 후 찾아간 용산에서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용산사태 일부 해결에 대한
축하와 구속자 석방 및 진상규명에 대한 집회를 하고 있었다. 용산사태는 극적으로 타결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있고, 이 문제를 2010년에는 기필코 해결
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할까?
날은 몹시 추웠고 사람들은 적어 썰렁했지만, 전경들은 보이지 않았다. 전경들이 보이지
않는 용산은 어딘지 어색하다. 이제 모두 해결되어 더 이상 시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일까? 아님...여기보다 일단 보신각 주변을 통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자정이 지나 2010년 새벽에 찾아간 보신각은 새해가 왔음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축포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위는 커녕 즐거운 10대와 20대들의 축제의 한마당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들을 통제하는 전경의 모습도 별로 긴장감 있어 보이진 않는다. 다만,
빨리 인도로 몰아내야 자신들이 쉴 수 있다는 것 정도?
새해를 축하하는 저 청춘들은 아마도 88만원 세대일 것이고 그들이 희망하는 새해에는
무언가 좋은일이 일어나길 바랄 것이다. 그것이 진학이든 취업이든 미래는 항상 유동적이고
희망을 품어도 좋을 테니까?  

나도 올해는 좋은 일만 일어 났으면 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벌어지는 현상들은 2010년
이라고 2009년 보다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더 황당한 일들이 기다
리는 건 아닌지.... 어째 이렇게 비관적으로만 되는건지.... 

그래도 한 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고... 무언가 변화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조금 마음을 놓아야 하는 건지. 어쩌면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패배의식이
더 큰 적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리고 무한한 낙관을 가지고 가려고 해도 올해
보신각의 풍경은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희망을 보려는 자는 그 희망을 위해 준비하고 싸워야 한다.

난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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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3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느 순간부터 달력에 써져있는 365일을 거쳐 다시 1로 시작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보기 시작했어요.

머큐리 2010-01-03 18:4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는 생각하지만...그래도 다시 출발하기에는 좋은 것 같아요..ㅎㅎ

쟈니 2010-01-0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속에 지치지않고, 희망을 꿈꾸며, 생각과 행동을 멈추지 않을 때,
2010년은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죠? ^^
머큐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머큐리 2010-01-05 15:01   좋아요 0 | URL
쟈니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