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요괴전 -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생태경제학 시리즈 1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에는 워낙 독재가 판을 치던 시대였고, 물리적 압박이 다른 것들을 사소하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군사정권만 물러나면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새로운 시대가 무엇이 되었건, 일종의 공공의 재산이 전체 민중의 생존 조건을 퐁
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상상했고, 막연하나마 좋은 세상이 무조건 도래할 것이라 믿었다.  

민주화 10년의 역사는 어쩌면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규정한다는 그 자명한 사실이
상부구조의 장악을 통해 하부구조까지 변혁시키겠다는 의지를 순차적으로 배반해온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민주화라는 당위적 명제만을 가지고 정권을 획득하려고 했을 뿐 그 정권
을 지탱하고 있는 자본의 질서에 대해서는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는지도 모르겟다.
결국, 자본의 전면적 자유는 노동과 전체 사회질서의 숨막히는 통제를 가져왔고 문제는
군사정권의 물리적이고 폭력적인 통제가 아닌, 자본의 섬세하면서도 더욱 촘촘한
통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생태의 문제는 결국 자본의 문제다. 자본의 작동 방식에 대한 문제이고 자본주의적
삶을 유지하는 우리 모두의 생활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석훈이 문제제기하는 부분에 대한 의식은 이전 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왔을 것이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이제야 이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중고생을 위해 썼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이미 생태파괴로 인한 물질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고 미적으로 이미 구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렇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도 생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느낄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돈이 개발이 기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탈출구는 적기 마련이다.  

삶의 문제는 소소하다. 그러나 그 소소한 삶도 거대한 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소한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귀찮아 지는 여러가지 일들을 감내하지
않고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치도 경제도 이제는 생태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왜 이리 그 길은 멀기만 해 보이는 것인지... 그래도 등에처럼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키는 우석훈 같은 사람은 너무도 소중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