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공지영이란 작가는 내 가슴을 온통 휘저여 놓은 작품들을 하나씩 내 놓는다.
문학성, 작품성 이런거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리고 공지영의 작품들을 모두 다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특별하게 내 온몸을 흔들어 놓는 작품을 간간히 내어 놓기에 나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게 된다.  

누구는 도식적이다 재미없다고 평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나에게 여성에 대한
시각을 전환시키는데 획기적인 영향을 미쳤던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몰상식한 마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공지영의 초기 작품들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녀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던 계기점이 되었다.  

'도가니' 역시 오랜만에 팽팽한 긴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나영이
사건이 문제가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서 읽어서 그렇지, 어쩌면 너무 소설적 과장이
심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재는 충격적이다. 더불어 이 작품이 현실의 소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을 알았을땐, 인간의 어두움에 대한 근원적 불신이 더해짐을 느낀다.
물론 소설에서 어두움과 대비되는 밝음을 보여주지만, 난 나이들수록 인간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늙으면 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응?)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80년대 리얼리즘론을 기반으로 한 민중문학론이 자꾸 떠오른다.
'도가니'에서도 나타나듯 미성년자 성폭행은 권력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단순한
이상심리자의 변태적 행위조차 아동 성폭행에서는 권력의 관계로 치환될 수 있지만, 소설
속에서의 권력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익네트워크의 치밀하고 잔인한 속성이 날 것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좀더 객관화된 시각을 보여준다고 해야 하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비이성적인 일이 일어났을때, 단순하게 분노하기 보다는 그 일이
왜 그렇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지를 따지지 않으면, 그건 그냥 분노로 끝이다. 후속
대책이나 합리적 방안의 설정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소설의 장점이 보인다.

현실은 소설보다 항상 잔인하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살다보면, 뜬금없이 벌어지는 것 같은 일들이 사실은 우리가 사는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워주는 것이 문학의 소명이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것을 믿고 있다. 그러나 그런 소설을 만나기 쉬운일은 아니다. 개인적이면서 사회적
인... (요즘 소설들은 너무 개인화 되어있다는게 사실 내 문제의식이다) 

가진 자들은 못가진 자들보다 두 배는 더 두려움에 떨고 산다.
'도가니'를 읽으면서 느낀점이다. 
어린 그녀들의 용기있는 모습과 그것을 외면하는 사회의 모순을 보면서 난 소설보다 잔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아프게 느낀다.
(밤 늦게 이 소설을 잡는 바람에 다음날 회사는 너무 힘든 고문실이 되어 버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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