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2004), <식코>(2007)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해온 마이클 무어(55) 감독이 이번에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칼을 겨눈 새 영화를 내놓았다.

6일 베니스영화제에서 시사회를 한 무어 감독의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캐피탈리즘:러브 스토리>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민들의 피폐해진 삶을 주로 다룬다. 무어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를 ‘금융 쿠데타’로 부르며, 잘못은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저지르고 피해는 서민들이 보는 현실을 전한다. 영화는 서민들이 은행에 집을 빼앗기고 경찰들이 그 집에 못 들어가도록 막는 장면 등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것이 자본주의다. ‘기브 앤 테이크’ 시스템이지만, 대부분 가져가(take) 버린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무어 감독은 범죄현장에 주로 쓰이는 노란 테이프를 월스트리트 입구에 둘러놓고 “범죄현장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적었다. 그는 영화 피날레에서 “자본주의는 악이며, 당신은 악을 관리할 수 없다”며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시도하는 ‘자본규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본주의를 없애고,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하며, 그것은 민주주의”라고 결론짓는다.

결국 무어는 자본주의 비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일종의 대중운동에 나설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그는 베니스 영화제 시사회 기자회견장에서, 그 방법의 하나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요구한다. “오바마가 힘을 얻으면 자본주의와의 싸움이 쉬워진다. 오바마의 성패는 오바마가 아니라 우리에게 달렸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의료보험 개혁 논쟁 과정에서 보수파들로부터 ‘사회주의자’라는 이야기를 듣는 오바마에게 ‘자본주의 철폐’를 부르짖는 무어의 노골적인 지지 표명이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는 분명치 않다. 이 영화는 23일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개봉하며, 10월2일 미국 전역에서 상영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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