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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 지음, 일러스트레이터연합 그림, 정이나 옮김 / 삼천리 / 2009년 7월
평점 :
이 책은 2003년 <초보자를 위한 반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해방운동의 새로운 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로 씌여졌다고 한다. 그런 책이 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과서로 번역되었다.
촛불이 과연 '반자본주의'적이었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촛불은 아직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단순하게 주권의 문제, 민주주의 속에서 실질 권력의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누려야 할 쾌락을 국가가 방해하는 것에 대한 분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본다. 그렇다고 해서 촛불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주권의식의 발동으로 바라본 한국사회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모든 권력은 자본으로 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반자본주의로 전화되었을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지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사실 80년대 민주화 세력은 부분적으로 반자본주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고,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나름대로의 대안과 확신이 있었다고 본다. 문제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름대로의 대안이라는 사회들이 하나, 둘 허무하게 무너져 가고 이에 기세등등한 자본의 힘 앞에서 무력하게 백기를 들었다는 점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형식적 민주주의 질서가 가동되자 마자 실체적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보다 그냥 거기에 머물고 만 것이다. 오히려 자본의 욕망은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이것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 이전 보다 더울 처절하고 경쟁적인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허용하게 만들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모순에 대하여 반대하고 있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는 지금 사실 우리 사회는 북유럽 모델의 복지주의 사회냐 전면적 반 자본주의 사회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현재 명시적으로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거기에는 두가지 정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실질 사회주의 실험을 평가하면서 나타나는, 전체주의적 사회에 대한 혐오 내지 두려움이 있을 것이고, 둘째, 자본주의는 조금만 개선하면 굳이 다른 사회로 전면적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편의주의적 생각이 그것이다.(물론 편의주의적인 생각이라도 이 사회에서 서구적 복지국가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해내고 일반 민중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데 있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천중이다. 이 책은 여러실천 중에서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자율주의'에 따른 반자본주의 운동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것은 기존의 운동과는 이념적으로 시대적 상황적으로 다른 운동방식임이 틀림없다.
총체적으로 운동을 이어나가되 중심으로 부터 일방적으로 지도되는 운동이 아닌 민중의 생활속에서 터져 나오는 요구들이 수렴되고 연결되어 조그만 실천으로 승화될 때 민중 자체가 힘을 얻고 주체화된다는 점에서 자율주의에 대한 이의는 없다. 그러나 한 사회 또는 세계체제를 이런 자율적 네크워크 방식으로 끊임없이 연결하고 조율한다고 자본주의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이 실천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간략하면서 풍부한 해설은 이 책의 미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결국 실천은 각자의 몫이다.
민주주의를 심화하면 필연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문제가 결국 자본의 문제고 우리는 자본주의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미는 알게 모르게 우리는 자본의 논리에 적응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낯설게 바라보지 못하고 당연한 질서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자본주의란 결국 한 시대를 규정하는 질서일 뿐이고 그 질서을 넘어서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지금 살고 있는 사회를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이 책이 가진 장점을 고스란히 흡수하는것이 될 것이다. 다만 낯설게 보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여전히 지난하고 힘들며 많은 희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점.... 그것 또한 명심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