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헬기가 3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상공을 날며 도장공장에서 파업중인 쌍용차 노조원들을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  

"희망이 없다" 떠나는 자의 눈물 ..."끝까지 싸운다" 남은 자의 투쟁...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40대 남자의 등엔 배가 부른 배낭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덥수룩하게 수염이 자란 그는 말없이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도장공장 출입구 앞엔 회색 작업복을 입고 경계를 서는 조합원들이 서 있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그가 먼저 입을 뗐다. “건강하세요.” 이어 경계를 서는 노조원들이 대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3일 새벽 1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3일 동안 동료들과 함께 파업을 벌여온 그는 혼자서 도장공장 출입문을 나서 정문으로 걸어갔다. “착잡합니다. 함께 살고 싶다는 희망 때문에 싸웠는데, 이제 나가기로 했습니다. 회사가 파산 신청까지 하면서 나랑 일하기 싫다는데…. 그냥 제가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그에 이어 7~8명의 노조원들이 도장공장을 더 떠났다. 42일 만에 이뤄진 노사 협상이 깨진 2일 새벽 이후 모두 98명의 파업 노조원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회사 쪽은 밝혔다. 회사 쪽은 2일부터 도장공장의 전기도 끊었다. 지난 7월17일 음식물을 끊고 7월20일 식수와 가스를 끊은 지 14일 만의 추가 조처다. 음식, 식수, 가스, 전기가 끊긴 도장공장은 머잖아 불어올 ‘폭풍’ 앞에 놓여 있다. 회사를 떠난 자와 살아남은 자, 그들의 가족, 채권단, 경찰 등 모두가 불안한 눈빛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남은 조합원은 600명 안팎. 한상균 노조 지부장은 3일 내내 공장 곳곳을 돌며 조합원들을 만났다. 한 지부장은 “사쪽의 진짜 의도는 노조를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도장공장 위에서 다시 주황색 봉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찰 헬기에서 떨어진 최루액은 이전보다 강도가 더 세졌다. 누군가 외쳤다. “우리가 잡초냐? 약을 뿌리게.” 전기가 끊긴 공장 안에서 노조원들은 이제 부탄가스로 밥을 지어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다. 에어컨도 멈췄고 공장 안은 후덥지근하다. 전등이 꺼진 공장에는 여기저기 촛불이 켜졌다. 공장 안에 시너 등 인화물질이 가득해 아슬아슬하다.

회사 쪽과의 충돌도 다시 시작됐다. 이날 오전 회사 쪽 경비직원들이 도장공장 주변 철골 바리케이드 구조물을 제거하면서 ‘새총 전투’도 재개됐다. 회사 쪽은 4일엔 4500명 전 직원에게 출근 대기 명령을 내렸다. 공장 밖 충돌도 일어났다. 오후 5시께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물을 넣어 달라”고 요구하다가 회사 쪽 직원들과 몸싸움이 일어나 민노당 이정희·곽정숙 의원 등 5명이 다치고 민노당 보좌관 등 7명이 연행됐다.

이른바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족들도 불안하기는 한가지다. 인터넷 카페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임’에서 한 회원은 “사측의 결렬 소식에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싶네요. 직원들이 공장에 진입한다니 불안해요. 여보, 다치지 말고 오세요. 도대체 이놈의 정권은 이 많은 인원들이 싸우는데 구경만 하고 있으니…”라는 글을 올려 답답함을 호소했다.

도장공장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쌍용차 사무직대표자협의회’의 대표들은 이날 오전 협력업체 채권단 모임인 ‘협동회’를 방문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장공장의 노조원들을 끌어낼 테니 파산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협동회는 “파산 신청을 내는 5일 오후 5시까지 경찰과 직원을 투입하든 노사 협상을 하든 파업을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92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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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서 싸우는 자나 떠나는 자나 무슨 할 말이 있을 수 있을까? 고립당하고 사냥 당하는 동료를 두고 나올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내고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 자신들만 살겠다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사냥하겠다고 나선 이들, 그리고 잡초처럼 노동자를 대하는 경찰, 사고가 날 것이 분명한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아니 사고의 면책만을 생각하고 사태를 질질 끌고 있는 정부.... 자본의 이익만이 지켜야 할 모든 것이라는 경영자... 아~ 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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