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필은 ‘기업경영권 시장’의 작동을 왜곡하는 반시장적인 제도인 동시에 재벌 가문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친재벌 정책이다. 그 명암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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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에겐 시장주의, 재벌에겐 탈출구

사실 이 문제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한국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업 경영권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무능한 경영자를 퇴출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권 안정은 재벌 가문을 위한 것일 뿐이므로 경영권 시장만 잘 돌아가면 된다는 주장도 상당히 일방적이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 가문 출신의 경영진이 즉각 퇴출해야 할 정도로 무능한 실적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편집증적으로 시장주의에 집착하던 보수 언론이 포이즌 필을 찬양하고, 이른바 진보 언론들은 “시장을 거스른다”라며 반대하는 것은 진풍경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이념이나 현실 분석이 아니라 패거리 논리인 것이다.

재벌 가문과 서민의 이익이 반드시 상충관계인 것은 아니다. 한때 재벌 대기업의 발전은 전후방 효과를 통해 서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동반 증가시켰다. 그러나 지금 대기업들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튼실한 중소기업을 키워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형마트와 ‘슈퍼 슈퍼마켓’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기업과 서민의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에게는 엄격한 시장주의를, 재벌에게는 탈출구를 허용해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자칫 국가 혹은 정부의 존립 정당성을 허물게 될 것이다. 적어도 서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표결로 경영권을 보장받은 재벌 가문이, 그 ‘경영권 안정’을 무기로 서민들의 마지막 비상구인 구멍가게를 줄줄이 도산시키는 사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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