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맑다...다행이다. 오늘 아마도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날씨 때문에 전전긍긍 했을터 시름하나 덜은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실 우리집의 핵폭탄이었다. 부부싸움의 50% 이상이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었다면... 사람들은 신기해 하지만, 양띠 둘이 살다보면 고집싸움에 그리된다. 오죽하면 서거일에 집에 통화하다 '너 역시 노무현을 정신적으로 살인한 사람 아니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아마도 노무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원망이 제일 가까이에서 살던 사람에게 먼저 들었나보다. 바로 옆사람도 설득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겠지....어제 봉화에 간다는 걸 말렸다. 애들 학교는 보내야 하지 않냐고....그랬더니 아침부터 툴툴거린다....
오늘 부천 중앙공원에서 부천 시민단체들이 49제 추모행사를 한다. 장례식때 약 2만명이 부천 송내에서 조문을 했는데..49제에는 얼마나 모일지...중앙공원은 넓은데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으면 티도 잘 나지 않는 장소라 걱정되긴 걱정된다. 공원을 그득 채우면 얼마나 좋을까?
추모하는 마음은 좋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업으로 받아야 할 부분은 분명하게 있다. 탈권위주의적 권력운영, 인권의 존중, 실패했지만 국가보안법등 악법 철페, 과거진상규명, 지역주의 타파, 햇볕정책....하지만, 참여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구현으로 그 많은 성과가 빛을 바래게 만들었다. 한미 FTA는 그 마지막 결실이었고, 사실상 이라크 파병에 이어 딴나라당과의 대연정 등 실망한 나에게 정치자체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었다. 오히려 딴나라와 열우당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으니까 막장까지 간 거였다. 그래서 농촌으로 귀향한 최초의 대통령이 훈훈하기도 했지만, 결코 지켜줘야 한다고까지 느끼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야 그나마 그래도 차이가 있구나 하고 느낀다. 사실상 정책적 차이보다 인격적 차이가 더 크다고 말해야 하나? 서민적 대통령과 서민적인 척 하는 대통령의 차이는 너무 크다. 사실 인격과 정책이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정치인에게 양자를 구분해서 평가한다는 것이 웃기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 하루 만큼은 정치적 인간이 아닌 인격적으로 소탈하고 소박했던 그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다.
이제 모든 고민 덜어놓고 잘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