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 터전 우루무치, 한족 75% 차지
시장·가게도 위구르족은 종업원 전락
소수족 성지 ‘톈산’ 중국 상징물 가득
» 중국 군인들이 8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성도 우루무치에 있는 이슬람식 시장인 ‘얼다오차오’ 바자르 앞에서 경계를 하고 있다. 우루무치에서 민족간 충돌 우려가 커지자 중국군 병력이 증강 배치되고 있다. 우루무치/AFP 연합
9일 오전 7시 우루무치 인민광장. 지난 5일 발생한 대규모 유혈시위의 진앙지인 이곳은 경찰의 삼엄한 포위망에 갇혀 있다. 소수민족 차별 철폐를 외치던 위구르인들의 목소리는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다. 광장 주변을 산책하는 몇몇 노인들의 무심한 표정만 스칠 뿐이다.
광장 한복판엔 10여m 높이의 웅장한 이 서 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이 조형물엔 ‘중국인민해방군진군신장기념’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위구르족을 비롯해 회족, 타타르족, 카자흐족, 몽골족 등 20여 소수민족이 사는 도시에 한족의 지배를 상징하는 기념물이 서 있는 셈이다. 조형물 뒷면엔 ‘중국 인민해방군의 신장 진군이 인민해방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 9일 우루무치 인민광장의 인민해방군진주기념탑 앞에 무장경찰 차량이 서 있다. 이곳은 지난 5일 발생한 대규모 유혈시위의 진앙지다. 우루무치/유강문 특파원
위구르족 자치 신장의 중심도시인 우루무치는 이미 ‘한족의 도시’로 변했다. 200만명에 이르는 한족은 우루무치 전체 인구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위구르족의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티베트 라싸의 경우 한족의 비율이 10% 미만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족은 다른 소수민족과 함께 사라져가는 ‘유물’이다.
인민광장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위구르인들의 전통시장 ‘바자르’가 있는 ‘얼다오차오’가 나온다. 위구르어로 ‘동 쾨뤼크’인 이곳은 원래 미로처럼 얽힌 중앙아시아식 전통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식으로 된 현대식 로 변했다. 60만명으로 추산되는 우루무치 소수민족의 45%가 이곳 주변에 몰려 살지만, 이곳의 주인 역시 이들이 아니다. 얼다오차오의 상권은 대부분 한족들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다. 시장 앞에 거대한 중앙아시아식 탑과 광장이 장식처럼 서 있긴 하지만, 시장 안 가게들의 주인은 한족, 종업원은 소수민족인 곳이 많다.
수천년 동안 대대로 살아온 자신들의 땅에서 ‘이등국민’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소수민족들의 상실감은 ‘톈산’(천산)에서도 드러난다. 우루무치에서 동쪽으로 150㎞ 떨어진 톈산은 예로부터 이 지역에 살던 유목민족들의 성지였고, 특히 주봉인 ‘보거다봉’은 ‘신령스런 산’으로 불렸다. 말을 타고 가던 유목민족은 모두 말에서 내려 이 산을 향해 경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어느덧 중국 신화에 나오는 ‘서왕모’의 그림자로 뒤덮이고 있다. 톈산 꼭대기의 성스러운 호수인 천지 바로 옆에는 거대한 서왕모의 사당이 들어섰다. 여행객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은 톈산 곳곳의 골짜기와 바위마다 서왕모의 전설이 어떻게 어려있는지를 설명하느라 바쁘다. 중국의 서쪽 쿤룬산에 산다는 서왕모는 표범의 꼬리에 호랑이의 이빨을 가진 여신이다.
우루무치는 몽고말로 ‘다운 목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고층과 상가, 호텔이 들어선 현대적인 도시로 변했다.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 정책과 대규모 자원 개발로 인해, 우루무치의 1인당 국민소득은 6222달러(2008년)로 3천달러 수준인 중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발전의 과실’이 몰려든 한족들의 손에 집중되고 있다는 소수민족들의 상실감은 이런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다.
우루무치/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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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결국 기록된 자들의 것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의 껍데기를 쓰고 있더라도 그 집요한 중화민족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중국에서의 사회주의란 비극일 뿐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민족 패권주의는 결국 탄압이나 전쟁뿐이다. 동북아시아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