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근무하는 대리가 싼 값에 좋은 옷 샀다고 싱글벙글이다. 티셔츠에 여름용 등산바지를 상가에서 구입했는데 가격대비 대만족인 모양이다. 나 역시 여름용 등산바지가 필요한 터라 구입가게가 어딘지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보았더니...헉 정말 싼 것 아닌가 ??? 

당장 꼬셔가지고 업무시간에 짬(?)을 내어 싸게 판다는 가게로 갔다. 물론 대리를 델구... 

나 : 등산바지 있어요 ? 여름용 ? 

점원 : 예...저기 걸려 있는게 다 등산바진데요... 

나 : 사이즈가...30 미만짜리 없나요? 

점원 : 손님 남성용은 30이 제일 작은 사이즌데요...지금 30도 없는데요... 

나 : 아니 28은 없나요? 왜 없어요? (사실 나 알고 갔었다. 작년 겨울 겨울용 등산바지 사러 갔더니 30이하는 사이즈가 없었고 30을 입으니 무슨 몸빼도 아니고...아 날씬한 내 허리여~~) 

점원 : 30 이하는 여성분들 것 밖에 없습니다.  

대리 : 그냥 여성꺼 입어요...입고 다니면 그게 여성건지 남성건지 누가 확인하는 것도 아닌데... 

나 : (주저주저) 함 볼 수 있어요... 여성꺼? 

점원 : 29하고 31 사이즈가 있는데 여성께 좀 작게 나오니까 함 입어보세요... 

(주는대로 받고 나서 함 입어 보았다. 29는 딱 사이즈고 31은 품이 좀 남는다. 여성옷 처음 입어 보는데 지퍼와 후크가 남성용과 반대로 되어 있다. 다른건 다 똑 같은데 왜 반대로 해 논거야??) 

나 : 29정도가 맞으면...남자 30을 입어도 될 것 같은데....  

점원 : 남성용이 좀 크게 나와서 남성용 30이면 여성용 31보다 좀 클건데요... 

대리 : 남들이 보면 모른다니까요...그냥 편하게 입으세요... 

나 : 이걸로 주세요 (여성 29다) 

아 ~ 계산을 마치고 (싸긴 싸다) 나오면서 무슨 여성옷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닌 내가 여자옷을 입고 다니게 생겼다. 가끔 영화나 소설에서 여자 속옷을 착용하는 사람들을 보지만, 이건 머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니 그냥 입고는 다니겠다만....사실 조금 거시기 하다.  그러니 혹 나를 아시는 분들이여 내가 여성 등산바지를 입으면 무언가 충족감에 몸을 부르르~ 떠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걸 알아주시길....난 그거 날씬한 허리를 가졌음에도 등산바지를 입고 싶어한 불쌍한 사람일 뿐이니.....

나 : 이거 수선해서 바꾸면 안될까? 

대리 : 에이 수선비가 옷 값보다 더 비쌀걸요? 

나 :  -_-; 

독점적으로 의류를 공급하는 회사들이여 남자들도 허리가 30이 안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명심해 주시길... 배나온 사람들만 등산을 할 거라는 편견을 제발 버려라.... 그러고 보니 나도 사회적 편견(?)에 희생당하는 소수자 중 하나였다.  

이거 아고라 청원란에 하나 올려볼까... 30미만 등산용 남자바지도 생산해 달라고....에고 

근데 이 바지 정말 편하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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