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맑스 코뮤날레’
실업자 등 ‘소수자 연대’냐
이주·하층노동자 결합이냐
변혁 주체 찾는 토론 예고
 
 

미국발 금융위기 타고
유럽선 ‘자본’ 다시 읽기 붐
일본선 마르크스정당 약진
한국, 연대 모색 분주

전 지구적 금융위기는 한동안 ‘죽은 개’ 취급 받던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한번 담론시장의 중심부로 호출하고 있다. 독일·프랑스를 위시한 유럽 각국에선 <자본> <공산당 선언> 같은 마르크스의 대표작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가 하면, 이웃 일본에선 마르크스주의 정당 공산당의 약진이 뚜렷하다. <자본>의 새 번역판이 출간되고, 마르크스 원전을 공부하는 강독모임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 한국은 또 어떤가.

한국 마르크스주의의 현주소를 가늠할 만한 대규모 학술행사가 25~26일 서울시립대 법학관에서 열린다. 2003년 시작돼 2년마다 열리는 ‘맑스코뮤날레’다. 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마르크스주의와 정치’. “경제위기의 내부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역학관계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대안 정치의 가능성을 탐색하겠다”는 게 배성인 코뮤날레 집행위원(한신대 교수)의 설명이다.

행사의 ‘대미’는 26일 오후에 열리는 대토론회. ‘공황·계급투쟁, 좌파의 정치’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 토론회는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2008~2009년 경제위기의 성격과 공황기 계급투쟁의 양상, 한국형 파시즘의 출현 가능성, 반이명박 전선의 명암 등 10여개의 소주제를 놓고 3시간에 걸쳐 난상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인 행사 격인 기획토론은 △대중정치(1세션) △국가와 정치(2세션) △마르크스주의 역사와 정치(3세션) △노동의 정치, 삶의 정치(4세션)로 나눠 17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이 가운데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개념을 21세기 한국 현실에 비춰 재해석한 고병권 수유+너머 전 대표와, 이주노동자 문제가 기존의 계급구조와 계급 재구성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한 이득재 문화과학 편집위원의 글(1세션)이 각별한 관심을 끈다.

고 전 대표는 프롤레타리아를 노동계급과 동일시하는 ‘사회학주의’의 경직성을 꼬집으면서, ‘자본주의를 탈주·해체하는 주체’로 프롤레타리아 개념을 현재화할 것을 주장한다. 생존을 위해 체제 전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프롤레타리아의 처지에 주목해 그들에게 ‘보편계급’(비계급)의 지위를 부여한 초기 마르크스와, 프롤레타리아를 “계급질서에 속하지 않으며 이 질서의 잠재적 소멸을 표상하는 존재들”로 재해석하는 자크 랑시에르의 논의에 바탕해, 변혁 주체로서 프롤레타리아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것이다. 이 경우 해방의 주체인 프롤레타리아는 전통적 노동계급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장애인, 여성, 노숙자, 고학력 실업자, 아르바이트생 등 계급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소수자들의 연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게 고 전 대표의 생각이다.

이득재 편집위원은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내국인 하층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의 화학적 결합을 고민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 조절이론가 알랭 리피에츠의 ‘언더클래스’ 개념을 활용해 두 집단의 계급적 동질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저임금과 한시고용을 합법적으로 강요받는 이들이야말로 21세기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체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양산한 ‘계급이하’의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고 전 대표가 ‘계급의 해체’를 통한 새로운 변혁주체의 생성을 고민한다면, 이 위원은 ‘계급의 재구성’을 통한 하층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적(노동)·녹(환경)·보라(여성) 연대’를 모색하는 고정갑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장(1세션)과 마르크스의 노동해방 이념에 대한 철학적 재구성을 시도하는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4세션)의 발표도 눈길을 끈다. 20세기 마르크스주의의 정치이론을 재조명하는 3세션에선 레닌의 제국주의론과 로자 룩셈부르크의 전위론,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 등 익숙한 논의뿐 아니라,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오스트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오토 바우어의 정치이론도 새롭게 되짚는다. (02)335-0461.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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