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소녀 백서
김현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김현진이란 에세이스트... 예전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쓴 책이 있어 그냥 발칙한 십대가 하나 있구나 했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아마도 20대 중반에 쓴 책이 아닌가 한다. 그녀를 본격적으로 다시 인식한 건 2008년 촛불이 타오르던 때 시사인의 칼럼을 통해서 였다. 그때 쓴 글이 아마도 '우리안의 이명박'이란 글이었는데... 우리 안에 물욕성이 이명박을 당선시킨 동력이었고 (이명박은 전과 14범에 거짓말쟁이 라는 것은 모든 국민은 알고 있었다) 그 물신성을 극복하지 않고는 언젠가 또다시 고통을 받아야 할 것 이라는 내용은 짤막한 글이었다. 난 그 글에 깊은(?)공감을 했고 그녀를 다시 인식했다.  

얼마 전 촛볼과 기륭전자 비정규직 근로자 농성, 용산사태를 겪으며 쓴 글들을 묶어 새롭게 책을 출간했다. '그래도 언니는 간다' 라는 제목이었는데... 김현진이 '언니는 간다'라는 영화를 제작하고 큰 재미를 못 본 것에서 제목을 결정한 것 같다. (영화는 확실히 에세이보다 어려운가 보다) 

이래저래 관심이 가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어쩌면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여성이여 스스로 자존감을 느끼고 당당하게 살자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서 진부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하게 수사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라기 보다 김현진이라는 어린 소녀가 여성이 되기까지의 분투기였고 여기서 단순한 수사적 얘기는 매우 처절한 분투기로 전환된다. 그러나 처철한 분투기 자체는 어둡고 회피적이 아닌 즐겁고 희망찬 것이다.  

'불량소녀'는 체제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씌우는 차별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주인으로 사는 여성이다. 즐겁게 살기에 '소녀'로 사는 여성들.. 그러나 '나쁜년'과는 엄연하게 차이가 있는 여성이다. 왜냐하면 불량소녀들은 여성들과 연대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의 편견과 당당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여성임에도 남성과 연대하여 남성이 원하는 '여성성'을 가장하여 같은 여성을 착취하는 '나쁜년'과는 질적으로 틀린 여성이 '불량소녀'다.  

난 김현진의 불량소녀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발랄한 페미니즘을 본다. 나 스스로가 불량소녀들의 도발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모를 발랄한 그녀들은 이제 이 세상의 주인으로 당당히 나서야 하는 새로운 젊음이고 저자가 여성들과 함께 나누고픈 자신의 경험이다. 학문으로 글로서 패미니즘이 아니라 생활로 경험으로 깨지고 무너지면서 쓴 그녀의 불량소녀가 아직도 남성세계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러 여성들과 남성이라는 한계로 자신도 모르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진 남성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 같다.  

그냥 딸이 있다면 나는 '불량소녀'로 키울 것이다. 그녀의 경험과 아픔과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이] 2009-06-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으셨나보네요^^ 저번에 반가웠어용!~

머큐리 2009-06-21 06:15   좋아요 0 | URL
너무 일찍가서 아쉬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