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화계 극우단체 향해 ‘칼’ 뽑아 든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이제 칼을 뽑을 때가 됐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46)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그는 누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는 것일까. 인터뷰하기 위해 6월 10일 만난 진 교수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는 “이 싸움을 위해 진보신당도 탈당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당에 누가 될까 염려해서”다.

“한예종 사태는 진보인사 축출이 목적”
진 교수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집중 감사에 이은 황지우 전 총장 사퇴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학교 구조 개편 요구에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즉 한예종을 ‘좌파엘리트의 본산’으로 규정한 보수세력이 MB정권과 코드가 다른 황지우 총장을 비롯해 심광현 영상원 교수, 이동연 전통예술원 교수, 진중권 객원교수 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 인사들을 축출하기 위해 권력을 적극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19일 통보한 종합감사처분요구서에서 주력사업이던 통섭교육(학제 간 융합교육)의 중단, 관련 교수 중징계, 이론 관련학과 축소, 서사창작과 폐지 등을 요구했다. 또 공금 유용 등의 이유를 들어 황 총장을 중징계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데 이어, 5월 30일 황 총장이 표적감사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낸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심광현·이동연·진중권 교수는 실기 전공과 인문·과학 기술 융합교육을 위해 추진한 통섭교육 사업에 참여해온 인물들이다. 공교롭게도 황지우 총장이 평교수로 돌아갈 서사창작과를 비롯해 이들이 몸담고 있는 곳은 모두 이론과다.

진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보수 인사들의 단체인 문화미래포럼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은 지난해 9월 심포지엄을 열고, 한예종 6개원 해체 및 축소 등을 요구했다. 올들어서는 ‘미디어워치’ ‘빅뉴스’ 등 인터넷 보수매체들이 통섭 과정 부실, 진보 인사의 교수 임용 등을 문제삼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그후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착착 진행됐다. 진 교수는 “당해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자살했는지 이해되더라”고 말했다.

“한예종을 빌미로 저를 구속하거나 도덕적 타격을 주려고 한 게 분명해요. 인터넷 보수매체의 대표가 제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매체들의 보도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이루어졌어요. 또 처분 결과도 상당 부분 해당 매체들이 예견한 대로에요. 제대로 된 감사가 아니라 인터넷 보수매체들이 나를 포함한 한예종 내 몇몇 인사에 가하는 공격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이루어진 거예요. 당해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자살했는지 이해되더라고요. 노 전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당했겠구나 싶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인터넷 보수매체는 감사 내용을 실명을 거론하면서 흘리는 식으로 인격살인과 여론재판을 진행했잖아요. 책잡힐 일을 하진 않았지만 미네르바는 뭐 죄가 있어서 구속됐나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어요. 반격하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자신이 칼을 겨누고 있는 상대는 유인촌 장관과 신재민 차관으로 상징되는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문화미래포럼으로 대표되는 문화계 일부 우익단체라고 했다. 이들이 한예종 해체와 이른바 ‘좌파 척결’의 시나리오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에 비해 ‘빅뉴스’ 등을 통해 줄기차게 진 교수를 공격하는 변희재씨는 ‘꼬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빅뉴스’ 대표 변희재씨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6월 9일 진 교수를 고소했다. 한예종의 부실운영 실태를 정당하게 취재해 의혹을 제기했는데, 진 교수가 이를 현 정권과 공모해 이뤄진 것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다.)

진 교수는 “그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리고 그 대가란 “그들이 한 행위를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넓은 차원에서 보면 권력을 사유화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명박 정부는 공정해야 할 국가기관을 오직 정권 유지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잖아요. (촛불재판과 관련한) 사법부 파동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서거 여파로)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표적 세무조사를 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미국으로 도피했어요. 경찰도 다르지 않아요. 저는 현 정권 하에서 한예종 사태를 비롯해 문화계에서 벌어진 이 야만적인 일들을 역사에 기록으로 새겨둘 거예요. 그들이 조폭과 같은 이런 짓들을 하고도 버젓이 살아가면 안 되는 거거든요.”

“사립대 교수들 열등감도 한 몫”
진 교수는 “문화미래포럼과 장단을 맞춰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이 한예종 해체 및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열등감과 밥그릇 싸움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2년 전문 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한예종이 그동안 국제 예술 콩쿠르·경연대회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며 두각을 나타내자, 사립대 예술계 교수들이 한예종 성장에 위기의식을 가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화미래포럼과 같은 뉴라이트 진영에서 주장하는 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잖아요. 그럼 시장경제 이론에 따라 경쟁해야지, 왜 권력을 끼고 들어와 자유경쟁을 못하게 하느냐 말이에요. 실력이 떨어지면 자기들이 경쟁력을 키우든가 퇴출돼야지, 왜 잘 되는 한예종을 밟으려고 할까요? 좋은 학생들이 한예종으로 몰리니까 위기의식을 느끼는 거예요. 한예종은 외국 학생들이 유학올 정도로 국제적인 학교가 됐어요. 좌파를 척결하고자 하는 보수 우익세력과 한예종의 성장에 질투를 느낀 사립 예술대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번 한예종 사태를 몰고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6월 2일 한예종을 방문해 “황지우 총장이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유럽에서는 좌파 정부가 집권하면 총장도 좌파에서 나오고, 우파가 집권하면 우파에서 총장이 나와 정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진 교수는 “우파 정권이니까 우파 총장이어야 한다는 발상은 딱 나치 수준”이라며 “재미있는 것은 신 차관은 자신이 한 말이 나치의 말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30년대 독일 국가사회주의자(나치)들은 바우하우스의 일부 교수들을 축출하기 위해 그들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1933년 베를린의 비밀경찰국이 바우하우스의 교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로에게 보낸 극비 문서에는 바실리 칸딘스키와 같은 특정 교수들을 지목해 그들이 더 이상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하고, 시행해오던 교육과정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교단은 ‘국가 사회주의 사상의 원칙을 확실히 지지하는 자’들이 차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의 관계는 이를 테면 히틀러와 독일 나치 선전상이었던 괴벨스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규정했다.

“유인촌 장관과 신재민 차관 둘 다 문화적 마인드가 없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일을 선동과 정권 홍보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파 정권에선 우파 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죠. 몰상식한 거예요. 유인촌 장관이 처음 본 학생들에게 반말하고, 학부모에게는 ‘세뇌당한 것’이라는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죠. 양촌리 용식이가 완장 찼다고 좋아하는 꼴이에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정치색이 다른 단체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었잖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사세요’라고밖에 해줄 말이 없어요. 어차피 역사는 MB정부 5년을 한국사에서 퇴보의 시기로 기록할 테니까요. 이제 3년 반 남았잖아요.”

그렇다면 MB정부의 본질을 진 교수는 어떻게 진단할까. 돌아온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시대착오”라는 것이다. 산업화 초기의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500만 조문객 과소평가 말라”
“산업화 초기 때는 대다수가 농민이었잖아요. 이들의 신체를 기계의 속도에 맞추려니까 강제가 필요했죠. 소위 산업화 엘리트들이 나머지 국민을 계몽해 끌고 가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때는 정치도 일방으로 나타났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이미 정보화시대예요. 누구 한 사람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에요. 촛불집회를 보세요. 각각의 개별 주체들의 창의성이 모여 전체적인 효과를 낸 거예요. 그렇다면 정치도 쌍방향이 되어야 하는데, 산업화 초기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MB정부는 여전히 일방으로만 하려고 하죠. 이 사람은 대중은 누군가의 지도나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니까 촛불집회를 지도하고 명령한 놈을 찾으라고 지시한 거죠. 그런데 배후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 다음엔 초를 무슨 돈으로 샀는지 알아보라고 했다잖아요.”

진 교수는 지난해 말 출연한 MBC 100분 토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켜 “두뇌 속에 삽 한 자루밖에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발언했다. 진 교수는 “이 역시 이 대통령의 사고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풍자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MB는 현장감독하면서 경제신화가 됐잖아요. 그런데 그게 바로 그의 한계예요. 유일하게 아는 경제가 토목공사니까요. 그래서 산업화 초기, 산업 인프라를 까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거예요. 운하를 깔자고 했다가 운하가 안 되니까 강을 파헤치자 이러고 있잖아요. 머릿속에 든 게 삽질밖에 없으니까요.”

노 전 대통령 500만 추모 열기에 대한 현 정부의 안일한 인식에 대해서도 그는 쓴소리를 퍼부었다. 국민들의 마음 밑바닥부터 끓고 있는 분노와 저항의 신호를 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조문객이 200만 명이었지만 당시는 동원이 많았어요.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동원이 없었잖아요. 그것도 정부가 차린 분향소엔 가지 않고 대다수가 시민이 만든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어요. 500만 국민이 단지 노 전 대통령이 좋아서 혹은 동정심 때문에만 조문을 했을까요? 기저엔 다른 게 깔린 거예요. 이번 선거 결과를 보세요. 여론조사할 때는 한나라당이 10% 이기고 있었는데, 투표 결과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10% 뒤진 걸로 나타났어요. 이게 뭘 말해주는 것이겠어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투표에 소극적이었지만,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닌 이들은 표를 통해 민심을 보여주자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에요. 500만 명의 국민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반증이에요.”

진 교수는 국민의 이 같은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현 정부를 ‘바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급기야 ‘폭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MB정부는 프로판 가스를 다 막아놓고 불을 때고 있는 형국이에요. 그럼 폭발하잖아요. 폭발은 거리에서 이뤄질 수도 있고 투표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거예요.”


진 교수의 말발은 고교시절 ‘이빨싸움’이 원천

진중권 교수는 비유에 강하고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젊은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를 위악과 독설 혹은 막말이라며 싫어하는 이도 적잖다. 한 예로 얼마 전 소설가 황석영씨가 MB정부를 ‘중도실용정부’라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자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이라고 했고, 황 작가를 두둔하며 진 교수에게 “공부 다시 하라”고 주문한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는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미학적 촌티”라고 맞받아쳤다. 5년 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사건을 두고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에 대해 “쪽팔려서 자살했다는 얘긴데 쪽팔린 일을 왜 하냐”고 한 말에 대해선 최근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정학을 세 번 맞고서야 고교를 졸업했다는 그는 지금의 말발의 원천은 고교 시절 친구들과 한 속칭 ‘이빨싸움’이라고 했다. 상대방이 모욕감을 주면 화를 내지 않고 받아쳐야 하는데 이때 재치있게 받아침으로써 상대를 열받게 하는 게 ‘이빨싸움’의 포인트라고 했다. 노동자문화운동하면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말을 하는 훈련을 한 것도 밑천이 됐다. 노동자들에게는 되도록 구어체를 활용해야 하고,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는 “이를 가장 잘 하는 이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라고 말했다. 정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인지, 장바닥 아저씨인지 구분이 안 될만큼 적절한 비유를 섞어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란다.

진 교수는 속칭 ‘낚시질’의 원조이기도 하다. 1999년 조선일보 독자사이트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욕하는 제목의 글을 띄우면 누리꾼들이 광클(광분해 클릭)하는데 막상 내용을 열어보면 “파블로프 개(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반사 학설 실험의 개) 실험 중입니다”라고 써놓은 것이다. 당시 그의 별명은 ‘조선일보 밤의 주필‘이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검색 기능을 없앴을 정도였다.

그가 사용하는 상당수 용어와 아이디어는 DC인사이드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얻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가장 찌질하면서도 선진적”이라며 “중장년의 기성세대도 젊은이들의 어법을 구사할 줄 알아야 서로 소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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