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로쟈님 서재에 들렸다가 최근 사회과학 서적 판매동향을 정부가 조사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책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치자들이 가장 껄끄러워 할 책이 '자본론'임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 자본론을 세련되게 왜곡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몰아붙이거나 할 여유가 있는 나라들은 자본론 출판을 허용하고, 여유가 없는 나라들은 자본론 출간을 불허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자본론'을 좌익이념사상서로 출간을 불허했을 뿐 아니라 이 불온한 책을 소지했다가는 국가보안법 상 이적표현물 소지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을 감수해야 했다. 얼마전이라는 것은 사실상 87년도 이전을 가리킨다. 결국 '자본론'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의 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인데, 서적 판매 동향조사 자체가 다시 20년 전의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발상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어쩜 모든 곳에서 이렇게 민주주의를 일사불란하게 후퇴시키는지... 

'자본론' 또는 '자본'은 호락호락하게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물론 정치경제학 서적치고 호락호락한 책이 어디 있으랴만, 어느정도 사전 지식없이 달려들었다간 몇 장 읽기도 전에 떡실신(?)하기 좋은 책이 '자본'이다. 사람들에게 알리긴 많이 알려야겟고, 내용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자본'에 대한 입문서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이다. 근데 책 제목이 원숭이도 이해한다고 해서리...(몇몇은 읽다가 자존심 좀 상하겠다.ㅎㅎ) 

이 책 역시 '자본'의 입문서로서의 미덕은 잘 갖추고 있다고 본다. 입문서의 미덕은 입문하려는 책은 핵심적 개념과 사항에 대한 요약 및 해설이니 만큼, 자본에 대한 핵심 사항들을 반복적으로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미덕으로 봐야겠다. 물론 한계도 있다. 입문서 자체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일 것인데, 핵심을 강조하다 보니 너무 단순화시켜서 '자본'을 실제로 접하면서 느끼는 풍부한 함의들이 너무 도식적으로 나열된다는 것. 하지만 입문서야 입문서로서의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흠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읽음으로서 '자본'에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는가가 이 책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책에서 내용을 이끌어가는 방식도 토론식으로 되어있어 초심자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도록 형식을 꾸민 것도 장점이라 생각된다. 마지막 장에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언급하면서, 자본주의 극복의 한 예로 설명하는 장이 있던데... 글쎄 현재 진행형인 나라의 실험을 너무 강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 오히려 기존 사회주의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던데, 저자 자체가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에 대한 애정이 많아 보였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자본'을 읽을 수 있을까? 자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최소한 '자본'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맛뵈기라도 봤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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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6-1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최대 단점은, 자칫잘못하면 원숭이보다 못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것입니당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