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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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즐기는 나로서는 언젠가 팔리지는 않아도 괜찮은 영화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망상(?)을 할 때가 있다. 나의 기대가 망상인 이유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아는 것 하나 없으면서 (심지어 연극대본이나 시나리오 대본조차 읽어 본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 막연하게 이러저러한 소재로 영화 한 편 찍으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잡생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시나리오를 잘 쓰기 위해 읽은 책이라기 보다 어떻게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의식으로 집어든 것인데 의외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대한 학습까지 겸할 수 있어서 일타쌍피의 소득을 올렸다.  

이 책의 저자는 헐리우드 스토리 애녈리스트이고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시학에서 자신은 무궁무진한 배움을 얻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극적인 이야기 구조와 근본요소를 아주 면밀하게 탐구했는데, 아직도 많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이 책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바이블'로 여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잘 쓰고자 노력하는 모든 사람과 '시학'이 담긴 진리를 공유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절하게 "이 책은 학술연구서가 아니다. 이 책은 시나리오를 잘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학'입문서이며, 찬란하게 빛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많은 개념을 분석하여 극적인 이야기 구조에 관한 그의 테크닉이 현대 영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할 뿐이다" 라고 한다. 도전해 볼 만 하다고 유혹하는 것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액션 아이디어'란 말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짜는 능력 또는 강력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에게 행동 Action을 이야기의 아이디어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실제로 그는 행동이 사람, 곧 인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액션 아이디어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 하나를 잘 붙잡고 일관되게 이끌고 나가도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액션 아이디어를 설명한 후 나머지는 플롯과 관계되어 여러가지 효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플롯이 얼마나 정교하게 짜여져 있느냐의 문제이고 플롯을 정교하게 짜기 위한 '시학'의 지침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 대목들은 읽어봐야 이해하는 부분이고 내 재주로는 설명해 낼 수 없는 부분이다. 이 플롯에 대한 이해를 설명할 정도면, 난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는 사람일 것이고 영화에 관한 한 도통한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플롯을 이해하기 쉽게 영화의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된 듯 하게 느껴지나, 결코 만만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론서 보다는 쉬울 것이라는.....거기서 사실 난 살짝 절망한다.  

물론 시학에서 설명하는 이론에 어긋나는 걸작들도 많다는 걸 저자는 인정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말하는 원칙들이 손상을 입느냐... 그건 아니라는 이야기. 기본을 알지 못하면서 비트는 것과 기본적인 효과를 명확하게 인식하면서 비트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다. 결국 기본을 알아야 비틀어도 제대로 비틀 수 있다는 것. 이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 그 기본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푸념을 달고 싶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시나리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시나리오를 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써보지 않고 단순하게 책만 읽는 다면 건질 건 자잘한 이론일 것인데... 그래도 모르는 것 보다는 하나라도 아는게 영화를 보는데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다.  

저자는 글을 쓸때 영혼을 걸고 쓰라고 한다. 누군들 글쓰는 사람이 전부를 걸고 쓰지 않을리는 없을테고...단 영혼을 걸어도 기본을 알고 걸라는데는 할말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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