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고난 첫 느낌은 기억에 관한 진실이었다. 영화의 전개와 내용과 반전의  모든 기반은 기억에서 시작한다. 첫장면에 엄마의 춤은 마지막 장면의 춤과 연결되며, 그 중간에 기억에 대한 잔인한 진실이 있었다. 영화는 그 진실을 찾아 떠나는 어머니의 모정을 잔인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마더'는 '모정'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고편을 보면 모자란 아들이 살인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힘없고 지식없고 오직 자식에 대한 사랑 하나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를 그리는 영화로 보인다. 어쩌면 감독은 예고편부터 본 영화의 반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기획으로 작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과거의 사실을 밝히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나 기억은 쉽게 망각되거나 변형되거나 심지어는 왜곡되기도 한다. 그대로 투명하게 존재하는 기억이란 가능한 것일까? 그러나 '마더'에서의 기억은 단락져 숨어 있을지는 몰라도 재생할 때 왜곡되거나 변형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의 반전이 극적이기 보다 도식적으로 보인다. 여기서 영화의 힘이 빠져 버리는 것이다.   

'마더'의 살인은 잔혹스럽지 않다. 오히려 '마더'에서 드러나는 맹목적 모정이 살인보다 더 잔인하고 독하다. 이미 과거에도 어머니의 '모정'은 잔인했었다. 어렸을때 도준에게 농약을 주고 같이 죽으려던 어머니는 이제 아들과 악착같이 살아 남으려 한다. 이 영화의 비극은 자신이 힘없고 약하기 때문에 당해야 하는 피해자임을 자각하고, 모질게 살아남으려는 모정이 결국 자신보다 더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자식을 향한 모정이 자신보다 더 억울한 피해자들을 만들어도 그냥 무시하는 '모정'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지.... 가끔 이 영화보고 감동 먹었다는 분들은 도데체 어디서 감동을 먹었다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마더'에서 기억은 두가지 역할을 한다. 봉인되어 있는 기억은 진실을 은폐하고 해제된 기억은 진실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봉인되어 드러나지 않았던 기억이 해제되는 순간 진정한 비극은 시작된다. 여기에 영화의 여운이 남아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도준의 기억을 봉인해 놓는다. 하지만 도준의 기억은 영화 요소요소에서 드러나듯 어느순간 해제되어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에 대한 도준의 태도는 명확하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도준의 생각인 것이다. 여기에 어머니의 비극이 존재한다.    

피해자였던 모자는 어느새 가해자로 변해있고, 아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재생될 아들의 기억은 어머니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파국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보여준 어머니의 슬픈 춤사위는 이미 그 비극을 감당하고자 하는 마지막 살풀이 같다.  

봉감독이 아니었음 별을 4개 이상 주고 싶었다. 봉감독 작품이라 3개 준다. 단, 이 영화가 그냥저냥 평균작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평균작 이상이란 이야길 하고 싶다. 사실 봉감독의 영화를 평하자면 봉테일이란 별명답게 영화 요소요소에 대한 디테일을 이야기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된 평을 하기가 힘들다고 보여진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이고자 글을 썼더니 추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고 세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다. 세부적 사항에 대한 보물찾기가 봉감독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묘미일텐데.... 별3개는 그냥 내가 너무 봉감독에게 기대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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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2009-06-0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리뷰 정말 마음에 드네요. '이 영화의 비극은 자신이 힘없고 약하기 때문에 당해야 하는 피해자임을 자각하고, 모질게 살아남으려는 모정이 결국 자신보다 더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이 문장에서 덜컹 가슴이 내려앉아요. 저도 그 사실이 무척이나 슬펐거든요. 저는 이 영화를 오히려 그 이유때문에 참 좋게 봤어요. 저런 현실들, 망각을 무기삼아 우리가 저지르는 수많은 일상적인 범죄들을 잘 보여주는것 같아서요. 하여간 생각할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영화였습니다.

머큐리 2009-06-02 13:45   좋아요 0 | URL
하하 ^^; 처음 듣는 칭찬이라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해이] 2009-06-03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영화평입니다ㅋ 제 생각이 바뀌겠어요^^ 하지만 아직도 그의 이야기가 "엉성"하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요 ㅋㅋ

머큐리 2009-06-03 08:0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냥 끄적인거구요..요즘 '스토리텔링의 비밀'을 읽고 있는데...읽을수록 더 모르겠더라구요... 언제 신촌에서 헤이님 한 번 뵈야 하는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