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행위가 관성이 되어버렸다. 난 어디를 가던지 설사 한 줄 읽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책은 항상 들고 다녀야 한다. 이런 나를 보고 지인은 '일종의 병'이라고 말했고, 난 기꺼이 인정했다. 책도 1권 이상이어야 한다.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서적 하나, 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 하나. 이 어지러운 세상에 그런 병하나 쯤은 지니고 다녀도 큰 흠은 안될 것 같다. 병명은 '활자 중독증'이라나.... 

활자에 중독된 건 좋은데...책을 읽고 숙고하지 못하니 나의 외관에서는 책읽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향취가 전혀 없다. 역시 나를 잘 아는 지인은 이런 말을 한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 사람이 되어야지 넌 어째 책읽는 것하고 나타나는 행동하고 그리 어울리질 않냐.... 너를 보면 책을 제대로 읽어야지 책읽는 다고 다 사람되는 건 아닌가 보다..." 신화적으로도 쑥하나 마늘하고 먹어도 언 놈은 사람이 되고 다른 놈은 사람이 되질 못하듯 책 읽는 다고 다 사람되면, 이 세상 사람개조하기 얼마나 쉽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자유를 만끽하는 분야는 역시 소비부문이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물론 일정 소득을 담보해야 누리는 이 자유는 쇼핑하는 인간을 만들어 내었고 쇼핑을 하기위한 행태는 인터넷을 통해 무한한 확장을 해오고 있다. 나 역시 알라딘에서 책을 고르고, 밁어보고 주문하고...심지어 노닥거리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활자중독증' 인간이라 책 말고는 다른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세상에 무수한 즐거움 중에 책을 보고 만지고 쓰다듬으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러나 소유하고 읽고 나서 옛애인 버리 듯 게걸스럽게 다른 책들에 눈을 돌리는 카사노바적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받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골방에서 책읽으면 되지" 라고 대답했다가 이상한 놈 취급을 당하는건, 이젠 예사스러운 일처럼 되었다.  

문제는 관성적으로 왜 읽고 있는가를 이젠 내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냥 부지런히 읽다가 무언가 내공이 쌓이면,,,나도 불멸의 작품을 하나 내고 말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말 무언가를 쓰기위해 읽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읽는 책들이 워낙 다양하고 잡다해서 무슨 전문가가 되기위해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읽는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도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러니 책 굉장히 많이 읽은 것 같다...ㅎㅎ 사실 그렇지는 않다. )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올까? 관성의 책읽기에서 반성의 책읽기로 나아가야 하는데 나는 지금 관성의 금단증상에서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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