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해맑게 웃으며 다니던 후배가 머리를 짧게 잘라 버렸다. 몇 일 전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지자는 통보를 했다면서, 슬프게 웃던 녀석에게 사랑하는 만큼 끝까지 사랑하라고 충고했는데, 결국 끝이 좋지 않았나 보다.  

헤어지는 이유가 남자가 후배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던데...그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어서 떠난다고 하고, 후배는 어디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는데... 그 미묘한 어긋남을 제 3자 입장에서 충고하기도 간섭하기도 어려웠다.  

사랑....이란 다 환상이라고 네 마음 속에 천국과 지옥은 결국 네가 만들어 내는 거라고 말하면서도 난 사랑을 잃어버려 방황하는 후배의 아픈 마음을 이해한다. 교회에서 찬송가만 듣던 녀석이 대중가요를 들으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당장 사랑에 빠져 아파하는 사람에게 무슨 치료약이 있을지.... 

그러던 녀석이 머리를 잘랐단다. 머리를 깡총하게 잘랐다는 말을 듣고, 비오는 날 미용실에 잘려 버려지는 녀석의 머리를 생각하니... 녀석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나도 못하고 녀석도 잘 못하는 술이나 한 잔 하면서, 그냥 살아가는 얘기나 한 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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