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 ‘나는 괜찮다’고 여겼던 당신을 위한 인권사회학
구정우 지음 / 북스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권리로서 인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근대사회에 진입하면서 인권은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당연히 가지는 보편적 권리로 배워왔다. 이러한 보편성으로 부터 형식적으로는 모두가 누려야 할 가치로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사안으로 가면 인권의 가치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느끼게 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논쟁을 보면 과연 인권이란 자연적으로 부여된 것이라고 상상되지 않는다. 인권을 보장하는 근거는 결국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인권 역시 사회 구성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회적 합의는 대립하는 권리들에 대한 논거와 이해를 요구한다. 그것이 피곤하더라도 결국 이 사회를 조화롭게(?) 하는데 꼭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다. 그 논의의 과정에서 길러야 하는 것이 '인권감수성'일테다.

 

사회는 다양한 차이들을 포용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성장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일방이 소수자나 약자를 탄압하거나 배제하는 경우 그 사회는 온전하게 성립하는게 힘들다. 결국 인권감수성은 주류의 시각이 아닌 사회에 배제되거나 소외되어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한 감수성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 사회에서 자신이 누리는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소수자와 약자들의 권리증진을 갈등하는 다른 권리들로 제약하면서 인권으로 포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권이란 추상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제정하는 것인데,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처럼 권리 주장을 통해 약자들을 배제하는 방식을 인권의 가치로 포장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인권이 강자들이 전유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공격하는 수단처럼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인권에 대한 논쟁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그 장점이 있다. 설명은 자세하고 친절하며 대립되는 관점에 대해서도 논거와 쟁점을 놓치지 않는다. 더구나 사회학자라서 그런지 최근 쟁점에 대한 통계자료 등을 이용하여 최대한 객관화하고 그 이면에 놓여있는 상황에 대한 해석과 다른 나라의 예시까지 들어가며 논점에 대한 결론에 저자 스스로의 객관성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점도 미덕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젱점은 다음과 같다. 난민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범죄자에게도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해야 할까? 어성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동성결혼을 허용할 수 있을까?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일까? 장애인을 사회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공정한 채용에서의 차별이란 허용되는가? 우리는 노동권을 행사하고 있을까? 일터 괴롭힘을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제기되는 문제들은 모두 논란이 되는 문제들이지만 사실 어느정도 가닥이 잡혀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논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대부분 정답은 정해져 있다. 다만, 현실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정답은 시기상조이거나 이상적인 사고일 뿐이고, 아직 우리 사회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권팔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보편적 인권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는 가끔 너무 공포에 질려 사람들은 대상화하고 있는게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코로나19의 문제도 너무 공포마케팅으로 범벅되어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 건 아닌지... 현재 대한민국은 어느 선진국보다 방역대책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잘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방역에 실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확진자 동선공개 등에서 보여지는 인권침해 사실이 있지만 시민들의 항의에 따라 조율하고 보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신경쓰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건 순전히 내 주관적 생각인데 사실 방역에 대한 서구인들의 상찬은 일종의 제제경쟁적 요소가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식 폐쇄를 단행하지 않고 시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방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모습에서 모범적 답안을 찾는 서구의 시각은 결국 중국식 모델보다 자유민주주의적 모델이 전염병을 예방하는데 더 실효적이라는 후한 평가를 받는 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보다 대만이나 홍콩이 방역이나 사망자에서 월등함에도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서구인들의 체제 경쟁에 대한 자부심이 은연중 작동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에 주변에서 띄워주니 너무 나간다는 염려도 된다. 집단격리를 획일화하고 고용 불안정에 대한 대처나 고려도 부족하고, 국가 방역의 허점에 대한 부분을 일부 종교집단의 무책임한 행태로 낙인찍고, 권력이 약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강압적이나 권력이 강한 기독교세력에 대해서는 유화적이고, 자가격리 이탈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행정벌에 추가하여 형사와 민사까지 거론하는 지자체 장들의 행태)의 시행과 심지어 전자팔찌 사용검토까지 고려하는 등 시민의 안전을 볼모 삼아 지금껏 지켜온 인권의 가치를 너무 쉽게 저버리는 것은 아닌지 ...

 

감염되어 확진된 사람들은 바이러스 그 자체는 아니다. 사회는 이들을 응원하고 지원하고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가의 정책이 있고 그 정책을 지원하는 시민들의 신뢰가 있다. 그리고 양자는 상호작용하면서 인권을 보장하고 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 사실 지금의 방역은 자발적 시민의 참여가 없으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의 행정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참여도 역시 중요하다. 시민들이 불안해 할 수록 행정력을 획일화하여 편의적으로 고민없이 처벌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이 아닌 시민들과 협조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행정편의주의와 획일주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안전외에 아무것도 필요없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 안전은 어디로부터 오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바이러스의 공습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인권에 대한 쟁점을 제기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이 개정되거나 증보된다면 이 상황에 대한 인권적 관점과 논쟁을 추가했으면 한다. 인권이란 사회의 구성원들의 합의된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 인권감수성에 따른 상호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국가는 인권을 촉진하는 행정기구이지 시민들의 공포를 자양분 삼아 인권을 제약하는 기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니 마치 푸념을 늘어 놓은 것 같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