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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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죽음을 감추는 사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무수하게 등장하는 죽음은 꾸며진 것이고 죽음의 민낯은 아니다. 그건 그냥 장치다. 죽음을 연상하게 하는 시체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은 멀리 해야 하며 우리의 시선에서 죽음을 가려야 한다. 젊음이 최상의 선이고 의학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죽음이 필연적으로 닥친다는 사실에 대해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사회가 현재의 사회다. 


이 책은 저자는 중세사를 전공하고 죽음에 대한 관심으로 20대 초반 장의업에 종사한 경험을 통하여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이 책은 더 이상 죽음을 외면하거나 피하지 말고 죽음 그 자체를 인정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죽음을 외면 함으로 인하여 살아 있는 과정에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지적하면서 죽음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이 두렵다고 의미없는 생존을 유지하거나 갑작스런 죽음으로 주변의 지인들과 의미있는 작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직면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회는 죽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 어럽지 않은 사회였다. 그리고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사회는 죽음에 대해 외면하거나 영원한 삶에 대한 욕망을 그 근간으로 하며 죽음은 거론하지 않거나 숨겨야 하는 것이 되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연으로 부터 나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게 당연한 존재이며 이는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영원한 생명을 욕망하다. '호모 데우스'에서는 영원한 삶을 이루려는 현대 인간의 욕망에 대한 내용이 가득하며 그것은 막연한 꿈이 아닌 실제 진행되는 프로젝트임을 알려주고 있다. 


죽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

시체를 다루면서 저자가 느낀 것은 인위적으로 죽음을 시신을 꾸미고 태우는 것보다 자연으로 자연으럽게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죽음을 숨기거나 가려서는 안되고 있는 그대로 순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선진국 이야기겠지만 인류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인간은 서서히 죽어간다. 죽음은 필연이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인정할 때 더 창의적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리고 죽음을 전면에 내세울 때 우리는 여러가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고 살아가는 이 사회에 다른 가치들을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존엄사에 대한 문제 즉 자신의 처지에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고, 무분별한 육식의 문제 역시 죽음이 보이지 않으므로 제한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본다. 동물을 도살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보이고 동물에게 인위적인 고통과 죽음으로 육식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면 육식문화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과 해결점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죽음을 가리는 사회가 아닌 보여주는 사회가 되었을 때 지금과는 다른 문화적 실천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경험하지 못해서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해도 그것을 숙고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존재하는 것은 소멸하며 그  소멸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결코 의식하지 않는 것이 인간 존재이고 그것을 의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 존재이다. 그러니 덧 없는 불멸을 희망하며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종교인들을 보면 초월적 생에 대한 집착보다 죽음을 직면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건강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인간 존재는 잘 해봐야 시체가 되는 존재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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