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을 보다가 재미있어서 옮겨 봅니다.
"죽는 날까지 사이언스에 우러러/한 점 뽀록남이 없기를,/브릭에 이는 의혹에도/나는 괴로워했다//포토샵을 돌리는 정성으로/모든 배반포를 줄기세포로 조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고기를/배달해야겠다" (윤동주 '서시' 패러디한 시 중에서)
"내가 구라를 치기 전에는/나는 다만/한 명의 평범한 교수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나의 이름을 사이언스에 올렸을 때/많은 이들이 나에게로 와서/황빠가 되었다." (김춘수 '꽃' 패러디한 시 중에서)
"내가 연구보다도 명예를/국익보다도 국익으로 낚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구라 탄로날 땐 월화수목금금금 연구보다는/병원에 드러눕는 것을 즐겼다는 걸/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구라는 끝났다/음모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알럽황 떠나고 마침내 빈주도 갔지만"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패러디한 시 중에서)
"내 고향 수의대는/배반포가 익어 가는 시절//체세포 줄기가 주저리주저리 열리고/지원금, 후원금이 낚이며 푼푼이 들어와 쌓여//네이쳐, 사이언스가 논문을 받고/스너피 복제개가 곱게 뛰어서 놀면//내가 바라는 형님은 적절한 시기에/퇴촌 농장에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허브에 소장을 꿰차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조교야, 이번 명절엔 라면박스에/싱싱한 소고기를 마련해 두렴.//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이 집 저 집 옮아가며 배달하게나."(이육사 '청포도' 패러디한 시 '배반포')
"영롱이 우유통 차던 목장에는/떡밥 문 기자들로 가득차 있읍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세계를 대롱대롱 다 낚을 듯합니다./머리속에 하나 둘 떠오르는 구라를/미쳐 다 못치는 것은/자칫 뽀록이 나는 까닭이요/선종이 뽀샵질이 덜 끝난 까닭이요/아직 나의 후원금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윤동주 '별헤는 밤' 패러디한 시 중에서)
"구라도 사람의 일이라 구라칠 때에 미리 들통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뽀록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한용운 '님의 침묵' 패러디한 시 '황의 침묵' 중에서)
"이것은 실체 없는 음모론/저 무뇌 황빠를 향하여 던지는/영원한 과갤러들의 낚싯대/떡밥은 도배같이 게시판에 올라가고/오로지 그럴싸한 떡밥의 립흘 끝에/ 황빠는 고기처럼 낚여서 온다./아아 누구던가./이렇게 퍼덕퍼덕 낚이는 황빠를/맨 처음 구라로 만선한 그는."(유치환 '깃발' 패러디한 시)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조작이 들킨다 뭔 일 있겠소./후원금은 공으로 먹으랴오./피디수첩 오걸랑/병원에 누워도 좋소")나 변영로의 논개 ("거룩한 줄기는/종교보다도 깊고/불붙는 구라빨은/진실보다도 강하다")에서도 장난스러움이 잔뜩 묻어난다.
이들의 패러디는 현대시에 머물지 않는다. 청산별곡(살어리 살어리랏다 굴하애 살어리랏다/라메랑 궁물랑 먹고 굴하애 살어리랏다/영롱영롱 영롱셩 영롱쌩 구라), 유리왕 황조가(펄펄나는 저 황구라/몸에 열이 뻐쳤구나/한겨울에 반팔입고/무균돼지 보러가네), 이방원의 하여가(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줄기세포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또 어떠리/우리도 이같이 구라쳐서 전세계 낚아보세)등 고전 시가도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무너져 내린 배양액에 젖은 실험실위엔/먼저간 연구원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리나니//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뽀샵은 용감했어도 논문은 찢어져//세월은 흘러가도/스러져간 난자는 안다/황빠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영롱이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황비나리-젊은 남녘의 황빠에게 띄우는' 중에서)
"누가 줄기세포를 보았다 하는가/누가 환자 맞춤형으로 만든/배아 줄기세포를 보았다/하는가.//네가 본 건, 배반포/그걸 줄기세포로 알고/일생을 살아갔다."('누가 줄기세포를 보았다 하는가' 중에서)
"월화수목금금금으로/구라투성이 뽀샵질을/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이 전쟁 같은 조작일을/오래 못가도/끝내 못가도/어쩔 수 없지"('줄기의 새벽' 중에서)
"실험실 개수대에는 버려진 난자들이 가득하였다/ 생명공학의 숲은 오묘하고 아름다웠지만/그곳에서는 진실마저 국익으로 포장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젊은 과학자들은 각오한 듯/돌을 들고 지나갔다, 육포를 씹으며 /나는 포토샵을 돌렸다, 그때마다 줄기세포가 생겼다/새해가 오면 동료들은 검찰청과 방송국으로 흩어졌고/ 셀을 키우던 연구원은 자신이 제보자라고 털어놓았다/감전당한 대통령이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몇 번의 조사가 끝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그리고 파면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기형도의 '대학시절' 패러디한 '대학시절')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커다란 구라를 세웠으니/어리석게도 언론은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관악산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스너피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중변소 언저리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구라치는 재주 밖에 없어/국익의 호수마다 물끄러미 낚싯대를 드리워두고/걸려든 황빠들의 수를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나/그 누구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구라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연구는 미친듯이 구라를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번도 스스로를 믿은 적이 없었노라" ('질투는 나의 힘' 패러디한 '구라는 나의 힘' 중에서)
"운영자가 외쳤다/여기 일생동안 국익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국민의 염원은 이분의 염원이었고/이분의 성공이 곧 국익 33조원이었다/운영자는 줄기를 걸고 맹세했다/이분은 자신을 위해 계좌 하나 개설하지 않았다/논문 한 줄도 사익을 위해 쓰지 않았다/운영자는 흐느꼈다/보라, 이 분은 국익을 위해 연구를 하신다/강원래군을 일으킬 수도 있다/(중략)/회원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사내들은 리플을 달았고 감동한 여인들은 스크랩해 갔다/그때 어떤 PD가 그 분에게 물었다, 난자는 어디서 났는가/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당신은 포토샵의 달인인가, 목소리가 물었다/저 프로그램 광고를 중단시켜서 네티즌의 힘을 보여줍시다, 운영자가 소리쳤다/사내들은 PD수첩에 전화 걸어 욕했고 분노한 여인들은 집회를 했다/그분은 수염을 기르고 드러누웠다" (기형도의 '홀린사람' 패러디한 '홀리게 한 사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