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권혁범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여기저기 실렸던 칼럼을 모아서 낸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 나서 보니 칼럼 모음집이었다.

일단 200쪽에 달하는 책이 너무 할랑하게 가벼워서 약간 당혹스럽다.
무슨 재주를 부린거지??

남성중에 괜찮은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권혁범씨가 쓴 글인데, 여성인 내가 보기에는 뭐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매번 겪고 보는 얘기의 나열과 비분강개쯤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남자가 특권화 되어있고 여자의 입장을 깨닫는게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도 되겠다.
이 정도로, 여자면 다 아는 얘기를 쓴 사실 만으로도 괜찮은 남자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이 책 내용 중에 동의하지 못할 부분도 있다.
장상씨 관련한 부분인데 저자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라는 이유가 정말 큰 이유로, 따라서 장상씨를 지지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자들의 상층부 진입이 중요하긴 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할 수는 없다.
장상씨가 다른 남자 후보자들 보다 더 가혹한 취급을 당한 것은 인정한다. 여자였기 때문에 감히 국무총리에 도전한다는 아니꼬움의 발로일 것이라는 의혹도 동의 한다.
그러나 장상씨는 그 이전에 도덕적으로 매끄럽지 못했고 말도 계속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저자는 왜 이제까지 그렇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지 않았으면서 여자가 후보자로 되니까 그러느냐...니들이 언제부터 그랬느냐 라고 하지만, 여태껏 더럽게 살았으니 이번에도 그냥 더럽게 지내자 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그렇게 말하자면 우리는 계속 요모양 요꼴로 살 수 밖에 없다.
확실히 그 이후로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좀더 철저해진 것을 봐도 그러하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지를 해야 한다는 저자의 발상은 단지 생물학적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근혜가 생물학적 여자인 것은 맞으나, 정치인 박근혜가 여자인가는 좀 생각해볼 문제인 것처럼...

교육현장에서의 여성 교사의 증가에 대해서 저자는 사회 다른 분야의 성불평등은 눈감으면서 왜 여성들이 하위 서비스 직을 벗어나 진입한 교육부분에만 문제 삼느냐는 지극히 지당하신 주장을 한다.
그런데 이 부분도 조금 못마땅한 부분이있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특정한 성별을 가진 교사에게만 배운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
그렇다면 엄마만 있는 가정에서 큰 아들은 여성적인가? 아버지만 있는 가정에서 자란 딸은 남성적인가?
교사의 성비 불균형에 따른 남성화, 여성화 주장은 그나마 여성의 독보적 진출을 봐주기 힘든 마초들의 남성할당 주장에 쓰이고 있는 말도 안되는 이론 이거늘 너무 당연히 받아 들이는게 아닌지.

'결혼 시장과 지역주의'
주변에 영호남 사람이 결혼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의 결합은 그런대로 인정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고,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흑인과 백인의 결합 또한 그렇다. 흑인 여자와 백인 남자 커플은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고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 이유로 집단주의를 든다. 힘을 가진 쪽이 여자를 "뺐어오는 것"은 되지만 "뺏겼다"라는 느낌은 참을 수 없어한다는...

난 다른 해석을 하고 싶다.
사회, 경제적으로 우월한 자들은 스스로를 남성의 지위에 놓는다. 서양이 동양을 바라볼때 여성화 시키고 신비화 시키듯이 영남, 백인, 서양인들은 스스로를 남성 집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반대의 결합을 인정할 수 없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절대 공감하는 부분 2가지.
"국가는 섹스 밖으로 나가라"라는 주장은 절대 지지한다.
국가는 이제 그만 국민의 아랫도리를 걱정해 주어도 되겠다.
간통이라는 말도 안되는 죄명을 만들어 두고 건전한(?) 섹스를 지도편달 하는 일을 그만 두고, 혼인빙자간음이라는, 여자의 두뇌능력을 유아 수준으로 보는 법도 폐지함이 마땅하다.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이라는 객체조항 특히 웃긴다. 몇번 이하로 섹스를 해야 음행의 상습이 없는 걸까? 혹은 몇명과?
그리고 대체 어떤 저능아가 섹스를 할때 "결혼한다"라는 말에 속아 섹스를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결혼 안할거면 섹스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 법은 이미 '정상적 섹스'란 결혼이 전제 되어야 한다는 쉰내나는 사고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그럼 그렇겠지...장래 내 아내가 될 사람이 딴 놈에게 '순결'을 주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면 안될테니...객체가 '여자'에 한정된다는 것을 봐도 혐의가 짙다.
그렇다면 말이지, 정말 결혼하려고 섹스를 했는데, 이 여자가 섹스를 너무 못해서 결혼이 하기 싫어지면 어쩌지? 그래도 처벌 받아야 할까? 웃기지???

그리고 저자는 여자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는게 더 좋다고 말한다.
1005% 공감한다.
남자는 결혼하는게 남는 장사지만 여자의 경우 속병으로 명을 단축한다.
결혼하지 전에 그런 말좀 해주지....

흥미로운 부분..
3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여행을 하겠단다.
나는 30대...
내가 40대가 되었을때 뭘 후회할까, 생각해 봤다.
세계여행을 떠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2년 후를 목표로 하여 계획을 세웠다. 유럽과 미국을 뺀 세계 여행을 가기로.
기간은 1년, 회사는 때려치우고.
차 한대 안사고, 1년 안벌고, 집 안사도....나의 30대는 다시 오지 않을테니.
2년 후쯤 떠나는 날 저자에게 감사메일이라도 한방 날려야 겠다.

 

 

오자 방지 위원회
165쪽 결혼을 선택한 남성들은어떤 삶은 누리게 되는가 -삶을
212쪽 최고급 지식인이라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뭔 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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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2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리뷰 시원시원해서 너무 좋아요.
세계 여행 꿈 꼭 이루실 겁니다.^^

코마개 2006-02-2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감사합니다.
세계 여행을 30대에 안가면 꼭 후회할거 같아서 반드시 갈겁니다.

오소리 2006-02-23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었는데, 저 역시 장상 씨 관련 칼럼만은 뭔가 찜찜했었습니다. 강쥐 님 글을 읽고 나니 뭔가 후련하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코마개 2006-02-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반갑습니다.
장상씨 부분 좀 그렇죠??

이리스 2006-02-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병으로 명을 단축한다... 으음.. -_-;;

코마개 2006-02-2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오랫만입니다.
뭐 전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결혼이란 매우 불합리한 것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제도거든요.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한 10년은 단축하는것 같습니다.

dix 2006-03-1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거인이(저 역시 사실혼 관계) 보고 싶다고 해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됐는데,
보기는 제가 먼저 봤네요
다 읽고 나서도 계속 뭔가가 허전해 리뷰를 찾다 강쥐님 서재를 알게 됐어요
위에 분 말처럼 글이 정말 시원시원하네요~^^
한동안 강쥐님의 신나는 서재에 들락거리게 될 거 같아요

코마개 2006-03-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히히.
이렇게 알게되는 사람이 많아서 기뻐요.
아 그리고 우리 2008년 1월까지 잘 버텨 봅시다. 2008년 1월 2일에 혼인신고하면 멋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