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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시도한게 대체 몇번이냐.
논문 때문에 읽어야 해서 시도를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었다.
책이 어려워서? 결코 아니다. 번역이 너무 '거지 같아서' 의미 파악이 안되었다. 그간의 책들은.
그런데 책세상에서 나온 이 책은 번역이 제법 깔끔하다.
물론 군데 군데 뭔 소리인지, 쉼표를 안 찍어 놔서 서술어가 어느 주어에 걸리는지 파악이 안되는 문장도 있기는 하다.
이 책이 쓰여진 때는 1859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으로 부터 110년전이다.
이 책의 핵심적 주장은 이것이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것"
자유의 기본영역으로 다음의 셋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내면적 의식의 영역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실제적이거나 사변적인 것, 과학·도덕·신학 등 모든 주제에 대해 가장 넒은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가지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를 지녀야 한다. 셋째, 이러한 개인의 자유에서 이와 똑같은 원리의 적용을 받는 결사의 자유가 도출된다.
아...이 얼마나 지당한 말씀이신가.
우리 헌법에도 자랑스럽게 명시되어 있는 양심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110년 전에 이미 한권의 논문으로 말씀하시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전 이라는 것이 시간에 관계 없이 울림을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자유론을 읽으며 한국 사회를 떠올릴때 쪽팔림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밀은 이미 110년 전에 공교육의 도입으로 인하여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양식이 같아질 것을 우려하였고, 그로 인해서 이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박해 받을 것을 염려하였다.
그는 법적 제재를 염려하기 보다는 여론에 의하여 재판되고 응징되는 것을 더욱 경계하였다. 법은 차라리 통제가능하지만 대중의 관용 없는 여론에 의한 탄압은 제어 불가능하며 법적 처벌보다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이 얼마나 놀라운 선견지명인가. 딱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면서 말하는 듯 하다.
그는 또한 자유토론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힘있게 주장한다.
그 이유로, 첫째는 모든 의견은 진리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둘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고 할지라도,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 수 있으며, 대개는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틀린 의견은 없다는 것이다. 셋째, 통설이 전적으로 진리라 하더라도 그러한 토론의 시험을 거치지 않는 다면 합리적 근거없는 편견으로 여겨질 뿐이며, 넷째, 그러한 통설은 의미가 퇴색되어 세월의 흐름과 같이 독단적 구호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토론 문화라는 것이 어떠한가를 생각할때 우리 모두 마음 깊이 새겨야 할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발 더 나가 행동의 자유를 말한다.
우리 헌법 조항 중 '양심의 자유'를 말할때 양심결정의 자유, 양심표현의 자유를 말하면서 양심을 소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권리는 인정되지만 적극적 행동으로 양심을 행동으로 옮길 자유는 부정하는 것이 대개 학자들의 이론이다. 그런데 110년 전의 존 스튜어트 밀은 이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결국 어떤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공공에게 명맥하게 해를 끼치거나 아니면 해를 가할 위험성이 분명할 때, 그 행동은 자유의 영역에서 벗어나 도덕이나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단순히 피해라고 개연성에 지나지 않는 것, 또는 건설적 피해라고 부를 수 있는것-어떤 구체적인 공공 의무도 침해하지 않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누구에게도 눈에 띌만한 손해를 주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이 정도의 불편은 자유라는 좀더 큰 목적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
즉, 공안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나올 때마다 듣게 되는 "이러다가 광화문 한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부르는 놈들이 나타나면 어쩔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래서 뭐, 그냥 둬. 만세좀 부른다고 뭔일 나니?"라는 자세를 가지라는 말씀.
얼마전 "한국전쟁은 통일내전 이었다"라는 발언에 생난리를 치며 "국가 정체성이 위태롭다. 국가가 위태롭다"고 하던 분들께도 밀은 해답을 알려주고 계시다. 친절하게도.
야만인들이 사는 지역에 문명이 스며든 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야만적인 풍습이 되살아나서 문명을 해칠까 두려워 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들이 이미 과거에 정벌한 적 앞에서 무너질 수 있는 문명이라면 그런 일이 있기 전에 이미 몰락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문명의 공인된 사제나 이론가 또는 그 누구도 그에 맞설 능력과 희생을 감당할 생각이 없음이 분명하다. 그런 문명이라면 하루 빨리 사라지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렇지 않고 힘이 넘치는 아먄족들에 의해 파괴되고 무너진다면, 서로마제국이 보여주듯이 상황만 더 악화될 것이다.
사족 : 이 글을 보고 "대한민국 차라리 얼른 망해버려라"라고 하는 네티즌 있어...라는 제목으로 신문기사 뽑히고 여론재판 받는거 아닌가 모르겠다만, 별 걱정은 안한다.
그리고 번역은 훌륭하고 뒤에 해제도 좋았으나 번역자는 우리 말에 쉼표 기능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 하시어 적절하게 사용하는 미덕을 보이셨으면 좋겠다. 몇몇 문장은 주어가 어느 것인지 서술어와 상호 호응이 잘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