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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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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명한 책을 이제사 보게 되었다.
영화는 아직 못봤고.

그런데 소설 그 자체가 그냥 영화다.
시나리오도 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 속에 떠오른 배경은 그리스의 한 섬을 배경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중해 특유의 부서지는 햇살을 배경으로 하면 좋겠다.
소설의 배경은 칠레지만 그리스에서 칠레 이야기를 찍는다고 안될건 없으니까.

배경음악 중 '우리 승리하리라'는 빅토르 하라의 노래로 깔고.
쿠데타가 나는 날 라디오에서는 "산티아고에 비가 내립니다"라는 말이 흘러 나오도록 하고...

시인을 통해 시를 배우고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고, 다른 삶을 사는 마리오와 그 마리오를 성가셔 하면서도 항상 도와주게 되는 시인.
그리고 칠레혁명.

남미 특유의 열정으로 들끓는 초반과,
웃음이 비실 비실 나오게 만드는 마리오의 습작시인 생활.
그리고 아옌데 정부의 몰락과 네루다의 죽음이라는 저 깊은 나락으로 내동댕이 쳐지는결말.

더 이상 주절댐은 작품의 감흥을 망치는 일인듯 하다.
영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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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아이들 사계절 아동문고 52
노경실 지음, 김호민 그림 / 사계절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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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신

강쥐의 집 맞은편에는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공사판 '판네루'로 밤이면 문을 닫고 셔터를 대신하던,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며,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노가리에 소주를 한잔 하던 그런 가게였다.
그 가게말고 조금 떨어진 곳에 좀 깔끔한 '연쇄점'이 있었는데 강쥐는 그 가게를 '새가게'라고 불렀고 종종 그가게를 갔다. 그러나 동네 아줌마들은 '새가게'보다는 기존의 가게를 더 애용했다.
기존 가게는 '00이네'라고 불렀는데, 강쥐같은 동네 꼬마도 00라고 이름을 불렀지만 사실 강쥐가 이름을 마구 불러도 좋은 꼬마가 아니었다. 이쯤 되면 알것이다. 00라는 사람이 정신지체가 있구나라고....

그랬다. 00는 지금 기억에 10대 후반쯤 되는 나이였을 것이라고 짐작하는데, 어느 동네에나 있던 '바보'였던 것이다. 00이는 누나 2명에 남동생이 한명 있었다. 남동생은 00를 매우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
강쥐는 00이를 매우 무서워 했다. 체구가 작았던 강쥐에 비해서 두배는 되는 몸집이었고, 인형 등을 뺐어 갔는데 안뺐기려고 하면 마구 때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쥐가 빼앗겼던 분홍색 토끼 인형이 기억난다. 다음날 00 엄마가 깨끗이 빨아다 주었던 것도.

그 후 어느정도 철이 들고 강쥐네는 이사를 갔고 그 이름을 잊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이름을 기억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신문에서...
이미 결혼한 00의 언니와, 아직 미혼인 다른 언니가 00에게 "너 때문에 내가 결혼도 못하고, 시집에서 구박 받는다"며 00를 목졸라 죽였다는 기사였다.

제 2신

강쥐와 동갑인 순이가 있었다. 그런데 순이는 생일이 빨라서 한해 먼저 학교에 들어갔다. 강쥐는 유치원에 다니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순이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강쥐는 순이를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강쥐는 순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아쉬운 김에 노는 거였다. 왜냐면 너무 얌체였고 순이의 언니 오빠도 욕을 하고 사납게 굴었기 때문이다.
순이의 아빠는 리비아에 다녀오셨다. 하긴 80년대 리비아에 아버지가 가 있는 사람 발에 체이도록 많았다.
순이 아빠는 리비아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오셨고, 어느날 같이 모시고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제주도 효도관광을 보내 드렸다.
그리고 며칠 후 할아버지 할머니가 관광에서 돌아오셨을때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
순이네 식구가 아무도 모르게 몽땅 이사를 가버린 것이다.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3신

강쥐를 어려서부터 매우 이뻐하던 아줌마가 있었다. 항상 깨물어 보자 하시며 이뻐서 물고 빨고 하셨다.
그집 언니 오빠들도 매우 이뻐했다. 아줌마는 아픈 우리엄마를 대신해서 소풍도 따라가 주고 하셨다.
강쥐가 성인이 되었을 때였다. 엄마가 "아줌마 돌아가셨대. 자살하셨대"라고 하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 "왜?"라고 묻자 "모르지. 그런데 그 딸년한테 전화해서 엄마 지금 죽을거라고 그랬는데 딸이 맘대로 하라 그러고 끊었대. 그리고서는 나중에 아들이 퇴근해 들어오니까 죽어 있더래"

강쥐가 어린시절을 보낸 지지리 못살던 사람들의 동네에서 벌어졌던 일들이다.
이것 말고도 엄청 엄청 많은 사연이 있다.
그럼 강쥐가 매우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 동네는 빈민들이 많이 살았고 지금도 정말 못사는 동네니까.

이 책이 그렇다.
못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이야기.
못살기 때문에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 악착같을 수 밖에 없고, 있는 자에게는 악다구니로 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생존의 얘기인 일들.
상계동에서 만나는 내 어린시절의 모습이다.

사족 : 서울올림픽 당시 판자촌이던 상계동을 외국인이게 보이는게 부끄럽다며 정부는 상계동이 보이지 않게 길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철거를 단행하여 이에 대항하는 주민들의 저항을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그 상계동은 지금 어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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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나라 1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8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책세상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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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은 중국에서도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알고 있다.
얼마전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도 좋았던 기억도 있고, 중국 문학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모옌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리하여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술의 나라를 사서 보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부터 말하자면 난 2권 1/3까지 읽고 포기 했다.
포기한 이유는 모옌의 잘못도 아니고 전적으로 나의 문제도 아니라 번역의 문제였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의 이력을 보면..

박명애 - 1961년생,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3년 문학 사상으로 등단했다. 번역자이자 소설가이며, 특히 모옌문학전문가이다. <자유인> 외 단편소설 8편, <운해> 외 중편소설 5편을 발표했으며 <계수 나무 향기> 외 장편소설 3권을 펴냈다. 옮긴 책으로 <술의 나라>, <탄샹싱> 등이 있다. 또한 최수철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 윤대녕의 <미란> 등을 중국어로 옮겨 중국에서 펴내기도 했다.

고 되어있다. 이 화려한 이력을 나는 믿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맥락 연결이 안되는 번역과 피동문의 과다한 사용과 등등
내가 전문적 비평가는 아니어서 꼭집어 말하기 곤란하나, 책읽기 자체를 방해하는 매우 좋지 않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허삼관 매혈기 정도의 쫀득쫀득한 번역을 기대한다면 넘 큰 바람인가?

이런 좋지 않은 번역은 다른 번역자가 번역할 수도 있는 것을 먼저 해버렸다는, 그리하여 다른 번역판이 나오는 것을 늦추게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모옌의 책은 전부 이 사람이 번역했던데 당분간 못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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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7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07-0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오랫만이예요. 지인의 스승님이시구나...님께서 한번 보시고 제가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한번 판단해 주셔도 좋겠는걸요.

2005-07-11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iaoming 2005-07-1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명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군요.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내는 입장이라면 본명을 밝혀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지요? 공정한 게임이 아니질 않습니까? 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읽고 있으면서 제게 개인적으로 서신을 주시는 데 여전히 익명으로 답신을 보내시다니 그 저의가 무엇인지요? 그렇게 익명으로 편지를 보내실 양이면 그저 공개적인 인터넷 상에서 다시 한번 서술하시는 게 낫겠지요. 저는 국내에 살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또한 여러 가지 형태로 바쁜 탓에 지인이 알려 주지 않았다면 사실 인터넷 상에서 그렇게 신랄한 평가가 서술되어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십시다. 독자님이 저의 입장이 되어 번역에 미쳐 거의 생의 끝자락까지 갔다고 칩니다. 그런데 번역작품을 다 읽기도 전에 그처럼 매도질을 한 독자를 만나면 댁 기분은 어떨지요? 보아하니 중국문학을 모르는 것도 아닌 듯하고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스타일도 아닌 듯하군요. 제게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그토록 악의에 가득찬 평가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번역작품에 대한 평가인지요? 아님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지요?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면 성명을 밝히고 어떤 이유로 내게 이토록 공격을 가하는지 육하원칙 아래 분명한 의사를 밝히길 바랍니다. 그럼 그에 상당한 대응을 해 드릴 용의가 충분히 있습니다. 7월 12일 상하이에서 박명애
여전히,
누군지 명확하게 모르겠지만 모옌소설 박명애번역본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해 주신 독자님에게 다시 소신껏 서신을 드립니다. 모옌선생과 위화는 작품세계가 많이 다릅니다. 모옌은 환상주의에다 현실적 비판주의에 주제를 맞추고 있다면 위화는 어디까지나 낭만주의에 바탕을 둔 유미주의 작가입니다. 비슷한 연대에 태어난 중국대륙의 작가라고 해서 두 사람의 작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슷한 스타일로 읽혀지길 기대하는 독자님의 기대는 기대라기보다 그 두 사람의 작품세계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평가를 내렸다 여겨집니다. 그리고 모옌선생님과는 늘 자주 만나는 친구 사이이고 한국의 다른 번역자가가 그 선생의 작품을 번역을 한다고 해도 출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분의 한국출판권을 갖고 있지 않는 한 혹여 번역을 한 것을 한국내에서 출판을 한다고 해야 원작자의 동의를 얻지 못한 해적판에 불과합니다. 제 번역작품에 대한 혹평을 내리기 전에 저나 모옌문학에 대해 독자님께서 좀더 심도 깊은 지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래도 저는 최소한 모옌선생의 작품을 번역하기에 앞서 원어로 된 선생의 작품을 ALL 외운 뒤 작업을 시작합니다. 거의 광적인 열정을 기울여 번역에 임하고 있는데 아주 놀라운 혹평을 해 줗셨으니 그 정성을 뼈에 아로새겨보겠습니다.
2005년 7월 13일 상하이 작업실에서 박명애 드림






靑山橫北郭
白水堯東城
此地一爲別
孤蓬萬里征
浮雲遊子意
落日故人情
揮手自玆去

코마개 2005-07-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참..
우선 선생님의 말씀들에 몇가지 토를 달면 제 리뷰에 대해서 기분이 나쁘시다거나, 정당한 리뷰가 아니다 라는 말씀들을 이유를 들어 하신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쫀득쫀득이 어느 경우에 쓰는 형용사 이냐 라던가 본명을 말안한다고 비겁하다고 하는 등 본질과 어긋난 부분만 자꾸 거론 하시면서 흥분하신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지 않게 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본명을 말 안한다고 무척 흥분하시는데 본명 여부 등에 대해서 신경조차 안썼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필명쓰기는 매우 보편적 현상이며 제가 하루에 열두번씩 아이디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알라딘 서재에 강쥐라는 이름의 서재 주인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즉 사이버 공간에 강쥐라는 또 하나의 인간이 있는 것이죠.
아이디를 사용하는 문제는 이해를 하시든 하지 않으시던 그렇습니다. 선생님도 piaoming이라는 아이디를 사용 하시듯이. 본명을 왜 말씀 못드리겠습니까. 임현경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한에 임현경이라는 인간은 100명도 넘게 살텐데 그게 뭐 그리 중요한지요. 차라리 알라딘에 존재하는 강쥐라는 인간이 더 명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 님께서 서재 주인에게만 보이기로 글을 올리셔서 저도 님이 공개를 꺼리시는 것으로 보아 님에게만 보이도록 해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적 원한이 있는가 물으셨는데 선생님의 번역에 대해서 좋지 않게 말하면 모두 개인적 원한에 의한 것인지요? 전 선생님을 본적도 없고 책에 소개된 역자소개 외에는 누구신지 모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개인적 원한을 가지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13일의 글은 저도 다시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옌과 위화의 작품세계가 다른데 혼동한것 아니냐 등의 말씀은 제 리뷰에 대한 본질적 지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지적들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살펴보고 판단할 여지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판권 언급 부분은 다른이의 번역에 관한 제 얘기에 대한 말씀이신것 같은데 판권을 누가 가지고 있을까 까지 염려하며 다른 번역자가 번역할 수 있지 않았을까를 기대하진 않죠. 출판사 사람 아닌 다음에야 알 수도 없는 일이고.
선생님께서 모옌과 친한 사이이고 그의 작품을 다외우고 심혈을 기울여 번역을 하신다면 그건 선생님의 열정이고 노력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러니 나에게 혹평 내지는 나쁜 소리 하지 말라는 결론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개인적 열정은 높이 사더라도 독자의 평가는 별개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번역에 대해서 혹평을 해서 감정이 좋지 않으신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리뷰에 대한 반박외에 감정적 대응은 좋지 않다 하겠습니다.

지나가다 2012-10-31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감해요~ 번역이 참 중요합니다. 번역가가 누구인지를 보고 책을 사보는 편인데.. 전 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

유안우 2021-11-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오고 간 이야기가 있었다니... 모옌 번역, 특히 < 붉은 수수밭> 번역을 두고 아쉬운 마음을 곱씹고 있던 중에, 참 반갑습니다. 제 의견도 그렇습니다만, 번역이 참 마음에 안 듭니다. 알라딘 마이리뷰 <붉은 수수밭, 문학과 지성사, 심혜영 옮김>에 글을 올린 것으로 대신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그저 독자이고 읽는 재미를 번역을 보고 아쉬움을 말할 뿐입니다.
 
다니
김용규.김성규 지음 / 지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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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소설! 처음 듣는 말이다.
지식소설이 무엇이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건전한 지식에는 대부분 그와 대립하는 지식이 존재한다. 서로 대립하는 이들 지식 쌍은 경쟁하면서 어느 한쪽이 자연도태하지만, 상당수가 서로 영행을 미치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지식들은 갈등하고 싸우며 승리하거나 패배하고 또 살고 죽는다. 이러한 지식들의 갈등구조와 진화과정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소설이 지식소설이다.

그러면 이 소설의 대립하는 지식은 무엇인가. 생물학적 결정론과 환경결정론, 본능주의와 행동주의가 대립하고 있다.
이 소설의 저자는 철학자인 김용규와 불문학자인 김성규로 공저이다. 보스니아의 한 소녀의 절규를 계기로 인간의 학살 행위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다가 쓰게 되었다 한다. 철학과 불문학을 전공한 저자들의 생물학적 지식과 필력에 놀라게 된다.

이야기의 기본틀은 아프리카 밀림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는 제니퍼를 중심으로 숲의 벌목으로 자신들의 거처를 잃게되는 다른 무리의 침팬치들이 이주할 곳의 침팬치들을 제노사이드하고 이를 막기위한 제니퍼의 노력을 기본 얼개로 하여, 문화대혁명 당시 아버지를 잃고 입양된 제니펴를 대비하여 인간과 동물의 제노사이드의 차이와 인간의 광기와 폭력성 등을 고발하고 있다.

사실 이 소설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길게 말하는 것보다 책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 훨씬 훌륭한 리뷰가 될 수 있겠다 싶다.

워싱턴 대추장(대통령)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대추장은 우정과 선의의 말도 함께 보냈다. 그가 답례로 우리의 우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는 그로서는 친절을 베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대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것이다.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이 총을 들고 와서 우리 땅을 빼앗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대지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대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대지의 모든 부분이 신정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기슭, 검은 숲속의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 속을 흐르는 수액은 우리 紅人의 영혼을 실어 나른다.
 백인들은 죽어서 벌들 사이를 거닐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버리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대지를 결코 잊지 못한다. 여기가 바로 우리 홍인들의 어머니의 품속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지의 한 부분이고 대지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은 모두 한가족이다. (.....)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목소리다. 강은 우리의 형제고 우리의 갈증을 풀어준다. 카누를 날라누고 자식들을 길러준다. 만일 우리가 땅을 팔면 저 강들이 우리와 그대들의 형제임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 형제에게 하듯 강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땅을 사겠다는 당신들의 제안을 고려해 보겠다.  그러나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즉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개인이니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나는 초원에서 썩어가고 있는 수많은 물소들을 본 일이 있는데, 모두 달리는 기차에서 백인들이 총으로 쏘고는 그대로 내버려둔 것들이었다. (......)

 짐승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들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
 땅이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거미줄을 짜는 것이 아니라 그 거미줄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거미줄에 행한 일은 곧 그 자신에게 행한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던 것처럼 이 땅을 사랑해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보아 달라.  당신들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에 간직해 달라. 온 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당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신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우리는 한 가지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신은 하나라는 것을. 이 땅은 그에게 소중한 것이다. 백인들조차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1854년 땅을 팔라는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의 제안을 받고 수쿠아미시족의 시애틀 추장이 답한 연설문.

길지만 인용한 까닭은...미개인이라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가 나보다, 많이 배운 문명인 이라는 우리보다 더 많은 진리를 알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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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범우문고 148
김유정 지음 / 범우사 / 2002년 2월
품절


경춘선을 타고 가다가 강촌 다음에 나오는 김유정역. 원래 신남역이었으나 지난 12월 개명하였다. 마을 이름은 실레마을로 김유정이 집필활동을 하던 곳이다. 간판이 좀더 운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더불어 내가 역장이라면 역 주변에 생강나무를 무지하니 심고, 방문기념 스탬프도 하나 만들어서 찾는이의 기차표에 꾸~욱 찍어주련만. 그런데, 저 여자는 누구지?

김유정역의 왼쪽편에 있는 김유정 문학촌 전경. 아담하니...사실 볼것은 별로 없다.

김유정이 매일 술 마시며 인근 학교의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쌈질해가며 글 소재를 마련하던 주막터라 한다. 여력만 좀 있으면 내가 저 폐허를 사서 술집을 하련만...

기념관 안에 전시된 동백꽃. 분명히 나와 점순이는 노란 동백꽃 숲으로 자빠졌는데 책 표지는 빨간 동백꽃이다.
노란 동백이 있는게 아니라 책속에 나오는 동백꽃은 생강나무를 말한다. 노란꽃이 조팝처럼 피는 생강나무.
겨울이어서 기념관 내에서 생강꽃을 보지는 못하였다.

요기, 요기가 나와 점순이가 자빠진 그 동백꽃 숲이다. 보다시피 동백꽃이 아닌 소나무 숲이다.
뒷산인 금병산에 초여름이면 개동백이 흐드러 진다 하니 김유정 상상력이 합성해낸 장소라 할까....

여기는 김유정이 마을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학교라 한다. 앗! 저기 빨간 옷의 저 여자 또 따라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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