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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것만으로도) 당장 책 속으로 뛰쳐들어가 죽여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비열하면서도 현실감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여타 작가들보다 월등한 미야베 미유키의 특기라고 본다. 물론 독자를 흥분하게 할 정도로 악랄한 캐릭터를 만들 줄 아는 작가들은 꽤 많았다만, "당신은 살면서 이런 쓰레기들은 꽤 자주 보게 될 거야."라는 환청과 함께, 번뜩이는 경감심을 울리는 작가는 얼마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는 기리노 나쓰오가 더 낫다고 할지 모르겠다만, 사실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추잡한 악의만으로 가득 찬 세계에 매우 공감하기 힘들다. 아직 내가 세상을 너무 무르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만, 여하튼 지금의 난, 미야베 미유키처럼 회의하는 보수주의자 쪽 세계관에 한 표 던지겠다. 종종 사는 게 더럽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만, 그래도 곰곰이 찾아보면 꽤 재미있고 설레는 일도 많지 않은가.
<스나크 사냥>에는 개개인의 그런 사소한 행복을 풍비박산 내는 쓰레기들이 무려 두 명이나 등장, 지난 몇 달 간 내게 최고의 악역으로 군림한 <이름 없는 독>의 '그녀', 겐다 이즈미를 가볍게 제끼고 초반부터 거침 없는 행보를 보이며, 독자의 불붙은 살의와 인내심에 가솔린을 바가지로 부어댄다. 하지만 쓰레기들을 맞이하는는 주인공들의 분노는 독자들에 뒤지지 않으므로, 역시 쓰레기들의 저열한 행위에 합당한 수준의 처절한 응징을 준비하고, 또한 실행에 옮기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어디까지나 복수의 주체인 주인공들에게 들끓는 폭력성을 의탁한 채, 책에 눈을 떼지 않으면 그걸로 만사는 해결될 일이다.
92년에 발표된 초기작치고는 플롯도 꽤 탄탄한 편이다. 매번 서술 시점을 달리하며 이야기의 스케일과 정보의 양을 급격히 확장시키다가도 끝내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소설을 마무리짓는 솜씨만큼은 결코 무디지 않다. 물론, 뒷표지에 적힌 '독자들이 꼽은 미야베 미유키의 진정한 최고작'이란 문구를 고스란히 믿고 비교 대상을 <이유>나 <모방범>에 고정시킨다면, 어쩔 수 없이 기대 이하겠다만, 유난히 짧게 끊어치는 문체는 미야베 미유키 소설 중 <스나크 사냥>이 독보적이니, 어떻게 플러스 마이너스 샘샘으로 갈 수는 없겠는지?(←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시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