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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찾아서
박정석 지음 / 민음사 / 2005년 5월
평점 :
난 기행문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도 동남아시아나 중동, 중남미 기행문들을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에 대한 신문 광고는 정말 혹했다.
용을 찾아서 가는 여행이라니...그것도 내가 매우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코모도 도마뱀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라지 않는가. 그래서 어서 어서 서둘러 구입을 했다.
그러나 결론은...코모도 도마뱀의 꼬랑지도 나오지 않는다. 난 그 멋진놈의 사진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기행문이라 하기도 그렇고, 여행 안내서는 더더욱 아니며, '올해의 논픽션'상을 받았다는데 그렇다고 다큐도 아니다. 내 생각에는 '여행 에세이'정도로 말하면 어떨까 싶다.
예전에 친구와 여행하면서 겪은 일이라던가 사변적인 이야기들 등등.
그녀가 여행하는 방식은 나와는 참 많이 달랐다. 우선 가방 꾸리기부터. 나는 최대한 적게, 최대한 가볍게 가져가기를 실천한다. 옷도 입고 빨고 그 사이를 매워줄 여벌옷만 가져간다. 생필품도 샘플화장품이 달랑. 나의 모토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가면 알아서 되겠지"이다.
그러나 그녀는 '반바지와 반소매 셔츠, 샌들, 긴바지에 긴팔 셔츠, 얇은 스웨터, 튼튼한 운동화, 손톱깍이, 다용도 칼, 우산, 반짇고리, 선글라스, 수영복, 양말, 가이드북, 읽을 책, 사전, 카메라, 세면도구, 기초화장품, 워크맨과 테이프 몇개, 상비약, 폼클렌징, 파우더 클렌징, 엑스폴리에이터, 샴푸, 타월..."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엑스폴리에이터는 뭐지? 파우더클렌징은 또 뭐지???
나와 참 많이 다르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이 책이 확 끌리지 않은 이유는 문장이 만연체에 장식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나는 좀 건조한 문장을 좋아한다. 맥락에서 별 필요없는 수식은 모두 떨어낸 아주 경제적인 문장.(전혀 문학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데 그녀의 문장은 이런 식이다.
"숙소가 늘어선 골목은 조용하고 어두웠고 케이마트의 붉고 하얀 k자 불빛만이 어둠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오늘 하루를 바다에서 지낸 관광객들은 이미 잠이 들었을 시간이다. 꾸다의 파도에 시달리고 태양에 달아오른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면서"
이 책을 읽으며 매우 맘불편한 부분이 한군데 있었다.
'은전을 삼키는 아이들'이라는 장이었는데 호수에서 벌거벗고 헤엄치던 아이들에게 서양인 노인네들이 백루미파짜리를 뿌려댄다.(12원 정도라 한다.) 그러자 아이들은 그 돈이 바닥에 가라앉기 전에 잡으려고 버둥거리며 난리가 나는 것이다. 호수에 먹을 것을 던지면 잉어들이 마구 몰려들어 버둥거리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외국인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한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워요! 저 애들 정말 근사하지요!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도대체 뭐가 아름답고 뭐가 근사하지? 안정효의 은마를 찾아서를 보면 한국전쟁통에 미국의 트럭을 뒤쫓아가며 아이들이 외친다. "헬로, 기브미 쵸코렛, 기브미 껌" 그리고 노래도 한다. 뻐꾹 뻐꾹 뻐꾸기의 노래가~~그 리듬에 맞추어. "헬로, 헬로, 기브미어 쵸코렛, 헬로 헬로, 씹던 껌도 괜찮아"
더불어 그녀는 그녀의 친구와 스노쿨링을 하면서 열대 생물을 채집하여 어항에 가져다가 키우기도 한다.(그녀의 친구가) 이거 문제 있어 보인다. 뭐 난 그리 도덕적 인간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생물체를 외국에서 국내로 함부로 들여오면 생태계 교란 등의 위험이 있어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행동은 문제 있어 보인다. 어항에 키우다 죽으면 버릴거라 해도 '나는 괜찮아'라고 생각해서는 안될듯.
대개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 가면 사람들이 좀더 억세고 돈을 밝히며 계속적으로 관광객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 전체를 싸잡아 미워하게도 된다. 그런데 차라리 그런 모습은 솔직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교양 넘치고, 예의 있고, 상식적이어 보이지만 말도 안되는 이유로 타국가를 침범하고 이를 지지하는 그 누군가 보다는 솔직하고 피해도 소박하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온순한 사람도 굶어 죽을 지경이 되면 그냥 굶어 죽는 사람과 이대로는 안된다고 악이 받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해해야지...
그런데 속았다는것을 알면 또 화가나는건 어쩔 수 없다. 아직 도가 안텄나보다.
결론은...나처럼 코모도가 궁금해서 보는 사람은 실망할 것이며, 그냥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무난하다. 그리고 책이 좀 과하게 무겁다. 종이가 두꺼워 그런것 같은데 여행지에서 읽으려다가 '가방은 가볍게'라는 모토에 어긋나는 책이어서 지금 읽어버렸다.
그나저나 코모도 도마뱀을 보고 와서 쓴 여행기는 없으니 내가 다녀와서 써볼까...팔릴까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