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답다. 5월의 기분좋은 바람 때문이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난 후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카뮈의 스승이라기에 실존철학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르니에 선생의 서정성 있는 문체 속에 다 녹아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지만.(부조리나 반항과 같은 어휘가 등장하기는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르니에 선생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방, 그의 정원, 그의 거리, 그의 여행, 그의 고양이 물루까지도 말이다. 물론 이국의 정서에 대한 나의 향수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그르니에라는 한 인간에게 사로잡힌 것이리라. 그의 박식함도 부럽긴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정말 자유스러워 보였다.

아름답고 또 자유스럽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카뮈의 서문에 정말 공감이 간다. 그럼 나는 내게 이 책을 알게 해준 카뮈에게 감사를 해야겠군. 카뮈 선생, 고맙소. 나도 주변에 열심히 권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2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중 국내에서 가장 먼저 라이센스화된 작품이다. 그만큼 작품성과 인기도를 인정받았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아다치의 다른 만화들 속에서도 <H2>광고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하는데, 작가가 <H2>에 대해서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H2>는 스토리면에 있어서는 기존 아다치 작품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기존의 3각관계에서 4각 관계로 발전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만의 미묘한 복선과 암시의 사용은 오히려 <터치>나 <러프>보다는 줄어든 느낌도 들지만, 남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줄인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여전히 그의 스타일은 살아있으며, 그만의 유머 또한 순수한 재미를 더해준다. 또 92년에 시작된 만큼 기존의 작품들보다 작화가 좀더 깔끔해진 느낌도 든다. 이쁜 하루까. ^^;

뿐만 아니라 기존 작품들이 청춘/스포츠 중 청춘 쪽에 치중했다고 한다면, [H2]는 스포츠 쪽에도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다. 열혈정신 같은 것은 없었지만 분명히 가슴이 뭉클해지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터치>나 <러프>보다 훨씬 더 그랬다. 히로가 축구부를 나오고 공을 던지는 부분이라든지, 이를 악물고 공을 던지는 모습이라든지가 말이다. 작화가 좋아진 것과 관련짓자면, 히로의 투구폼은 [터치]의 타즈야의 투구폼에 비해 훨씬 리얼하고 힘에 넘치고 있었다. 멋진 히로. ^^;

단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권수가 좀 많고 그래서인지 산만한 느낌이 든다는 점인데, 그것 때문에 재미로 단순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엔딩은 조금 밋밋한 느낌이 있지만,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해보면 역시나 여운을 남긴 처리임을 알 수 있다. 아다치의 야심작(?)이니만큼, 역시 적극 추천한다. 2001. 5.28 by f.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인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카뮈는 끝까지, 궁극에까지 명철하고자 했다(그는 이성을 결코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과 현실과의 모순이 있기 때문에 부조리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일차적으로 예술가로서 이해해달라고 했다. [시지프 신화]에서 부조리의 감정과 부조리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나(쉽게 말하면 [이방인]은 감정, [시지프 신화]는 개념), 이방인의 내용뿐 아니라 서술기법에도 많은 관심('미국소설 기법에서 힌트를 얻고,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관심사와 일맥상통하며 누보 로망을 예고하는 작품')을 쏟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였으리라.

[이방인]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눈 앞에 있는 듯한 여름날의 뜨거운 정경에 대한 묘사였다. 그리고 '태양 때문에'. 실존철학 소설의 (하나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 작품에서 이런 서정성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잘못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카뮈는 뛰어난 작가다. 물론 동시에 뛰어난 철학자(그는 이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했지만)이기도 하다. 완전히 그 분위기나 서술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국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를 읽으며 사뭇 카뮈를 존경하게 된다. 2001. 5.22 f.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민음사 세계시인선 3
랭보 지음, 김현 옮김 / 민음사 / 1974년 5월
평점 :
절판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책을 사서 읽었다. 그래선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메세지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랭보 자신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을 이런 시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는 정말로 천재다. 몇 번인지도 모를 만큼 이토록 꼬아놓다니.

듣지도 못했던 식물들(서양지치,사출화,메꽃 등)이나 우리말로 번역해도 어려운 단어들은 한층 더 시를 이해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다. 요컨대 그의 정서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 주제에 그를 천재라고 칭하는 것은 그에게는 모욕일런지도. 그러나 랭보씨, 우리가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고 있었다 해도 서로 이해할 수 있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겠죠.

어쨌든 천재가 아닌 나로서는 수사적이되 현학적이지는 않은 그의 문장들에서 그의 옅은 향기만을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불어를 모르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번역된 시만큼 애매한 문학도 또 없다. 랭보씨 다시 한 번 미안.

2001. 3. 6 f.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시선 161
정호승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안하다'로 정호승이란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이 시집까지 사게 되었다. '미안하다' 정도로 묘하게 기억에 남는 시는 없었다.(한꺼번에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는 사랑 얘기를 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사여구나 간절한 구애를 늘어놓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담담한 어투를 보이고 있었다. 형식적인 면을 봐도, 산문시가 주를 이룬다.

이렇듯 평범해보이는 그의 시가 신선하고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시 안에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그는 기교 부리지 않고 진심을 담아낸다. 처절한 진심을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다. 처절한데, 처절하게 갈 데까지 갈 수는 없어서 담담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야 하는데, 안 죽고 살아서 시를 쓰고 있는 거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우리 사는 게 그런 거지 뭐.

p.s. '미안하다' 외에 기억에 남는 시가 몇 있지만 그 중 '첫키스에 대하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가 뛰어난 시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시다. 첫키스의 그 강렬한 느낌을 바다의 이미지를 빌어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책 사길 잘했다. ^_^

2001. 3.21 f.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