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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Noise 1
니헤이 츠토무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브레임](이하 블레임) 작가의 단편 아니 사실은 블레임의 외전격인 작품으로, 블레임의 세계관과 동일선상에서 블레임 이전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작가는 블레임을 읽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 같다. 만은,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되기는커녕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블레임이 디스토피아 속에서 실낱 같은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내용인데 반해, 본작 [노이즈]는 아포칼립스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어째 둘다 디스토피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동일하다. 본작에서의 아포칼립스란 바로 일개 '교단'으로 인해 전인류(?)의 넷단말 유전자 제거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넷스피어가 무한 증식하게 되면서 비인간(통상적인 의미로서의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의 개체수가 인간의 수를 압도하게 된다는 설정인 듯싶다.
이 과정에서 넷스피어의 안정을 꾀하는 세력인 세이프가드의 존재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블레임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는 배후 세계관이 베일에 묻혀있어 독자로 하여금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이것은 워낙 대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주문화측의 블레임 날림 번역도 한몫을 한다.
블레임을 연재하는 중간에 쓴 작품인지 작/화풍은 블레임과 똑같다.(맨뒤에 부록격으로 수록된 초기작을 제외하면.) 어두운 배경과, 무거운 스크린톤, 거친 그림체와 절제된 대사, 그리고 수족이 떨어져나가도 표정조차 변하지 않는 인물들의 무표정, 무감정까지. 또한 '악당'격으로 등장하는 교단의 '비인간'들의 디자인 역시 블레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준급의 그로테스크를 자랑한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맨 뒤에 수록된 초기작인데, 아직 자기 스타일을 성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블레임으로 가기 전의 과도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필살무기' 분위기의 마지막 한 방을 아끼는 부분(이것은 블레임에서도 등장하지만 차이점은 블레임에서는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점이다.)과 엔딩에서 주인공의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작가의 아직 하드보일드하지 못한 풋풋함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작가가 지금 블레임에서 드러내는 정서는 참을 수 없으리만큼 건조하다. 최소한의 육체적 고통이나 냉소조차도 억제되어 있다. 타 SF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어디까지가 인간이냐'하는 정체성의 질문에 대한 대답조차 블레임에서는 부재한다. 이러한 하드보일드를 넘어선 건조함에 나는 열광한다. [지뢰진]과 마찬가지로.
본작 [노이즈]는 블레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블레임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독자적인 평가는 어렵다. 본 리뷰가 거의 블레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리뷰를 쓰지 않는 주의인고로 블레임에 대한 리뷰는 유보하고 있는데, 이는 유쾌한 기다림에 다름아니다. 앞으로의 블레임에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by 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