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바이야트 민음사 세계시인선 12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지음 / 민음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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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영문학도에게는 잘 알려진 작품이라 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원작자는 오마르 카이얌이라는 11세기의 페르시아 수학자라는 점이다. 이것을 19세기에 영국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재발견하여 번역한 것이 당대 사회 분위기에 딱 맞아 히트를 쳤고 그렇게 영문학사에 있어 고전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피츠제럴드가 원전에 충실해 번역을 하지 않은 것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한글 번역본을 읽으면서 페르시아 원전을 너무 많이 훼손했다고 따질 수도 없는 일이고 오마르의 루바이(4행시)가 아닌 작자미상의 루바이를 끼워넣었다고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2차 창작으로서 이것은 피츠제럴드의 창작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피츠제럴드의 영어 원문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는게 오히려 예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19세기 말엽 유럽은 이른바 세기말 사조에 휩쓸려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극한 현세주의 혹은 carpe diem을 노래하고 있는 [루바이야트]가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얼마전까지 20세기초에 서있던 우리에게도 이는 전혀 먹히지 않을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조상도 노래했다고 하지 않던가, '풍류'라는 것을. 실제로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동시에 헤도니즘이라기보다는 에피쿠리어니즘을 배경으로 깔고 있기에 천박하게만 보이지도 않는다. 일상의 소중함을 자극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 '자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하며 은근슬쩍 퓨리터니즘을 강요하는 다른 수많은 책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삶에 지쳤을 때, 달리는 것을 멈추고 다른 책이 아닌 이 책을 손에 들도록 하자. 끝으로 영어 원문을 읽을 수 있는 사이트를 하나 소개한다. 민음사의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루바이야트] 초판에 들어있던 삽화가 들어있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다른 삽화를 만날 수 있다. by f.y.

사이트주소 http://www.arabiannights.org/rubaiy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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