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소의 책을 읽다가 퍼뜩 수키 김의 통역사가 김미소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통역사 다시 읽고 싶은데,

전자책이 없고 종이책은 절판이고(한국 집에는.. 잇던가?) 영어 원서는 중고로 배송료까지 비싸고.. ㅠㅠ


아 읽고싶다. 수키김 통역사 읽고 싶다. 읽을 당시에도 좋아했었는데 어쩐지 지금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킨들.. 사면 내가 읽을 수 있을까? ㅜㅜ

















얘들아 책은 역시 일단 사고보는게 진리다. 나중에 절판 되면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어. 일단 닥치는대로 사버리자. 나처럼..

그런데 한국 집에 저거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네.



아 이대로 나가려다가 잠깐.

지난번에 스피킹 테스트 볼 때 선생님이 내게 '너 이 영어 공부 마치면 한국가서 취업할거야?' 라고 물엇더랬다. 나는 응 그럴 예정이야, 라고 답했는데 선생님이 '싱가폴에서 직장을 찾을 생각은 없어?' 물어서, '음, 내 마음의 절반은 싱가폴에서 찾고 싶고 내 마음의 절반은 한국에서 찾고 싶어' 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내게 '너 싱가폴에서 직업 찾고 싶다면 한국어학교 가봐' 하면서 한국어학교 놋북에서 검색해서 보여줬다. '여기 싱가폴에서 제일 큰 한국어 학교야, 요즘 한국어 배우는 사람이 진짜 많거든. 여기에서 요구하는 자격이 있을테니 시도해봐. 물론 그전에 니가 영어를 마스터해야해' 라고 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물었더니 시도해봐! 라고 하셨다.


정착해버릴까, 싱가폴에.. 



아 수키김 통역사 읽고싶다.. 킨들 살까.. 나 킨들로 살까 얘들아....... 아니 왜 킨들은 있고 난리야?



가난한 유학생은 스타벅스 커피가 너무 비싼 관계로 버거킹 와서 사이다 시켜두고 글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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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15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킨들로 샘플 받아 잠깐 봤는데 못읽겠는데??

바람돌이 2025-09-15 18:53   좋아요 1 | URL
싱가폴 어학연수 끝날때쯤에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1등하는 다락방님인데? ^^

다락방 2025-09-15 18:55   좋아요 2 | URL
제가 그러려고 여기 와있는 것이긴 한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뭐 딱히 영어가 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 흐음..

바람돌이 2025-09-15 19:04   좋아요 1 | URL
아무리 1등이어도 그렇지. 아직 한달도 안됐는데요. ㅎㅎ 시간의 힘은 무섭습니다. ^^

망고 2025-09-15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거킹 가서 설마 사이다만 드셨어요? ㅠㅠ

다락방 2025-09-16 18:09   좋아요 0 | URL
사이다만 마셨습니다. 진상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9-1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집에는 있을까?
아…이런 문장은 쫌 멋진 문장 아닌가요?
비록 버거킹에서 사이다 시켜두고 글을 쓰고 계시다지만..ㅋㅋㅋ
근데 진짜 사이다만 드신 거에요?
그리고 어쩌면 싱가폴에서 제2의 직업이 생길 수도 있겠군요?

다락방 2025-09-16 18:10   좋아요 1 | URL
오, 인지하지 못했는데 그러고보니 겁나 멋진 문장이네요?‘한국 집에는 있을까?‘ 아... 뭔가 재벌 냄새 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막 한국에도 집 잇고 싱가폴에도 집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사이다만 마셨고, 오늘도 버거킹에서 사이다만 시켜두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1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좋은 정보 주셨네요. 요즘 세계 어디서든 한국어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많다고 하던데, 차근히 잘 알아보세요~
에구.... 진짜 사이다만 마신건 아니겠지요? ㅠㅠㅠ

다락방 2025-09-16 18:11   좋아요 0 | URL
진짜 사이다만 마셨습니다. 점심에 폭식을 해서 그런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가폴은 월세가 너무 비싸서 여기서 직업 가져도 월세 내면 남는 돈이 없을 것 같아요 ㅠㅠ

clavis 2025-09-1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퍼도 사드리고 싶고, 스벅도 사드리고 싶습니다.ㅠㅠ

다락방 2025-09-16 18:11   좋아요 0 | URL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관찰자 2025-09-1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저 저 빨간 커버 버전으로 <통역사>있는데, 지금 이 순간... 너무 보내드리고 싶네요.ㅠㅠ
수키김의 <통역사> 너무 좋은데.....아이고..

다락방 2025-09-16 18:12   좋아요 0 | URL
통역사 너무 좋죠! 근데 지금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집에 다녀오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통역사 가지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전 데이팅앱에 대한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인이 무작정 한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데이팅 앱으로 데이트를 하고 지낸다는 걸 언급한 적 있다. 그는 최근에 길에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 매력을 느끼고 그녀에게 우산을 건네면서 그 안에 쪽지를 넣어두었다. 그녀는 그걸 뒤늦게 발견하고 그에게 연락해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들 모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들 모두 나름대로 인기 있는 계정이었으며, 각자의 입장에서 영상을 올린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데이트 당일, 남자는 부산역에서 설레어하며 그녀를 기다리는 영상을 올렸고 드디어 그녀를 만나 데이트하는 과정이 인스타그램에 떴다. 나는 이 모든걸 그들을 팔로우한 적이 없는데도 보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데이트하는 영상을-물론 일부지만-모두에게 공개했다. 남자는 미국인, 여자는 한국인이었다.


아마 그런 영상들을 보게된 때문인지 그 뒤에 내가 보게된 영상은,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한국 남자가 외국에 머물면서 외국인 여성에게 말을 걸고 함께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 짧은 영상 만으로 그가 어느 외국에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럽이 아닌가 싶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그녀에게 시간을 보내자고 말을 걸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알겠다면서 함께 옷 쇼핑하는 장면이 그대로 보여졌다. 남자는 한국인 여자는 외국인이었으며 둘다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데이트하는 영상도 그렇게 모두가 보게 됐다.


그렇게 휙휙 넘기다보면 중국인 커플이 데이트하는 영상, 태국인 여성과 데이트하는 걸 찍어 올리는 독일 남자 영상 같은것들도 올라온다. 태국인 여성은 매우 젊은 트렌스젠더였는데, 남자는 자신이 스트레이트이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레이디보이랑 연애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다, 고 했다. 


그러니까 세상은 정말이지 너무나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 그러니까 SNS 가 지금처럼 모두가 사용하는 게 아니었을 때, 그러니까 아마도 아직 생겨나기도 전에, 어떤 사람들은 블로그 활동을 했을 때, 그 때도 블로그에 자신의 연애를 공개적으로 쓰면서 사진 공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 때도 그게 좀 꺼려지긴 했었는데, 왜 그걸 공개할까? 하는게 나로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던거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블로그상에 자신과 자신의 애인이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곤 했던거다. 그런데 지금은 SNS 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연애를 공개한다. 게다가 그 연애 대상은 꼭 같은 국적의 사람들만이 아니다.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또 육아까지 사람들은 그걸 공개하고 있다. 어떤 외국인 여성은 한국 남자가 임신한 자기를 버리고 가서 혼자 육아하는 걸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면 인기 끄는 계정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인기 많아졌다고 팬미팅.. 까지 한다. 세상은 정말 완전히, 완전히 달라졌다. 일반인이 그저 연애하는 걸, 그저 결혼생활하는 걸 공개했을 뿐인데 팬이 생겨버려. 


그러니까 아마도 '나때는' 이 되겠지만, 내 경우엔 예전에도 밝힌 적 있지만, 젊은 시절 어학연수를 가본 적도 없고 그래서 외국인 친구라는 건 내 인생에 없었다. 아마 내 또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 또래에도 이미 어학연수를 젊은 시절 다녀올 수 있었던 유복한 환경 혹은 깨어있는 부모를 가진 친구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은 소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혹은 그 전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고, 세계여행을 다니는 젊은이들도 엄청 많아졌다. 그들은 곳곳에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된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걸 고스란히 세상에 대고 보여준다. 나는 이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사실, 연애를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 공개 욕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그러나 어쨌든 많은 젊은이들이 그러고 있다. 영국으로 짝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러 간다는 여자도 보았고, 베트남에 썸남 만나러 간다는 여자도 보았다. 그들은 데이트 하러 외국으로 가는 과정, 가서 상대를 만나 즐겁게 보내거나 싸우는 것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위에 미국남자가 우연히 한국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 쪽지를 건넸을 때, 그 여자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와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젊은 여성은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그는 한국에서 다른 여성들과도 많이 데이트를 했는데, 그런데 그녀들 모두 영어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젊은 여성이 먹방을 영어로 찍는 것도 보았다. 이 젊은 여성들은(젊은 남성들도)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서슴없이 외국 남성(여성)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하게 되었을까? 우리 엄마와 우리 엄마 또래는 그렇지 못한데 왜 지금 젊은이들은 이렇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세상은 어떻게, 그리고 누가 변화시킨걸까?















요즘 오며가며 전자책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사실 제목 자체는 내가 전혀 관심 가질 제목이 아닌데,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의 평이 주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내용은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다고 해서 지구인들이 웅성이는 걸로 진행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20대 한국인 대학생 여성이다. 


내가 흥미로운 건, 이 책 속에서 이 20대 대학생 여성 '지민'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일본인 '오가와 루리코'는 한국어를 배우러 와서 지민의 친구가 되었고, 탁구 동아리에서 만난 스웨덴인 유학생 '에바 한손' 과도 동아리 친구가 된 것이다. 그냥 대한민국에 있었는데 일본인 친구와 스웨덴인 친구가 생겨버렸어. 이게 지금 세상인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미국인이 말을 걸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도 외국인 친구가 생겨버리는 것이 지금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대학시절 학교 내에서 외국인을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원어민 교사가 있어서 그는 외국인이긴 했지만, 학생을 본 적은 없었던 거다. 그건 아마도 내가 학교를 잘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서, 학사경고 받는 학생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한국으로 유학오는 학생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던게 사실이다. 지금은 이미 ott 로 한국을 접해서 한국의 드라마를 외국인들이 나보다 더 많이 보고 한국의 연예인들을 알고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내가 지금 이곳 싱가폴에서 연수를 하면서 만난 몽골인 친구는 한국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엄마가 반대해서 싱가폴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베트남인 친구는 소주를 좋아한단다. 선생님은 나에게 한국어로 인사하고 한국어로 말을 건다. 오 마이 갓. 그러니까, 지금 세상이 이런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내가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지금 현실인거다. 젊은이들에겐 세상이 완전히 넓어져있다. 그들이 만난 세상은 이미 넓은 세상이다. 어제 조별과제 하면서 함께한 학생들과 음료수를 마셨는데, 홍콩인은 로제를 좋아한다고 했고 베트남인은 제니를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는 고져스 하다면서. 이에 중국인 어리둥절 하길래 내가 '아파트 아파트' 했더니 오, 안다고 블랙핑크 중국에서 인기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블랙 핑크는 전 세계에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그러자 홍콩인 친구가 그 말이 맞다고 막 웃으면서 얘기했다. 


나는 내가 지금 어학연수를 오게된 것이 어떤 면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 한국이 너무 많이 알려지고 또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버려서,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이미 호감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어쩌면 지금이라서 나에게 적응이 덜 어려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너 한국 가면 우연히 장원영 만나기도 해? 막 이런거 물어본다. 하하하하하. 이곳에서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그리고 SNS 를 통해 다른 젊은이들을 보면서, 나는 확실히 변해가는 그리고 이미 변해버린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음 아직 사실은 잘 ..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 이해가 무슨 상관이람. 세상은 내 이해와 혹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버렸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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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9-1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은 우리나라가 이제 부자이고... 깨끗하고 환경이 좋고 보안이 안전하고. 한국의 인구는 급격한 속도로 줄어들면서 특히 대학생 숫자가 줄어들고, 그래서 이미 한국 대학은 여타 선진국 나라들처럼 학위 장사를 시작하였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아세요? 인천 송도에 뉴욕대 있대요. 송도에서 3년 다니고 미국에서 1년 다니면, 학위 나오는데 미국에서 나온거랑 똑같다고.... 전 대강 그렇게 알고 있어요. 집에 돈이 많으나 자녀가 한국의 괜찮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을 때, 많이들 애용하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네는 영어를 왜 잘하는가. 초등 3학년때부터 배우기때문 아닐까요. 걔네들은 영어학원을 초2, 아닌 6살때부터 다녀요. 우리랑 리스링 출발점이 다르기에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중학교 들어가서 A, B, C, D 배웠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15 09:35   좋아요 1 | URL
저 진짜 알파벳도 모르고 중학교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대문자 소문자 외우기부터 시작했습니다. 하하하하하. 시작점이, 출발점이 다른거죠. 어제 인스타에서 외국인이 한국여자 둘을 인터뷰 하는걸 봤거든요.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인터뷰어가 너네 영어 공부 어떻게한거냐고 물어보니 학교 들어가기전부터 영어 배웠고 학교는 국제학교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국제학교의 존재란.. 무엇인가요. 저희 때는 없었던 거 맞죠? 있는데 .. 몰랐던 걸까요?

송도에 뉴욕대.. 라고요? 오 마이 갓 이네요.
제가 어제 다 읽은 책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네, 그 송도에 대한 언급입니다.

<(미국인)선배는 송도와 안산의 세계화를 극명히 대조해서 이야기했다. 국제 비즈니스 센터 및 여러 해외 대학교의 캠퍼스를 끌어당기는 송도, 세계 각지의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당기는 안산. 송도의 세계화는 해외 법인, 해외 대학교의 국내 캠퍼스, 유학생, 국제업무지구 등의 화려한 이름으로 대표된다. 반면 안산의 세계화는외국인 노동자, 공장, 저임금 같은 단어와 연결된다. 세계화는 양극단에서 진행되고, 그 둘은 만나지 않는다. - 김미소, <언어가 삶이 될 때>, P13>

건수하 2025-09-16 10:02   좋아요 0 | URL
뉴욕주립대 있죠... 연세대 옆에 있고
뉴욕주립대 말고도 다른 대학들도 꽤 있습니다 :)
조지 메이슨, 겐트, 유타대학교 등등..


바람돌이 2025-09-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부모출신으로 말하건대 요즘 애들이 영어를 잘하는건 다 학부모들이 미친듯이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ㅋㅋ 저희 집 애들은 영어 못했거든요. 그래도 지난번 가족 여행 한달 정도 갔을 때 일상영어는 다 하더라구요. 저는 필요할 때마다 야 너 저기 가서 이거 왜 문 안열었는지 물어보고 와 뭐 이런거 맘껏 시켜먹었고요. 일단 말을 한다는데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원어민 있는 영어학원 너무 많이 다녀서요. ㅎㅎ

그리고 요즘 해외 다닐 때는 어디든 말 조심해야 돼요. 한국어 하는 사람 없지 하다가 보면 꼭 있어요. 진짜 많더라구요.

다락방 2025-09-16 18:13   좋아요 1 | URL
네, 한국어 하는 사람 진짜 많아요! 어딜 가도 제가 한국사람인 거 알면 일단 저한테 한국어 하는 외국인들 진짜 많이 봐요. 와 이 사람들 언제 이렇게 다 배운거냐 싶더라고요. 저 학교에서 가끔 마주치는 몽골인 엥크리도 한국어 좀 하더라고요. 저 만나면 한국어로 말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세계는 지금 외국어를 잘하는 분위기로 바뀌는가 봅니다.
요즘 젊은 애들 영어 진짜 다 너무 잘하더라고요. 와...

책읽는나무 2025-09-1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리뷰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또 웃었네요.
다락방 님 반 아이들과 소통 하시려면 아이돌 아이들 이름과 노래 좀 검색 많이 해보셔야겠구나. 하구요.ㅋㅋㅋ
아파트 노래도 읊어 주시고…근데 애들은 다 알아듣고…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어제 저녁에 산책하고 들어오는 길에 남편이 어떤 플랜카드를 보고 놀래길래 뭔데? 하고 봤더니 영어유치원 학원 광고글이었는데 5세 선행반 모집이라고 적혀 있더라구요.
선행 수업은 뭘까? 그리고 5세아 아이들은 어떻게 수업을 들을까? 그런 생각 잠깐 했었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과정을 다 거쳤길래 영어를 잘하는 걸까요?
나의 5세 때는 어땠더라? 막 기억하려해도 기억도 안 나네요.ㅜ.ㅜ

건수하 2025-09-16 10:02   좋아요 1 | URL
유치원에 의대 준비반이 있다는 말을 들은지가 꽤 됐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5-09-16 18:15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사실 저는 아이돌에 아무 관심이 없고 그나마 블랙핑크랑 bts 는 워낙 유명해서 아는 정도인데, 아직까지는 다행스럽게도 BTS, 블랙핑크, 슈퍼쥬니어, 장원영 정도만 언급됐습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그래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나이 들어 공부하는 건 역시 쉽지 않네요? 껄껄.

5세 아이들 선행...은 뭘까요? 어처구니가 없네요. 그런데 건수하 님 댓글 읽어보니.. 의대 준비반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중년에 영어 배우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일전에 <포스텔러> 앱에 들어갔다가 그날의 운세를 보았더랬다. 정확한 구절은 아니지만, 뉘앙스는 이랬다. 


'오늘은 '아 이렇게 사는 삶도 있구나,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될겁니다' 


이미 싱가폴에 들어와있었고 아직 호텔에 있을 때였고 흐음, 그래? 내가 아직 여기서 딱히 친구랄 것도 없는데, 어쨌든 외국이니까 그런다는건가? 하면서 창을 닫았더랬다. 사실 이런 매일의 운세가 나에게 뭐 그리 맞는거겠어? 그 날 오랜만에 그 앱에 들어간건 확인할게 있어서였는데, 들어가면 일단 그 날의 운세에 대해 보게되는거다. 그런가보다, 하고 창을 닫았다.


내가 로맨스 소설에 대해 자주 얘기했지만, 외국 영화를 보고 외국 서점에 가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로맨스 소설은 음지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음지에 있는 장르. 어쩐지 아는 사람만 알고 읽는 사람만 읽는 그런것,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로맨스 소설 읽어!'를 말할 수는 없는 그런 것. 그래봤자 나는 음지든 뭐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긴 했지만, 로맨스 소설은 음지에 있는 장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로맨스 소설 작가들이 주인공으로 곧잘 나오고 심지어 엄청 인기를 끌어 토크쇼에도 초대받는 장면들을 보면서 '아 외국은 로맨스 소설에 대해 우리랑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외국 여행을 갈 때마다 서점을 들러보면서 '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로맨스 소설은 양지에 있구나!' 하는걸 깨달았더랬다. 로맨스 소설만 써도 먹고 사는 일이 가능해지는구나, 외국에서는!! 


내가 생각한 또다른 음지에 있는 문화는 '데이팅 앱' 이었다. 

나는 고지식한 인간이라 굳이 데이팅 앱을 써가면서까지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었다. 게다가 데이팅 앱은 좀 안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불량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조심해야 하는 것. 내 친구 중에 데이팅 앱으로 결혼까지 간 커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건 아주 운이 좋아서 그렇지 데이팅 앱은 사용하면 안될 것, 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외국 영화를 보면 그렇게나 다들 데이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더라. 젊은 사람들부터 나이든 사람들까지 어떤 영화에서는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여자도 데이팅 앱을 사용하고 있었고, 어떤 영화에서는 심지어 데이팅 앱을 만드는 개발자도 나왔더랬다. 아, 외국에서는 데이팅 앱이 음지의 것이 아니라 양지의 것이구나, 하는걸 그래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안다고 해서 내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확 변한건 아니었다. 아, 음지의 것이 아니었어, 음지의 것이었던게 아니라 내가 음지의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어, 라고 했지만 그 생각이 쉽게 바뀌진 않았는데, 나는 앤드류를 알고나서 이 데이잉 앱의 존재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됐다. 앤드류가 싱가폴에서 데이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했었다는 걸 알게된거다. 앤드류는 그걸 거리낌없이 내게 얘기했다. 내가 여기 와서 데이팅 앱으로 사람 만나서 데이트 했었거든, 하면서. 나는 이때 너무 놀랐다. 뭐라고? 이렇게 착하고 예의바른 남자가 데이팅 앱을 썼다고? 나는 너무 대충격을 받아가지고 그를 만났을 때 물어봤었다. 내가 너네 문화를 잘 몰라서 무례할 수도 있으니 만약 그렇다면 얘기해줘, 라고 일단 먼저 말해두었다. 그는 "너는 전혀 그런적 없어, 뭔데?" 해서, "너는 데이팅 앱을 왜 사용하는거야?" 라고 물었다.


그는 호주에서 회사를 그만두었고, 싱가폴에 사는 친구가 여행겸 자기를 만나러 오라 했고, 그래서 싱가폴에 왔지만 친구는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는 날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고, 그럴 경우에 자기는 혼자여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는거다. 아, 그래,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내 경우에 혼자 여행가면 그냥 나는 혼자인 채로 지내는데, 그러니까 미술관을 가고 밥을 먹고 혼자 술집에 가서 멍때리고 그러는데, 그 사이사이 나도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잇었다. 특히 저녁을 먹을 때나 먹고나서가 그랬다. 아, 누군가랑 얘기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나도 당연히 한 적이 잇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다 좋은데, 그게 나쁘단 말야? 하면서. 그런데 앤드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나처럼 '응 나 혼자 왔지, 누가 있었으면 이럴 때는 좋았을테지만 내가 혼자 왔으니 할 수 없지' 한게 아니라, '혼자 왔는데 누가 있었으면 좋겠으니 데이팅 앱을 쓰자' 라고 한거다. 아..


나는 그에게 그렇다면 호주에 돌아가서도 그걸 사용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마도 그럴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은 회사를 다니고 퇴근하면 집에 가는데, 친구랑 가족말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 그러니 데이팅 앱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거다. 그것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통로라고. 아...그래,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어쩐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고 있었다. 


나는 앤드류에게 나는 그 앱을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사용할 것 같지 않은데, 혹시 내게 그 앱을 보여줄 수(show)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알겠다고 이리 오라고, 내가 너에게 그 앱을 보여주겠(tour) 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데이팅 앱을 열고 들어가 설명하는 걸 들었다.


"여기는 내 프로필이야. 이렇게 사진을 올리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써. 그러면 여기 보이지,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든다고 하트를 누르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나에게 메세지를 보내, 만나고 싶다고. 나는 이걸 확인하고 마음에 들면 답장을 보내고 아니면 이렇게 그냥 넘겨 버릴 수 있어.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찾고 싶으면 여길 들어가서 리스트를 보면 돼. 그들도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써뒀어. 이 사람은 짧은 만남을 원한다고 했지, 어떤 사람은 오래가는 관계를 원한다고 해. 여기 보면 이 사람은 하트가 많지. 하트가 많으면 사람들은 내가 인기가 많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하트를 누르기도 해서 자기가 누구한테 눌렀는지도 모르고 그러니 이 하트 많은게 그렇게 의미가 있는건 아니야."


그렇게 데이팅 앱의 투어를 마치고나니 처음 받았던 충격은 많이 완화되어 있었다.

오히려, 그래 그렇게 사는 방법도 있겠구나, 그런 사람도 있겠어,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아, 포스텔러가 이거 말해준 거였구나 싶었다.


며칠 후, 학교를 다녀와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방 청소를 하는데, 아, 저녁에 술 마실 사람 만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술 마실 친구가 아직 없다, 하는 생각을 하자마자, '아 이럴 때 데이팅 앱을 쓰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내가 했던 생각을 할 수 있겠지, 그러면 데이팅 앱을 사용해서 사람을 만나는 거였어!!


그렇다고 내가 그 날 데이팅 앱을 깔고 사람을 만났다는 건 아니다.















자, 내가 이렇게 갑자기 데이팅 앱 얘기를 한 건, 샐리 루니의 이 책에서 데이팅 앱이 나오기 때문이다.

첫 장면이 앨리스가 bar 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잠시 후 남자가 들어오고 그 남자가 앨리스에게 와서 네가 앨리스니? 묻고 앨리스가 응 네가 펠릭스니, 해가지고 만나는 장면인데, 그들은 데이팅 앱 틴더를 통해 만난거다. 너무나 유명해서 나도 들어본 틴더 되시겠다.


앨리스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낯선 지역에 와있었고, 사실 이곳은 외진 곳이라서 사람들이 떠나면 떠났지 들어오진 않는 곳인데, 그런데 앨리스는 이곳에 집을 얻어 혼자 지내게 된거다. 그런 앨리스가 이 지역에서 아는 사람도 없고 같이 사는 사람도 없으니 데이팅 앱을 통해 사람을 만나기를 시도한거고 그게 펠릭스였던 거다. 그들의 첫 데이트는 성공적이라 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이들은 나중에 같이 로마에도 간다. 앨리스는 매우 유명하고 잘나가는 작가였고 로마에 출판 행사가 있어서 출장가는데 펠릭스에게 '내가 비용 다 대줄테니까 나랑 가팅 로마 가자' 한 것. 그들은 글쎄, 그 당시에 연인이 아니었고 친구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방 두 개짜리 집을 예약해서 각자 방을 쓰면서 로마에서 함께 지낸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펠릭스에게 이 휴가는 드문 것이었는데, 펠릭스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펠릭스는 틴더에서 누굴 만났는데 그녀와 같이 로마에 와있다고 말을 한다. 그 얘기에 친구중 하나가 이렇게 얘기한다.


<깨어나면 콩팥이 사라지고 없을걸? -p.107



그러니까 틴더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곳에서도 위험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해도, 데이팅 앱은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창구가 되어주고 있는거다. 그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펠릭스에게도 그랬고 세게적으로 이름난 작가에게도 그랬다. 데이팅 앱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만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를 두 사람이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났고, 누가 뭐라고 떠들든 그들은 연인이 되어버린거다.



어떤 지점에서 내게 그런 추천영상이 뜬건지 모르겠지만(아마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 때문이었을까) 뉴욕에서 온 남자가 한국어가 익숙해질때까지 한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그걸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그는 길을 지나다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지만, 바로 틴더를 통해서 한국 여자들을 만나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한강에 같이 가서 뭘 먹기도 하고,  까페에서 만나 각자 일(work)을 하는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틴더로 여자를 만나 데이트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인스타에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했고, 그가 틴더를 통해 여자를 만났다면, 상대 여자도 틴더를 사용해 그를 만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데이팅 앱이란 것도 데이트 라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 어쩌면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는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고지식하구나, 내가 되게 옛날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나는 샐리 루니의 책 때문에,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본 계정 때문에 또 하게 됐다. (이렇게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데이팅 앱과 데이트는, 그냥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고, 그냥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러다 더 깊은 관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사람 일은 함부로 장담할 수가 없다. 내가 이날까지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서 특히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절대' 나 '결코'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거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하게 된다. 그러니 혹시 모른다. 내가 여기서 데이팅 앱을 사용하게 될지도. 나도 내 미래를 모른다. 거기에 뭐가 있을지, 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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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데이팅 앱을 정말로 많이 쓰는군요. 심지어 우리 앤드루도..... 사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뭔가 모임에 들어가고 여러 사람들 중에서 고르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간편하긴 할 거 같은데, 그래도 제가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딸이 한다고 하면 음 왠만하면 하지말지 하고싶기도 하고....
지난번에 프라하 갔을 때 딸래미 인스타에 갑자기 모르는 외국인이 메시지를 남겼더라구요. 나 너 인스부르크에서 봤어, 그런데 오늘 또 여기서 보네 이러면서요. 와 길거리에서 본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고 인스타까지 찾아냈지? 이러면서 좀 오싹했는데 어쩌면 그건 또 이 시대의 일상이 될 수도 있을거 같아요. 그러니 절대, 결코 이런 말은 안해야 된다는거 역시 동감입니다.

단발머리 2025-09-12 09:36   좋아요 1 | URL
우리 앤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앤드루.... 우리의 앤드루... 우리들의 앤드루.... 앤. 드. 루.

다락방 2025-09-12 17:43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우리 앤드류는.. 30대의 청춘인 것입니다! ㅎㅎ

사실 저도 그래요. 여전히 제가 데이팅앱을 쓸 것 같지도 않고 사실 우리 타미가 성인이 되어 데이팅 앱 쓴다고 하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할 것 같아요. 휴.. 저에겐 아직도 데이팅앱은 하룻밤 섹스를 위해 만난다는 생각이 참 크고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제 눈으로 보았는데도 그 편견을 없애는게 쉽지가 않네요. 앤드류도 데이팅앱으로 만난 상대가 장기간 연애에 대해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고 하더라고요. 앤드류는 역시 그걸 원하지만, 그러나 롱 디스턴스는 하지 않을거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중에는 데이팅앱으로 결혼해서 잘 지내는 친구도 있고요. 위에도 언급했지만, 인플루언서도 건전하게 까페에서 각자 공부하는 데이트를 하더라고요. 제 생각도 아마 차츰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이 변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요.

제가 다음주에 데이팅앱으로 데이트하고 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ㅎㅎ

그나저나 그 외국인이 인스타에서 어떻게 찾았을까요? 흠, 인스타는 위치가 표시되니까 자기가 있는 도시 클릭해서 거기 있는 사진들을 봤을 수도 있을것 같아요. 저도 외국에 여행가면 외국 사람들이 댓글 달고 그러더라고요. 위치 보고 찾아오는 것 같아요. sns 가 참 무섭습니다.

갑자기 다른 얘기 떠올라서 말씀드리는데(TMI) 제 친구 중 한명은 나이트클럽 갔다가... 남자 만나서 결혼했는데, 그 남자는 지금 강력반 형사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형사들 나오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답니다? 나이트에서 형사 만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5-09-1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데이팅 앱의 기억은 ㅋㅋㅋㅋ영화 전종서, 손석구의 ‘연애 빠진 로맨스‘죠ㅋㅋㅋㅋㅋ 정말 그래? 라고 여러 번 묻고 싶었던 그런 설정이었는데, 요즘은 그런가봐요. 제가 좋아하는 책 <The Love Hypothesis> (죄송합니다, 제겐 이 책이 보물이라서요~~)에는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올리브의 대학원 동료들이 보기에 애덤은 진짜 재수없는 천재 교수고, 올리브는 예쁘지만 평범한 친구인데... 둘이 어떻게 만났을까?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거에요. 그래서, 돌게 된 소문이... 두 사람 틴더에서 만났대~ 올리브가 화들짝 놀라서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서 특히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절대‘ 나 ‘결코‘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거다..... 에 저도 동감합니다.

바람돌이 2025-09-12 09:41   좋아요 1 | URL
사랑의 가설 지금 읽고 있습니다. 단발머리님 너무 좋아하셔서 막 궁금해졌다는... 요 앞에 읽었던 러브 온더 브레인은 재밌게 읽었었는데 말이죠. 그 책은 엄마모드로 안 읽었습니다. ㅎㅎ
이 사람 책에서 이공계 여성연구원의 상황 얘기하는게 재밌더라구요. 사랑의 가설도 그렇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5-09-12 09:53   좋아요 1 | URL
어떻게 ㅋㅋㅋㅋ 이 책 제 책으로 해도 될까요?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9-12 09:55   좋아요 2 | URL
그냥 단발머리님 책 하세요. 제가 허락하죠 뭐... 이러니까 약간 재수탱이 애덤같지 않나요? ㅋㅋ

단발머리 2025-09-12 09:56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스윗해요 ㅋㅋㅋ우리 애덤ㅋㅋㅋㅋ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애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12 18:00   좋아요 1 | URL
오래전에 저랑 친한 오빠가 사귀는 여자가 경찰이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도 다 경찰이었어요. 무슨 말이냐면, 사람은 자기가 속한 그룹 내에서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는거죠. 우리도 알라딘에서 알게 되어서 다 책을 좋아하잖아요? 사람은 자기가 속해있는 곳에 따라서 친한 사람이 자연스레 결정되어지는데, 데이팅앱은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과 접근이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제 친구의 가족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데 남편을 물류센터에서 만났어요. 제 여동생은 교사인데 남편도 교사지요. 그런데 샐리 루니 책 속에서 펠릭스와 앨리스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하잖아요. 한 명은 물류센터 그리고 한 명은 유명한 작가. 이 둘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데이팅앱이라는 장치는 필요했던 것 같아요. 데이팅 앱이 그걸 가능하게 하잖아요. 완전히 다른 사람 둘을 만나게 하는 일.

왜 요즘 예능 보면 세계를 무대로 촬영하잖아요. 아시아든 유럽이든 가서 보면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 하더라고요.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다들 혼자서 유튜브 보고, 드라마 보고 했대요. 이게 지금의 흐름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서는 위에 언급했던 미국인이 한국 와서 지내면서 아무나 붙들고 말걸고 틴더로 데이트하고 그러면서 한국어를 배워요. 데이팅 앱을 잘 사용하는 것도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지금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죠.

바람돌이 님, 사랑의 가설 읽고도 근사한 페이퍼 써주실거죠? 단발머리 님의 사랑의 가설 읽고 페이퍼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25-09-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산거 인증샷을 올릴 수가 없어서 오랫만에 서재에 글 올렸습니다.ㅋㅋ영향력이 지대하십니다!!
https://blog.aladin.co.kr/trackback/clavis/16736482!

다락방 2025-09-12 18:02   좋아요 1 | URL
ㅎㅎ 조 말론 너무 향 약해서 어떡해요. 맞아요 조 말론 오 드 코롱이어서 약해요 ㅠㅠ 다른 향수들도 오 드 뚜왈렛이라서 오래 안가는데 샤넬만 오 드 퍼퓸 이나 퍼퓸 이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강해요. 저는 그래서 샤넬이 좋아요!! 클래비스 님, 잘 아시겠지만 샤넬로 추천드립니다. ㅠㅠ

2025-09-14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님은 읽다가 폭발하는 다락방의 E력에 기절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ㅎㅎ)



토요일엔 언제나처럼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야하는 클락키 스타벅스를 간다. 클락키에 있는 스타벅스는 아주 넓어서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 좋다. 군중 속의 고독... 나는 충전을 좀 해야해서 혼자 앉는 충전되는 자리에 똭 앉아 있었고, 아 여기는 진짜 있다보면 너무 추워, 하면서 가져온 긴팔을 꺼내 덧입었다. 내 오른쪽 옆자리 왼쪽 옆자리 모두 사람이 다 있었는데 왼쪽이 비었고 잠시 후에 누군가 왼쪽에 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머리를 파마한 것 같은 엄청난 키를 가진 남자였는데 국적은 혼자 나름 네덜란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무튼 잠깐 보고 다시 내가 하던 일을 하려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남자에게서 엄청난 향기가 전해져온다. 내가 향기라면 진짜 돌아버리는데 와 이 향기 무엇. 나는 알라딘에 페이퍼 쓰고 있다가 갑자기 집중력 떨어지고 정신이 사나워져서 그 다음엔 옆자리 남자만 계속 신경썼다. 세상에, 진짜 너무 향이 미치겠는거다. 와 이 향 뭐지, 이 향 뭘까. 나는 차마 얼굴까지 자세히 보지는 못하겠고 흘깃 그 남자를 보았는데 노트북으로 뭔가 하고 있었고, 핸드폰은 두 개였고, 엄청나게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리고 어마어마한 팔뚝을 가지고 있었다!! 와, 냄새가 나를 정말이지 정신 사납게 한다.. 하- 미쳐버려... 난 진짜 어떡하냐. 냄새에 돌아버리는 이거 어떡해. 난 왜 이렇게 냄새에 맛이 가버릴까. 히융 ㅠㅠ

향수 뭐 쓰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 향수 뭔지 알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갑자기 말 걸어서 향수가 뭐냐고 물어봐도 될까? 그거 너무 국제적 오지라퍼, 국제적 푼수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지말자, 향수 알아서 뭐 어쩔려고. 알아도 뭐 어쩔 수가 없잖아? 그렇지만 알고싶다. 모르는 채로 지나가긴 싫다. 이게 뭔지 나는 좀 알아야겠다. 혹시 아냐, 알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쓸모가 있을지.. 이를테면 향기 나쁜 남자를 만나면 선물한다든가... 라고 써놓고 보니 향기 나쁜 남자를 뭐하러 만나고 그 남자한테 뭐하러 선물해? 하여간. 아무튼 향기 진짜 취하겠다. 흑흑 정신 사나워, 향기 너무 좋아 흑흑 ㅠㅠ 뭐 쓰는 거에요, 향수... 하.. 물어볼까... 안돼 자중해..


얼마나 있었을까, 그가 일어나서 자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어.. 이 사람이 이대로 가려나봐, 가면 언제 또 볼지 모르는데, 그러면 나는 이 향기가 뭔지 알지 못하는채로 살아야 하는데, 아아 안돼, 물어볼까, 아아 마음이 급하다, 너무 미친 오지라퍼 아닐까, 안돼!! 


나는 그냥 부끄러움을 감수하기로 한다. 익스큐즈미, 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는 짐을 챙기다가 응? 하고 나를 본다. 


"너 지금 가는거야?"

"응"

"미안하지만, 너가 쓰는 향수가 뭐야?"


그랬더니 짐을 챙기느라 허리를 구부리고 있던 그가 갑자기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서더니 자기 팔을 들어 냄새를 맡는다. 손목이 아니라 어깨 근처 팔을. 굳이 그 향기를 맡았던 걸 보면, 향수를 하나만 쓰는 남자는 아니구나, 를 알 수 있다. 내가 오늘 뭐 뿌렸지? 하고 맡아보는거야. 그가 그러는 중에 나는 얼른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서 


"좀 적어줄래?"


했더니 그가 '구글을 열어' 라고 말하는거다. 


아? 그건 또 내가 생각못했네. 하- 나 너무나 아날로그. 그래 구글 열면 이미지까지 볼 수 있을텐데 웬일이니. 나는 얼른 폰으로 구글을 열려는데 이놈의 인터넷이 왜 안돼. 노트북은 그간 잘 써왔으니 노트북으로 구글 열자 싶어서, 잠깐만, 미안해, 했더니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구글을 열라고 하는 이유는 이 향수 이름으로는 a lot of types 가 있기 때문이라는거다. 


나 구글 열었어. 하고 화면 보여주니 그가 장 폴 고티에 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사실 잘 못알아 먹었다. 그래서 뭐? 하고 joh.. 치고 있었더니 아니 


j

e

a

n


폴 이라길래 이건 내가 paul 치고 그리고 뭐? 했더니 g 불러줘서 치는데 자동검색 되어 나와버리고 이거야, 해서 그거 눌렀더니 그의 말대로 그 향수가 여러가지가 나온다. 그러자 그가 하나를 딱 가리키면서 '이거야' 라고 해줬다. 오, 고마워! 네 향기 나이스했어, 했더니 '이거 오래된 향인데 나도 참 좋아해' 라고 했다. 그리고 뭐라고 더 말했는데 사실 다 못알아먹었고, 하여간 내가 고맙다고 했더니 cheers 라고 말하고 떠났다.


나는 씐나서 어머 이 향이야, 이게 그렇게나 좋은 향이었어, 하고 네이버에도 검색했더니, 이게 완전 남성남성한 향수고 섹시해서 panty dropper 라는 별명도 가진 향수란다. 어머, 완전 이해돼 완전 이해돼. 너무 좋았는데, 정신 사납게 좋았는데, 나 이거 살까? 하다가.. 내가 이걸 사서 뭐하지? 싶어졌다. 유니섹스도 아니고 진짜 넘나 남성향이라서 나에게서 이게 나기를 원하지는 않는단 말야? 나는 누군가에게서 이 냄새가 나기를 원하지. 그런데 진짜 지독하게 섹시했어. 정신이 진짜 사나워졌다니까? 내가 사서 가끔 방에 뿌리면.. 너무 변태같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혼자 이러다가, 그런데 내가 이거 방에 뿌리면 이 향이 아닐 것이다,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 내가 만약 이 향수를 사서 누군가에게 선물한다한들, 이렇게 지독하게 섹시한 향이 날까? 향수라는게 누가 뿌리느냐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른데. 다른 남자 누가 뿌려도 내 정신 사남지 않을것 같은 느낌적 느낌 뭔지 알죠.


오래전에 은행에 갔을 때 은행 직원분에게서 좋은 향이 났었다. 그 분에게선 항상 그 향이 났는데 차분하고 여성적인 향이어서, 향수 뭐 쓰세요?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분이 아쿠아 디 지오라고 말씀하셔서, 아 이게 그 향이구나, 하고 내가 그걸 샀단 말이지. 그런데 내가 뿌리니까 별로 안좋은거다. 그 직원에게서 나던 그 차분한 여성적 향이 안나고, 하여간 좀 별로여서 다 뿌리지도 못했다. 이런 일은 몇차례 반복됐었다. 시향해서 좋아서 사거나 누가 뿌려서 좋아서 사거나 해도 내가 뿌린다고 좋진 않았다. 내게선 그렇게 좋은 향이 나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나만의, 나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기 위해 참 많이, 여러번 시도했다. 이제는 독자적으로 찾아서 몇 개 좋아하는 향수가 생기긴 했지만, '나한테서 이 냄새가 났을 때 제일 좋다' 하는 향은 최근에야 찾았다. 나한테서 이 향이 나는게 너무 좋아, 하는 바로 그 향. 


싱가폴에 오기 얼마전 백화점에 갔을 때였다. 

내 목적지를 향해 걷고있는데(목적지 런던베이글 ㅋㅋ) 어? 이거 뭐지? 하고 끌리듯 향에 이끌려 한 매장으로 향했다. 탬버린즈 였다. 지금 이 향 뭐죠? 이거 좀.. 시더향 같기도 하고 우디하기도 한데, 했더니 직원이 뭔가 하나 시향해준다. 아, 이거 아니에요. 지금도 나는데 되게 좋은향, 했더니 그 직원이 아? 혹시 제가 뿌린 향수인가보네요, 하면서 뭔가 시향해주셨는데, 그 향이었다. 네, 이 향이에요. 오 이거 너무 좋아요! 했더니 이거 좋아서 단종됐다가 다시 나왔어요, 하더라. 나중에 검색해보니 제니가 광고모델이었다. 그래서 살까 망설이다가, 아니야 향수 많아, 다 뿌리고 사, 하고 안샀는데, 그날 오후에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이 애기를 했더니 그 향이 궁금하다는 거다. 


그건 이것.



마침 친구랑 만난 레스토랑 근처에도 백화점이 있어서 그 매장으로 함께 가 그 향수-보타리-를 시향해달라고 했다. 친구는 좋다면서 그 향수의 고체향수를 구매하고 있었고, 나는 직원에게 이 향 좋더라고요, 저는 인센스 스틱향 좋아하고, 시더, 우디 이런 계열 좋아해요, 했더니, 뭔가 다른거 하나 둘 시향해주셨고, 그러다 완전 벼락맞은 것 같은 향을 만났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너무 좋아서, 아니 이거 뭐에요? 젖은 나무 타는 냄새 같은데요? 했더니 옆에서 듣던 다른 직원분이 표현 정말 좋으세요, 그렇죠, 이 향 특별해요, 하시는거다. 와, 진짜 내가 원하는게 이런 향이었다. 나는 플로럴, 과일 이런거 싫단 말이지. 이런거, 이런 향이 좋아. 나무 타는 것 같은 이런 향!  그렇지만, 사지 말자, 집에 향수 많아... 했다가


싱가폴 오기 직전에 사버리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산 향수에 oud 란 이름이 들어가서 이거 뭔지 채경이한테 물어보다가 이런 대화를 했다.




그래서 싱가폴 올 때 향수 세 개 가져왔는데 이거랑 코코샤넬이랑 두 개 돌려쓴다. 코코샤넬은 향이 오래 지속돼서 너무 좋다. 탬버린즈도 지속되면 좋을텐데.. 흐음..



아,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날 정신 사납게 한 이 섹시한 남성 향이, 다른 사람이 뿌린다고, 다른 상황에서 뿌린다고 같은 효과를 줄까? 라면 '아닌것 같다'는 거다. 그래서 굳이 사고 싶진 않지만, 작은걸로 하나 살까.. 나는 향수 냄새 진짜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사람들에게서 향수 냄새 나는거 너무 좋다. 그런데 멋지게 생기고 남성미 넘치게 생겨서 이렇게 남성미 넘치는 향기까지 나니까.. 휴.. 아무튼 그 남자가 알려준 향수는 이것이다.




이 향기를 다른 사람이 뿌린채로 지금 맡는다면 같은 느낌을 줄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 남자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향기였다. 그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자기에게 딱 맞는 향을 찾았을까? 덕분에 앤드류 잊고 살았다....(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 금요일에는 집 근처 큰 마트 안에 있는 bar 에 갔었다.

한국 집 근처에 홈플러스 있고 그 안에 떡볶이랑 김밥 먹는 코너 있는데, 그것처럼 여기는 와인이랑 맥주 마실 수 있도록 bar 와 table 이 준비되어 있는거다. 사람들이 마트에서 와인 사서 차지 좀 주고 먹는 것 같았는데 언제나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서 온 사람들 같이 온 사람들, 음식도 사서 같이 먹는 사람들, 술만 마시는 사람들, 핸드폰 하는 사람들, 노트북 하는 사람들,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나도 언젠가 와봐야지, 생각만하다가 그 날은 오전 수업만 있어서 집에 와 밥 먹고 우체국 좀 갔다가 네 시경 갔는데 와 빈 자리가 별로 없었다. 다행히 bar 에는 자리가 있어서 와인을 주문해두고 앉았다. 다섯시까지는 해피아워라 평소보다 조금 저렴하다고 햇다. 



ㅋㅋ 이때 브런치에 글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샐리 루니 책 영어로 읽고 있다가, 다섯시 되기 전에 한 잔 더 시켜야지 해가지고 와인잔 두개 되어버린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책 읽다가 브런치 글 올린거 보다가 챗지피티 보다가 뭐 하여간 그랬단 말이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녁때가 되어서 그런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고, bar 의 내 옆자리가 모두 사람들이 앉아가지고 ㅋㅋㅋ 아, 두 잔 다 마셨겠다, 게다가 오래 잇었지, 이제 좀 갈까, 가서 스테이크 먹을까 삼겹살 먹을까, 냉장고에 두 개 다 있지롱, 혼자 생각하면서 짐 챙기려던 그 때, 오른쪾 옆자리 아저씨가 '너 그거 한국어야?' 라고 내 맥북을 보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 때부터 대화가 시작되었다. 오른쪽 아저씨는 그 옆 아저씨랑 친구인데 매주 금요일이면 여기서 만나서 술 마신다고 했다. 다른 레스토랑 가면 세금 받지만 여기는 세금 추가 안내도 되고 저렴해서 여기서 만난다고 했다. 지하철 타고 온다고. 그러면서 나 여기 왜 왔냐고 묻고 영어 공부하러 왔다고 했더니 그러면 사람들하고 얘기 해야지 왜 그러고 있냐면서, 그 아저씨가 내가 조금 더 일찍 말걸걸 그랬구나, 했다. 이름도 알려줬는데, 한 명은 에릭이고 또 한명은.. 기억이 안나. 하여간 싱가포리언 이었는데, 한 명은 마동석 좋아하고 한 명은 신혜선 좋아한대. 에릭은 나한테 한국 가면 신혜선 만나서 자기 얘기좀 해달라고 했다. 신혜선이 자기 좋다고 하면 자기는 아내를 떠날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너 배드 가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나는 갈려고 했던거였는데 갑자기 수다 터져가지고 에릭하고 친구가 직원에게 여기 잔 하나 더 줘, 해가지고 나 자기네 와인 따라줬다. 같이 마시자고. 거긴 병째 사서 마시고 있었다. 그래서 다같이 만나서 반갑다고 건배하고 술마시는데, 과자랑 치즈 주면서 '샤이하지 말고 이것도 같이 먹어' 이랬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와인 세 잔 마시다가 내가 화장실 가고 싶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에릭 친구에게 "내 가방 좀 잘 봐줄래? 나 화장실 다녀올게" 했더니 걱정말라면서 너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 해서 안다고 하고 화장실 다녀왔다. 다녀와서 고맙다고 했더니 에릭이 '너 가방 다시 잘 살펴봐 없어진거 없는지, 이 놈이 가져갔을지도 모르잖아' 해가지고 내가 막 웃으면서 가방 보고 다 괜찮다고 했더니 에릭 친구도 '이 친구가 좋은 지적했어, 싱가폴은 안전한 나라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 너는 무조건 확인해야해' 했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와인을 또 따라줘서 또 마시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인 다 마셔가지고 에릭이 '내가 한 병 더 사올게' 하는거다. 그러더니 호주 와인이라고 사가지고 왓어. 에릭 친구가 직원에게 우리 새로운 와인이니까 새로운 잔 달라고 해서 내 잔까지 또 받은거다. 아니야, 나 충분해, 라고 했더니 에릭 친구가 '이건 새로운 와인이니까 조금만 따라서 맛을 봐'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 그래 알았어 이러고 또 받아마셨는데, 아니 이 아저씨들이 내 왼쪽에 앉은 아저씨들하고 또 막 얘기를 하는거야, 나를 사이에 두고. 그래서 니네 친구니? 물었더니 아니 오늘 처음 본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갑자기 중국말을 막 해가지고 이게 뭔소리야 어리둥절 하고 있었더니 에릭 친구가 내 표정 보고 그들에게 말했다.


"미쓰 리는 한국인이야. 그녀를 confuse 하게 하지마" 이래서 다들 갑자기 영어로 얘기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영어 공부얘기 했을 때 에릭이 물었다. 


"너 영어로 말하기 전에 생각은 영어로 해 한국어로 해?" 그래서 내가 '한국어로 해' 했더니, 너가 정말 영어가 익숙해지면 생각도 영어로 될거야, 라고 했다. 그리고 왜 영어로 책을 쓰고 싶어하냐고 물어서 영어 책 시장이 넓다고 했더니, 에릭과 친구가 내게 '너는 한국인이라는 너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잖아. 니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한국어로 글을 써서 그게 번역되면 되잖아" 물론, 나도 알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내가 책을 낸다고 번역이 되겠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계속 웃고 즐기다가 이제 그만 나는 갈게, 오늘 정말 모든것에 다 고마웠어, 라고 말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취해가지고 삼겹살이고 스테이크고 건너 뛰고 기절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즐겁게 술마셨다. 엄청 깔깔대고 웃었다. 




지난번에 그렇게나 기대했던 한국인과의 만남에서 한국어로 수다 떨고나서, 음, 한국어로 수다 떤다고 뭔가 막 마음이 좋아지고 그러는게 아니었어서, 수다라는게, 대화라는게 꼭 모국어일 필요는 없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햇었다. 여기와서 호주인과 영어로 술마시고 한국인과 모국어로 술마시고 싱가포리언과 영어로 술마셨는데, 놀랍게도 외국인들과 영어로 술마신게 훨씬 더 즐거웠다. 처음엔 한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할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굳이 한국인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안'이 자기는 종교가 없는데 친구 사귈라고 이곳에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며, 나에게도 교회를 다니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여동생도 언니, 친구 사귀고 싶으면 교회가면 어때? 했는데, 음 굳이 한국인 친구 필요 없을것 같아, 교회 안갈래, 했다. 한국인 친구는 딱히 안사귀고 싶다. 한국인 친구들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만으로도 충분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난주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찬조품 보내줬다고 내가 말했던가.




내가 카레는 카레여왕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만드는것만 좋은줄 알았더니, 아니 이거 끓는 물에 데쳐서 먹는데 왜이렇게 맛있냐. 진짜 존맛탱 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보내준 카레)

저 위에 계란인데 ㅋㅋㅋ 내가 아침에 톡하느라 계란을 태워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보내준 우거지해장국)


(친구가 보내준 카레.)



아무튼 엄청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엊그제 엄마랑 영상통화 하는데 옆에 이모가 있었는데 이모가 '너 얼굴 너무 좋은거 아니야?' 했다. 이모, 나는 외국생활이 체질에 맞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 읽고 있는데 참 좋다.

영어로 읽고 있는 지금은 앨리스와 펠릭스가 나눈 대화, 펠릭스가 어릴 때 저질렀던 나쁜 짓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고, 그것에 대해 용서할 자격이 나에겐 없다고 말하는 앨리스를 보는데, 내가 끌어안고 살았던 나의 잘못이 생각났다. 앨리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걸 갖고 잇을 거라고 햇는데, 그렇게 말하는 지점에서 사실 묘하게 위로가 됐다. 다 읽고, 내가 능력이 된다면, 이 책에 대한 리뷰도 적어보고 싶다.

샐리 루니가 보여주는 계급과 사람들의 쓸데없는 참견과 그리고 어린 시절에 대해서 좀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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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9-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친구 안 사귀어도 돼요~~ 거기는 싱가폴이니깐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 온 찬조품들 모두 근사해요~~ 생필품은 오직 먹거리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싱가폴 마트 많이 가봤는데 저런 와인바는 못 봤어요. 요지가지 재미있는 외국생활 근사합니다. 와인바에서 샐리 루니~~~ 크흐~~~

다락방 2025-09-09 11:1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샐리 루니 영어책 진도 왜이렇게 안나가나요? 저는 심지어 한국책으로 먼저 다 읽어서 내용 파악 가능하고 이메일은 대충 건너뛰는데도 왜이렇게 진도 안나가요? 얼른 끝내고 싶은데 미치겠어요. 노멀 피플은 이렇게 어렵지 않았던것 같은데, 샐리 루니 쉬운줄 알고 골랐는데 안쉽네요, 이 책은?

어제도 마트에 가서 맥주 마시면서 책 읽을라고 했는데 자리가 없었어요. 어휴.. 술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월요일이라 술 마시는 사람 나밖에 없겠지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들도 다 마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0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에는 좋아요를 누를 수가 없네요. ㅋㅋㅋㅋ 읽는 것만으로도 아 기빨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진짜 나랑 다른 사람이다 ㅋㅋㅋㅋㅋ
전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 향수 냄새 좋다고 느낀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뿌려야 좋다고 느끼는 듯. ㅋㅋㅋㅋㅋㅋㅋ
아놔 근데 이 인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향이냐고 물어본대 미쳨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리고 낯선 사람들하고 술도 잘 마시네요.
전 친구들하고 마시는 것도 기피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귀찮고 피곤함.......

아 진ㅉ ㅏ 신기한 인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그런 상상했어요. 다락방 님 병원 다인실에 입원하면 이 사람 저 사람하고 다 말 트고 ㅋㅋㅋㅋ 커텐 아예 열고 살 거 같은 사람
난 철벽 커튼 치고 속으로 ‘와 저 사람 왜 저래. 나한테 말 걸면 버럭 할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9 11: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절하실 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좋은건 알고 가자는 주의라서 향수 물어보는 걸 참을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저 이거 쓰면서 잠자냥 님 정말 힘들어하시겠다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길 걷다가도 아 이 향수 좋다 막 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곰곰 떠올려보니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좋아하는 향이 났던 기억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병실에 대해서는 잠자냥 님이 틀렸습니다! ㅎㅎ
저 수술하고 입원해있을 때 다인실이었는데 사람들하고 말하기 너무 싫어서 커텐 계속 치고 있었거든요. 안그래도 할머니 한 분이 ‘저긴 왜저렇게 계속 커텐 닫고 있어 답답하게‘ 라고 저 다 들리게 궁시렁거리셨어요. 아 너무 싫어. 그래서 간호사님께 제발 1인실이나 2인실로 바꿔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병실이 안난다고 하더라고요. 견디다못해 하루 일찍 퇴원했습니다. 그리고 주로 낮에 자고 밤에 혼자 커텐 닫고 불 켜놓고 책 읽었어요. 병원에서는 그게 왜그렇게 싫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하여간 정말 싫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희 엄마는 저 찾아오셨다가 다른 분이 전화번호도 따려고 하셔서 ㅋㅋ 엄마가 여기 나가면 다시 안볼텐데 무슨 번호 교환이냐고 그러지 말자고 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09 11:44   좋아요 0 | URL
사실 병실에서는 안 그럴 거 같았어요. ㅋㅋㅋ (농담이었음.)
병실에서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아마도 제가 다락방 님 만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실에선 40대 이하 사람들이 그러는 거 본 적 없는 거 같아요.
50대 이상부터 전조 증상이 나타나다가 60대 이상이면......... ㅋㅋㅋㅋ
다들 무료하고 심심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암튼 다락방 님 어머님 말씀이 바로 제 심정이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그나저나 좋아하는 사람한테서 좋아하는 향을 못 맡았다니........ 그거참 슬프네요;;;;
제발 잘 좀 씻고 다녀라.. 한남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9 12:34   좋아요 0 | URL
저는 주변에 저처럼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제 여동생은 심지어 향수를 싫어하기까지 합니다. 하하.
그런데 저는 왜이렇게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저는 향수 뿌리는 사람 완전 급호감이에요!!
향수 뿌리는 남자들을 당연히 만나봤지만, 그 향수 때문에 정신 사나워진 적은 별로 없어요.
이십대 중반에 좋아하던 남자가 켈빈 클라인 뿌렸었는데, 그 때는 옆에만 가도 참 좋더라고요. 역시 향기는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물론, 제 경우에는 말이지요. 사실 저는 ‘진한 향수 냄새 머리아프다‘는 사람을 많이 봐서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만났던 남자중에 살냄새 나는 남자가 잇었는데 별로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9-0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국제적 오지라퍼 ㅋㅋㅋ
다락방님의 성격상 영어를 금방 배우실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전 후각이 에민하지 않아서 냄새에 민감하지 않은데,
유독 화장품이나 향수 냄새는 너무 싫어서 백화점 1층은 코 막고 다닙니다. ㅠㅠ

다락방 2025-09-09 18:20   좋아요 1 | URL
지금보다 더 자주 사람들과 말해야 하는데 지금 너무 덜 말하고 있어서 나중에 한국 돌아가도 영어 실력에 변화가 없을까봐 초조합니다.. 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님, 저랑 완전 반대인게요, 저는 백화점 1층을 진짜 좋아해요! 들어서자마자 나는 그 강한 향수 냄새랑 화장품 냄새를 정말 사랑합니다. 나는 나무를 사랑하고 해를 사랑하고 산을 사랑하지만, 백화점 1층도 사랑해 자본주의도 사랑해! 막 이렇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막 향수 시향하고 돌아다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5-09-09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9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5-09-0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는거 완전 공감합니다. 저는 다락방님처럼 인싸도 아닌데 일단 궁금하면 못참아서 물어보고야 말아요. 가끔 전화도 합니다. 음 국회도서관에 전화한적도 있어요. ㅎㅎ

싱가폴까지 갔는데 무슨 한국 교회예요. 외국에 있는 한인교회는 뭐랄까 좀 더 폐쇄적인 느낌이랄까? 미국 가서 교회다니게 된 제 친구랑 얘기하면서 느낀거요.

저 향수는 꼭 사서 예쁘게 포장해서 호주갈 때 선물로 가져가시길... 내가 너를 위해서 엄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알아본거야 이러면서 말이죠. 에고 우리 앤드류는 잘 있으려나? 내가 왜 궁금하지????

다락방 2025-09-09 19:5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앤드류는 잘 있습니다! 매형하고 같이 일을 시작해서 뷰가 좋은 사무실을 얻고 거기에 책상이랑 컴퓨터 들여놨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착해요 앤드류. 빈 사무실 영상 찍어 투어시켜주고 책상 들어왔다고 진행과정 사진 찍어보내주고. 이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특히 외국에서 한국교회는 더 배타적이고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더라고요. 저는 한국 사람 알아도 외국의 한국 교회에서 알고 싶지는 않습니다.

궁금해서 못참는거 진짜 딱 접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방송국에 전화했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노래 궁금하다고요 ㅋㅋㅋㅋㅋㅋ그 노래는 마이클 런스 투 락의 댓스 와이 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국에 노래 물어보려고 전화하고 천재소년 두기 왜 이번주에 방송 안했냐고 전화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9 19:56   좋아요 1 | URL
음.. 근데 향수가 너무 섹시하고 너무 남자남자해서... 착한 앤드류랑은 잘 안어울리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9-0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앤드류 그렇게 쉽게 잊히다니.. 너무해!!!!! ㅠㅠㅠㅠㅋㅋㅋㅋㅋ
아니 전 첨에 좋은 향기가 아니라 나쁜 냄새라서 정신 사납다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 좋은 거였군요? 전 향수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해서 ㅋㅋ 신기합니다 신기방기
앤드류 잊지마.. 네덜란드 남자 아무리 키크고 섹시한 향 뿜어도 앤드류가 좋자나요 ㅠㅠ
세계 어딜 가도 잘 지낼 다락방님!! 최고얌!!

다락방 2025-09-10 16: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괭 님 넘나 웃겨요. 왜 내가 앤드류 잊을까봐 걱정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너무 .. 그 향기 나는 남자가.. 매력이 너무 강했어요. 앤드류는 처음부터 그렇게 막 강한 매력을 뿜는 남자는 아니었다고요. 어느 순간... 그러니까 좀 서서히.. ㅋㅋㅋㅋㅋㅋ 어휴 강한 향기 강한 매력, 저는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사실 그 남자 얼굴도 생각 안나거든요? 그런데 그 때 그 냄새가 훅- 오던거랑 그 매력.. 같은 것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자주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요, 제가 잘 지내내요? 하하하하하.

2025-09-10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10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일린, 있잖아. 요전 날 밤에 통화할 때, 나 자신을 위해서 아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었지?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행복하면서도 지쳐 보이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내 인생에 들어와서 나와 결혼할 어떤 새로운 사람을 말이야. 내가 전에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 아일린이 불쑥 끼어들어 덧붙였다. 그리고 아주 아름다워. 더 어린 여자라고 했던 것 같아. 지나치게 똑똑하지는 않지만 다정다감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환상적인 여자인 것처럼 들려. 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네 주장의 요지로 미루어보면, 너랑은 다른 사람인 이런 아내를 내가 얻으면...... 아일린이 분한 척하며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그래, 확실히 나는 아니야. 우선 첫째로, 내가 훨씬 더 많이 책을 읽었어. 반사적으로 계속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일단 내가 그녀를 찾으면, 누가 됐든, 너와 내가 여전히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그때 그녀는 마치 그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려는 듯 소파 쿠션에 등을 기대며 편히 앉았다. 잠시 머뭇거린 후 대답했다. 아니, 그녀를 찾으면 나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애초에 나를 포기하는 게 그녀를 찾기 위한 전제 조건일지도 모르지.

그가 말했다. 내가 추측한 대로군. 그렇다면 나는 결코 그녀를 찾지 않을 거야.

깜짝 놀라서 두 손을 번쩍 쳐들며 아일린이 말했다. 사이먼, 진지해져봐. 이 여자는 당신 영혼의 동반자야. 하느님이 당신을 위해 이 땅에 보내준 사람이라고. -p.191
















아일린과 사이먼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 좋은 친구이다. 아일린은 여성이고 사이먼은 남성이고 둘다 이성애자이지만 서로를 친구라고, 그들의 관계를 우정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이먼은 현재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했고 아일린은 얼마전에 함께 살던 남자친구랑 헤어졌다. 그 전의 연애들도 서로 알고 있고 그러니까 그 전에, 훨씬 더 전에 아주 어릴 때부터 그들은 이웃에 살며 친구가 되었다. 사이먼이 아일린보다 다섯살 나이가 더 많긴 하지만, 사이먼은 아일린에게 '내가 약속할게. 너랑 나는 우리의 남은 평생 동안 친구로 지낼거야' 라고 진작에, 아일린이 열다섯살일 때 말한 적 있다. 그리고 지금, 아일린이 스물아홉살인 지금까지 그 말을 잘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나서 사이먼이 일 때문에 파리에 거주했을 때, 그 때 아일린은 파리로 가 사이먼과 섹스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사이먼을 찾아가 섹스를 하기도하면서, 그러면서 그에게 '너에게 아내가 있는 상상을 한다'고 말하는거다. 구체적으로 그녀가 어떨 것이다, 라고 말해주면서. 그리고 섹스를 나누고 난 직후도 그들은 사이먼의 미래의 아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거다. 


그러니까, 이 심리는 뭘까. 내가 힘들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고 나의 단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섹스를 나누면서, 그런데 그것을 우정이라 말하는 이 심리. 그런데 너는 다른 아내를 찾게 될거라는, 방금 섹스를 나눈 나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그렇게 말하는 그 심리 말이다. 사랑과 우정을 섹스의 유무로 갈라야 하는걸까? 섹스를 하면 사랑이고 섹스를 안하면 우정일까? 나랑 섹스를 하지 않은 남자 사람과 나누는 것은 나에게 무조건 우정일까? 내가 섹스를 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걸까? 그러니까 처음엔 아일린과 사이먼의 이 관계에 대해서 나는 도대체 우정이란 무엇인가, 이 우정은 도대체 어떤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누가 봐도 사이먼을 지독하게 사랑하는게 뻔히 보이는데, 그런데 사이먼에게 아일린은 우정을 자꾸 얘기하고, 사이먼이 아일린을 아끼는게 뻔히 보이는데 그들은 서로를 연인이라 칭하지 않고 가상의 사이먼 아내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는거다. 


왜그럴까?

도대체 왜 그러는걸까?


나는 그것이 아일린의 사랑에 대한 확신의 유무라고 보았다. 그러니까,

아일린은 자신의 사랑은 확신한다. 사이먼에 대한 자신의 사랑. 그러나 사이먼의 자신에 대한 사랑은 확신하지 못한다. 내가 아내를 찾아도 너랑 친구로 지내는게 가능하냐는 물음에 아마 그건 불가능하갰지, 라고 말하고 그렇다면 차라리 아내 찾기를 포기하겠다는 사이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고, 진지해져보라고 하는거다. 아일린에게는 사이먼의 말이 왜 닿지를 않을까? 왜 자신은 사이먼을 짝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 사이먼도 그렇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듣지를 않는걸까? 이 책 전반에 걸쳐 앨리스와 아일린 모두 상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확신하면서 자신에 대한 상대의 사랑은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그를 사랑해, 그런데 그는 아니지. 뭐 어쩔 수 없지, 의 태도로 일관한달까. 내가 사랑하니까, 가 전반적으로 몸에 배어있는거다. 


누군들 사이먼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평생 원해왔던 사람이 바로 사이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아일린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 어쩔 수 없이 아일린이 되어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건, 나야말로 사이먼을 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다.


아일린이 그런것처럼, 나는 데이트를 하고 연인이 된 후에 남겨지는 건 이별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과는 그래서 사귀고 싶지 않았다. 연인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연인 사이가 되면 분명 헤어짐이 올것이고, 그러면 다시는 보지 않는,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된다는 것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사귀는 건 헤어짐이 별로 타격 없는 정도로만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사귀지 않고 우정을 유지하는 쪽으로 지내자고 늘 마음 먹고 살았던거다. 


그런데 사실 삶은 그렇게 내뜻대로 굴러가지는 않는 법이다.


내가 당신 아내라면 우리는 친구 사이가 아닐 거야. 그가 나른하게 한쪽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가 햇빛을 쬐어서 주근깨가 가뭇가뭇한 자신의 가느다른 팔을 빤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친구들끼리 관계를 맺게 되는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 줄곧 생각해봤을 뿐이야. 그런 관계는 대게 안좋게 끝나곤 해. 내 말은, 사람들이 데이트를 하면 어떤 경우에도 당연히 다 그렇다는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그 사람의 번호를 차단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 그런데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당신 번호를 차단하고 싶지 않아. -p.327



내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번호를 차단하고 싶지 않았고, 그 사람과 연락을 언제까지고 이어가고 싶었고,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이에 있어야 하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한거다. 섹스를 하지 않고 연인이 되지 않고, 가끔 연락하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산다면, 그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런 사람, 나의 사이먼이 된다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살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우정으로 남겨두고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삶. 내가 다른 사람하고 연애해도 사이먼은 계속 그자리에 있을테니까. 그렇게 잘 살아오고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어느날, 이 사이먼이 내게 연애를 하자고 한거다. 아니야, 나는 싫어. 나는 있잖니, 연애한 뒤에 헤어지는게 너무 싫어. 그러면 그 관계가 끝나버리잖아. 나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는 친구를 하고 싶어. 그러면 언제까지고 계속 알고 지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는 한 번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한 번 해보자고 했던거다. 


나는 고민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이 사람이 너무 좋은데, 사귀었다가 잃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하자는대로 하고 싶다. 그래도 될까? 

나는 그와 연인이 되었다. 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연인이 일치하는 순간이었고, 내 연애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주변에서도 나를 보면 정말 행복해보인다고 좋아보인다고 했다. 그는 나의 연인이면서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 제이슨 므라즈는 가장 좋은 친구와 연인이 되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를 노래한 적이 있는데, 나 역시 그랬다. 내가 바로 그런 운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고나서 너무 타격이 커서 한달을 매일 울었다.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진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혼자 꺼이꺼이 울면서 울부짖기도 했다. 거봐, 내가 안사귄다 그랬잖아. 그러면서 엉엉 울었다. 안사귀었어야 되는데, 사귀지 않았으면 헤어짐도 없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계속해서 원망스러웠다. 그러게 그냥 친구로만 뒀어야지, 왜 연인이 되어서. 그렇게 한달을 내내 울었다. 걷다가 울고 산에 가다가 울고 지하철 안에서 울고 사무실 안에서 울었다. 



그리고 몇개월 후,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친구로 만났다. 그리고 우정을 나누기로 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조금이라도 성적인 기미가 끼어들지 않도록 내가 조심하고 내가 조심하는 걸 상대가 느끼고 상대가 느끼고 있다는 걸 내가 느꼈다.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서, 그는 내게 당신 정말 괜찮겠냐고 물었더랬다. 나는 기꺼이 친구를 선택했다. 다시는 그랑 헤어지는거 하고 싶지 않아. 가슴 아플지언정 그가 다른 여자랑 사귀는 걸 보더라도 그의 옆에 있는 쪽을 택할거야, 그의 번호를 차단하지 않고, 그가 내 번호를 차단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평생 알고 싶어.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친구할래. 그리고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다 내가 알게 해줘.

그거 사귀는거잖아.

알았어, 그러면 굵직한 것만 알게해줘.


그렇게 나는 그와의 우정을 택했다. 이것만 잘 가져가면, 그러면 되었다. 이번에 다시 이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왔으니 놓치지 않을거야. 친구로 두면 된다. 


아일린이 그 이름을 따라 불렀다. 캐럴라인. 그게......?

사이먼이 만나는 여자야. 폴라가 말했다.

아일린은 이제 가까스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응, 우리는 만난 적 없어.

해나는 와인을 한 모금 삼키고 말을 이어갔다. 아, 정말 괜찮은 여자야. 너도 그녀를 아주 좋아하게 될걸. 피터, 당신은 그 여자 만나봤지? -p.238



아일린은 파티에 갔다가 참석한 사람들이 사이먼이 만나는 여자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 여자의 이름은 캐럴라인 이란다. 아일린의 마음은 부서진다. 며칠전에 나랑 섹스했는데, 그런데 오늘은 그 남자가 만나는 여자에 대해 듣게 되다니.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한 아일린은 인사도 없이 파티장을 나선다. 사이먼은 따라 나와서 데려다준다고 하는데, 아일린은 화가 나서 그가 만나는 여자에 대해 언급한다. 그런데 사이먼은 이미 말했던 터다. 나 만나는 여자 있다고 얘기했잖아. 그래, 안다, 아는데, 너무 화가 난다. 왜 화가 나. 왜? 친구라면 화내면 안되는거 아니야? 내가 친구하자고 했잖아. 그런데 왜 그가 만나는 여자 있다는 거에 화가나. 심지어 속인 것도 아니야. 그런데 너무 화가 난다. 너무 화가나고 속상해. 미치겠어. 나는 아일린이 되어서 사이먼이 밉다. 사이먼이 너무너무 밉다. 혼자서 개새끼라고 욕을 했다. 그런데, 그가,


정말 개새끼야?

그가 개새끼인게 맞아?



사이먼은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저기, 네가 화난 건 이해하지만, 그게 완전히 공정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 -p.242


맞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 아일린이 내내 우정을 말했는데, 그런데 왜 만나는 여자에 대해 화를 내? 나랑 섹스해서? 나랑 섹스했으니까 다른 여자랑 섹스하면 안돼서? 그러면 그거 연인인거 아니야?



내가 그랬다. 내가 친구하자고, 내가 감당한다고 하고서, 그가 만나는 사람 있다고 했을 때,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나는 애써 괜찮은척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났고 속상했다.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그는 나를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두고서 다른 사람하고 데이트를 한다는건 나에게도 그리고 그녀에게도 못할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친구라고, 나는 우정을 나눌 거라고 재차 거듭 말해놓고서, 그가 만나는 사람 있다는 말에 완전히 무너졌다. 밤새 한 잠도 못잔 뒤에, 다음날 아침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 친구 못하겠다고. 우리는 연락하지 않는 것이 맞겠다고. 이번에는 내 스스로 그를 떠나보내놓고 그리고 또 울었다. 남동생을 끌어안고 울었고 친구를 만나서 울었고 혼자서도 울었다. 나는 뭘 어쩌자는걸까.



일주일 뒤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받았다.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아 이젠 나도 모르겠어, 그냥 그가 다른 사람 사랑하는거 보면서, 그러면서 그냥 옆에 있을래,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몇마디 굳이 중요하지 않은 말들을 늘어놓은 뒤, 내게 말했다. 내가 왜 당신이랑 연락하면 안되는건지 모르겠어. 내가 여자친구 있다고 한것도 아니잖아, 만나는 사람 있다고 한거잖아. 그리고는 이내 덧붙였다.


그 사람 정리했어.



아일린은 사이먼을 사랑했다. 사이먼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사이먼도 자신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줄을 몰랐다. 그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그게 왜 그런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앨리스도 아일린도 그런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나는 그를 사랑해,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이런 확신은 어디서부터 오는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랬다. 나는 항상 너무나 당연하게 그와의 연애에 있어서 내가 그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내가 먼저 좋아하고 내가 더 많이 좋아해서 이 연애가 가능한거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냐면 사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그런데 아일린을 보고나서야, 사이먼이 아무리 말해도 사이먼을 짝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아일린을 보고 나서야, 그가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 책속에서 다른 커플인 펠릭스가 앨리스에게 그런 말을 한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아. 우리는 서로를 똑같이 좋아하는 것 같아.' -전자책 p.180



나는 아일린이고 사이먼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 우정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아일린이 되어 만나는 사람 있다는 사이먼이 야속했는데, 그런데, 사이먼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던,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던 아일린이, 그러니까 내가 비로소 보였다. 그 역시도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은 왜 당신이 나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해?"


나는 나를 다시 보게됐다.

그동안 사이먼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사이먼을 원한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당연하게 깨달았던 건, 상처받기 싫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싫은 욕망이었다. 그런데 아일린을 보면서, 단순히 그 욕망만이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이제야 했다. 당신은 결혼하기 싫어하잖아, 라는 말을 그가 어떤 의도로 했는지는 내가 모른다. 당신은 왜 당신이 나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해, 라는 말 역시도 그가 어떤 의도로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내가 했던 말들은 그대로 그에게 닿았었다는 것이다. 나는 우정으로 당신을 평생 내 옆에 두고 싶다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성질을 내고 울었던 것도 결국은 내뜻대로 되지 않아서이잖아. 내가 원한건 그는 그대로 거기에 있으면서 나랑 관계를 유지하는게 아니었던가. 그러면서 내가 항상 당신 옆에 있겠다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혼하기 싫다고 하면서 나는 내 자유를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나는 자유로울 것이지만, 너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거기에 언제나 그대로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해. 결국 내가 했던건 그거 아닌가. 


나는 아일린이 이기적인 걸로 보였다. 그러니까 이기적인 나쁜년, 이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극도로 아끼는 사람. 그런데 그게 바로 나였다. 상대방의 말은 차단하고 내 말만 했었다. 상대방의 뜻은 무시하고 내 뜻대로만 하려고 했다. 그러다 내 뜻대로 안된다고 울기만하고, 그런 어리석고 이기적인 내가 그와의 관계 속의 나였다. 그와 헤어진지 아주 오래 지났는데 나는 이제야 내가 그 때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얼마나 내가 나만 생각했었는지가 보였다. 그리고 많이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해야지, 라고 마음먹는건 아니고, 다만,

사이먼을 욕심내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나는 자유로울 것이면서 상대의 욕망에는 귀기울이지 않는, 그런 삶을 살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원했던건, 결국 상대방도 계속 싱글인채로 있는거였잖아. 맙소사. 

당신은 나를 잘 떠났다. 




아일린, 어떻게 하고 싶어? 우리가 진지하게 함께하기를 바란다면 캐럴라인과의 관계는 언제든 끝낼 수 있어. 기꺼이 그렇게 하겠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말이야. 하지만 네가 그걸 원하지 않고, 우리가 그냥 즐기면서 재미나 보는 거라면, 그때는 너도 알잖아. 독신이 너한테 더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내가 남은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 수는 없어. 나는 꼭,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그걸 극복해야 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어? 나는 그저 네가 뭘 원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야. -p.244


아일린은 얼굴을 찌푸린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괴로워 죽을 지경이라는 거야. 내 20대의 절반을 그 사람과 함께 보냈는데, 결국 그는 그냥 내게 질려버린 거지.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긴 거라는 뜻이야. 나는 그를 지루하게 했어. 어떤 면에서는 그게 나에 대해 무언가 중요한 점을 말해주는 것 같아. 그렇지? 틀림없어. - P78

출장에 여자친구랑 동행하면 안 돼?
그가 말했다. 그녀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야. 그냥 내가 만나는 사람일 뿐이지.
그 차이를 잘 모르겠어. 여자친구와 만나는 사람의 차이점이 대체 뭐야?
우리는 독점적인 관계가 아니야. - P80

그 환상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내가 파리에서의 너를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아. 그 순간 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듯했다. 잠시 후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오로지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불과해. 반사적으로 미소 지으며 그가 말했다. 음, 그러면 공평할 것 같은데, 안 그래? 하지만 아니야.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어. 우리 가까운 시일 안에 만날 수 있을까? 아일린은 좋다고 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평소처러 행동할게. 아무 걱정 마. - P91

사이먼: 지금 바빠?

두 개의 체크 표시가 아일린이 메시지를 봤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이내 말줄임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일린: 아니
아일린: 목욕을 하려고 했는데 동거인이 뜨거운 물을 다 써버렸어.
아일린: 그래서 그냥 침대에 누워서 인터넷 보고 있어
아일린: 왜?

텔레비전에서는 뉴ㅡ가 끝나고 일기예보가 방영되고 있었다. 노란색 태양 그림이 지도이 더블린 지역 위를 맴돌고 있었다. 사이먼은 다시 입력하기 시작했다.

사이먼: 여기로 올래?
사이먼: 뜨거운 물이 펑펑 나와
사이먼: 냉동실에는 아이스크림이 있고
사이먼: 동거인은 아무도 없어

몇 초가 지났다. 그는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화면을 주시했다. 머리 위에 있는 유리 전등갓을 덧쓴 천장 등의 전구가 화면 위에 비치고 있었다.

아일린: !!
아일린: 초대받으려고 유도한 거 아니야!!

사이먼: 나도 알아

아일린: 정말?

사이먼: 그래

아일린: 참 친절하네

사이먼: 뭐랄까, 원래 아주 친절한 성격이야 - P175

그녀는 우리가 일종의 슬픈 짝사랑이 얽힌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사실은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은 심지어 눈치도 못 채는 그런 우정 말이야. 나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게 정말 싫어. 그 순간 그녀는 화면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어서 사이먼에게는 전체 얼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옆얼굴 일부만 보였다. 그녀의 광대뼈와 눈꺼풀 가장자리로 천장 등의 불빛이 하얗게 비쳤다. 그가 말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그 반대인 줄 알아. 텔레비전에서 고개를 돌리지는 안았지만 그녀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 P189

만약 하느님께서 내가 당신을 포기하기를 원하신다면, 나를 지금의 내가 되게 하지 않으셨을 거야.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한쪽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그녀가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우리의 우정을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군.
무슨 일이 있어도. - P191

나는 피곤했고 늦은 시간이었지. 택시 뒷자석에 반쯤 잠든 채 앉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어디를 가든 네가 나와 함께 있고, 그도 나와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너희 둘 다 살아 있는 한 이 세상은 내게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어. - P198

아일린이 말하는 동안 사이먼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앞쪽의 인도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맞아.
당신이 그녀를 모두에게 소개했는지 미처 몰랐어.
그가 말했다. 모두에게는 아니야. 우리랑 함께 두어 번 술 마시러 나간 적이 있는데, 그게 다야.
아일린이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세상에.
잠시 그들 중 어느 쪽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했잖아.
당신 친구들 중 그녀를 만나보지 못한 사람은 나뿐이야? 아일린이 물어보았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알지만, 나는 정말이지 모든 걸 올바르게 처리하려고 노력해왔어. 이게 그냥...... 알다시피, 이게 그렇게 간단한 상황은 아니잖아.
아일린이 거친 웃음을 터뜨리고 나서 말했다. 그래, 확실히 참 힘들겠어. 당신이 아무하고나 다 섹스를 할 순 없잖아? 아니, 그럴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곤란한 상황이 되겠지. - P242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이해하고, 죽 읽어나가면서 이해할 수 있을만큼 오랫동안 마음속에 새겨둘 때 많은 주체성을 발휘해야 해. 그것은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저절로 내게 전달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결실을 맺는 적극적인 노력인 것 같아. - P275

나한테는 이 세상에 단짝 친구가 고작 둘뿐인데, 둘 다 나 자신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재미있어. - P295

내 삶이 당신이 없다면? 세상에,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는 건 상상하기도 힘들어. 반면에 우리가 만약 그냥 친구로 지낸다면..... 그래, 우리가 함께 잘 수는 없지만, 서로의 삶에서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나는 상상도 못 하겠어. 당신은?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그래.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그녀는 도리질을 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 우리의 우정이 더 중요한지도 몰라.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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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9-06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콩콩~ 앤드류도 없는데 너무 알콩달콩, 쓴맛단맛 오색빛깔 무지개 같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님!

일단 저는 다 안 읽었구요. 아직도 80여쪽.... (왜냐하면 어제 책장 뒤져서 <친구들과의 대화> 읽느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이먼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사이먼은, 뭐랄까. 왜, 왜 이렇게 근사해요. 과하지가 않고 유머감각도 있구요. 그리고, 말을, 말을 그렇게나 이쁘게 하네요. (위에 인용문 참조) 저는 사이먼을 좋아하고, 사이먼을 욕망하는 아일린 마음을 알겠구요. 왜냐하면 아직 다 읽기 전인데 나도 사이먼이 맘에 들거든요. 근데, 두려워하는 아일린 마음을 쪼금은 알것도 같아요. 사랑은 이루어져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결국은 똑같지 않은가 싶어요. 저는 이게 인간의 유한성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노력하지 않는 한 말이에요. 장점은 단점이 되고, 열정은 식죠. 실망이 쌓여가고 권태가 찾아오죠. 노력해도 극복되지 않을 수 있구요. 내 마음을, 변해버린 내 마음을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흠결 없는 사랑, 주름 없는 사랑이 더 완벽한 사랑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저도 아일린인가 싶어요. 얼른 읽고 페이퍼 쓰기 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한테 달려가서 페이퍼 좀 내놓라고 말해야겠어요! 같이 가시지요~~

다락방 2025-09-06 17:14   좋아요 2 | URL
아일린이 이런 사이먼을 만났다는 것은 정말 인생의 큰 복이죠. 정말 아낌없이 마음을 주고 있잖아요. 게다가 마음을 주고 있다고 계속 말하고 행동으로도 보여주고요. 그러다가 만나는 여자 있다는 말에 저도 아일린처럼 무너져내렸지만.. 그런데 사이먼이 만약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면, 아일린이 말한것처럼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면, 그렇다면 아일린과 사이먼의 우정은 지속될 수 없었겠죠? 만약 그 우정이 지속된다면, 그건 사이먼의 아내에게 못할짓인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못할짓 하지말고 아일린은 사이먼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사이먼이 하는 말을 좀 들으라고요.
저는 모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편인데, 저는 그동안 제가 가슴 아픈 사람들에게 연대해서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책 읽고 아일린 만나면서, 제가 원하는 건 사실 저 마음 깊은곳에서 ‘이루어지지 않는‘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루어지고 싶지 않았던거에요, 저는. 누군가에게 잡힐까봐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착한 사람도,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던거죠. 하하하하하. 샐리 루니가 저를 완전히 궤뚫었어요!!

단발머리 님 어서 읽고 페이퍼 써주세요. 단발머리 님의 명을 받들어 방금 독서괭 님께도 조르고 왔습니다. ㅋㅋ

저 영어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메일 부분은 대충 그냥 넘기고 있어요. 너무 어려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9-06 22:29   좋아요 1 | URL
여기서 두분 손잡고 오신 거였어..

다락방 2025-09-06 23:15   좋아요 0 | URL
네, 저희가 손을 잡고 갔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08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 작품 읽을 때 전 등장인물들 중에 하나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더라고요.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 보니, 다들 하나같이 이기적인 캐릭터라 나만 아프고 상처받았고, 그래서 또 상처받기 싫어서 겁부터 집어먹는 징징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중2병 징징이들이랄까... ㅋㅋㅋㅋ 이 책에서도 아일린 때문에 여러 번 복장 터져서 아 난 이런 애 못 사귀겠다 절레절레 한 적이 여러 번이거든요. 상처받기 싫어서 이기적으로 굴면서 상대는 계속 자기만 바라봐주길 바라는.... 그런 심뽀가 어딨어요! ㅋㅋㅋㅋㅋ “도대체 날 더러 어쩌라고!” 버럭 성질내고 전 영영 떠났을 거 같아요. 그렇다고 저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사이먼도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사이먼도 그 나름대로 비슷한 이기적인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아일린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정작 그녀를 일상의 자질구레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봐요. 그냥 섬처럼 두고 가끔 리프레시하는 상대로 제격이었던 게 아닐까.

근데.... 다락방님이 아일린 같은 면이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다행입니다. 우리가 친구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를 좋아할 땐 상처도 고통도, 아픔도 다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행복하기만 한 관계가 어디 있겠습니까... 근데 샐리 루니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은 그게 무서워서 다들 징징대면서 피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 작가의 작품 속 로맨스에는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아 그냥 널 던지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야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알겠죠? 아일린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8 11:40   좋아요 1 | URL
저는 사이먼의 경우는 잠자냥 님과 좀 달리 보는데요. 사이먼은 자기식대로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아일린의 의견을 계속 존중했다고 보고 있어요. 일례로, 사이먼이 아일린에게 ‘네가 독신이 잘어울린다고 해서 나도 계속 독신일 순 없어‘ 라고 말하는 지점이었죠. 저는 상처받기 싫어 자기를 모두 던지지 않는 제 성격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건 제가 인정하던 부분이었고요, 그것을 딱히 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읽다가 ‘이기적‘이라고 깨달은 부분은, 상처받기 싫다고 말하면서 나를 다 던지지 않는 지점이 아니라, 상대가 내 옆에 언제나 있어주길 바라면서 그러나 내가 상대에게 매이기는 싫었던 바로 그 지점이었어요. 아일린의 독신은 바로 그런 이기적인 증거였고, 그러면서 사이먼이 여자 만나는 걸 싫어하잖아요. 그때 사이먼이 얘기한거고요.. 너에게 독신이 어울린다고 해서 나도 독신일 순 없어, 라고요. 저는 그 때 완전히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저의 이기적인 면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고 보거든요. 너에게 매이고 싶진 않지만 너는 항상 내 옆에 있어야해, 아니 나는 네 옆에만 있지는 않을건데 너 다른 여자 만나지는 마, 그런데 나를 제일 좋아해야해, 라는 거요. 저한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제가 아일린을 보고 알았어요. 아일린이 저에게 자기 객관화를 시켜줬어요. 그 지점에서 반성했습니다. 물론, 잠자냥 님 말씀대로 제가 저를 다 안던지는 것도 맞고요. 저는.. 다 못던지겠어요. 그건 못던지겠어요. 그래서 저는 다 던지고 사랑을 쟁취하느니, 차라리 사랑을 안하겠다 쪽으로 가는것 같아요. 계속 사이먼을 원하면서 살 순 없으니까요.

사이먼이 좋았던 지점은 사이먼 같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데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어느 순간까지는 사이먼처럼 해주다가 결국은 돌아서는게 대부분이고 그게 자연스럽지요. 사이먼은 그야말로 한결같았고 그렇기에 좀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가 됐든, 제가 이기적인 건 맞습니다. 그리고 저같은 이기적인 사람은 사실 좋은 연인이 되기 힘들고요. 역시 혼자가 맞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나 혼자 울고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08 11:54   좋아요 1 | URL
네, 말씀하신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일린이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는 희생 1도 안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 그대로 자기만 바라봐주길 바라는 그 심뽀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러면서 자기희생은 하나도 하지 않을 수가 있지요? 시간이든 에너지든... 상대하고 맞추다 보면 결국 어떤 부분은 희생하게 되는 게 (할 수밖에 없는 게)사랑인 것 같습니다.

다락방 님은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싶지 않아서 연인 관계에선 좀 이기적이었던 것 같고요...

다락방 2025-09-08 19:54   좋아요 0 | URL
이게 그렇잖아요. 만약 제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 저에게 ‘너는 이기적이야!‘ 라고 했다면 제가 발끈했을 것 같은데, 제가 저같은 사람을 딱 보고나서 ‘허..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이기적인게.. 내 모습이네‘ 를 깨닫고 나니까 와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간 내가 했던 말, 들었던 말, 했던 행동들이 생각나면서 참 뼈아픈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연애를 하지 않는게 상대를 위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에도 하긴 했찌만, 지금은 더 커졌습니다.

저의 이런 이기적인 면-아일린과 비슷한- 이 저에 대해 많은 걸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길지 않은 연애만 반복했던 것, 베스트 프렌드가 없는것, 모두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5-09-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한가지 궁금한 건... 사이먼이 아일린 교묘히 그루밍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사실 아일린이 미성년자때부터 만난 사이잖아요...? 윤리 다락방이 발끈했을 법도 한데....

다락방 2025-09-08 19:54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그루밍 생각을 전혀 안했거든요? 그래서 잠자냥 님 이 댓글 읽고 그루밍의 흔적이 있었나? 하고 돌이켜봐도 그루밍했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오히려 아빠나 친오빠처럼 보살피려는 욕망이 더 강했다고 생각해요(언니한테 맨날 당하는 동생 보기 괴로웠달까요). 사이먼 개인의 어떤 욕망이 있었다고해도 사이먼은 아일린이 미성년자일 때 절제를 잘 했고요. 아일린 열다섯살 때 키스할뻔한 위기가 있었잖아요. 아일린이 하고 싶어해서. 그 때도 사이먼은 하지 않았어요. 사실 대부분의 남성의 경우 이럴 때 키스정도는 했을것 같은데 그때도 하지 않는 드문 사람이었죠. 그리고 성인이 되어 아일린은 다른 남자랑 첫섹스를 하고 사이먼은 사이먼대로 자기 연애를 하고, 사이먼과 아일린이 서로와 섹스를 했을 때는 이미 아일린이 성인에다가 다른 섹스를 한 뒤였고요. 저는 그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이먼이 첫 섹스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도요. 우리 나라 남자 작가가 썼다면 사이먼은 분명 아일린의 첫 섹스 상대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그리고 저는 어떤 면에서는 사이먼과 아일린이 좀 헤맸다고도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그들만 놓고보자면 필요했다고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