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 님은 읽다가 폭발하는 다락방의 E력에 기절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ㅎㅎ)
토요일엔 언제나처럼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야하는 클락키 스타벅스를 간다. 클락키에 있는 스타벅스는 아주 넓어서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 좋다. 군중 속의 고독... 나는 충전을 좀 해야해서 혼자 앉는 충전되는 자리에 똭 앉아 있었고, 아 여기는 진짜 있다보면 너무 추워, 하면서 가져온 긴팔을 꺼내 덧입었다. 내 오른쪽 옆자리 왼쪽 옆자리 모두 사람이 다 있었는데 왼쪽이 비었고 잠시 후에 누군가 왼쪽에 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머리를 파마한 것 같은 엄청난 키를 가진 남자였는데 국적은 혼자 나름 네덜란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무튼 잠깐 보고 다시 내가 하던 일을 하려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남자에게서 엄청난 향기가 전해져온다. 내가 향기라면 진짜 돌아버리는데 와 이 향기 무엇. 나는 알라딘에 페이퍼 쓰고 있다가 갑자기 집중력 떨어지고 정신이 사나워져서 그 다음엔 옆자리 남자만 계속 신경썼다. 세상에, 진짜 너무 향이 미치겠는거다. 와 이 향 뭐지, 이 향 뭘까. 나는 차마 얼굴까지 자세히 보지는 못하겠고 흘깃 그 남자를 보았는데 노트북으로 뭔가 하고 있었고, 핸드폰은 두 개였고, 엄청나게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리고 어마어마한 팔뚝을 가지고 있었다!! 와, 냄새가 나를 정말이지 정신 사납게 한다.. 하- 미쳐버려... 난 진짜 어떡하냐. 냄새에 돌아버리는 이거 어떡해. 난 왜 이렇게 냄새에 맛이 가버릴까. 히융 ㅠㅠ
향수 뭐 쓰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 향수 뭔지 알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갑자기 말 걸어서 향수가 뭐냐고 물어봐도 될까? 그거 너무 국제적 오지라퍼, 국제적 푼수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지말자, 향수 알아서 뭐 어쩔려고. 알아도 뭐 어쩔 수가 없잖아? 그렇지만 알고싶다. 모르는 채로 지나가긴 싫다. 이게 뭔지 나는 좀 알아야겠다. 혹시 아냐, 알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쓸모가 있을지.. 이를테면 향기 나쁜 남자를 만나면 선물한다든가... 라고 써놓고 보니 향기 나쁜 남자를 뭐하러 만나고 그 남자한테 뭐하러 선물해? 하여간. 아무튼 향기 진짜 취하겠다. 흑흑 정신 사나워, 향기 너무 좋아 흑흑 ㅠㅠ 뭐 쓰는 거에요, 향수... 하.. 물어볼까... 안돼 자중해..
얼마나 있었을까, 그가 일어나서 자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어.. 이 사람이 이대로 가려나봐, 가면 언제 또 볼지 모르는데, 그러면 나는 이 향기가 뭔지 알지 못하는채로 살아야 하는데, 아아 안돼, 물어볼까, 아아 마음이 급하다, 너무 미친 오지라퍼 아닐까, 안돼!!
나는 그냥 부끄러움을 감수하기로 한다. 익스큐즈미, 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는 짐을 챙기다가 응? 하고 나를 본다.
"너 지금 가는거야?"
"응"
"미안하지만, 너가 쓰는 향수가 뭐야?"
그랬더니 짐을 챙기느라 허리를 구부리고 있던 그가 갑자기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서더니 자기 팔을 들어 냄새를 맡는다. 손목이 아니라 어깨 근처 팔을. 굳이 그 향기를 맡았던 걸 보면, 향수를 하나만 쓰는 남자는 아니구나, 를 알 수 있다. 내가 오늘 뭐 뿌렸지? 하고 맡아보는거야. 그가 그러는 중에 나는 얼른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서
"좀 적어줄래?"
했더니 그가 '구글을 열어' 라고 말하는거다.
아? 그건 또 내가 생각못했네. 하- 나 너무나 아날로그. 그래 구글 열면 이미지까지 볼 수 있을텐데 웬일이니. 나는 얼른 폰으로 구글을 열려는데 이놈의 인터넷이 왜 안돼. 노트북은 그간 잘 써왔으니 노트북으로 구글 열자 싶어서, 잠깐만, 미안해, 했더니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구글을 열라고 하는 이유는 이 향수 이름으로는 a lot of types 가 있기 때문이라는거다.
나 구글 열었어. 하고 화면 보여주니 그가 장 폴 고티에 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사실 잘 못알아 먹었다. 그래서 뭐? 하고 joh.. 치고 있었더니 아니
j
e
a
n
폴 이라길래 이건 내가 paul 치고 그리고 뭐? 했더니 g 불러줘서 치는데 자동검색 되어 나와버리고 이거야, 해서 그거 눌렀더니 그의 말대로 그 향수가 여러가지가 나온다. 그러자 그가 하나를 딱 가리키면서 '이거야' 라고 해줬다. 오, 고마워! 네 향기 나이스했어, 했더니 '이거 오래된 향인데 나도 참 좋아해' 라고 했다. 그리고 뭐라고 더 말했는데 사실 다 못알아먹었고, 하여간 내가 고맙다고 했더니 cheers 라고 말하고 떠났다.
나는 씐나서 어머 이 향이야, 이게 그렇게나 좋은 향이었어, 하고 네이버에도 검색했더니, 이게 완전 남성남성한 향수고 섹시해서 panty dropper 라는 별명도 가진 향수란다. 어머, 완전 이해돼 완전 이해돼. 너무 좋았는데, 정신 사납게 좋았는데, 나 이거 살까? 하다가.. 내가 이걸 사서 뭐하지? 싶어졌다. 유니섹스도 아니고 진짜 넘나 남성향이라서 나에게서 이게 나기를 원하지는 않는단 말야? 나는 누군가에게서 이 냄새가 나기를 원하지. 그런데 진짜 지독하게 섹시했어. 정신이 진짜 사나워졌다니까? 내가 사서 가끔 방에 뿌리면.. 너무 변태같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혼자 이러다가, 그런데 내가 이거 방에 뿌리면 이 향이 아닐 것이다,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 내가 만약 이 향수를 사서 누군가에게 선물한다한들, 이렇게 지독하게 섹시한 향이 날까? 향수라는게 누가 뿌리느냐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른데. 다른 남자 누가 뿌려도 내 정신 사남지 않을것 같은 느낌적 느낌 뭔지 알죠.
오래전에 은행에 갔을 때 은행 직원분에게서 좋은 향이 났었다. 그 분에게선 항상 그 향이 났는데 차분하고 여성적인 향이어서, 향수 뭐 쓰세요?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분이 아쿠아 디 지오라고 말씀하셔서, 아 이게 그 향이구나, 하고 내가 그걸 샀단 말이지. 그런데 내가 뿌리니까 별로 안좋은거다. 그 직원에게서 나던 그 차분한 여성적 향이 안나고, 하여간 좀 별로여서 다 뿌리지도 못했다. 이런 일은 몇차례 반복됐었다. 시향해서 좋아서 사거나 누가 뿌려서 좋아서 사거나 해도 내가 뿌린다고 좋진 않았다. 내게선 그렇게 좋은 향이 나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나만의, 나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기 위해 참 많이, 여러번 시도했다. 이제는 독자적으로 찾아서 몇 개 좋아하는 향수가 생기긴 했지만, '나한테서 이 냄새가 났을 때 제일 좋다' 하는 향은 최근에야 찾았다. 나한테서 이 향이 나는게 너무 좋아, 하는 바로 그 향.
싱가폴에 오기 얼마전 백화점에 갔을 때였다.
내 목적지를 향해 걷고있는데(목적지 런던베이글 ㅋㅋ) 어? 이거 뭐지? 하고 끌리듯 향에 이끌려 한 매장으로 향했다. 탬버린즈 였다. 지금 이 향 뭐죠? 이거 좀.. 시더향 같기도 하고 우디하기도 한데, 했더니 직원이 뭔가 하나 시향해준다. 아, 이거 아니에요. 지금도 나는데 되게 좋은향, 했더니 그 직원이 아? 혹시 제가 뿌린 향수인가보네요, 하면서 뭔가 시향해주셨는데, 그 향이었다. 네, 이 향이에요. 오 이거 너무 좋아요! 했더니 이거 좋아서 단종됐다가 다시 나왔어요, 하더라. 나중에 검색해보니 제니가 광고모델이었다. 그래서 살까 망설이다가, 아니야 향수 많아, 다 뿌리고 사, 하고 안샀는데, 그날 오후에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이 애기를 했더니 그 향이 궁금하다는 거다.
그건 이것.

마침 친구랑 만난 레스토랑 근처에도 백화점이 있어서 그 매장으로 함께 가 그 향수-보타리-를 시향해달라고 했다. 친구는 좋다면서 그 향수의 고체향수를 구매하고 있었고, 나는 직원에게 이 향 좋더라고요, 저는 인센스 스틱향 좋아하고, 시더, 우디 이런 계열 좋아해요, 했더니, 뭔가 다른거 하나 둘 시향해주셨고, 그러다 완전 벼락맞은 것 같은 향을 만났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너무 좋아서, 아니 이거 뭐에요? 젖은 나무 타는 냄새 같은데요? 했더니 옆에서 듣던 다른 직원분이 표현 정말 좋으세요, 그렇죠, 이 향 특별해요, 하시는거다. 와, 진짜 내가 원하는게 이런 향이었다. 나는 플로럴, 과일 이런거 싫단 말이지. 이런거, 이런 향이 좋아. 나무 타는 것 같은 이런 향! 그렇지만, 사지 말자, 집에 향수 많아... 했다가
싱가폴 오기 직전에 사버리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산 향수에 oud 란 이름이 들어가서 이거 뭔지 채경이한테 물어보다가 이런 대화를 했다.

그래서 싱가폴 올 때 향수 세 개 가져왔는데 이거랑 코코샤넬이랑 두 개 돌려쓴다. 코코샤넬은 향이 오래 지속돼서 너무 좋다. 탬버린즈도 지속되면 좋을텐데.. 흐음..
아,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날 정신 사납게 한 이 섹시한 남성 향이, 다른 사람이 뿌린다고, 다른 상황에서 뿌린다고 같은 효과를 줄까? 라면 '아닌것 같다'는 거다. 그래서 굳이 사고 싶진 않지만, 작은걸로 하나 살까.. 나는 향수 냄새 진짜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사람들에게서 향수 냄새 나는거 너무 좋다. 그런데 멋지게 생기고 남성미 넘치게 생겨서 이렇게 남성미 넘치는 향기까지 나니까.. 휴.. 아무튼 그 남자가 알려준 향수는 이것이다.

이 향기를 다른 사람이 뿌린채로 지금 맡는다면 같은 느낌을 줄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 남자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향기였다. 그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자기에게 딱 맞는 향을 찾았을까? 덕분에 앤드류 잊고 살았다....(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 금요일에는 집 근처 큰 마트 안에 있는 bar 에 갔었다.
한국 집 근처에 홈플러스 있고 그 안에 떡볶이랑 김밥 먹는 코너 있는데, 그것처럼 여기는 와인이랑 맥주 마실 수 있도록 bar 와 table 이 준비되어 있는거다. 사람들이 마트에서 와인 사서 차지 좀 주고 먹는 것 같았는데 언제나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서 온 사람들 같이 온 사람들, 음식도 사서 같이 먹는 사람들, 술만 마시는 사람들, 핸드폰 하는 사람들, 노트북 하는 사람들,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나도 언젠가 와봐야지, 생각만하다가 그 날은 오전 수업만 있어서 집에 와 밥 먹고 우체국 좀 갔다가 네 시경 갔는데 와 빈 자리가 별로 없었다. 다행히 bar 에는 자리가 있어서 와인을 주문해두고 앉았다. 다섯시까지는 해피아워라 평소보다 조금 저렴하다고 햇다.

ㅋㅋ 이때 브런치에 글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샐리 루니 책 영어로 읽고 있다가, 다섯시 되기 전에 한 잔 더 시켜야지 해가지고 와인잔 두개 되어버린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책 읽다가 브런치 글 올린거 보다가 챗지피티 보다가 뭐 하여간 그랬단 말이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녁때가 되어서 그런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고, bar 의 내 옆자리가 모두 사람들이 앉아가지고 ㅋㅋㅋ 아, 두 잔 다 마셨겠다, 게다가 오래 잇었지, 이제 좀 갈까, 가서 스테이크 먹을까 삼겹살 먹을까, 냉장고에 두 개 다 있지롱, 혼자 생각하면서 짐 챙기려던 그 때, 오른쪾 옆자리 아저씨가 '너 그거 한국어야?' 라고 내 맥북을 보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 때부터 대화가 시작되었다. 오른쪽 아저씨는 그 옆 아저씨랑 친구인데 매주 금요일이면 여기서 만나서 술 마신다고 했다. 다른 레스토랑 가면 세금 받지만 여기는 세금 추가 안내도 되고 저렴해서 여기서 만난다고 했다. 지하철 타고 온다고. 그러면서 나 여기 왜 왔냐고 묻고 영어 공부하러 왔다고 했더니 그러면 사람들하고 얘기 해야지 왜 그러고 있냐면서, 그 아저씨가 내가 조금 더 일찍 말걸걸 그랬구나, 했다. 이름도 알려줬는데, 한 명은 에릭이고 또 한명은.. 기억이 안나. 하여간 싱가포리언 이었는데, 한 명은 마동석 좋아하고 한 명은 신혜선 좋아한대. 에릭은 나한테 한국 가면 신혜선 만나서 자기 얘기좀 해달라고 했다. 신혜선이 자기 좋다고 하면 자기는 아내를 떠날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너 배드 가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나는 갈려고 했던거였는데 갑자기 수다 터져가지고 에릭하고 친구가 직원에게 여기 잔 하나 더 줘, 해가지고 나 자기네 와인 따라줬다. 같이 마시자고. 거긴 병째 사서 마시고 있었다. 그래서 다같이 만나서 반갑다고 건배하고 술마시는데, 과자랑 치즈 주면서 '샤이하지 말고 이것도 같이 먹어' 이랬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와인 세 잔 마시다가 내가 화장실 가고 싶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에릭 친구에게 "내 가방 좀 잘 봐줄래? 나 화장실 다녀올게" 했더니 걱정말라면서 너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 해서 안다고 하고 화장실 다녀왔다. 다녀와서 고맙다고 했더니 에릭이 '너 가방 다시 잘 살펴봐 없어진거 없는지, 이 놈이 가져갔을지도 모르잖아' 해가지고 내가 막 웃으면서 가방 보고 다 괜찮다고 했더니 에릭 친구도 '이 친구가 좋은 지적했어, 싱가폴은 안전한 나라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 너는 무조건 확인해야해' 했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와인을 또 따라줘서 또 마시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인 다 마셔가지고 에릭이 '내가 한 병 더 사올게' 하는거다. 그러더니 호주 와인이라고 사가지고 왓어. 에릭 친구가 직원에게 우리 새로운 와인이니까 새로운 잔 달라고 해서 내 잔까지 또 받은거다. 아니야, 나 충분해, 라고 했더니 에릭 친구가 '이건 새로운 와인이니까 조금만 따라서 맛을 봐'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 그래 알았어 이러고 또 받아마셨는데, 아니 이 아저씨들이 내 왼쪽에 앉은 아저씨들하고 또 막 얘기를 하는거야, 나를 사이에 두고. 그래서 니네 친구니? 물었더니 아니 오늘 처음 본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갑자기 중국말을 막 해가지고 이게 뭔소리야 어리둥절 하고 있었더니 에릭 친구가 내 표정 보고 그들에게 말했다.
"미쓰 리는 한국인이야. 그녀를 confuse 하게 하지마" 이래서 다들 갑자기 영어로 얘기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영어 공부얘기 했을 때 에릭이 물었다.
"너 영어로 말하기 전에 생각은 영어로 해 한국어로 해?" 그래서 내가 '한국어로 해' 했더니, 너가 정말 영어가 익숙해지면 생각도 영어로 될거야, 라고 했다. 그리고 왜 영어로 책을 쓰고 싶어하냐고 물어서 영어 책 시장이 넓다고 했더니, 에릭과 친구가 내게 '너는 한국인이라는 너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잖아. 니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한국어로 글을 써서 그게 번역되면 되잖아" 물론, 나도 알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내가 책을 낸다고 번역이 되겠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계속 웃고 즐기다가 이제 그만 나는 갈게, 오늘 정말 모든것에 다 고마웠어, 라고 말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취해가지고 삼겹살이고 스테이크고 건너 뛰고 기절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즐겁게 술마셨다. 엄청 깔깔대고 웃었다.

지난번에 그렇게나 기대했던 한국인과의 만남에서 한국어로 수다 떨고나서, 음, 한국어로 수다 떤다고 뭔가 막 마음이 좋아지고 그러는게 아니었어서, 수다라는게, 대화라는게 꼭 모국어일 필요는 없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햇었다. 여기와서 호주인과 영어로 술마시고 한국인과 모국어로 술마시고 싱가포리언과 영어로 술마셨는데, 놀랍게도 외국인들과 영어로 술마신게 훨씬 더 즐거웠다. 처음엔 한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할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굳이 한국인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안'이 자기는 종교가 없는데 친구 사귈라고 이곳에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며, 나에게도 교회를 다니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여동생도 언니, 친구 사귀고 싶으면 교회가면 어때? 했는데, 음 굳이 한국인 친구 필요 없을것 같아, 교회 안갈래, 했다. 한국인 친구는 딱히 안사귀고 싶다. 한국인 친구들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만으로도 충분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난주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찬조품 보내줬다고 내가 말했던가.


내가 카레는 카레여왕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만드는것만 좋은줄 알았더니, 아니 이거 끓는 물에 데쳐서 먹는데 왜이렇게 맛있냐. 진짜 존맛탱 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보내준 카레)
저 위에 계란인데 ㅋㅋㅋ 내가 아침에 톡하느라 계란을 태워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보내준 우거지해장국)

(친구가 보내준 카레.)
아무튼 엄청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엊그제 엄마랑 영상통화 하는데 옆에 이모가 있었는데 이모가 '너 얼굴 너무 좋은거 아니야?' 했다. 이모, 나는 외국생활이 체질에 맞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 읽고 있는데 참 좋다.
영어로 읽고 있는 지금은 앨리스와 펠릭스가 나눈 대화, 펠릭스가 어릴 때 저질렀던 나쁜 짓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고, 그것에 대해 용서할 자격이 나에겐 없다고 말하는 앨리스를 보는데, 내가 끌어안고 살았던 나의 잘못이 생각났다. 앨리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걸 갖고 잇을 거라고 햇는데, 그렇게 말하는 지점에서 사실 묘하게 위로가 됐다. 다 읽고, 내가 능력이 된다면, 이 책에 대한 리뷰도 적어보고 싶다.
샐리 루니가 보여주는 계급과 사람들의 쓸데없는 참견과 그리고 어린 시절에 대해서 좀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