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데이팅앱에 대한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인이 무작정 한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데이팅 앱으로 데이트를 하고 지낸다는 걸 언급한 적 있다. 그는 최근에 길에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 매력을 느끼고 그녀에게 우산을 건네면서 그 안에 쪽지를 넣어두었다. 그녀는 그걸 뒤늦게 발견하고 그에게 연락해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들 모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들 모두 나름대로 인기 있는 계정이었으며, 각자의 입장에서 영상을 올린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데이트 당일, 남자는 부산역에서 설레어하며 그녀를 기다리는 영상을 올렸고 드디어 그녀를 만나 데이트하는 과정이 인스타그램에 떴다. 나는 이 모든걸 그들을 팔로우한 적이 없는데도 보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데이트하는 영상을-물론 일부지만-모두에게 공개했다. 남자는 미국인, 여자는 한국인이었다.


아마 그런 영상들을 보게된 때문인지 그 뒤에 내가 보게된 영상은,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한국 남자가 외국에 머물면서 외국인 여성에게 말을 걸고 함께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 짧은 영상 만으로 그가 어느 외국에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럽이 아닌가 싶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그녀에게 시간을 보내자고 말을 걸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알겠다면서 함께 옷 쇼핑하는 장면이 그대로 보여졌다. 남자는 한국인 여자는 외국인이었으며 둘다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데이트하는 영상도 그렇게 모두가 보게 됐다.


그렇게 휙휙 넘기다보면 중국인 커플이 데이트하는 영상, 태국인 여성과 데이트하는 걸 찍어 올리는 독일 남자 영상 같은것들도 올라온다. 태국인 여성은 매우 젊은 트렌스젠더였는데, 남자는 자신이 스트레이트이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레이디보이랑 연애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다, 고 했다. 


그러니까 세상은 정말이지 너무나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 그러니까 SNS 가 지금처럼 모두가 사용하는 게 아니었을 때, 그러니까 아마도 아직 생겨나기도 전에, 어떤 사람들은 블로그 활동을 했을 때, 그 때도 블로그에 자신의 연애를 공개적으로 쓰면서 사진 공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 때도 그게 좀 꺼려지긴 했었는데, 왜 그걸 공개할까? 하는게 나로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던거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블로그상에 자신과 자신의 애인이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곤 했던거다. 그런데 지금은 SNS 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연애를 공개한다. 게다가 그 연애 대상은 꼭 같은 국적의 사람들만이 아니다.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또 육아까지 사람들은 그걸 공개하고 있다. 어떤 외국인 여성은 한국 남자가 임신한 자기를 버리고 가서 혼자 육아하는 걸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면 인기 끄는 계정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인기 많아졌다고 팬미팅.. 까지 한다. 세상은 정말 완전히, 완전히 달라졌다. 일반인이 그저 연애하는 걸, 그저 결혼생활하는 걸 공개했을 뿐인데 팬이 생겨버려. 


그러니까 아마도 '나때는' 이 되겠지만, 내 경우엔 예전에도 밝힌 적 있지만, 젊은 시절 어학연수를 가본 적도 없고 그래서 외국인 친구라는 건 내 인생에 없었다. 아마 내 또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 또래에도 이미 어학연수를 젊은 시절 다녀올 수 있었던 유복한 환경 혹은 깨어있는 부모를 가진 친구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은 소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혹은 그 전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고, 세계여행을 다니는 젊은이들도 엄청 많아졌다. 그들은 곳곳에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된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걸 고스란히 세상에 대고 보여준다. 나는 이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사실, 연애를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 공개 욕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그러나 어쨌든 많은 젊은이들이 그러고 있다. 영국으로 짝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러 간다는 여자도 보았고, 베트남에 썸남 만나러 간다는 여자도 보았다. 그들은 데이트 하러 외국으로 가는 과정, 가서 상대를 만나 즐겁게 보내거나 싸우는 것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위에 미국남자가 우연히 한국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 쪽지를 건넸을 때, 그 여자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와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젊은 여성은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그는 한국에서 다른 여성들과도 많이 데이트를 했는데, 그런데 그녀들 모두 영어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젊은 여성이 먹방을 영어로 찍는 것도 보았다. 이 젊은 여성들은(젊은 남성들도)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서슴없이 외국 남성(여성)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하게 되었을까? 우리 엄마와 우리 엄마 또래는 그렇지 못한데 왜 지금 젊은이들은 이렇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세상은 어떻게, 그리고 누가 변화시킨걸까?















요즘 오며가며 전자책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사실 제목 자체는 내가 전혀 관심 가질 제목이 아닌데,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의 평이 주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내용은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다고 해서 지구인들이 웅성이는 걸로 진행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20대 한국인 대학생 여성이다. 


내가 흥미로운 건, 이 책 속에서 이 20대 대학생 여성 '지민'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일본인 '오가와 루리코'는 한국어를 배우러 와서 지민의 친구가 되었고, 탁구 동아리에서 만난 스웨덴인 유학생 '에바 한손' 과도 동아리 친구가 된 것이다. 그냥 대한민국에 있었는데 일본인 친구와 스웨덴인 친구가 생겨버렸어. 이게 지금 세상인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미국인이 말을 걸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도 외국인 친구가 생겨버리는 것이 지금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대학시절 학교 내에서 외국인을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원어민 교사가 있어서 그는 외국인이긴 했지만, 학생을 본 적은 없었던 거다. 그건 아마도 내가 학교를 잘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서, 학사경고 받는 학생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한국으로 유학오는 학생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던게 사실이다. 지금은 이미 ott 로 한국을 접해서 한국의 드라마를 외국인들이 나보다 더 많이 보고 한국의 연예인들을 알고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내가 지금 이곳 싱가폴에서 연수를 하면서 만난 몽골인 친구는 한국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엄마가 반대해서 싱가폴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베트남인 친구는 소주를 좋아한단다. 선생님은 나에게 한국어로 인사하고 한국어로 말을 건다. 오 마이 갓. 그러니까, 지금 세상이 이런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내가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지금 현실인거다. 젊은이들에겐 세상이 완전히 넓어져있다. 그들이 만난 세상은 이미 넓은 세상이다. 어제 조별과제 하면서 함께한 학생들과 음료수를 마셨는데, 홍콩인은 로제를 좋아한다고 했고 베트남인은 제니를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는 고져스 하다면서. 이에 중국인 어리둥절 하길래 내가 '아파트 아파트' 했더니 오, 안다고 블랙핑크 중국에서 인기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블랙 핑크는 전 세계에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그러자 홍콩인 친구가 그 말이 맞다고 막 웃으면서 얘기했다. 


나는 내가 지금 어학연수를 오게된 것이 어떤 면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 한국이 너무 많이 알려지고 또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버려서,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이미 호감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어쩌면 지금이라서 나에게 적응이 덜 어려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너 한국 가면 우연히 장원영 만나기도 해? 막 이런거 물어본다. 하하하하하. 이곳에서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그리고 SNS 를 통해 다른 젊은이들을 보면서, 나는 확실히 변해가는 그리고 이미 변해버린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음 아직 사실은 잘 ..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 이해가 무슨 상관이람. 세상은 내 이해와 혹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버렸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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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9-1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은 우리나라가 이제 부자이고... 깨끗하고 환경이 좋고 보안이 안전하고. 한국의 인구는 급격한 속도로 줄어들면서 특히 대학생 숫자가 줄어들고, 그래서 이미 한국 대학은 여타 선진국 나라들처럼 학위 장사를 시작하였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아세요? 인천 송도에 뉴욕대 있대요. 송도에서 3년 다니고 미국에서 1년 다니면, 학위 나오는데 미국에서 나온거랑 똑같다고.... 전 대강 그렇게 알고 있어요. 집에 돈이 많으나 자녀가 한국의 괜찮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을 때, 많이들 애용하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네는 영어를 왜 잘하는가. 초등 3학년때부터 배우기때문 아닐까요. 걔네들은 영어학원을 초2, 아닌 6살때부터 다녀요. 우리랑 리스링 출발점이 다르기에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중학교 들어가서 A, B, C, D 배웠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15 09:35   좋아요 1 | URL
저 진짜 알파벳도 모르고 중학교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대문자 소문자 외우기부터 시작했습니다. 하하하하하. 시작점이, 출발점이 다른거죠. 어제 인스타에서 외국인이 한국여자 둘을 인터뷰 하는걸 봤거든요.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인터뷰어가 너네 영어 공부 어떻게한거냐고 물어보니 학교 들어가기전부터 영어 배웠고 학교는 국제학교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국제학교의 존재란.. 무엇인가요. 저희 때는 없었던 거 맞죠? 있는데 .. 몰랐던 걸까요?

송도에 뉴욕대.. 라고요? 오 마이 갓 이네요.
제가 어제 다 읽은 책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네, 그 송도에 대한 언급입니다.

<(미국인)선배는 송도와 안산의 세계화를 극명히 대조해서 이야기했다. 국제 비즈니스 센터 및 여러 해외 대학교의 캠퍼스를 끌어당기는 송도, 세계 각지의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당기는 안산. 송도의 세계화는 해외 법인, 해외 대학교의 국내 캠퍼스, 유학생, 국제업무지구 등의 화려한 이름으로 대표된다. 반면 안산의 세계화는외국인 노동자, 공장, 저임금 같은 단어와 연결된다. 세계화는 양극단에서 진행되고, 그 둘은 만나지 않는다. - 김미소, <언어가 삶이 될 때>, P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