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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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고 싫어하고에 관계없이 세상에는 나와야 할 작품들이 있다. 나온 것으로 의미 있는 작품.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 말하여질 필요가 있는 이야기를 했던것처럼, 이 책, '박민정'의 《미스 플라이트》도 내가 흥분하며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러나 이 책은 나와야 했다. 작가는 이 말을 이 즈음에 해야했고 그건 충분히 의미 있었다.


항공사 승무원인 유나 의 자살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유나의 아버지는 권위주의적인 군인이었고, 유나는 그런 아버지를 미워했다. 유나에게는 10년간 연애한 남자친구가 있고, 또 그런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친구들도 여럿 있다. 어릴 적 자신을 태워다니던 운전병 아저씨 역시 이야기속 주인공인데, 권력과 방산비리와 승무원에 대한 성적대상화가 이 이야기속에 들어 있고 그 과정에서 유나가 자살한 원인을 파고들면서 유나의 성장과정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어릴 적부터 철이 들어 자신의 아버지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고, 군대란 곳이 어떻게 잘못된 건지도 알았으며, 그래서 유나는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자기가 미안해하며 살고 있다. 여러 부분에서 코끝이 찡해지는데, 10년간 사귀어온 애인이 자살했다면, 남아있는 연인은 그 일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리고 결국 자신이 그 일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동료는? 복잡하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다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그중 하나는 애인의 죽음이었다. 주한은 유나와 연인관계였고, 그러므로 유나의 죽음을 안다. 주한이 연인을 잃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도 안다. 그 큰 상실감을 앞으로 어떻게 견뎌내나, 싶은 마음과 함께, 그것을 '안다'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는 나은 것일까, 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나라면, 지금은 옆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난 일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른 누구도, 그러니까 서로의 소식을 전해줄 누군가도 없어서, 그 사람의 신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도 알 수가 없어. 그 점이 너무 아프다. 내가 그나마 안다고 생각하는 건, 그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하는 것. 이건 안다는 것 보다는 짐작에 가깝다. 중요하고 굵직한 일들에 대해서만이라도 소식을 전해듣고 싶어, 신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듣고 싶어, 아주 오랜 후에는 그의 빛이 사그라들었다는 소식을 내가 모르고 싶지 않아, 중요한 것들에 대한 것만이라도 내게 들려줘요, 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유나의 아버지와 유나의 관계 때문에, 나는 순전히, 개인적으로 이 책을 지금은 내 옆에 없는 사람에게 읽으라 권해주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같은 게 생겨버렸는데, 그러나 나는 그가 아니므로 이 생각이 틀린 생각일 수도 있다. 나는 방향을 잘못 잡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정확히 어느 부분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아니, 이거 별 감정 없는데'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조금쯤은 그에게 가 닿아 어떤 부분을 건드릴수도 있을 거라고, 그게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사두기로 했다. 당신이 살아있고 내가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만나게 될테고, 그 때 이 책을 주기 위해 준비해두고 싶다.




책 속의 애인도 그리고 철없는 남자사람 친구도, 제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내는 이야기이다. 해야 할 말을 하고 있으므로 의미가 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해야 할 말을 해내야한다.







혜진은 낮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영훈은 혜진이 그르렁대며 코 고는 소리를 들어야만 안심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수없는 밤을 맞았지만 단 한 번도 편히 잠든 적 없었다. 영훈에게 잠은 오직 혜진 곁에서, 혜진의 코 고는 소리를 들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처음 자신의 곁에서 잠이 깬 스무 살의 혜진은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며, 어떻게든 코골이를 고치겠다며 부끄러워했었다. 정작 영훈은 혜진의 코골이를 시끄럽다고 여겨 본 적이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P.60)

짝사랑하는 여자가 의식불명에 빠지자, 그녀를 직접 간병하려고 간호사로 취업한 남자. 하늘색 간호사복을 입은 남자는 매일같이 여자의 몸을 닦아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혜진은 영훈의 어깨에 기대 옥수수 알갱이를 집어 먹으며 에이, 저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연신 중얼거렸다. 저 여자 불쌍하다. 정말. 어느 날, 코마 상태의 여자는 돌연 임신을 한다. 그녀는 임신에 빠진다. 의식불명에 빠지듯. 남자가 병실에서 여자를 강간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기묘한 색채의 그래픽이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언뜻 암시할 뿐.
-그런데 여보. 그게 사랑일까.
혜진은 그날 밤 뒤척이며 말했다. 목소리에 졸음이 잔뜩 묻어 있었다. 영훈은 그 말에 대답하기 위해 한참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한 후 곁에 누운 혜진을 돌아보자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영훈은 잠든 혜진에게 대답했다.
-그건 강간이지. 착란이거나. (P.59-60)

아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멀리 있는 사람들은 상처를 줄 수조차 없죠. (P.123)

주한은 유나가 골라 준 자신의 자취방, 유나가 골라 준 가구들, 유나가 골라 준 옷들을 둘러봤다. 주한을 둘러싼 것들 중에 유나 손을 타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으므로, 유나의 흔적에 새삼 슬퍼할 이유도 없었다. 전부 다 유나의 흔적이었다.
어쩐 일인지 하늘색 티셔츠는 뉴질랜드에 갈 때도 딸려 갔었고, 돌아와서 한동안 유나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만날 때도 없어지지 않았다. 대학에 복학한 1년 동안 주한은 유나가 아닌 신입생 후배와 연애를 했다. 그녀는 주한에게서 보이는 유나의 흔적에 히스테릭하게 반응했다. 주한의 존재 자체가 곧 유나의 흔적이었다. 주한의 옷이며 신발이며 가방이며 시게며 전부 유나가 골라 주고 간섭한 물건들이었다. 후배가 요구하는 대로 미니홈피에 남아 있던 유나의 사진과 글을 전부 지웠지만 유나의 흔적은 잊을 만하면 튀어나왔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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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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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느 순간에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온다. 그 후엔, 다시 그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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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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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와 종교, 직장과 나라에서까지 1980년대 미국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모두 하나가 되었다. 단순히 여성들을 얌전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넘어서, 그들은 여자가 자기들이 원하는 바로 그대로이길 원했다. 순결할 것, 집에 있을 것, 자신들이 하는 말만 듣고 따를 것. 여자들로 하여금 몸을 꽉 조이는 옷을 입게 하고, 남자들을 돋보이는 보조역할을 하는 데에만 만족하게 하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기를 바라는 것 모두가 가슴 답답한 일이지만, 낙태에 있어서 얼마나 여성들이 학대 당했는지를 읽노라면 분노와 절망만 쌓인다.


그러나 그런 반격들 속에 여자들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고,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냈다. 싸우고자 했고, 결국 이기지 못했다해도 그녀들은 어쨌든 '이것은 옳지 못하다'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이 절망속에서 웅크리다 나온 목소리들은 그대로 희망이었고, 그에 대해서 '수전 팔루디'는 <에필로그>를 통해 보여주고 다시 한 번 정리해준다. 이 긴 책의 읽기를 마치며 에필로글 읽을 때, 그래서 울컥해진다.



연방 정부가 고용 평등의 이행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법원이 25년간 지켜 온 반차별을 침해했을지 몰라도, 매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직업 세계에 진출했다. 뉴스 매체와 텔레비전 들이 노처녀 풍년과 출산 부족, 위험한 어린이집에 대한 끔찍한 오보를 아무리 쏟아 내도 여성들은 꾸준히 결혼 날짜를 늦췄고, 가족 규모를 제한했고,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 아무리 둥지를 틀고 사는 현모양처들이 넘쳐 나도 여성 시청자들은 의지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공연물을 가장 많이 시청했다. 반격의 드레스 제작자들은 여성의 패션에서 가장 사소한 부분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소매점에 아무리 가터벨트와 테디가 가득해도 여성들은 꾸준히 면으로 된 조키 속옷을 찾았다. (에필로그,p.657)



반격의 벽에 부딪히다가 온몸에 멍이 들고 실의에 빠지더라도 여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집스럽게 벽과 맞섰다. (에필로그, p.657)



반격은 이런 사적인 채널을 통해 수치심과 비난의 음파를 만천하에 퍼뜨려 여성들의 사고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반격은 공장노동자 잔 킹이 말한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작은 목소리", 거의 다 무너져 내려 버린 그 많은 여성들에게 박차를 가한 자기 결정의 속삭임을 한 번도 침묵시키지 못했다. 도로 관리인 다이앤 조이스가 오랫동안 주위 남성들의 조롱과 위협, 배척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시달리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던 건 바로 이 목소리,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억눌려 있었고, 그렇게 절박하게 듣기를 갈구했던 바로 그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결국 비벌라 라헤이가 집에서 입는 실내복과 극도의 소심함을 떨쳐 버리고 많은 책을 쓰고 많은 연설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 심장 깊은 속에서 일어서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에필로그, p.658)



아무리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하고 있으라도 말해도 여성들은 어떻게든 애를 쓰며 일어섰다. 얌전히 뒷전에 물러나 있는 게 더 행복할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여성들은 꾸준히 환한 공적 무대를, 형식과 내용을 불문하고 일단 공연을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심지어 박수 갈채까지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에필로그, p.658)




내용이 긴 만큼 이 책의 미주 또한 대단한데, 수전 팔루디는 아주 많은 자료들을 검토했고 또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그들이 설사 반격의 대표주자였다 해도) 인터뷰를 했다. 그 길고도 긴 미주를 보며 새삼 감탄했다. 이 똑똑하고 노력하는 수전 팔루디 덕에, 나는 그 길고도 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낙태 반대 운동에 참여한 남성들은 그저 이 나라에서 폭주하는 낙태의 속도를 멈추려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낙태율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소한 지난 100년간 미국 여성들은 세 건 중 한 건꼴로 임신중절을 했다. 낙태 합법화 이후 차이가 있다면 그건 이제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합법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중단할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 (p.593)

여성들이 아무리 가장 온건한 수준에서 자신의 생식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도 반대의 불길이 활활 일어나는 건 어쩌면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교육이든, 일이든, 그 어떤 형태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든 여성의 모든 포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가질지의 여부와 가진다면 언제 가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출산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일련의 페미니즘 의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주제였고, 반격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거센 공격의 대상이었다. (p.606)

분명 건강한 아이들을 이 세상에 내보내는 건 사회가 당연히 관심을 가질 일이고 여성들이 임신 중에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게 돕는 것은 도덕적인 의무이자 실리적인 의무다. 하지만 아이 엄마들이 1980년대에 입법가, 경찰, 검사, 판사로부터 앙심이 느껴지는 가혹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이들의 복지에 대한 단순한 관심 이상의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p.621)

릭스의 경험에 따르면 남자들은 항상 ‘여자가 있을 곳‘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내와 엄마 들은 항상 일을 했다. 그녀가 어릴 때 가족 내 여성들은 여덟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차렸다. 그리고 식료품을 사올 여력이 없을 때는 사냥을 했다. "야생동물 고기를 먹지 못하면 굶었다"고 릭스는 회상한다. 그녀는 열한 살이 되던 해에 일자리를 얻었다. 열다섯 살에 임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불행한 결혼 이후 주로 생계를 책임진 건 그녀였다. 남편은 일은 간헐적으로 하면서 술은 꾸준히 마셨다. 릭스는 줄곧 ‘여성‘의 일자리에서 받는 빈곤 수준의 임금을 가지고 아들과 남편, 그리고 양가 부모를 부양했다. (p.641)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가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선택‘은 반격이 여성들에게 관대하게 제시했던 다른 많은 선택지들처럼 명료하고 진취적인 발전으로 포장되었다. (p.654)

이 여성들에게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형편 때문에, 믿을 수 없는 남자들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했고 자립과 자존감의 기본적인 원천이기도 했다. 이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또 원했다. 하지만 이들이 상대해야 하는 고용주들도, 옆에서 함께 일해야 하는 남성 노동자들도, 혹은 같은 침대를 쓰는 남성들마저도, 그 누구도 이들이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일을 계속하면 사무실에서 모욕을 당했고, 샤워실에서 공격을 당했고, 집에서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사회적 신호에 복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p.655)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가 태아 보호 정책을 통해 이들에게 최후 통첩을 날렸을 때 여성들은 이미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이제 이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자리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불임 수술을 하고서 온 사회가 여성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삶의 이유라고 주장해 온 것을 포기하든지 양자 택일을 할 수 있었다. 반격은 여성들에게 여성으로 존재하는 삶과 독립적인 삶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격은 여성을 위해 대신 선택을 해 주었다. 만일 자기 결정권을 위한 부자연스러운 투쟁을 포기할 경우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p.655)

"남성은 여성보다 더 비참해요. 그러니까 남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사실 지금의 여성보다 더 힘이 없단 거죠." 원런 패럴Warren Farrell은 잠시 말을 멈추고 여성 가정부가 막 건네준 커피 잔을 홀짝였다. 다른 방에서는 여성 비서가 분주하게 타이프를 치고 그의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p.456)

1988년에는 남녀 간의 투표 선호가 너무 달라져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 한때는 젠더 격차가 24퍼센트까지 벌어져 민주당 후보였던 듀카키스가 더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격차에 가장 극적으로 기여한 집단은 직장 여성, 교육 받은 여성, 전문직 여성, 젊은 여성, 흑인 여성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을 했거나, 사별을 한 싱글 여성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엄청난 여성 표를 확보해 준 듀카키스 지지자들은 임금 평등, 사회적 평등, 그리고 출산에 대한 권리라는 페미니즘 의제를 가장 열렬히 응원하는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p.418)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의사들은 성형수술이 실제로 필요한 여성들의 시술은 하지 않았다. 1980년대 말 화상 피해자와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재건 수술의 숫자는 실제로 줄어들었다.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여성의 자존감을 북돋는 것은 직업적으로 그렇게 썩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광고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만 의사들은 환자들의 통제감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환자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 눈이 멀어 있었다. 자기 아내의 몸에 아홉 번이나 시술을 한 성형외과 의사 커트 와그너Kurt Wagner는 "나에게 수술은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그 누구도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마취된 여성들은 말대꾸를 못하니까. (p.35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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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1-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이 해내셨다!!! (저도 뒤따라 갑네다 학학)

다락방 2018-11-28 10:06   좋아요 0 | URL
해냈습니다!! 어서 오세요!! 컴온!!!

비연 2018-11-28 12:59   좋아요 0 | URL
해냈습니다, 릴레이를 기대합니다~ 저도 다음달에 <페미사이드>로!

다락방 2018-11-28 13:00   좋아요 1 | URL
네네, 다음달에는 페미사이드 완독 릴레이 들어갑시다!!

단발머리 2018-11-2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멋지고 백래시 책도 근사하네요! (책이랑 북마크, 이런 사진 넘넘 좋아요)
우리는 더 많이 꿈틀거리고 또 움직일거예요. 수전 팔루디가 움직여서 우리가 이렇게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요.
전 지금 14장이구요, 저도 얼른 에필로그 읽고 힘내고 싶어요!

백래시 완독 축하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8-11-28 14:13   좋아요 0 | URL
14장이 유독 기운 빠지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어제 퇴근 길에 읽는데 너무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도 에필로그까지 읽으면 수전 팔루디가 우리 잘해왔어, 잘하고 있어, 하고 힘을 내게 해줍니다. 어서 다 읽고 완독했다고 올려주세요!!

축하도 고맙고 무엇보다 같이 읽어주고 같이 생각해주고 같이 이야기나누어주어 고마워요!!

카알벨루치 2018-11-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기념 한턱 쏘세욧!

다락방 2018-11-28 14:28   좋아요 1 | URL
어제는 저 잘한다고 제가 저에게 훈제오리를 사줬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28 14:58   좋아요 0 | URL
그거 말구요 여기 독자들....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8 14:59   좋아요 0 | URL
네? ( ˝)

=3=3=3=3=3=3=3=3=3=3=3=3=3=3=3=3=3=3

비연 2018-11-28 15:35   좋아요 0 | URL
어멋. 카알벨루치님. 좋은 생각이신 거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11-28 15:38   좋아요 0 | URL
여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28 16:03   좋아요 0 | URL
맛죠 비연님 혼자서 훈제 드시고 ㅜㅜ쩝

무해한모리군 2018-11-2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신거예요!!!! 오오오오옹 전 아직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8 15:5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완독했습니다. 꺅 >.<

자, 모리님. 분발합시다! 컴온!!

- 2018-12-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운 시간 함께하게 해주신 락방님께 하트를 ❤️ 그리고 저 벼락치기 지각생, 완독하였음을 아룁니다!

다락방 2018-12-02 15:16   좋아요 1 | URL
쟝쟝님, 정말 장해요! 그리고 같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마지막에 벼락치기 하던 쟝쟝님이 너무 좋았어요.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이 보여서 진짜 좋았습니다. 고마워요. 우리 12월에도 함께합시다!!
 
















백래시는 총 14장까지 있고 에필로그로 끝난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막 14장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 11월 남은 시간(11/28-30)을 기꺼이 투자한다면, 나는 11월 안에 이 책 읽기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다.


14장의 소제목은 <여성의 몸을 침략하다> 로,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여자들도 있긴 하지만, 낙태를 반대하자고 운동을 하고 테러를 하는 사람들은 젊은 남자들이었다.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의 대변인들은 대중 앞에선 페미니스트들을 "영아 살해자"라고 불렀고, 이들 때문에 낙태율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는 페미니스트들을 "창녀", "레즈비언"이라고 불렀는데, 어쩌면 이런 욕설이 더 많은 것을 시사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페미니스트에게는 살인보다 성적인 독립이 더 큰 범죄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p.592)





나는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욕으로 쓰느냐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을 구멍이라고 취급하며 욕하는 것도, 일단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욕을 하는 것이라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남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욕 중에 '창녀'가 있다. 나는 이게 남자들이 너무나 모순된 존재라는 증거라 생각한다. 돈을 주고 여자의 육체를 사고자 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남자들이다. 다른 여자들의 몸을 몰래 촬영해 공유하는 게 누구인가? 남자들이다. 그런데 여자들에게 '창녀'라고 욕을 한다고?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나는 그래서 장동민이 끔찍하다. 너무너무 끔찍하다.)


여자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 중에 하나가 '여자들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비이성적이다' 였다. 감성적이라는 걸 열등한 걸로 알면서 욕으로 사용하는 그들이,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가장 감정을 어쩌지를 못해 행동에 제약을 두지도 못하는 인간들이었다. 자기를 무시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는 이유로 때리고, 죽이고, 강간하고.. 게다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고 자기 여자친구들의 몸까지도 올릴 수 있다는 게, 해외 성매매에 대한 정보까지 공유하는 게 바로 그들이 하는 일이다. 그것은 논리와 이성으로 하는 일인가? 돈 주고 성을 사는 바로 그자들이 여자들에게는 또 창녀라고 욕을 한다. 뭐 어쩌라는 건지?



낙태를 금지하자는 사람들(구조작전의 멤버들)이 '영아 살해'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피임을 잘하자'고 동시에 말했어야 하는데, 그들은 또 혼전 순결을 주장한다.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여자가 섹스를 안하면, 당연히 여자의 섹스 상대인 남자도 안해야 되는 거잖아. 그래야 그 혼전 순결이 유지되지.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야? 지들이 섹스하면 섹스 상대가 있을텐데 어떻게 여자한테 혼전 순결 하라는거야?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1986년 『남자와 결혼』에서 조지 길더는 여성의 출산의 자유에 대한 남성들의 우려 밑에 깔려 있는 두려움을 가장 솔직하게 표출했다. 그는 책에서 산아제한과 낙태의 자유를 요구한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이 성공을 거두면 "성적 권력의 균형이 여성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고", 남성의 가부장적인 "정력"이 고갈되며 페니스가 "한낱 노리개"로 전락하게 된다고 밝혔다. (p.592)



며칠전에 엄마와 같이 <거리의 만찬>이라는 프로를 시청했다. 낙태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나는 낙태를 하는 친구의 보호자로 따라간 적이 있었다. 친구를 임신시킨 남자가 그 자리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술비도 주지 않았다. 친구는 자신이 돈을 모았던 저금통을 그 날 가져왔더랬다.


낙태를 한 적 있던 여자들이 나와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 그 때의 자기 자신을 후회하기도 하고 그리고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인지하기도 하는 그런 대화들을 보면서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엄마랑 같이 본 건 너무 좋았다. 우리가 같은 여자라서 아마 그랬을 것이다. 어떻게 됐든 일이 벌어졌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여자라는 건,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나. 그러나 그렇게 여자가 임신을 했을 때, 그 몸으로 낙태를 받고자 하는 것도 여자고 낳는 것도 여자다. 병원에 찾아가는 것도 여자고 몸조리를 해야 하는 것도 여자다. 그런데 이 나라가 낙태가 불법이라, 지금은 낙태를 하는 여자와 낙태를 해준 닥터들이 벌을 받는다. 여기에 정작 임신을 시킨 남자들은 빠져있다. 그들은 여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심지어 범죄자가 되게 하는데도 아무런 책임이 없단다.



어린 시절에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 프로를 보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어릴 때, 친구 낙태수술 하는 데 가준 적 있어."


나는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지 못했지만,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이제는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도 친구 낙태하는 데 보호자로 간 적 있어."



아. 우리들은, 우리 여자들은, 누군가의 낙태 수술에 보호자로 따라가준 적이 다들 있는걸까. 이 얘기를 트윗에 쓰자 다른 친구도 멘션을 달았다. 자신도 그랬노라고. 낙태 수술도 여자가 받고 보호자도 여자가 되어준다.




여성들이 아무리 가장 온건한 수준에서 자신의 생식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도 반대의 불길이 활활 일어나는 건 어쩌면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교육이든, 일이든, 그 어떤 형태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든 여성의 모든 포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가질지의 여부와 가진다면 언제 가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출산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일련의 페미니즘 의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주제였고, 반격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거센 공격의 대상이었다. (p.606)




나는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언제까지 이 회사를 다닐지 모르지만, 지금은 생활이 안정되어 있다고 나 스스로 여긴다. 


나는, 지금이라면 이제 아이를 낳아도 싱글맘으로서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제 내 육체는 임신에서 아주 멀어져있긴 하지만, 만약 지금이라면 싱글맘이라 해도 세상에 당당히 나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고(어, 근데 뭐? 왜?), 내 월급으로 아이랑 함께 사는 것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좋은 부모님과 여동생 남동생이 있고 또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내 아이가 딱히 사랑이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마 모두들 내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게 애써줄테지. 그러나


만약 내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적에 싱글맘이 되어야할 상황에 처했다면, 나 역시도 아마 낙태를 선택했을 거다. 혼자 아이 키우는 게 자신이 없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사회에서 싱글맘을 보는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두려워서 낳지 못했을 것 같다. 이것도 너무 이상하지 않나? 싱글맘에 대한 예산도 삭감하면서, 그러면서 낙태를 하지 말라고 하면..뭐 어쩌라는 거지? 낳고 다 죽어라 이런거야?



그래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지금이라면 내가 결혼하지 않고 임신해도 엄마한테 말할 수 있고 또 아이를 낳아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내가 20대에 임신했다면.. 나도 낙태했을 것 같아. 그리고 엄마에겐 계속 비밀로 했겠지."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응, 너 그랬을 것 같아."




아직 완독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책 같이 읽기는 분명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이야기들을 같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되었다. 11월 며칠 안남았고, 자, 우리 같이 읽는 여러분 힘내서 열심히 읽어봅시다! 저는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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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8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1-2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뒷부분 남았는데, 힘내서 읽어야겠어요.
어머님과 다락방님 대화가 마음 한 쪽을 툭! 건드리네요. 뭉클해요ㅠㅠ

다락방 2018-11-28 09:35   좋아요 0 | URL
전 다 읽었습니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도 지금쯤은 다 읽으셨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어서 마음이 그나마 좀 나아졌어요. 14장 읽으면서 너무 화딱지가 나가지고 ㅠㅠ 단발머리님, 에필로그까지 꼭 읽으세요! 우리는 버터야 하니까요.

책읽는나무 2018-11-27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20대때 친구의 부탁으로 낙태수술 하는데 보호자로 갔었어요.
어둡고 침침했었던 간판도 없었던 병원이었던....늘 낙태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십 년 전 어둡고 침침했었던 그 병원이 떠올라요.
다녀온 그날 밤엔 죄책감에 아기를 위해 기도를 했었네요...며칠 동안 죄를 지은 듯하게 시간이 흘러 갔구요.ㅜ
그 친구는 다행스러운건지 그 남자와 결혼을 하긴 했습니다만...결혼전에 아이를 낳는다는건 어린 마음에 사회의 시선들을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판단하여 저지른 행동들이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친구 혼자서 감당한 것이 좀 안타까웠죠.물론 둘이 있을때 남자가 친구를 위로해 주었겠지만,좀 비겁하게 여겨져 저는 여적도 그 남자를 100% 좋게 보고 있지 않아요.겉으론 웃고 있지만요ㅜ
지인중에도 원치 않은 임신을 하여 유산을 감행한 분들이 있었는데 지켜보면 늘 힘든건 여자들 몫이었던 것같아요.

다락방 2018-11-28 09:36   좋아요 1 | URL
저도 친구의 낙태 수술했던 병원이 허름한 골목에 간판도 없는 곳이었어요. 수술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인 저 조차도 무섭게 생각되는 곳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릴 때 그런 데를 잘만 갔구나 싶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런 곳에 가서 그런 일을 겪어야 했을까요?

임신과 출산이 온전히 여자몫인 것이 너무 안타까운데, 낙태를 결정하는 건 세상과 남자들과 종교가 끼어드니 너무 절망적이죠.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요?

비연 2018-11-28 13:51   좋아요 0 | URL
전 따라간 적은 없지만, 아는 언니가 남자친구의 아이를 여러 번 낙태하는 걸 봤어요. 목사님 딸이어서 집에는 더더군다나 말을 못하고 친구들한테도 말 못하고 (사실 저도 나중에 알게 된) 혼자 가서 처리(ㅜ)를 한 거죠. 결국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긴 했지만, 나중에 아이를 가질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결국 둘째는 낳지 못했습니다. 낙태라는 무서운 일을 겪은 여성이 그 결과로 불임의 고통까지 겪는 걸 보면서, 아 정말 왜 이래야 하지. 이게 왜 다 여자의 몫으로 오는 거지. 라는 생각에 절망감이 든 적이 있었어요. 저도 지금은 잘 살고 있는 그 언니의 남편을 좋은 눈으로 보지 못합니다. 아주 무책임한 넘(!)이라고 생각되어서요. 결혼만 하면 답니까?!?!

다락방 2018-11-28 13:59   좋아요 1 | URL
이상하지요? 낙태가 불법인데 이렇게나 낙태 수술을 한 여자들이 주변에 많다는게요. 이 책에도 나와요. 낙태가 합법화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낙태 건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불법이라 음지에서 불안정하게 비위생적으로 하는 수술들을 좀 더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거라고요. 우리가 평생 가지고 살아야할 몸인데요, 안전하게 수술 받아야지요. 이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처벌받지 말아야지요.

여러차례 낙태를 반복하게 하는 남자라니, 어떻게 나쁘게 보지 않을 수 있을까요? 피임을 일절 안하고 지 좋은대로 했다는 거잖아요? 아이고야...

비연 2018-11-28 14: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그래서 낙태를 하게끔 만드는 사회의 시선과 상황을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낙태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정의하는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음지에서 낙태받고 몸 다 상해서 나중에 정말 엄마가 되고 싶을 때 되지 못하는 아픔을 여자혼자 고스란히 안게 하고 엄마가 못 되는 건 둘째치고라도 건강도 상하게 되어 내내 고생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 일단 드러내놓고 수술을 정상적으로 받게 하고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나가야죠. 마치 낙태를 합법화하면 세상이 이상해지는 것처럼 말하는 종교인들이나 남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이미 세상은 충분히 이상하고 불편하거든요 =.=;;

다락방 2018-11-28 14:14   좋아요 0 | URL
게다가 미혼모 지원 예산도 없애버리겠다고 했었잖아요? 지금은 사과하긴 했지만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죠.

애를 낳아, 그런데 혼자 낳으면 지원은 안해줄거야, 그렇다고 또 애 지우면 너는 범법자야 불법을 저지르는거지, 그러니 애를 낳아, 그렇지만 지원은 안해줘~~

도대체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이상하잖아요?

비연 2018-11-28 14:17   좋아요 0 | URL
미혼모 지원까지 국가에서 다 책임져야 하냐고.. 그 국회의원이 얘기할 땐 귀를 의심했어요 ㅠ 진짜 두고보고 있어요. 어떻게 진행될지... 이상해요 이상해요 ...ㅠㅠ

- 2018-12-0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장 낙태 부분은 진짜 혈압올라서.. 빻빻 너무 빻았다, 개놈 시키들, 욕을 드글드글 했어요. 친구들의 낙태 이야기는 너무 괴롭죠.. 제 주변엔 낙태 보다는(아마 말을 안한 거겠죠..), 혼전임신 후 결혼 한 친구들이 참 많은 데요... (애들 열심히 키우는 모습 보면 장하지만) 그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할 수 있을 만큼의 페미니즘이 더 필요 하다는 생각. 태어난 조카들을 위해서도 말이죠.

다락방 2018-12-02 15:18   좋아요 1 | URL
낙태 부분 읽을 때는 진짜 눈물날 정도로 억울하더라고요. 억울하다, 억울하다, 억울하다..이 생각을 천번 만번쯤 한 것 같아요. 아마 그 시절의 당사자들은 특히 더했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보다 더 많은 대화를 좀 더 깊이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모두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페미니즘 교육을 해야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세상이 그렇게 못하고 있다면 우리라도 합시다. 우리라도 열심히 읽고 쓰고 말합시다. 쟝쟝님, 우리 계속해서 열심히 함께 읽어요!

- 2018-12-02 16:06   좋아요 0 | URL
^.^ 네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읽고 쓰면서 ㅠㅠ 왜 울컥하죵?!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첼 추'는 미국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녀는 동양인 남자친구 '닉 영'을 사귀고 있는데, 그가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차 싱가포르에 가면서 여자친구인 레이첼 에게 함께가자 청한다. 가서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인사를 시키고 싶다고. 레이첼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 응한다. 그러나 그녀가 미국에서 나고 자라 모르는 게 있었으니, 자신의 남자친구인 '닉 영'이 아시아에서는 누구나 다 알아주는 어마어마어마어마한 부자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닉 영은 사교계의 이름난 여자들에게 탐나는 신랑감이자 사윗감이다.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 무얼 하는지 이슈가 되고, 자연스레 너무나 평범한 레이첼은 그 부자 여자들의 시기의 대상이 된다. '그녀가 아니라면' 닉이 자신의 신랑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울리지도 않게 그녀가 그의 여자친구인 바람에 자신들의, '어쩌면 그의 아내가 될 가능성'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저 여자, 평범한 여자, 레이첼은 택도 없다. 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여자들은, 그녀가 그로부터 떨어지기를 바란다. 물론 닉의 가족도 마찬가지. 닉 주변의 모두는, 레이첼이 닉과 떨어지기를 바란다. 처녀파티라며 이 부자여자들이 잔뜩 섬에 놀러갔을 때, 레이첼의 방에는 커다랗게 낙서가 되어 있었다.


'땡(닉 영) 잡는 대신 이걸 잡아!'


그리고 그녀의 침대에는 커다란 생산이 피를 흘린 채로 죽어 있었다.



레이첼은 그녀들의 적의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런 그녀들과 친구라는 자신의 친구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그 죽은 커다란 생선을 땅에 묻어준다. 이 일은 그녀를 당연히 괴롭힌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게 다르고 어떤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들, 우선순위가 다를 것이다. 나는 그 많은 여자들이 자신이 탐내던 남자가 다른 여자를 선택했을 때 당연히 질투와 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호감있어하던 상대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왜 질투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해를 입히면' 그러니까, 그녀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그의 곁으로부터도 멀어지면, 그러면 그가 '나를' 선택할까? 설사 그녀가 '없어져서' 나를 선택한다고 하면, 그러면 나는 그 삶에 만족할까?

많은 여자들이 힘을 합쳐 그녀를 그의 곁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커다란 생선을 잡아 죽이고 피를 흘리게 만들어 그녀를 공포에 질리게 했다. 레이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 일을 수습하지만, 그러나 만약 레이첼이 이 일이 끔찍하다고 해서 그의 곁을 떠난다면, 그래서 그가 다시 여자친구 없는 상태, 싱글이 된다면, 그렇다면 그 일에 가담했던 여자들은 만족할까? 야호, 신난다, 이제 그가 혼자야, 어쩌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거야, 꺅!! 맞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거야, 꼭 내가 아니어도 돼, 그렇게 가난한 여자는 그에게 맞지 않잖아, 차리라 내가 아니라도 부자인 너여야 닉의 품위를 맞출 수 있지, 까르륵~ 할 수 있을까? 닉이 레이첼과 헤어져서 싱글이 되고, 그리고 그녀들의 바람대로 그녀들 중 누군가의 애인 혹은 남편이 된다면, 그녀들은 행복할까? 바로 이것이 그녀들이 원했던 바라고 만족할까? 닉이 그녀들 중 하나를 선택했어도, 여기에는,


'그런 짓을 했던 내가' 남는다.

나는 그 일을 저질렀다. 커다란 생선을 죽여 피를 흘리게 한 뒤 다른 여자를 공포에 질리게 만든 일. 그 일을 저질렀던 '내'가 남아있는데,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잘생긴 부자 남자'를 선택했다면, '원하는 걸 성취한 내가 짱이다!' 할 수 있을까? 그건 스스로에게 너무 쪽팔리지 않나?


스스로에게 쪽팔리게 살지 말자. 우리가 너무 착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저질러서는 안될 짓까지 하지말자. 내가 손해 보지 않는 것과 다른 사람을 울게 하는 건 다르다. 왜 그런 짓을 해. 그렇게 해서 닉과 살게 되면 행복할까? 닉이 날 보고 웃고, 닉의 옆에 서서 걸어도, 나의 일정부분은 '죽은 생선으로 다른 여자 괴롭힌 나'인데?


인간은 누구나 후회되는 선택들을 하기도 하고 인생에 있어서 감추고 싶은 과거같은 것들도 있지만, 그런것을 부러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그 순간 질투와 시기에 눈이 멀어 그런 짓을 하게 된다면,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어쩌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내 감정이 가장 극에 달했을 때 선택하는 건 뒤로 미루자는 거다. 극에 달했을 때 하는 선택은 잘못될 확률이 높다. 일단 나는 거기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극에 달한 감정의 꼭대기에 있을 때는 선택하지 말자. 그리고 거기서부터 좀 벗어났을 때, 빗겨났을 때 선택을 하자. 그리고 나에게 묻자.


'이 선택은 나에게 어떤 일을 가져올까?'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나는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까?'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를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면, 생선을 죽여 다른 여자의 침실에 갖다놓는 일을 할 순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흠 없는 인생을 살 순 없겠지만, 가급적 후회할 일을 줄이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영화는 재미 없다. 중간까지는 너무 재미없어서 이야.. 뭐 이렇게 재미가 없지 그만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부잣집에서 평범한 여자를 반대한다는 거야 뭐 너무나 뻔한 얘기인 것이고, 너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부(rich)는 별로 와닿지도 않았고. 살면서 그런 집에서 살아보기는 커녕 구경도 못할 것 같은데, 뭔가 만화보다 더한 부가 거기 있었달까. 그리고 생선을 죽여서 침실에 놓는 거, 그거 좀.. 요즘 사람들이 할 짓인가 싶고....... 남자 주인공은 세상 잘생겼다고 나오는데 별로 안잘생겼고.. (  ")



레이첼 추는 경제학 교수다. 홀 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살고 잘 자라서 미국에서 경제학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 레이첼 추가 자신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거였다. 자신이 잘 살고 있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선택은 그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내가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때 그가 얻을 것과 잃을 것은 무엇인가, 하고.



그의 어머니로부터 '너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또 그의 앞에서 '너는 외도로 낳은 자식이다'같은 탐정의 뒷조사 얘기를 듣는 그녀는, 그와 헤어짐이 닥쳐오는 걸 실감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아, 그와는 헤어져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그녀를 당연히 아프게 했다. 사랑했는데 헤어지게 되니 왜 멀쩡하겠는가. 그녀는 그렇게 그로부터 멀어져 친구의 집에 간다. 싱가폴에 오자마자 자신을 반겨주었던 친구 '페이클린'의 집에 터덜터덜 찾아간다. 친구는 그녀에게 침대를 내어준다. 그녀를 혼자 잇게 해주고, 그녀에게 밥을 챙겨다 준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아픔에 두드려 맞아 누워있다. 만나서 얘기하자는 닉의 전화에도 답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녀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말 없이 남자친구가 찾아온 줄 알았던 그녀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는데 .. 라고 생각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그녀의 엄마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또 울고 말았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실연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다정한 친구가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실연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와서 안아줄 엄마가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거 너무 아픈데, 그런데 친구가 나를 돌봐주고 엄마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그들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녀가 앞으로 살면서 이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지금처럼 자신을 사랑하면서 또 엄마의 사랑을 느끼면서 산다면, 앞으로 더한 어려움이 온다해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을 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지만, 사랑을 받는 것이 많은 부분 고통에서 나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실연으로 너무 아플 때 그저 나를 다독여줄 친구와 엄마가 있다니, 인생 진짜 졸라 잘 산 거 아닌가. 레이첼은 열심히 공부해서 경제학 교수가 되었고, 좋은 친구와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 인생 짱이다!



나는 사람들이 아픈 사랑을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그렇다해도, 이 영화의 좋은 결말은, 그러니까 내 기준으로는,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에 다시 몰두하며 싱글의 삶을 즐기는 거였다. 그러다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수도 있고, 아니면 말고. 그녀는 스스로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성인데, 게다가 친구와 엄마도 있는데, 무너진다한들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이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때때로 닉을 사랑했던 시간들 때문에 혼자 웃거나 울겠지만, 그렇게 자신의 능력으로 보란듯이 잘 살아내는 게 가장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결말 좋구나... 했는데, 아니 세상에...



(여러분 스포일러 터집니다)


그는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출발전에 후다닥 와서는 그녀에게 '다시' 청혼한다.



네??????????????



뭐, 이쯤하자.

내가 그냥 가서 혼자 살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람. 어차피 선택은 각자의 몫..다들 자기의 행복을 위해 달려가는 것.........




주말에 E 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E 는 전보다 더 좋은 집에 살게되었고,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나는 너무 좋아서 웃었다. E 의 집에 벨을 누르고 들어가 잔뜩 사온 선물(두루말이 휴지셋트, 크리넥스 셋트, 키친타올 셋트, 와인, 돼지고기)을 안기고서는, 축하의 말을 연신 건넸다. 너에게 분명 힘든 시간들이 있엇는데, 올해의 너는 참 좋아지고 잇는 것 같아 좋다, 너가 사랑할 대상이 생기고 또 이렇게 좋은 집으로 옮기게 되고 생활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가는 걸 보는 게 너무 좋다, 라고 말했다. E 는 올해 했던 어떤 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올 해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아'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런 E 에게, '그거 되게 중요한 것 같아, 어떤 선택에 대해서 내가 잘했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거' 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런 일을 인생에서 계속 반복해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을거고.'



지난 번에 친구들이 좋은 집에 갔을 때도 마음이 좋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알고 다정한 사람들이 더 잘되는 걸 보는 건 너무 좋다. 그 좋은 기운이 내게도 스미는 것 같다. 좋은 일이 생기고 그걸 축하해줄 수 있다는 건 너무 소중하다. 토요일 밤, 술이 잔뜩 취해서는,


나는 예전하고 또 다른 사람이 되었고, 달라진 모습에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고 떠날 수도 있지만, 이런 모습을 다 보고서도 또 여전히 다정하게 내 편이라고 말하는 내 친구들이 있는 게 너무 고마워.



나는 그 날 밤 여러차례 친구들을 포옹했다고 한다. (이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킁킁)



좋은 사이란 어떤 사이일까?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제는 일요일이 가는 걸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어떤 것들에 크게 만족하면서,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제대로 구워먹었다. 계란찜도 하고 파절이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 고기가 많이 남아있다. 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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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1-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완전 제대로 차려 드셨는데요^^

다락방 2018-11-26 13:48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아주 만족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혼술이 꼭 필요해요. 으흐흐흐흐

moonnight 2018-11-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영화 참-_-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들이 편먹고 여주 괴롭히는 내용이라니ㅠㅠ 남자들이 저러는 건 못 본 거 같은데-_-;,,

맞아요 좋은 일에 샘내지 않고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관계가 진정 좋은 사이지요. 착한 다락방님^^

계란 잘 찌셨네요 파절이도 맛있겠고 아침부터 배고파요^^

그나저나, 지닌 금욜 필름 끊긴 일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쩝 ㅠㅠ 인생 참-_-;;;

다락방 2018-11-26 13:49   좋아요 0 | URL
여자들이 편먹고 여자를 괴롭히는 게... 글쎄요, 실제로 있는 일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뭐 남자 하나 차지하겠다고 그렇게들 난리인지. 이것도 그냥 ‘여자들이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에서 오는 것 같아요. 좀 어처구니;;

계란은 사실 밑에가 좀 탔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뭐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파절이는 맛있었어요. 으하하하하. 저는 생에 대한 의욕이 정말 간한 사람인가봐요. 혼자서도 완전 잘 차려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나잇님도 필름.. 끊기셨었나요. 저는 기억이 가물가물. 흙흙 ㅜㅜ

syo 2018-11-2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는 인생의 무엇일까요??

빛?? 희망??? 사랑????

혹은 그 모든 것??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6 13:49   좋아요 0 | URL
고기란, 저에겐 뭐랄까.. 생에 대한 의욕....의 상징 같은.... 그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8-11-2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은 일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관계가 핵심이더라고요. 질투와 비교도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게 관계를 좀 먹는다는 걸 몇 년 전에 깨달아 씁쓸했어요. 저 영화 보고 싶었는데 다락방님의 리뷰로 본 걸로 하겠습니다. ^^

다락방 2018-11-26 13:5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영화는 이슈가 된 거에 비하자면 재미가 없었어요. 여자들이 남자 차지 하려고 편먹고 다른 여자 괴롭히는 것도 현실성 없었고, 자기를 허락하지 않았던 시어머니가 있었음에도 자신 역시 며느리를 허락하지 않는 여자를 보는 것도, 뭐랄까, 이것이 아주 보수적인 입장에서 만들어진 영화 같더라고요. 저는 딱히 재미있지 않은 영화였어요.

맞아요, 블랑카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해줄 수 있지만, 기쁨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일이 드문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해줄 수 있는 관계가 정말 친밀한 관계라는 생각을 요즘에 많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