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찬란한 고통

아, 마음이 급해. 지난주 토요일 경향신문의 북섹션을 사정상 어제 일요일에야 읽게 되었는데, 대부분 한 두권의 책들을 메모해두곤 했으나 이번에는 한 두권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메모장에 적어두려다가 페이퍼로 급전환.


일단, 『나는 한국의 야생마』. 이 책은 이 책에 실린 그림 한장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문을 인터넷으로 뒤져 그림을 가져올까 하다가 너무 귀찮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냥 내가 보던 신문을 찍어버렸다.


 


오와..뭔가 낙원의 이미지다. 이 사진에 대한 설명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이 그림책은 농장을 나와 야생마가 된 말들이 인간의 속박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경향신문 2012년 2월 25일 토요일 16면)'




 

 

 








아.. 책 표지는 뭔가.....뭔가.....너무.......말 스러워;; 어쨌든 저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영화 『킬러 엘리트』가 생각났다. 재이슨 스태덤은 호주의 한 드넓은 농장에서 자신이 살 집을 손수 짓고, 그의 옆에 말을 탄 여자가 찾아오는 그 장면. 여기가 바로 그곳인것만 같은거다. 나는 재이슨 스태덤을 찾아 갈테다. 말을 타고 갈테다.



또 하나의 책은 '데이비드 맥페일 그림과 글'의 『안 돼!』 .




 

 








경향신문에 실린 소개글로 옮겨보자면,


한 아이가 정성스레 쓴 편지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간다. 바깥세상은 미사일, 탱크, 군인, 경찰 등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침내 다다른 우체통 앞에서 아니는 자신을 때리려는 소년에게 "안돼!"라고 외친다. 이 두 글자가 이 책에 나오는 유일한 글이다. 소년이 부당한 폭력에 대해 "안돼"라고 외치며 당당히 맞선 이후 돌아오는 길, 세상은 달라져 있다. (경향신문 2012년 2월 25일 토요일, 16면)


아직 조카에게 보여주기엔 이른감이 있는것 같다. 그런데 나는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사서 내가 먼저 볼 생각이다. 안돼, 라는 두 글자만이 책이 나오는 유일한 글자라니. 그것만으로 어떻게 뜻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걸 내가 알아챌 수 있을까? 그게 너무 궁금하고,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으로 부당한 폭력에 대해 안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 뭉클해져서 천천히 그림책을 넘겨 볼 생각이다.




자, 이제 소설이다. 꺅 >.< '이응준'의 『내 연애의 모든 것』이란다. 그런데 일단 신문에서 뽑아낸 타이틀은 이렇다.

'사랑에 빠진 여야 국회의원의 금지된 로맨스를 상상하다' 읭? 이게 뭐야? 난 몹시 .. 몹시.. 비호감 상태가 된다. 신문에 실린 줄거리도 그저 뻔한 로맨스 소설과 다를바가 없는것 같다. 더 유치하면 더 유치했지 덜하진 않을것 같단 말이다. 
















그래서 흐음, 패쓰야, 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이응준' 이라는 이름이 걸리적 거리는거다. 이 이름이 왜 이렇게 걸리적거리지? 뭐지? 그래서 비호감인듯한 책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데, 거기에서 나는 왜 걸리적 거렸는지 원인을 찾아냈다. 그렇다. 이응준은 시집을 냈던거다. 내가 산 시집.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가 그것.




 














아아, 이 시집은 무릎 꿇었다는 바로 그 구절이 나오는 시가 들어있는, 바로 그 시집이 아닌가!


4월

내가 기차같이 별자리같이
느껴질 때
슬며시 잡은 빈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의 소설이라면 아무리 유치한 내용이라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나는 '사랑에 빠진 여야 국회의원'이라는 유치하고도 유치한 타이틀에 두 눈을 딱 감고 이 책을 선택하기로 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에 어쩔 수 없게 되어버린거다. 어쩔 수 없었다.






 

또 한권은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이다.
















이야기는 첫 눈이 내리는 오슬로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그날 저녁, 퇴근한 엄마는 정원에 선 커다란 눈사람을 칭찬해준다.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린 눈사람 안 만들었어요. 그런데 눈사람이 왜 우리 집을 보고 있어요?" 

눈사람은 대개 집을 등지고 길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집 안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창밖에 선 채 가족을 향해 집요한 시선을 던지는 눈사람의 존재에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고, 그날 밤 엄마는 사라진다. 아이가 엄마에게 선물한 소중한 목도리는 눈사람의 차가운 목에 둘러진 채 얼어붙고 있었다.
(알라딘 책소개中)


경향신문에서 보다가 내가 꽂힌 부분은 눈사람을 만들지 않았는데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는 것. 마치 사탄의 인형의 처키가 생각나지 않는가. 게다가 엄마가 사라진다. 오! 궁금하다. 그런데 엄청 무서울 것 같다. 그래서 이건 어쩌지, 살까 말까, 계속 고민 고민. 무서울 것 같고 그렇지만 재미있을 것 같고. 흐음.



마지막으로 한 권 더. (아 이번 경향신문의 북섹션은 정말 유익하다.ㅠㅠ) 
















표지나 제목만으로는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데, 책 소개를 보면 이렇다.


늘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 번도 식당에 가본 적 없는 젊은이, 외도한 남편을 용서한 것처럼 보였지만 10년이 넘게 지난 어느 밤, 크루즈 갑판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며 "난 행복해"라고 말하는 아내, 자신을 수줍음 많고 우울한 성향으로 태어나게 한 아빠를 원망하는 딸 등 껍질을 두른 조개인간들의 몽환적이지만 쓸쓸한 아홉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알라딘 책소개中)


사실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내가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유심히 관찰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식당에 갔을 때 혼자 밥 먹는 사람이 있으면 있는채로 그냥 내 밥을 먹지 그 사람들을 둘러보진 않으니까. 그러나 불과 몇년전까지의 나도 혼자 밥 먹는걸 꺼려했었다. 혼자 밥 먹는것만큼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아 초콜렛을 사 먹거나 단 커피를 사 마시거나 했던거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용기를 내어 한 번 혼자 밥을 먹어 보니, 오, 이렇게 편한게 없다. 혼자 쇼핑하고 혼자 커피 마시고 혼자 산책하는게 편하다는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혼자 밥 먹는것도 정말 최고로 편하다. 내가 먹고 싶은걸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먹을 수 있다. 메뉴 선정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게다가 속도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최고다 최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또 스맛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건 정말이지 결코 외롭지 않은 오히려 충만한 일이다. 이 책속에서의 저 젊은이가 그래서 결국은 혼자 밥을 먹게 되었는지 어떤지 궁금해진다. 또한, '용서한 것처럼 보였지만 10년이 지나도 떠올리는' 아내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는 바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극복되는게 아니니까. 아주 오래 때로는 눈감기 전까지도 지속되니까. 이거랑은 별 상관 없는 얘기기는 한데, 나 때문에 받았던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는채로 가끔가다 툭 내뱉는 사람도 이 소개글을 읽다가 떠올랐다. 내가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무심히 넘기려고 하지만 나라고 할말이 없는건 아닌데. 지겹고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토요일의 대전터미널 영풍문고에서는 이 책을 보았다.















무슨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또 아이들에게 마음에 대해 설명해주기에도 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딱히 와, 이 책 좋네, 하는 생각은 들질 않더라. 마음에 대한 설명이 내게는 식상하게 느껴졌지만 아이들에게 설명하기에는 편하고 좋을것 같다. 그래서  조카에게 사줄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보류하기로 했다. 아직 단어 몇 개밖에 말할 줄 모르는 19개월된 아가에게는 좀 이른 감이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본 책은 파본이었다. 31페이지가 반복된다. 31-35 페이지가 두번씩 있다. 나는 들고가서 계산하는 직원에게 설명하고 이 책을 건넸다. 진열되어 있는 다른 책은 괜찮던데 내가 본 책만 그런 것 같았다. 이런식의 파본이 단 한권만 찍힌건 아닐텐데. 창비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 이제 원하는 책을 찜해 두었으니 중고샵에 팔아야 할 책들을 좀 선정해내고 적립금이 모이기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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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2-2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집] 그림은 좀 무서워요.^^;

엄마에게 선물한 목도리는 왜 눈사람이 가지고 있을까요? 궁금한데요.

[내 연애의 모든것] 표지가 이~뻐~! ㅋㅋ

다락방 2012-02-27 16:1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엄마는 어디로 간건지, 엄마의 목도리를 왜 눈사람이 가지고 있는지..아 궁금해요.
내 연애의 모든것 읽고 싶어요. 이응준이라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쓴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거든요. 아우..

moonnight 2012-02-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경향신문 북섹션 좋군요!! +_+;
다락방님 덕분에 저도 보관함으로 휙휙;; 이응준 작가의 책, 제가 읽은 신문들에서 굉장히 평이 좋던데요. 내용도 빤하지 않다고 했어요.

다락방 2012-02-27 16:34   좋아요 0 | URL
네, 문나잇님. 경향신문은..어우...이번에는 진짜 신문을 넘길때마다 관심가는 책들이 슝슝 나와서 행복했습니다! ㅎㅎ 이응준 작가의 책은, 저 시로 판단해보건데, 정말 좋지 않을까 기대되요. 아우.. 신나요! 문나잇님도 좋다는 평을 보셨다고 하니 우하하하 꼭 읽어보겠습니다!

마태우스 2012-02-2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말에 끌리신 건 저 때문이 아닐까요 혹시?
2) 저도 여야의원의 로맨스에서 좀 끌렸습니다. 야당의원이 미녀로 묘사된 게 특히 저를 잡아당기더군요^^ 하지만 님과 달리 저는 저자를 모르는지라... 패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면 그런 허구적인 미녀가 아닌, 실제 미녀인 다락방님을 제가 모시고 있으니깐요

다락방 2012-02-27 16:35   좋아요 0 | URL
1) 말에 끌린게 마태우스님 때문인건지, 마태우스님한테 끌린게 말 때문인건지 뭐가 먼저인지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건 저는 마태우스님도 말도 좋아한다는 겁니다. 하하하하하.

2) 그렇다면 여야의원의 로맨스는 제가 읽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미있다면 제가 기꺼이 마태우스님께 적극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불끈!!

라로 2012-02-2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스러워~~~ㅋㅎㅎㅎㅎㅎㅎ
다락방님이 아니면 쓸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 표현이에요,,,ㅎㅎㅎ
그런데 어떻게 저 그림에서 그 장면이 떠오를 수 있어요??같은 걸 본 사람으로써,,일단 말이 너무 많잖아요,,,ㅎㅎㅎ

다락방 2012-02-27 16:5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 말들 중에 한 마리의 등에 올라타서 너른 벌판을 달려 땀흘리며 집을 짓고 있는 재이슨 스태덤에게로 가는게 너무나 자연스럽잖아요. 말과 초록이 우거진 풍경=재이슨 스태덤.. 이건 그냥..어..어...자연스러운 거에요!!

굿바이 2012-02-2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페이퍼를 읽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4월]이라는 시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저 마지막 구절과 너무 비슷한 "벚꽃 움트는 밤 나는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문장을
제가 쓰고 있는 글에 썼더란 말이죠.
이게 대체!!!저는 저 시를 읽지 않았습니다. 결단코! 엉엉~ 맨날 표절입니다 orz

다락방 2012-02-28 18:09   좋아요 0 | URL
오, 굿바이님은 저런 문장을 직접 쓰셨더란 말입니까! 대단합니다! 저는 저 시의 저 구절 때문에 저 시를 옴팡지게 사랑하거든요.

2012-02-27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8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2-2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표지가 엄청나게 말스러워서 부담이 팍팍 오는걸요.
요 네스뵈의 책은 전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는데 책 소개를 읽으니 너무너무 흥미로워보이는군요. 아, 또 책이야기에 흥분하려고 합니다! 셜록홈즈에다가, 피아노 연습곡에다가, 돈은 6만원밖에 없는데 사고 싶은 책은 또 어찌나 넘쳐나는지. 저는 경향신문을 읽으면 안되겠습니다 ㅠㅠ

다락방 2012-02-28 18:10   좋아요 0 | URL
저게 말이 잔뜩 나오는 그림책이에요. 저는 말을 좋아하는데 조카가 좋아할지 어떨지 모르겠어요. 이번 주문때 살 예정인데 조카도 저처럼 말을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ㅎㅎ
전 라면계량컵 때문에 아무래도 올해들어 처음 제 돈 주고 결제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아..라면 계량컵은 대체 왜...왜 만들어졌단 말인가..orz

2012-02-27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8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7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12-02-2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이응준 -

다락방 2012-03-01 21:38   좋아요 0 | URL
 

책 관련 페이퍼 열나 쓰고 있는데 검색하는 책이 죄다 검색이 안되서 신경질이 폭발하고 결국 그 페이퍼는 그대로 중단된 상태다. '요네스뵈'로 검색했는데 『스노우맨』이 검색 안된다니..orz 


금요일에는 연차를 냈다. 나로서는 좀처럼 없는 일. 집에서는 회사 간다고 출근하는 그대로 나와서 나는 그대로 대전으로 향했다. 토요일에 대전에서 친구1과 친구2를 만나기로 했던터라, 나는 하루전에 미리 가 있는게 되는거였다. 호텔도 예약해두었다. 나는 그날, 나를 위해서 사치를 할 셈이었다. 혼자서 호텔에 가 시내의 전망을 구경하다가 홀딱 벗고 잠이 들었다가 영화도 한 편 봤다가 맛있는 것도 사먹을 예정이었다.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텐데, 기차안에서도 왕복 네 시간인데, 책은 두 권을 챙기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가, 흐음, 아니다 싶어 두꺼운 책을 한 권만 챙겼다. 영화는 무얼볼까 검색해보니 대전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전.혀. 상영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친구가 준 『나인 라이브즈』파일이 든 넷북을 가방에 챙겼다. 가방이 진짜 엄청나게 무거웠지만 다 내가 읽을거고 볼 거니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차안에서는 책을 딱 한 장, 정말로 딱 한 장 읽고 잤다. 내 옆자리에는 군발이가 앉았고 오오, 군발이라니, 조금 신났었는데 그냥 잤다. 정신없이 자다가 눈을 떴는데 기차가 막 정차하려고 한다. 여긴 어디지? 두리번 거리는데 기차의 바깥으로 보이는 나무나 산을 아무리 들여다봐봤자 거기가 어딘지 내가 알 턱이 없다. 할 수 없이 열차표의 도착시간과 지금의 시간을 확인해본다. 오, 여기는 대전이다. 아우..자다가 지나칠뻔했어;; 옆을 보니 군발이도 이제야 일어나서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내려서 서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내가 가려는 호텔은 터미널 근처에 있는 호텔이었다. 아직 열 한시도 안 된 시간이고,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만끽하기로 했던터라 터미널까지 걷기로 했다. 그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여행자의 모드가 되어서. 역에서 빠져나가 이정표를 찾기 전까지는 일단 방향을 알아야 했다. 마침 눈 앞에 경찰이 보인다. 우와. 젊고 잘생겼다. 나는 그에게 터미널의 방향을 묻고 자꾸만 자꾸만 말을건다. 몇 분 걸릴까요? 버스를 타면 얼마나 걸릴까요? 아쉽지만 그를 뒤로 하고 그가 일러준 방향대로 움직였다. 가방은 점점 무거워 지고 있었다. 중간에 또다시 사람들에게 방향을 물었다. 제대로 가는지 좀 불안했다. 그러다 이정표를 발견했다. 오, 됐다. 여태까지 제대로 왔고 이제부터는 저 이정표대로 가면 된다. 그렇게 사십여분 이상을 건너가서 드디어 터미널 발견. 우와. 신난다. 뭔가 해낸 기분이다. 혼자서 걸어서 이곳까지 찾아왔어. 이곳은 낯선 도시인데!! 대단하다!!


그리고 터미널에 들어가 둘러보았는데 오와- 여긴 뭐 엄청난 상가다. 극장도 서점도 모두 이 안에 있다. 마트도 있다. 나는 쫄면과 김밥을 사 먹은 뒤 크리스피크림 도넛에 들어갔다. 다른 커피숍도 많았지만 이곳의 분위기가 유독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영화에서 등장하는 다이너 같은 분위기랄까. 


 


게다가 이 넓은 매장에 손님도 없어. 내가 전세낸 것 같다. 어쨌든 아까 책 한 장 읽었으니 좀 읽어볼까 싶었는데...졸립더라 ;; 그래서 수첩을 꺼내 낙서를 하다가 두 시가 되어 호텔에 체크인을 하러 가려고 일어섰다. 나는 장시간 호텔에 혼자 있을 예정이니, 밤까지 바깥으로 나오지 않을 생각이니 굶지 않을 만발의 준비를 하자. 아까 남겼던 김밥을 포장한게 이미 가방에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 가서 사발면과 오렌지쥬스를 샀다. 그리고 까페에 들러 샌드위치를 샀다. 내가 뭘 먹고 싶을지 모르니까 살 수 있는건 다 샀다. 사면서 웃겼다. 나는 왜..굶을 생각은 안하는가. 나는 왜 삶에 대한 애착이 이다지도 강한가..



그리고 호텔에 들어가서 발을 씻었다. 옷을 벗고 목욕가운을 입었다. 11층의 룸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내가 이 낯선곳에서 잘 수 있을까? 오, 잘 수 있었다. 나는 무려 두시간 반을 자고 일어났다. 사실 더 잘 수도 있었는데 넷북 가져온게 아까워서 영화를 봐야했다. 내가 얼마나 무거웠다고! 그래서 멍한채로 일어나 영화를 재생했다.















역시나 이 영화도 감독의 전작들처럼 좋았다. 그러나 이 영화도 또 『마더 앤 차일드』도,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것』을 이길 순 없었다. 그 영화는 진짜 짱인데!


어쨌든 이 영화는 옴니버스 영화인데 각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다른 이야기에서 다른 식으로 등장하면서 연결된다. 따로 떨어진, 그러나 연결된 영화. 한 편에서의 조연이었던 엄마가 다른 편에서는 주연인 여자가 되는 식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특히 여운이 많이 남는데, 십년전에 헤어진 옛 연인을 동네의 큰 마트에서 마주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오랜만에 우연히 마주친 그들은 그저 일상적인 안부만을 묻고 헤어지려 하지만 그게 잘 되질 않아 사실은 그동안 네 생각을 많이 했노라고 고백하게 된다. 그런 얘기를 왜 하냐며 여자와 남자는 웃었다 울었다 하게 되는데, 여자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늘 이런식이었다고. 날 보라고.


너랑 단지 5분있었을 뿐인데 내 인생이 허구로 느껴져.


아... 말문이 막혔다. 이럴땐 어떡하지. 그여자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서 허구의 삶을 살아야 할텐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허구가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 알게 되지 않는다면 최면을 걸겠지. 그래, 돌이킬 순 없어, 이것이 내 삶이야.


이 영화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또한 오랫동안 보지 못하게 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 둘이 모두 금요일 밤에 회사를 마치고 오기로 했다. 여자셋은 모두 벗은 육체위에 목욕가운을 걸치고 테이블에 둘러앉아 와인을 마셨다. 새벽 다섯시까지. 울다가 웃으며 그 새벽을 맞았다. 오렌지와 청포도와 방울토마토와 치즈가 테이블에 있었다. 다음날은 예상대로 늦게 일어나서 밥을 먹고, 여자 셋이 할 수 있는 걸 했다. 셋이 나란히 앉아 네일아트하기. 영화 『금발이 너무해』처럼!


 



네일을 해주는 언니는 손톱이 길고 예뻐서 다른걸 해도 예쁠텐데 왜 원칼라를 하느냐고 했다(으쓱. 뿌듯). 사실 그라데이션을 하고싶었던 터라, 그래요? 그라데이션은 얼마에요? 하고 물었다. 삼만 삼천원이란다. 나는 그냥 원칼라로 해주세요, 라고 했다. 하아- 이렇게 비쌀줄은 몰랐다고! 영화에서 보고 생각했던것처럼 여자 셋이 나란히 앉아 네일을 하는건 유쾌하고 스트레스 풀리는 일은 아니었다. 지겨워 미칠뻔했다. 손을 말릴때는 지겨움이 극에 달해 그만 말리겠다고 했다. 아 지겨워...그리고 우리는 지쳐버렸다.


네일샵에 자리하기 전, 우리는 영화를 봤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 『맨 온 렛지』.


 

 


와- 이거 기대하지 않았는데 엄청 재미있다. 멋져 멋져. 나중엔 소리지르고 박수까지 쳤다. 역시 서민의 편은 서민이 되어주어야 한다. 서민이 서민의 편을 들어줘야 정의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거다. 더러운 부자에 맞서 싸우는 서민이 있다면 그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서민을 응원해주어야겠다. 함성도 질러주고. 이 영화에서 서민이 편이 되어주는 서민 할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기뻤다.



이 영화속에는 아름다운 여성 두 명이 등장하는데, 당연히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쁜데, 그 중에 동생(제이미 벨)의 여자친구는 몸매가 진짜 환상이다. 속옷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는 장면에서 그녀의 남자친구인 제이미 벨은 그녀에게 '넌 살아있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오와- 내가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예술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예술로 느낀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내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임에는 틀림없다. 그 기분이 어떤건지 느껴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 '')



호텔에 혼자 있는 동안, 나는 외롭지 않았다. 여자사람친구 1이 내게 말을 걸었고, 후버까페가 말을 걸었다. 남자사람친구1이 전화를 해왔고 이튿날에는 여자사람친구 2가 전화를 해왔다. 다들 내게 괜찮으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내가 거기에 혼자 있는걸 몰랐던 친구들이 어떻게 알고 그 시점에 그렇게 연락들을 했을까. 다들 연락도 잘 안하는 친구들인데. 나는 괜찮았다. 그리고 남자사람친구 2는 대전 근처에 결혼식에 왔었다며 토요일 밤에 나를 서울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서울까지 운전해가고 또 다시 자신이 사는 지방까지 가는 건 너무도 힘든일인것 같아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어야 했는데, 읽지 못한 책과 넷북이 들어있는 무거운 가방이 떠오르자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기차표를 반환하고 그 친구의 차에 올라탔다. 집까지 정말 편안하게 왔다. 다 무거운 가방 때문이었다. 친구는 다음에 혼자 호텔에 가게 될때 자신을 부르라고 했다. 나는 남자사람 친구와 호텔에 둘이 있을수는 없다고 말했다. 내가 너무 매력적이라 그건 위험한 일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80페이지쯤을 읽고 있는데 우와- 아직까지 엄청나게 재.미.없.다. 깜짝 놀랄정도로 재미가 없어서 내가 어떡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계속 읽을까 말까...처음으로 슈퍼바이백을 신청해봤는데, 하면서 괜히 구속당하는 건 아닐까 좀 걱정했는데, 우와, 아니야, 완전 잘했어, 팔아치우자, 잘 신청했어 싶다. 아직까지는. 조금 더 읽어보고 끝까지 읽을지를 결정해야겠다. 80페이지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제발 재미있어줘, 제발. 



이제 곧 점심시간이다. 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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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2-2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2박3일 여행 기간에만도 그렇게 많은 친구들의 케어, 저랑 극과극 비교됩니다. ㅋ 제주 온 지 열흘 되어가는데 연락한 친구는 1인, 나머지는 가족.

다락방 2012-02-27 12:01   좋아요 0 | URL
치니님 1박 2일이었어요. 금요일과 토요일 ㅎㅎ
케어는...그게 그러니까 제 상황이 상황인만큼(응?) 친구들도 이때만큼은 케어해줘야겠다 싶었던거죠. 하핫;; 전 정말 괜찮은데 말입니다. 훗 :)

라로 2012-02-27 16:27   좋아요 0 | URL
연락한 친구는 혹시,,,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2-02-27 16:36   좋아요 0 | URL
아...그 친구가 나비님이셨구나! 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12-02-2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들어봤.........................을까요?
이럴 땐 한숨, 먼산, 침묵의 삼종세트.

혼자 있는 호텔 방.
전 그 순간을 위해 팔천마일을 날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 순간을 위해서.
그런데 그 순간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울 때,
무척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다락방님의 그 두 시간 반이 무척이나 부러워요.

다락방 2012-02-27 12:54   좋아요 0 | URL
그 두시간 반 동안, 전 심지어 야한 꿈도 꿨어요. 깨고 나서 저는 아, 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 하고 말았답니다.

꽃핑키 2012-02-2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하하 저도 금발이 너무해를 보며 나도 네일샵에 꼭!가볼거야 했었는데;ㅋ 친구분과 함께 해보셨다니 부럽네요 많이 지겨우셨겠지만ㅋ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실것같아요ㅋ (저는 혼자;그 지겨운시간을 버텼다면서ㅠ 네일 받을땐, 책도 못읽으니 정말 환장 하겠더라구요ㅠ) 오와앗!! 호텔에서 친구들과 멋진밤이라니!! 너무 너무 멋져요!! 락방님!! ㅋㅋ

다락방 2012-02-27 16:12   좋아요 0 | URL
전 처음 가본것도 아닌데 그새 다 까먹었더라구요. 그 기분을. 스트레스 풀러 갔다가 완전 지쳐서 나왔어요. ㅋㅋㅋㅋ 혼자든 여럿이든 네일샵은 나랑 안맞는구나 이런걸 또다시 깨닫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또 까먹을지도...orz

호텔에서는 다 멋진것 같아요. 혼자의 밤, 친구와의 밤, 연인과의 밤.. 모두 말이죠. 후훗.

레와 2012-02-2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손톱 참 이쁘다. 이쁜 손톱 부러워요..ㅡ.ㅜ

다락방 2012-02-27 16:13   좋아요 0 | URL
보잘것없고 형편없는 한심한 인간 다락방인걸 알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로 2012-02-2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은행에서 제 순서를 기다리다가 이 글을 읽었어요,
대전에 오셨더랬군요!!! 막 섭섭해지려다가 제가 왜 섭섭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면서 저 자신에 대해 막 웃었어요, 이상한 아줌마네, 이러면서, ㅋㅋㅋ
하지만 대전에 다락방 님이 하룻밤을 지냈다고 하니까 막 특별해지는 거에요!!! 대전이, ㅋㅋㅋㅋ
아무튼 잘 지내다 가신 것 같아 기뻐요, 담에 오시면 저에게도 귀띔해주세요, 삼겹살이라도 쏠 테니, ㅎㅎㅎ

다락방 2012-02-27 16:37   좋아요 0 | URL
우앗, 대전 가면 나비님이 삼겹살 쏘시는겁니까? ㅋㅋㅋㅋㅋ 정말요? 꺄울 >.< 저 선샤인호텔에서 묵었어요, 나비님. 거기 아세요? 히히히히히 친구들이랑 우리는 앞으로 대전에서만 만나서 늘 이 코스대로 놀자, 라고 말해둔 터라 아마도 3-4개월에 한번씩은 대전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히히히히히.

moonnight 2012-02-2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펄핑크!!! 손톱 너무 예뻐요. ^^
저도 가끔 다른 지방의 호텔방 하나 잡아놓고 술이랑 먹을 거 잔뜩 쌓아놓고 머물다 올 때 있어요. 관광한다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그게 최고더라고요. 다락방님과 다른 점이라면, 연락오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거. 첨부터 끝까지 혼;;;

딴 건 괜찮은데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건 아직 잘 못 해요. 좀 부끄러워요. 흑. -_ㅠ

그나저나, 나인 라이브즈 분명히 본 영환데 하나도! 전혀! 기억이 안 나요!!! orz

다락방 2012-02-27 22:46   좋아요 0 | URL
투썸에서 햄치즈 샌드위치 사먹었거든요. 완전 맛있는거에요. 얇은 슬라이스 햄이 막 겹쳐져 있어가지고 ㅋㅋㅋㅋㅋ 햄 씹는 맛이 일품이었어요! 연락은 저도 평소엔 잘 안오는데, 그 날은 어, 그러니까 저의 연애가 끝났다는 걸 안 친구들이 안부차 해온거였어요. 묘하게 그 타이밍이 겹친거죠. 그래도 그들 덕분에 행복했어요. 히히히히히

저도 술집에서 혼자 술 마셔보는게 소원인데 아, 그걸 못하겠네요. 어떤 술로 선택해야할지.. 어떤 술집이 좋을지. 아..그건 차마 아직 용기가 나질 않아요 ㅜㅜ


나인 라이브조 좋아요, 문나잇님. 그런데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것]이 더 좋아요! ㅎㅎ

이진 2012-02-2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이렇게 재미있는 페이퍼는 처음 읽어봅니다.
그저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이렇게나 유쾌하게 풀어내시는 분은 다락방님이 원탑일거에요!
왜 나는 굶을 생각은 안하는 걸까 ㅠㅠㅠ

다락방 2012-02-27 22:43   좋아요 0 | URL
저는 굶을 생각은 하지도 않으면서 언제나 '굶게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어요. 이건 저의 정신적인 문제인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신지 2012-02-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군발이... 무슨 세면발이도 아니고

이보세요 다락방님. 군발이 아니거든요? 군바리거든요? 저의 학자적 견해로는 군바리가 맞습니다. 친척 형 직업이 군바리여서 잘 압니다. 그리고 다들 군바리라고 하지 군발이라고 하는 사람 첨 봤습니다. 군바리도 모자라 이제는 군발이라니. 세면발이는 음모에 기생하는 이같은 기생충 아닌가요? 프로이트는 농담이나 실수를 통해 그 사람의 무의식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락방님은 군인 아저씨를 성병이나 기생충과 동격으로 여기신다는 증거입니다. 그는 나라를 지키다가 단지 기차를 탔을 뿐입니다. 다락방님 옆에 앉았다가 페이퍼에 끌려나와 세면발이처럼 드럽게 묘사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락방님은 자신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성이라고 은근히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위한 사치를" 한다고 하시면서 대전까지 가서 쫄면하고 김밥을 사먹습니다. 저녁에는 김밥 남은 것까지 싸달라고 했다가 사발면 사서 같이 먹습니다.

왜 그럴까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성은 늘 남자들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맛잇는 거 사 줄게, 이러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음식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아깝다는 무의식적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미녀들은 평소에는 부담없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즐기면서도, 막상 자신이 혼자 있을 때는 김밥과 사발면을 주로 먹습니다. 아니 다락방님에게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공짜로 먹는 맛입니까? 자신을 위해 사치를 하고, 맛을 느끼고 싶다면, 정당한 돈을 지불하셔야죠.

뭐 물론 인기가 많은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미녀인 것을 강제로 독자들에게 세뇌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락방 2012-02-27 22:48   좋아요 0 | URL
오와 신지님. 저는 처음에 이 댓글을 읽고 농담을 하신건가 진담을 하신건가 의아했지만 설사 농담이라 해도 한 줄도 웃을 수 없었으므로 농담으로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이 댓글은 '다락방은 군인을 무의식중에 세면발이화 시키는 정신이 썩은 여자' 로 만인에게 인증하는 악플이네요. 이 댓글덕에 사람들은 이제 다락방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겠어요.

'제 돈 주고 정당하게 스테이크를 먹던 중에' 스맛폰으로 확인하고 얹힐뻔 했어요. 상황 설명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넷북을 켰습니다.


1. 저는 군발이도 군바리도 표준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군바리로 할까 군발이로 할까 잠깐 고민하다 후자로 선택한거구요, 거기에 군인은 세면발이와 동급이다, 라는 생각 따위는 낄 틈이 없었습니다. 무의식이라니. 제가 그동안의 제 글을 신지님이 다 읽으셨을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설사 읽었다한들 그 모든 의도들은 읽는 사람 마음대로 판단되는거라 알아달라고 하면 무리겠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은 제가 군인이나 경찰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다 알텐데 말이죠. 맞춤법은 저도 잘 틀립니다. 그간 신지님은 제가 맞춤법 틀렸던 글을 읽지 않으신거겠죠. 틀리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 틀렸다고 지적도 해주셔서 그때마다 수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 대해서는 신지님의 댓글이 있기전까지 아무도 지적해주지 않았을 뿐이네요. 이렇게 신지님이 지적해주셨으니 앞으로 다시는 틀리지 않겠네요.


2. 신지님. 저는 혼자서 점심으로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을 예정이었습니다. 친구에게 '사치할 예정이라 스테이크도 먹을거야, 와인과 함께'라고 말도 해 두었구요. 호텔앞에 도착해서 레스토랑에 전화를 해보니 제가 있는 곳에서 15-20분 택시를 타고 와야한다더군요. 무거운 가방을 매고 45분을 걸어왔는데 또 택시를 타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호텔앞의 터미널 푸드코트에서 그냥 들어가 먹었어요. 제가 이런것까지 저 긴 페이퍼안에 다 넣어야 했을까요? 제가 원하는 부분만 잘라서쓰면 안되는겁니까? 전 덕분에 남자 등쳐먹는 한심한 여자가 되었네요. 이런 댓글 쓰면서 스스로가 구질구질하게 느껴집니다.



3. 제가 미녀라고 세뇌시키는 건 제 잘못임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오늘 신지님의 댓글로 한심한 여자로 세뇌되겠네요.


신지님. 신지님의 댓글은 명백하게 악플입니다.

신지 2012-02-28 00:3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댓글 쓰고나서 다락방님이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나 이렇게 길게 쓰고. 완전 공개 망신인데. ㄷㄷㄷ
계속 그 생각에만 빠져 있었는데.
이번에도 실패에요, 신지님, 좀 더 노력하세요~ 를 저는 최악의 반응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말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했네요.

지금보니 제가 봐도 저 댓글 혐오스럽습니다. 아까는 왜 그걸 못 느꼈을까요.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니까 이제 보이네요.
악플 인정합니다. 잘못도 인정하구요.
그런데 제가 다락방님에게 악플 쓸 의도가 없는 것은 아시지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친하지도 않으면서 되지도 않는 농담을 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다락방님을 저 혼자서는 좋아하고 친하게 생각했었다는 것은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차라리 악플이 아니라 악연이군요.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막상 말하게 되면 다락방님에게는 항상 뻘짓만 하게 되니 말입니다. 정말 100%입니다. 지난번에도 다시는 실수 안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비록 악플이 되었지만...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프니 그것으로 위안으로 삼으시길.

다락방 2012-02-28 08:12   좋아요 0 | URL
아, 신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신지님의 댓글을 얼마나 많이 읽어봤는지 아세요? 설마 악플을 다실리는 없을텐데, 농담인가,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도무지 농담같이 느껴지질 않았단 말이죠. 집에 돌아와 넷북을 켜고 댓글을 달면서 계속 절망스러웠어요. 신지님이..신지님이...신지님이 나를 늘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건가, 날 이렇게 보신걸까, 이 글이 정말 신지님께 그렇게 읽힌걸까.
아, 저는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달려든 꼴이 됐네요. 저의 저 구질구질한 핑계 댓글..어쩐답니까...orz

신지님. 농담이 너무 쎘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지 2012-02-28 09:03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죽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지난주에 수술을 했는데 진통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제가 읽어봐도 전혀 농담으로 보이지가 않네요
제가 썼지만 뭔가 악몽을 꾼듯한 느낌입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그런데도 이해해줘서 그저 감사할 뿐이죠.ㅠ
저는 스스로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고 있다고 너무나 확신을 해서
그저 진짜처럼 말하는데만 신경을;;ㅠㅠ
변명하자면 오프에서 들으셨으면 재미있으셨을 거에요.

자숙자숙자숙...............

다락방 2012-02-28 09:08   좋아요 0 | URL
아 신지님. 저 좀전까지 농담을 구분도 못하는건가, 나 왜이러지, 스스로 자책하고 있었는데 죽고싶었다는 신지님의 댓글보고 뿜어버렸어요. 죽고싶어하지 마세요, 신지님. 힘들게 태어난 세상인데 왜 죽습니까. 그저 진통제 탓으로 돌립시다.

그런데 오프에서 들었다해도 별로 안웃겼을것 같아요. -_- 더 연습하세요!!

신지 2012-02-29 16:54   좋아요 0 | URL

어제 다락방님 글을 읽다가 '군발이'라는 말이 저는 어찌나 웃기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그게 재밌었다고 말하면 됐을 것을.

어쨌든 정신을 좀 차려야죠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화제의 서재글은 왜 이렇게 안 바뀌는지 모르겠군요
알라디너의 선택에까지 뽑히고 난리네요
뭐 고통스러운 순간도 언제가는 지나가겠지요...

죄송했어요 잘 지내시길..
다음엔 촌철살인으로 돌아올게요
(이렇게 써놓고 엔터를 못치겠네요 완전 새가슴 됐어ㅠ)

다락방 2012-02-29 09: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새가슴이란 말에 또 웃었어요. 다음 신지님의 촌철살인을 기다릴게요. 사실 이제야 말이지만, 댓글에 쓰려다가 안썼지만, 평소엔 논리적인 신지님이 어쩌면 이렇게 이 댓글엔 비약이 심할까 하고 생각 안했던게 아니거든요. 논리라곤 찾아볼 수 없잖아, 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다면 농담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을수도 있을텐데 ... 저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봐요. 휴...

내일은 삼일절입니다. 쉽니다. 신납니다. 아자!
 
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 작가님! 너무 잔인하세요. 한 시간만, 단 한 시간만 더 허락해주시지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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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2-02-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잔인하세요~ 다락방님~
이러시면 읽고 싶어지잖아요~~!!

다락방 2012-02-27 12:02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읽으셔도 좋은 책입니다. 정말 잔인하지만 말예요. 흑흑.

moonnight 2012-02-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잔인해요? 우엉. (울면서 보관함으로 ㅠ_ㅠ)

다락방 2012-02-27 18:01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가슴이 먹먹해지실 거에요! 흑흑.
 
Clay Aiken - On My Way Here
클레이 에이킨 (Clay Aiken)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예상외로 좋지도 않고 또 듣고 싶지도 않아져서 이 시디 팔아 인피니트 시디 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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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2-2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이 시디 팔아 인피니트. (클레이 에이킨 불쌍 -_-;;;)

다락방 2012-02-27 17:48   좋아요 0 | URL
첫 곡만 좋더라구요 ;;
 
[헨켈/무료배송] 퍼실 파워젤 2.7L×4개(일반/드럼 선택) - 일반용
에버코스
평점 :
단종


적은양으로도 거품도 많이 나고 때도 잘빠지며 냄새도 좋다고 울엄마 매우 만족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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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2-2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글쿤요. 저희 집도 세제 다 떨어지면 퍼실 사용해봐야겠어요. ^^

다락방 2012-02-28 10:28   좋아요 0 | URL
오앙. 이거 하루특가 아닐때는 54,000원 씩이나 하네요!! 비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