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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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좋지 않은 과거가 있음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너는 나를 친구로서 괜찮게 여기고 있지만, 만약 내가 과거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게 될거라고, 나에게 실망을 할거라고. 나는 구십구프로 그렇게 확신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그것에 대해 얘기하지 못했다. 그 일은 그 시절의 내 친구들만이 알 뿐이고, 그 친구들은 그때 그것이 옳지 못했음을 알면서도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주었다. 그때 당신에 내게 이야기 했다한들 나는 내 선택을 밀고나갔을테니까. 그리고, 그것이 내 선택이었으니까. 메신저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는 '그 모든 과거의 순간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고 얘기를 해주었고, 그 때, 나는 어쩌면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혹은 나에게 일어났던 좋지 않은 일들이 지금 나를 만든거라면, 그래, 여전히 그것들은 내게 상처이고 죄책감이지만 그나마 아픈 마음은 조금 줄어들어도 좋지 않겠는가, 했다.



처음부터 나랑 삐걱거리는 이 소설은 뒷부분의 이런 구절이 없었다면 별을 두 개밖에 주지 못했을 것이다.


구겐하임미술관, 페라리 전시장, 5성급 호텔들. 도시는 이렇게 될 수 있다. 골격은 그대로라도 한때의 모습을 허물처럼 벗어던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인간도 겉모습을 바꿀 수 있다.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아니, 그 반대로 살을 찌울 수도 있다. 옷으로 자기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부를 나타낼 수도 있고, 자신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인간도 도시처럼 겉모습을 싹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과거의 이야기를 바꿀 수는 없다. 복잡한 인생의 순간순간이 수없이 모여 이루어진 이야기. 즐거움과 두려움, 의욕가 무기력, 빛과 어둠.

그동안 살면서 겪은 일들이 모여 존재하는 게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모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결핍된 것, 간절히 바랐지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결국 가지게 된 것, 찾아내고 잃어버린 것. 그 모두를. (pp.572-573)



우리는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알람시간에 맞춰 일어날 것인가 더 잘것인가, 버스를 탈것인가 지하철을 탈것인가, 부터 회사를 계속 다닐것인가 그만둘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을 고백할 것인가 숨길것인가, 이 연애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도 물론. 그 순간들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어떤 것들에 아파하고 어떤 것들에 행복해하는 내가. 술과 고기를 먹고 싱글이며 회사원이고 책을 읽는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내밀하게 보자면 강압적인 걸 싫어하고, 타인의 사적인 영역에 함부로 다가가는 걸 싫어하는 나는, 지금까지의 내 선택이 만든것이었다.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빅 픽쳐』, 『위험한 관계』 다음으로 이 『모멘트』를 읽었는데, 어째 갈수록 별로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특히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근작이라고 하는데, 이게 최근작이라면 앞으로의 작품은 안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왜 최근작이 제일 별로인걸까.. 


'이 여자는 아픔을 안다. 하지만 겉으로는 기죽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 한다.' (p.117)



이런식으로 처음 본 사람에 대해 모든걸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부분이 계속 툭툭 튀어나오는데, 눈빛이나 말투를 처음 접하고 뭘 그렇게 사람을 잘 보는지, 원, 좀 기가찼다. 난 자고로 '너같은 타입은 내가 잘 알지' 하는 건 질색팔색이라. 여태 내가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캐릭터중 제일 흥미가 떨어지고 오히려 반감조차 생기는 인물이었다. 


끝까지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은 진짜 별로였을텐데,그동안의 작가의 책들에서 그랬던것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소한-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해 잊지 않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조금 나아졌다. 슬쩍, 눈물이 나기도 했으니까.



집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이 한 권 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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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모멘트> 다 읽으신거예요?
아... 저도 일단은 꾹 참고 <소년을 위로해줘> 끝까지 읽으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책장이 안 넘어가네요.
초반부에는 책장 넘어가는게 아쉬울 정도로 좋고, 재미있었는데 이젠 책장 한 장 넘어가는게 천근만근이니.. 원.

다락방 2012-06-29 11:31   좋아요 0 | URL
네, 다 읽고나니 괜찮긴 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좋아할 수는 없는 작품이에요. [파리 5구의 여인]은 어떨지 읽어봐야겠어요. [소년을 위로해줘]는 제가 안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은희경의 작품은 그간 제가 읽은것들은 아주 잘 넘어갔거든요. [비밀과 거짓말]만 빼구요. 그건 진짜 안넘어가더라구요.

달사르 2012-06-2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친구들 멋진데요. 막 참견하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 묵묵히 입 다물어주는 것.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거 같은데..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나. 어떤 철학이 느껴지는 제목입니다. 저도 종종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라 오늘 포스팅에 무척 공감이 가요.

다락방 2012-06-29 11:33   좋아요 0 | URL
참견하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절 뜯어 말리고 싶었을거에요.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아무도 아직까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더라구요. 그게 저한테 치명적이란 걸 알고있는거죠. 그러고보면 다들 그런것 같아요. 다들 어떤 비밀이 있고,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어도 침묵을 지켜주고. 이건 일종의 우리 사이의 룰 같은것 같아요.

제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이라서 저는 지금 사실 크게 불만이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달사르님!!

Kir 2012-06-2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글라스 케네디 책 중에서『빅 픽쳐』, 『위험한 관계』,『모멘트』까지 읽은 다음 보류 상태에요.
『위험한 관계』 주인공이 너무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끝까지 참고 읽느라 고생했어요.

다락방 2012-06-29 18:05   좋아요 0 | URL
저는 대체적으로 책 속의 주인공들을 싫어하지는 않는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모멘트』의 주인공은 너무 싫었어요. 아...진짜...아 싫어싫어....그리고 그 책속에서 자꾸만 진실한 사랑 운운하는 것도 완전 거북하더라구요. 이건 진정한 사랑이야, 라고 자기들끼리 그러는것도 짜증나는데 주변 사람들까지 당신들은 진짜 사랑이야, 이러니까 너무 강압적으로 느껴져서 -_-
 

중고샵에 팔 책과 오늘 출근길에 읽을 책까지 총 네 권의 책을 아침에 들고 나왔다. 핸드백이 크니 그 안에 넣어 가져갈까 하다가 한 쪽 어깨가 너무 힘이 들것 같아, 크라제버거를 포장할 때 받아온 투명 비닐에 넣었다. 제법 단단한 소재여서 구멍나지도, 뜯어지지도 않을 것 같았다. 투명 비닐이라 당연히, 비닐 안의 내용물이 다 보였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강변역에서 내려, 강변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탔다. 빈 자리는 없었다. 나는 위치를 잡고 서서 이제 책을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내가 서있던 곳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걸어오셨다.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들고가?


하하. 나는 마땅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 그저 네, 하고 웃었다. 아주머니는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기시더니 일어나시며 내게 여기 앉아, 라고 하신다. 나는 아니라고 됐다고 했다. 책 네 권 들고 지하철에서 서서 간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이쯤은 충분히 갈 수 있다. 물론 앉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아주머니는 나는 다음다음역에서 내리는데 저 끝까지 걸어가서 내려야 해, 그러니까 앉아, 라고 하시는거다. 나는 네, 고맙습니다, 하고 자리에 앉았다. 꺄울. 책이..책이......나를 의자에 앉게했다! 책은 살아가면서 참 이러저러한 도움을 주는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게다가 나는 아주머니의 반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나를 지금의 내 나이로 보는게 아니라 훨씬 더 젊은 여자로 보아주는 것같은 느낌?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동안도 아닌데, 어쩐지 어려보이는 이런 기분. 움화화화하하하하하하하하핫...음...웃는데 왜 공허하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바쁘게 꺼내 챙겨온 책은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이었다. 















첫번째 단편인 「세상 끝의 신발」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지면 그 사람 신발에 발을 몰래 넣어보고 싶다. 소녀 시절엔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운동화 속에, 처녀 시절엔 그 남자들의 구두 속에 내 발을 몰래 넣어보았을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젊은이거나 나이든 이거나 가리지 않았다. 그동안 나와 친밀하게 지냈거나 지금 그렇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도 모르게 이미 내가 그들의 신발에 내 발을 가만 집어넣어봤다는 것을 알는지. (p.26)



이 구절을 보자 나는 자연스럽게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가 떠올랐다.















영화속의 여자는 아주 어릴때부터 부잣집의 식모로 일하고 있다. 어느날 주인집 소년의 친구가 이 집에 놀러오고, 소녀였던 여자는 그 남자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그 친구의 집의 식모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처녀가 된 그녀는 여전히 청년이 된 주인을 사모하고 있는 것. 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에서 펼쳐지는데, 하루는 그가 안보는 틈을 타 그녀가 그의 신발을 신어보는 장면이 있다. 가만히, 그의 신발에 자신의 발을 밀어넣는 장면.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어, 라고 그녀가 말하고 다니지 않아도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그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랄까. 



신경숙의 단편을 읽으며 혹시 신경숙은 그린 파파야 향기를 본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다가 그런데 이렇듯 좋아하는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로 말하자면 싫거든. 누군가의 신발에 내 발을 밀어넣는 일은, 정말이지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양말을 신고 신는거라면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맨발이라면 난 결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 싶지 않다. 친구든 연인이든 여자든 남자든, 그가 누구든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 싶지는 않다. 방금 벗어놓은 신발이라면 그 사람의 발온기가 그대로 있을텐데 그걸 느끼는 것도 끔찍하고, 그 사람의 무좀이라도 옮으면 어떡해, 아, 그것도 싫어. 게다가 그 신발이 신은지 좀 되는 신발이라면 발냄새도 베어있을텐데. 워워워워~ 


물론, 내 신발을 누군가가 신어보는 것도 싫다. 발은 지독하게 내밀하고 지나치게 사적인 신체부위가 아닌가 싶다. 그 발을 내보이는 것도 내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은 아닌것 같다. 맨발로 샌들을 신고 거리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언정, 실내로 들어가 맨발인 채로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건, 살짝 불편해지는 일인것이다. 그런 내밀하고 사적인 내 발이 신고 다니는 신발을 누군가가 신어본다는게 나는 좀 내키질 않는다.


내밀하고 사적인 발, 이라고 하니 '공리' 주연의 영화 『붉은 수수밭』도 생각난다.















중학교때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졸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선명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여자(공리)는 어느 집으로 시집을 가게됐는데, 거기까지 가마를 타고 가야했다. 먼 길을 가다가 가마꾼들이 쉬기 위해 잠시 가마를 내려놓았는데, 가마꾼 중 한명이 그 가마 앞으로 가서, 가마 앞천막 밖으로 살짝 빠져나온 여자의 발을 자신의 손으로 덥썩 잡았다. 여자는 흠칫 놀라 발을 안으로 쏙 들여오는데, 와, 그 장면을 중학교 1학년때 보면서 어우..씨...저건 뭐지, 했던. 그 뒤로 생각나는 장면은 결국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수수밭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여자와 그 수수밭에 눕기 위해서 길다란 수수들을 발로 밟아 평평하게 만들었던....................................................


강하게 느껴지는 남자가 갑자기 힘줄이 드러나는 자신의 큰 손으로 내 맨발을 덥썩 잡는 장면을 상상해보니........이 아침이 뜨겁다.




소설이 마음에 드느냐 혹은 들지 않느냐와는 별개로, 한국 소설을 읽을 때 굉장히 내게 잘 맞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내게 잘 맞는게 아니라,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이 단어, 혹은 이 문장이 아름답게 다가온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쓴 책에서는 공지영이 '연둣빛' 트레이닝복을 얘기할 때 그 장면이 선명하게 다가와서 츠지 히토나리의 책보다 좋다고 느껴졌는데(그것보다 좋다는 거지 그 책이 좋다는 거는 아님), 그다지 좋지는 않은 신경숙의 이 단편에서도,  나는 이 문장이 무척 좋았다.



처녀는 출입구에 선 채로 이따금 사람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나갈 때 신기 좋게 나란나란 돌려놓고 있었다. 손님이 오면 나중에 신기 좋게 신발을 돌려놓아주는 것은 이 고장 사람들의 손님에 대한 대접이었다. (p.34)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처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란나란' 이란 단어가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거다. 나란나란 이라니, 이건 이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이 아닐까. 한국 소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은거다. 게다가 한국 사람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어린이든 어른이든. 결코 어려운 단어가 아니면서 이렇게 적절하게 쓰이고, 그럼으로써 따뜻한 느낌을 주다니. 아, 정말 좋다. 어쩌면 이건 어려운 단어들이 나열되며 문장을 베베 꼬아놓고 길게 늘이고 미화하는 식의 글을 싫어하는 내 취향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글은 쉽게 읽히는 글이다. 쉽게 읽힘으로써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글. 



나는 먼훗날 언젠가의 크리스마스에 친근한 벗 몇을 불러들여 파티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는데, 혹여라도 그런 날이 오면, 그래서 나의 친근한 벗들이 나의 집으로 찾아오면, 나는 그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나란나란 신기 좋게 돌려놓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맞고 싶다.







사진은 올해 처음 먹은 팥빙수. 어제 카레를 안주 삼아 와인을 한 병 마시고 친구와 나는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친구는 팥빙수를 먹고 싶다고 했다. 뒤에 있는 스마트폰은 옵티머스뷰 인데 팥빙수가 얼마나 큰 지를 비교하기 위해 친구더러 들고 있으라고 했다. 나는 팥빙수를 안좋아해서 잘 안 사먹는다. 어쩌다 동행이 원하면 그때 몇 숟가락 떠먹는게 고작인데, 어제 이 심플한 팥빙수는 일단 얼음이 굉장히 부드러워서 숟가락을 푹- 꽂는 순간 기분이 말랑말랑해졌다. 데코레이션이 뭐가 이렇게 단촐한가 싶었는데 인절미가 진짜다! 우와- 나는 인절미에 감동해서 친구에게도 인절미 먹어봤냐고, 이건 리얼이라고, 짝퉁이 아니라 정말 떡집에서 사가지고 온 그런 인절미, 리얼 인절미라고 말했다. 친구도 정말 그렇다면서 좋아했다. 팥빙수를 떠먹다가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오, 세 배쯤 더 맛있었다.





알라딘의 기프티북은 정말이지 엄청엄청 좋은데(사!랑!해!요!기!프!티!북!), 나는 6월달에만 벌써 네 번째의 기프티북을 받았다. 꺄울. 완전 신나고 깜짝 놀라게 만드는게 기프티북인데, 어제 받은 네 번째의 기프티북 역시 예상외의 사람으로부터 왔다. 우리는 서로 닉네임을 부르는 사이인데, 어쩐일인지 기프티북의 메세지에서는 내 이름을 불렀다. 게다가 씨, 라는 호칭을 붙여서. ** 씨, 라는데 간질간질해져서 풋, 웃어버렸다. 이름이 불리는 건 꽤 특별한 일인것 같다. 근데 왜 나한테 기프티북을 준거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를 좋아하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좋은 친구로 남고 싶은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아직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너무 길어져서 이제 그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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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2-06-2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팥빙수 사진 괜히 봐 버렸.. ㅠ_ㅠ

다락방 2012-06-28 11:20   좋아요 0 | URL
인절미를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요, 턴님. 쫄깃쫄깃~ ㅎㅎ

가연 2012-06-2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꽤 오래전에 어느 편의점 알바 하는 어느 여자학생분이 신경숙 책을 읽고 있어서 말을 걸어볼.. 려고 했지만 결국 관뒀답니다, 푸하하. 저도 빙수 먹고 싶은데, 팥빙수보다는 과일빙수에 눈꽃빙수같은거 먹고 싶네요.

그나저나 기프티북.. 이번에 새로 생긴 기능인가요?? 책을 선물받는 기능인가요ㅎㅎ 부럽구먼요ㅋㅋ 쳇, 이제 이웃분들의 서재에 들르면서 재촉댓글을 달아야겠네요. 아.. 그러고보니 요즘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다락방님?? 푸하하하하하ㅋㅋ

물론 장난인거 아시죠??ㅎㅎ 요즘 진짜 정신 하나도 없네요. 아마 칠월 중순까지는 서재도 거의 비울 것 같네요, 풋.

다락방 2012-06-28 11:23   좋아요 0 | URL
가연님, 그때 말 좀 걸어주지 그랬어요! 그거 저란 말예요! ㅎㅎ
네, 저는 편의점에서 알바했으며 손님이 없을때는 책을 읽기도 했고 어떤 손님으로부터는 무려 책을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그게 그러니까..[나는 서른에 유학을 떠났다]였나... 손님으로부터 극장표를 받은적도 있지요. 움화화핫. 짱이죠? ㅋㅋ

전 이 페이퍼 쓰면 가연님이 읽고나서 으음, 나도 다락방한테 매주 책을 한 권씩 보내야겠군, 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더니 저한테 재촉을 하시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농담일까요, 아닐까요? ㅋㅋ)

왜 바빠요? 계속 계속 소개팅하는거에요? 네?

2012-06-2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8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8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1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주의 2012-06-2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저 팥빙수에 얹힌 인절미 따위.
지난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 쫄깃쫄깃 쑥인절미를 갖고왔답니다.ㅋㅋㅋ
마당에서 뜯은 쑥.
진하고 쫄깃한 맛.^^
참기름 두르고 구워먹으면.. ^ㅠ^

엄마가 마당에 꽃을 심어놓았는데
꽃씨가 날려서 여기저기 지맘대로 하나씩 피어나가지고
너무 웃겼어요. 지혼자 멀대같이 쑥 피어난 꽃.
조카가 밟으려고 노리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어요.ㅋㅋ

다락방 2012-07-01 01:20   좋아요 0 | URL
쑥인절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희 집엔 쑥개떡이 미친듯이 쌓여있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모님이 쑥을 캐오셔가지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부모님이 쑥을 안캐오셨으면 좋겠고 쑥개떡도 안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백설기도 있고 절편도 있고 다른 떡들을 먹고 싶습니다. ㅠㅠ

moonnight 2012-06-2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팥빙수 진짜 크네요. 거기다 진짜 인절미 +_+ 맛있겠어요. 저는 찬 걸 안 좋아해서 여름에도 아이스크림을 거의 안 먹는데 저 팥빙수는 한 입 맛보고 싶네요. ^^
모르는 여인들. 사놓고 안 읽고 있는데 다락방님이 소개해주신 글들을 읽으니 역시 '신경숙' 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의미는 아님. ;;)

저역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신발, 특히 금방 벗어놓은 신발에 발 넣어보는 건 워워~~~~ -_- 입니다. 제게 발은 굉장히 수줍은;; 부분이라 샌들 신을 때도 덧버선? 같은 걸 꼭 신어요. 촌스럽게도 -_-;;;;;;; 맨발가락을 드러내는 건 너무 부끄럽거든요. 맨발로 신었을 때 살갗이 잘 까지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때도 낮에는 꼭 양말을 신고 있을 정도이니, 거의 강박 ;;; 내밀하고 사적인. 이라는 말씀 딱 와닿네요. ^^

역시 인기많으신 우리 다락방님. 알라딘은 다락방님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성화에 못이겨 기프티북을 만든 거였군요!^^

다락방 2012-07-01 01:2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저는 지금 술에 취해 들어온 남동생이 저랑 술 마시겠다며 맥주를 사러 나갔어요. 그래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이미 와인을 마시고 술에 취해있는데 또 술을 마실거에요. 꺅.

신경숙 스럽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그 신경숙 스러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아요. 아하하하핫.

문나잇님, 나중에 우리 서로 만나게 되면 서로의 신발에 발을 넣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우하하하하. 저도 발을 보이는 일이 조금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내가 너무 고지식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문나잇님도 그런 분이셨군요. 발은 내밀하고 사적이죠. 그건 바뀔수 없는 것 같아요.

문나잇님, 내일은 일요일,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2012-06-28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1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6-2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팥빙수 대박!!! 택배로 보내주세요!(엉?? ㅋㅋ)

다락방 2012-07-01 17:48   좋아요 0 | URL
일루와. 내가 사줄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2-06-2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네번째 기프트북까지 예상외의 사람이였다면
나머지 세개도 모두 예상외의 사람?
인기쟁이 락방씨 ㅋㅋㅋㅋ


다락방 2012-07-01 17:4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기쟁이;;는 아닌것 같구요. 하하하하하하하하(머쓱)
마중물님, 이제 일요일이 저물어가고 있어요. 아..서운해. 흑흑

이진 2012-06-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페이퍼는 읽으면서 침 줄줄.
책도 참 좋고, 빙수도....
안그래도 친구 한 명하고 뚜레쥬르 빙수 먹으러 가기러 했는데 기약없는 약속.
빙수 먹고 시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2-07-01 17:5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는 빙수를 좋아하진 않지만 저 빙수는 부드러운 얼음에 반하긴했어요. 리얼 인절미도 그렇구요. 어떻게 소이진님, 그 사이에 팥빙수는 드셨어요? 혼자서 책 들고 가요, 소이진님. 팥빙수 하나 시켜놓고 책 읽어요. 흣 :)

2012-06-2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린파파야 향기,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D
근데 다락방님처럼 저도 누가 제 신발에 몰래 발 넣어본단 상상하니까 으읔ㅋ

다락방 2012-07-01 17:50   좋아요 0 | URL
저는 고등학생때 꽤 지루하게 봤었는데요, 분명 지루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아직 몇몇 장면들이 또렷이 생각나요. 여운이 꽤 긴 영화인것 같아요.
전 누가 제 벗어놓은 신발 쳐다보는 것도 싫어요. 하핫;;

달사르 2012-06-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고가는 기프트북. ^^ 이거이거, 알라딘이 엄청 훈훈합니닷. ^^

다락방 2012-07-01 17:51   좋아요 0 | URL
기프티북은 정말 굿아이디어에요. 이히히히히히히히히 새록새록 싹트는 애정. 푱푱 ♡

風流男兒 2012-06-2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죠 저 거대한 팥빙수는 ㅎㅎ 얼음이 저토록 고왔다면 파리크라상인가 싶기도 한데..
그나저나 분명 알라딘의 기프티북이라는 말을 보면서도
왜 기프티콘으로 팥빙수를 먹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안되겠어요. 내일은 팥빙수 맛집을 가야겠어요. 필히.

다락방 2012-07-01 17:52   좋아요 0 | URL
아, 파리크라상 팥빙수도 얼음이 고와요? 전 안먹어봐서...제가 사진에 올린 저 팥빙수는 투썸플레이스의 것이었어요. 훗.

팥빙수는 드셨어요? 그곳에서 맛있고 마음에 쏙 드는 빙수집 찾으셨나요? 홍콩에서의 팥빙수 인증샷 부탁해요!! >.<

blanca 2012-06-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 아줌마 너무 좋으신데요. 저는 어제 1호선 지하철에서 아저씨가 문에 심하게 끼이셨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장면과 등등으로 인해 기분이 저조했거든요. 아, 저도 저 '나란나란'이라는 말이 너무 좋았었는데 다락방님도 그러셨구나! 저 인절미--;; 눈물나네요. 다락방님 기프티콘 받는 여자셨군요. 부러버요^^;; 저는 카카오톡으로 커피 같은 것이 와서 기분좋아 들어갔더니 엉뚱한 사이트 나오게 친구가 보낸 거더라고요--;; 참, 기분 저조해지더라고요 ㅋㅋ

다락방 2012-07-01 17:53   좋아요 0 | URL
으윽, 블랑카님. 저는 일전에 지하철안에서 잠들었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 깨어서 내리려는 아저씨가 문 밖으로 급하게 나가자마자 넘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지하철 안에 있었고 제 행선지는 아직 멀었고, 그 아저씨가 나가자마자 넘어지셨고 문은 닫혔고, 그래서 지하철 안의 누구도 그 아저씨를 도울수가 없었고 바깥에서 누가 돕는지 알지도 못하는채로 지하철은 움직였는데, 그때 아주 기분이 저조했어요. 무섭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구요.


저는 지금이 일요일 저녁이라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저조해져요. orz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유난히 힘들었다. 이대로 한 두 시간쯤 더 누워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지독하게 간절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정도로 잠이 쏟아지려는 걸, 간신히 일어나 라디오를 켜면서, 아 생리전이라 이렇구나, 했다. 몸도 개운하지 못한데 출근해서는 마음도 개운하지를 못했다. 나는 시간과 정성을 쏟아 마음을 담았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모멘트』는 짜증날 정도로 재미없어서 절반을 읽은 지금 이걸 그만 읽고 팔까, 아니면 뒷부분까지 참고 읽어볼까 하고 있는 와중에, 기분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고, 나는 자꾸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한 구절만이 생각났다. 울면서 잠들게 하는 사람을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문장이었다. 나는 번번이 상처받으면서도, 그렇게 한없이 깊은 우물속으로 풍덩- 빠져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또 힘겹게 우물위로 올라온다. 왜 나를 간혹 우물속에 빠뜨리는 상대를 나는 달로 보내버리지 않는걸까. 왜 혼자 푹푹 한숨만 내쉬고 있는걸까. 절교해 버릴거야.


그런참에 오늘자 경향신문을 넘겼다. 오늘은 서민님 칼럼이 실리는 날이니까. 수학에 대한 서민님의 칼럼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는 그 옆에 실린 [한창훈의 거문도편지]를 읽게 됐다. 앗, 원래 한창훈의 이런 코너가 있었나? 나 왜 그동안 몰랐지?



[한창훈의 거문도 편지]


우리 섬에는 마을이 여섯 개 있다. 마을마다 스킨스쿠버숍이 있는데 내 외가가 있는 덕촌마을에서는 민교라는 청년이 운영을 한다. 그는 강원도 인제 출신이다. 북쪽 산동네에서 태어나 남쪽 끝 섬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가 이번에 스킨스쿠버용 레저선을 하나 마련했다. 새 배가 생기면 고사를 지내는 것은 오랜 관례. 이런 경우 보통 왁자한 사내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동종 업자들이 그렇고 주고객들이 그렇다.

그런데 특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팡이를 짚고, 유모차를 밀고, 또는 친구 손에 의지한 채 동네 꼬부랑 할머니들이 모여든 것이다. 할아버지들도 가장 좋은 옷을 꺼내입고 모자를 쓰고 참석했다. 아마도 운신이 조금이라도 가능한 노인들은 빠짐없이 모였을 것이다. 그들의 손에는 새하얀 봉투가 하나씩 접혀져 있었다. 거친 사나이들의 현장이 졸지에 경로잔치풍으로 변한 것이다. 고사가 아니었다면 민교는 정선아리랑이라도 한 대목 불러야 했을지도 모른다. 걔중에는 해녀 출신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인과 스킨스쿠버는 섞이기 힘든 대상이다. 노란 줄무늬 다이빙 슈트를 입은 팔십대 파파 할머니를 떠올려보면 그렇다. 그런데도 그들이 그 자리에 와서 십시일반 부조를 하고 축하를 했다. 이유는 물론 따로 있었다.

우체국, 농협, 수협과 미장원, 잡화점, 중국집은 모두 면소재지 마을에 있다. 전기와 수도 요금을 내고 4인 일색의 파마를 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마을 앞바다를 건너야 한다. 산다는 것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 덕촌마을과 면소재지는 교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전에는 나룻배로 건너다녔다. 거리가 좀 있다는 소리.

나는 아침마다 민교가 운전하는 승합차에 노인들이 가득 타고 있는 것을 봐왔다. 버스도 없고 다리 힘도 없는 그들에게는 노총각의 승합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런저런 일로 젊은 사람 손이 필요한 곳에는 그가 늘 있었다. 듣자니 지난 10년간 그렇게 해왔다고 한다.

유월 햇살은 뜨거운데 제 올리고 절을 하고 축원을 하고 음복을 하는 내내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잘 되야 할건디 말이여.’ 인사말을 민교는 수십번 들어야 했다. 그 횟수만큼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였다. 역시 사람 마음은 갈 만한 곳으로 저절로 간다.
(출처:경향신문 2012년 06월 27일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o137)








마지막 줄, '역시 사람 마음은 갈 만한 곳으로 저절로 간다' 를 읽는데 마음이 평온해지고 있었다. 세상에는 억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마음에 관련된게 아닐까. 새벽 세시의 레오가 그랬던 것처럼, 달로 뻥 차서 날려보내고 싶었다가 도로 가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내가 억지로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한게 아니잖아. 그게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렸기 때문이잖아. 신경질을 내다가 화를 내다가 서운해하다가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그러면서도 끝내 절교란 말을 내뱉지는 않는건, 내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저절로 그 친구를 받아들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상처와 상처 사이 더 많은 웃음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바보같고 병신같은 내 자신이 한심해서 어쩔줄을 모르면서도 계속 여기에 있는건, 늘 있었던 자리에서 늘 하던대로 하려고 하는건, 마음이 저절로, 그렇게 '갈 만한 곳'으로 가고 있어서가 아닐까. 



뜻하지 않은 것으로 상처를 받을때가 있다면, 뜻하지 않는 곳에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오늘 경향신문 한창훈의 거문도 편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위로였다.



그래, 마음은 갈 만한 곳으로 저절로 간다. 몸음 먹을 만한 것을 저절로 찾는다(응?). 나는 내 마음이 저절로 가는 사람을 그냥 좋아할 것이고, 몸이 저절로 원하는 음식을 양껏 먹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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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6-2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의 거문도 편지] 나도 위로 받고 가요..

다락방 2012-06-27 11:11   좋아요 0 | URL
아침에 만나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개 2012-06-2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락방님!
역시 결론은 몸이 원하는 음식이였군요.
꼭 아주아주 맛있는 점심 드시고 다시 씨원한 냉인스턴트 커피같은 다락방님으로 돌아와 주세요~^^

마음가는데로 사는게 편할거 같긴 한데
내 마음이 어떤건지 모르겠어서 그것도 참 쉽지 많은 않더라구요.
전 어제 약 두시간동안 한 남자사람의 존재에 대해
죽어도 될 존재다, 아니다로 백만 스물한번정도 고뇌했었다지요......


다락방 2012-06-27 11:14   좋아요 0 | URL
네, 마중물님. ㅎㅎ
전 무언가 먹고 싶어질때마다 이건 내 몸이 원하는거다, 이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몸매가 자유분방......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모멘트]에는 진실한 사랑 어쩌고가 자꾸 나와서 짜증이 나고 있어요. -_-

heima 2012-06-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문도 편지 저도 위로받고 갑니다. ^^ 다락방님 점심과 후식과 간식과 저녁까지.. 모두 엄청 맛있게 드시길!!

다락방 2012-06-27 12:11   좋아요 0 | URL
다행이에요. 헤이마님도 점심 맛있게 드세요! :)

마노아 2012-06-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없는 일월화를 보내고 오늘이 되어서 아직 내 정신이 아닌 것 같았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평온해집니다. 슬며시 미소도 지어지고요. 다락방님 점심 맛난 것 먹었나요? 몸이 원하는 음식으로 양껏 드셔요.^^

다락방 2012-06-27 18:00   좋아요 0 | URL
으악, 퇴근시간이에요. 저녁은 무얼먹을까를 아까부터 생각해봤는데 쉽게 결론이 나질 않네요. 소중한 저녁 이에요. 좋은걸 먹을거에요. 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2-06-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가서 닿을 곳.
머얼리.

다락방 2012-06-27 18:00   좋아요 0 | URL
왜 하필 그 마음이 멀리 가서 닿는답니까! 네?!

2012-06-27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8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2-06-27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의거문도편지 앞 태그, asshole에 저도 위로 받고 가요..

다락방 2012-06-28 11:1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어서 asshole 이라고 ㅎㅎ

... 2012-06-2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되야 할 건디 말이여" 전 이 말이 참 좋네요.

다락방 2012-06-28 11:17   좋아요 0 | URL
꽤 진심이 담긴 말인것 같죠?

가연 2012-06-2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답 못받는 마음은 서글프지요. 기대는 어쩔 수 없이 많이 내려놓게 되지요, 그런 일들을 겪게 되면 말입니다. 전에 이런 이야기를 댓글로 쓴 것 같은데ㅎㅎ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리면 어쩔 수 없는 거지요, 비단 사랑 뿐만이 아니라.

다락방 2012-06-28 11:18   좋아요 0 | URL
가연님. 왜 보답해주지 못하는 가슴 아프게 만드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는걸까요? 나를 봐주고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면 얼마나 좋으냔 말입니다. 네, 그러니까 비단 사랑 뿐만이 아니라, 그러니까, 모두, 죄다요.

風流男兒 2012-06-2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절로'. 좋아요 그리고 아리죠. 가끔 좋고 가끔 짜증나는.
하지만 그래도 그 말 때문에 가슴이 뛰는 걸 때로 경험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니 아려도 좋아하게 되는. 젠장. 분명 글의 마무리는 음식이었는데, 딴 방향으로 가는 댓글이라니. 쳇

다락방 2012-07-04 18:57   좋아요 0 | URL
ㅎㅎ
제 페이퍼도 늘 시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 되는걸요, 뭐. 사는게 다 그렇죠.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랑을 만나고. 하려던 이야기와는 영 다른 이야기를 꺼내게되고. 하핫
 
신영무역 키즈약밤 1kg

평점 :
절판


설명서에서 시키는대로 잘 굽기만 하면 아침이나 밤이나 맛있고 배부른 흡족한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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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2-06-2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은 참 여러가지를 구입하시는군요. 전혀 관심없던 것들까지 장바구니에 넣고 싶게 만들어요. 근데 판매완료!

다락방 2012-06-28 10:08   좋아요 0 | URL
이거 맛있고 배불러요 팝님. 움화화화핫

가연 2012-06-2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위의 리얼 인절미라고 적어둔 글을 보고.. 저는 보통 디폴트로 목록보기나 요약보기로 많이 보기에.. 아, 이제 알라딘에서 리얼 인절미도 파는구나, 아까 보니깐 약밤도 팔던데, 후덜덜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있죠. 그런데 알라딘에서 정말 인절미도 팔까요?? 궁금하지만 검색은 안해보렵니다ㅎ

다락방 2012-06-28 11:19   좋아요 0 | URL
인절미는 떡이고 유통기한이 무척 짧으니 아마도 안팔겠지, 하면서도 가연님 대신 제가 검색하는 수고를 좀 했습니다. 역시나, 인절미는 팔지 않네요. 하하하하하.

방금 회사동료로부터 들었는데 밤이 살 엄청 찐다네요. 하아- 미친듯이 먹었는데...orz
 

 

 

여동생과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피아노로 가 혼자 앉더니 건반을 두드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나름의 노래를 부른다.

7월 중순이 지나면 이 아기는 꼭 24개월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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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2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개월인데 이렇게 크단 말입니까?
아... 너무 귀여워서 미치겠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2-06-26 22:11   좋아요 0 | URL
저도 미치겠습니다. 너무 귀여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12-06-2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넘 귀엽네용^^

다락방 2012-06-27 11:19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말입니다. ㅋㅋ

무스탕 2012-06-2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동이닷!!! ^^

다락방 2012-06-27 11:19   좋아요 0 | URL
영재교육 하지말고 평범하게 키우라 했습니다. 저처럼요... 나도 피곤할까봐 평범하게 살아왔다, 라고도 일러두었죠. ( ")

무해한모리군 2012-06-2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법 뭔가 화음이 맞는거 같아요!!!!

다락방 2012-06-27 11:18   좋아요 0 | URL
저는 저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뭘 부르고 있는거니!!

hnine 2012-06-2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산토끼' 노래를 연주하고 있군요.

다락방 2012-06-27 11:18   좋아요 0 | URL
앗, 산토끼요? 산토끼인지 자세히 들어봐야겠어요. 산토끼와,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이렇게 두 노래가 나왔네요.

poptrash 2012-06-2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카를 갖고 싶어요!

아무개 2012-06-27 08:19   좋아요 0 | URL
저도 저도 손 번쩍 조카 원해욧~

다락방 2012-06-27 11:18   좋아요 0 | URL
흥! 원한다고 누구나 다 가질수는 없죠. 저도 재작년에야 비로소 만나게 되었는걸요! 움화화핫(가진자의 오만함)

가넷 2012-06-27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조카를 봤는데, 엄청컸더라구요. 뭐 그리 크는지. 또래에서는 제일크다고 하더라구요. 이제는 계속 안고 들고 있기도 무겁던...ㅋ

다락방 2012-06-27 11:17   좋아요 0 | URL
네, 조카가 볼때마다 커요. 쑥쑥 쑥쑥 자라요!! 꺅 >.<

웽스북스 2012-06-27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더 귀를 기울이면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건 제 착각일까요.

다락방 2012-06-27 11:17   좋아요 0 | URL
밑에 댓글다신 단발머리님께서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노래라고 하시는데(근데 그 노래 제목은 뭐죠?), 그 노래라고 생각하고 다시 들어보세요. 저는 이따가 그러려구요. 히히

하늘바람 2012-06-27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고 기특하네요

다락방 2012-06-27 11:16   좋아요 0 | URL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어떤 마음으로 치는지 너무 궁금해서 묻고 싶어요. ㅎㅎ

비로그인 2012-06-2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다락방님.. 아기가 너무 이뻐요.

다락방 2012-06-27 11:16   좋아요 0 | URL
정말 특별한 존재에요, 현대인들님. 존재자체로 사랑이 샘솟아요.

blanca 2012-06-2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사랑스럽네요. 아, 귀엽다.....

다락방 2012-06-27 11:15   좋아요 0 | URL
어제 몇 번이고 돌려봤어요. 엄마가 그만 좀 보래요. ㅎㅎ

레와 2012-06-2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타미는 진리!

다락방 2012-06-27 11:15   좋아요 0 | URL
나는 팔불출 이모 ㅋㅋ

단발머리 2012-06-2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전공은 아니어도, 피아노를 쪼금~ 치잖아요. 다락방님 조카는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노래를 연주하고 있는겁니다. 아빠~와 뚱뚱해~가 나왔어요. 제가 여섯번 들었거든요, 확실합니다!

다락방 2012-06-27 11:15   좋아요 0 | URL
우앗, 지금은 사무실이라 들을수가 없는데 다시 한번 자세히 들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님. 아빠와 뚱뚱해가 나오는지 말이죠. 제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이니 아무때고 볼 수 있거든요. 우하하핫. 아...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노래일까요? 기대되요! >.<

라로 2012-06-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조카의 노래부르는 목소리에 귀가 기울여지는데 목소리가 아주 맑고 단단하네요,,아이인데도!! 가수를 시킵시다!!^^

다락방 2012-06-27 11:22   좋아요 0 | URL
흑흑 그렇지만 목소리가 잘 쉬어요. 원래 아기들은 잘 그러나요? 저희집에 오면 큰소리로 잘 웃는데, 그러고나면 금세 목이 쉬더라구요. 가수하기엔 목이 좀 약하지 않나...라는 너무 앞서간 생각을 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2-06-2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 ~ 천재 피아니스트 탄생!

다락방 2012-06-27 18:01   좋아요 0 | URL
저 천재적인 아기를 어쩌면 좋아요 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2-06-2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오...♡

다락방 2012-06-27 18:01   좋아요 0 | URL
뭘해도 예쁘지뭡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