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페르 닐손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언제나 어른인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더 먹는다고 해서 내 사랑이 언제나 더 현명해지는 건 아니었던거다.

 

여기, '그'가 있다. 미국에 있는 한 달 동안 스웨덴에 있는 그녀에게 열두 통의 편지를 보낸 그. 그녀가 그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던 그.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자신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그녀의 집에서 바지의 단추를 잠그며 나타나는 다른 남자를 보고, 그리고 그녀가 그의 침대에서 함께 누웠던 일을 '실수'라고 말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는 이제 파란 알약 한 통을 준비해놓는다. 그는 자신의 비극적인 사랑을 견뎌낼 수 없었으니까.

 

 

단순히 첫사랑이어서 이 사랑이 비극이었을까? 첫사랑이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쪽은 사랑이라 말하고 한쪽은 영원히 오래오래 알고 지내고 싶은 친구이길 원한다면 이건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져야 할까. 그는 알약통을 눈 앞에 두고, 그녀와의 추억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그리고 전화기를 바라본다.

 

 

분명 나도 사랑의 비극에 있어서 가해자가 된 적이 있다. 내가 아팠던 만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그 모든 비극들속에 내가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 만큼 누군가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비극들이 있기 전, 거기에는 햇살 찬란한 기억들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나. 우리는 우리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상대를 용서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비극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말것이다. 사랑을 잊고 상대조차도 잊혀지는 순간들. 그건 십 대여도 삼십대여도 마찬가지. '햇빛 가득한 어떤 기억'(p.188) 이 그를 녹여준다. 그는 알약통을 눈 앞에서 치운다. 사노라면 다시 눈 앞에 알약통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통을 다시 치우게 되는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 햇빛 가득한 일들은 다시 찾아와서 켜켜이 기억으로 쌓일테니까.

 

 

 

그의 몸속에 있는 커다랗고 무거운 덩어리는 콘크리트로 된 것이 아니었다.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그의 햇빛 찬란한 기억이 덩어리를 녹이기 시작하는 지금, 그는 그 사실을 깨닫는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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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10-0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받았던 상처보다는 내가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커져가더군요.

도서관에 신청한 '소수의견'이 얼마전에 왔길래 주말에 읽었어요. 법률쪽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닌데 작가가 쓰면서 공부 많이 한듯 하더군요. 전 소설이 너무 현실적이면 '에잇, 소설에서라도 좀 비현실적이게 해피앤딩이면 안돼?' 이러다가도 또 해피앤딩의 소설을 만나면 '뭐냐 이게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세상에 해피앤딩이 어딨어?'이러면서 혼자 투정을 부려요. 소수의견도 그랬답니다 '에잇!!!'하고 말이에요.

월욜 아침부터 머그잔을 씻다가 놓쳐서 홀랑 깨뜨려 먹었네요. 에잇!!

다락방 2012-10-08 09:55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저도 그랬어요. [소수의견]을 읽을 때, 에잇, 소설에서만이라도 좀 다르게 끝나면 좋잖아, 했다가 아니 그러면 현실적이질 못하지, 현실은 이따위인거야, 하고.

아니, 그나저나 머그컵을 깨버리셨다니!! 흑흑. 그런 기억은 빨리 잊으세요, 빨리. 마중물님 다음 책은 어떤걸 읽으려고 골라두셨나요?

아무개 2012-10-08 10:11   좋아요 0 | URL
<생의 이면> <굿바이 카뮈> <인간의 굴레에서> <이반데니소 비치,수용소의 하루>를 대출해왔어요.
지금 회사에서 읽고 있는 책은 <굿바이 카뮈>입니다.

머그컵이 깨져서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까봐 신경쓰였는데
'김치찌개'를 먹고싶다는 생각으로 올인 되버렸습니다.
다락방님 덕.분.입.니.다! ^^

다락방 2012-10-08 12:05   좋아요 0 | URL
[굿바이 카뮈]는..뭔가요. 제목 되게 어렵게 생겼어요. ㅎㅎ [인간의 굴레에서] 도 어려울 것 같고. ㅎㅎ

저는 어이없게도 [연애와 결혼의 원칙]을 시작했어요. 이게 좀 황당한게, 이런 책(?)인줄 모르고 읽었는데 이런 책(?)이라서 당황스러워요. 그런데 좀 재미있기도 해서 일단 끝까지 읽어보려구요. ㅎㅎ

moonnight 2012-10-0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책부터 보관함에 넣고;;
저는요. (뜬금없지만;;) 파란 알약 한 통. 이 무척 부럽습니다. 뭐랄까.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해질 것 같아요.

다락방 2012-10-08 12:36   좋아요 0 | URL
전화벨 소리를 기다리면서 파란 알약을 한 통 준비해놓은 주인공 때문에 애가탔어요, 문나잇님. 이것은 그의 첫사랑이었고 또 아팠죠. 그가 이 순간을 견뎌내야하는데, 그걸 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더라구요. 애잔하다고 해야하나, 여운이 있는 책이에요, 문나잇님. 게다가 아주 빠르게 읽히고요.
 















윤보인의 『뱀』을 읽다보면 김이설이 떠오르고, 박연준이 떠오르고, 김사과가 떠오른다. 그들 사이의 어디쯤, 을 작가가 노린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윤보인은 그들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김이설의 고발성을 가졌고 김사과의 하드코어를 가졌다. 그런데 박연준같은 아련한 슬픔도 있다. 윤보인의 책속에서 외로운 사람들은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비참한 사람들이 비참함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희망은 저 멀리 있는 것. 해피엔딩은 그들에게 생소한 단어. 만약 내가 일본 소설인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을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책, 『뱀』은 끔찍할 정도로 하드코어인 건 아니다. (하드코어를 좋아한다면 이 세상에 '뱀에게 피어싱'만한건 없다고 생각한다. 의미는 없는 하드코어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첫 단편 「뱀」에서 주인공의 외로움보다 내게 더 끔찍하게 느껴졌던건 어항에서 키우던 뱀이 없어진걸 발견하게 된 순간이다. 허물을 벗고 탈출한 뱀. 으악, 그 뱀이 어디로 간걸까. 난 절대로 뱀을 키우지 않겠어. 엊그제 만난 친구가 키우던 개구리가 밤사이 어항을 탈출한것을 여동생이 잡아서 다시 넣었다고 한 말도 생각났다. 으악. 난 개구리도 안키울거야. 일전에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서 악어를 애완용으로 키우다가 너무 커져서 차 트렁크에 싣고 달리던 장면도 생각났다. 난 악어도 안키우겠어!



뱀 
악취 
줄 
일요일 
꼽추의 장례식 
바실리 사원 
살풀이춤 



이 책에는 총 여섯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나는 어젯밤 네 번째 단편인 「꼽추의 장례식」까지 읽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생각했다. 단편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단편도 짧지만 하나의 이야기인데, 그 단편을 한 편 씩 읽어야 되는게 아닐까? 나는 항상 단편집을 한 권의 책으로 대하고 손에 잡으면 다 읽었기 때문에 많은 단편들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게 아닌가. 그래서 단편은 기억날만큼 강렬해야 하는게 아닌가. 그렇게 읽었어도 피츠제럴드는, 로맹 가리는, 줌파 라히리는 여전히 기억나잖아. 윤보인의 단편들은 강렬하니 한 권을 다 읽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 그걸 떠나서 이건 한꺼번에 주루룩 다 읽어내기엔 좀 벅차. 이것들을 단숨에 다 읽는건 내가 나한테 좀 못할짓인것 같아. 하루에 한 편씩만 읽어도 충분히 우울해지는데 이걸 죄다 읽자고? 어림없는 소리. 네 편이면 선방했어. 그만둬. 그리고 이건, 그러니까 나머지 두 편은 나중에 한 편, 그리고 또 나중에 한 편 읽도록 하자. 그렇게 나는 책장을 덮고 침대에 책을 두었는데, 그건 베개 옆이었다. 그리고 표지를 물끄러미 보다가 화장대 의자 위로 책을 치워놨다. 꿈에 뱀 나오면 어떡해.



책을 치웠기 때문인지 꿈에 뱀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꿈에 나는 갈비를 데웠다. 그리고 약한불로 데워, 약한불로, 라고 잠꼬대를 하다가 내 잠꼬대 소리에 놀라 깼다. 갈비는 약한불로.



자, 다시 단편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나는 며칠전부터 피츠제럴드의 「리츠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를 읽고 싶었다. 분명 일전에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단편으로 읽었는데 어째서 기억나지 않을까? 리츠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 얘기는 당연히 아닐테고, 그것은 상징이나 은유일테지, 어떤 내용인지 다시 읽어보자 싶어서 민음사의 단편을 꺼내들었다.


















아, 그런데 리츠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상징이나 은유가 아니었다. 정말 그런, 그토록 큰 다이아몬드였다. 일전에도 피츠제럴드의 단편 「낙타의 뒷부분」을 읽고, 정말 낙타의 뒷부분의 얘기라며 놀라서 페이퍼를 썼던 기억이 나면서, 그래, 피츠제럴드는 정말 그것에 대해 얘기했었지!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자, 보자.



존이 열심히 말을 이었다. "다이아몬드도 있었어. 신리처 머피네 집에는 호두만 한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

퍼시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였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우리 아버지한테는 리츠칼튼 호텔보다 더 큰 다이아몬드가 있는걸." (p.136)



아, 정말 그런 다이아몬드에 대한 얘기였어. 정말 큰 다이아몬드에 대한 얘기. 이 단편의 등장인물인 존이 시골에서 보스턴의 명문학교로 진학하는 얘기는 선명히 기억났다. 맞어, 이건 읽은 기억이 있어! 그런데 왜 정말 저렇게 큰 다이아몬드에 대한 얘기는 전혀 기억나지 않을까. 자, 다시 다이아몬드.



존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침대야, 아니면 구름이야? 퍼시, 네가 나가기 전에 사과하고 싶어."

"왜?"

"네가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말했을 때 의심했던 거." (p.145)



나도 의심했다. 그러니까 어떤 허영의 표시이지 정말로 그렇게 큰 다이아몬드가 있을거라고는(아무리 소설이라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퍼시를 의심했다. 퍼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뭐, 결과적으로 보자면 퍼시가 존에게 미안하다고 오백 번 사과해도 모자라지만. 아니, 사과 따위로 될 일이 아니지만.





요즘 나의 남동생은 '하림'의 「출국」이란 노래에 뒤늦게 푹 빠져있다. 어제와 오늘, 생각난김에 친구들과 그 노래를 주고 받으며 하림에 대한 이야길 했다. 한 친구는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자기는 미친다고 했다. 출국도 좋고 같은 앨범에 실린 난치병도 좋다고. 나는 하림이 [ven] 이란 그룹으로 활동했던 시절의 노래, 「키보다 큰 사랑」을 엄청 좋아한다고 했다. 맙소사,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나는 십년도 훨씬 더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노래를 처음 라디오에서 듣게 될 당시의 나는 대학 4학년이었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재수생 남자아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하를 어떻게 남자로 보겠느냐고 코웃음치며 다녔는데, 나는 그때 단단히 빠졌더랬다, 정말. 이런일이 내게 있을 수 있다니 놀라울 정도였다. 녀석은 편의점에 적힌 연락망을 보고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겠다고 온 날 부터 내게 매일매일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나는 귀찮아 핸드폰을 꺼놓기도 했다. 다른 알바생들은 원래 알던 아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처음 본다고. 처음에 나는 그런 녀석이 귀찮고 싫었다. 몸에 딱 맞는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싫다는데도 들이대는게 싫었다. 그런데 어느틈엔가 녀석의 전화가 오지 않았던 날,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래서 나는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왜 전화 안해? 그 문자를 받자마자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전화 기다렸어? 라고. 그 때, ven  의 노래를 듣게 된거다.



사랑했었어 너 떠나지만 
함께한 시간 너라서 나 행복했어
이젠 슬픔만 남게 됐지만 
너때문이면 아파도 나 견딜거야
내 친구의 누나였던 너를 
처음 만나서 시작된 사랑
빨리 어른이(어른이) 되고 싶었어 (싶었어)
뭐든 널위해(널위해) 다해줄 내가 되도록
이별이(이별이) 먼저 오게 됐지만(됐지만) 
니가 있어서(있어서) 그때는 난 행복했어

*내 친구의 누나였던 너를 
누나라곤 한번도 부를수가 없었던거야
사랑했지만 내 전부였지만 
너보다 키도 큰 나였지만 
내 넓은어깨로 아무리 안아도 
언제나 너에겐 부족했겠지

너를 사랑해도 너의 어려움에도 
달려가 도울수 없었던 혼자서 
울어야 할 시간들이 더 많던 사랑이야
사랑해~~~

널 사랑해 세상 누구에게도 
너라고 말할수 없었던 웃음에 
가려진채 잊혀질 내사랑을 너만은 
너만은 기억해줘 

나의 사랑을



아,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 노래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내내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내가 이 노래를 들었던 대학 4학년때도 이 노래는 몇년전 발표된 노래였던지라 내가 간 레코드샵에서 이 앨범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때의 나는 시디가 아닌 테입을 들으며 다녔다. 보다못한 친구가 자신의 동네에 있던 허름한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다행히 하나 남아있던 테입을 사다 내게 주었었다. 오늘 다시 이 노래를 찾아듣는데, 하아- 






몇 년 전,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다시 다른 직장으로 옮겨서도 꽤 오래 근무했을만큼 그때로부터 오래된 후에,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청나게 오랜만이라 우리는 반갑게 통화를 했는데, 녀석은 내게 말했다. 

그때, 너도 나 좀 좋아하긴 했어? 

나는 녀석에게 당연하지, 그렇게 매일 전화하는데 어떻게 안좋아해, 라고 답했다. 그러자 녀석은 '그러면 지금 다시 매일 전화하면 우리 잘 될 수 있어?' 라고 하는거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진 않다고.


아, 이게 다 하림 때문이야. 방금전에, 오전 09시 40분. 나는 충동적으로 까페로 달려가서 생크림이 얹어진 뜨거운 커피를 사왔다. 생크림을 좀 더 넣어달라고, 많이 좀 넣어달라고 컵의 뚜껑을 닫기전에 말했다. 지금은 이걸 꼭 마셔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생크림이 눈앞에 둥둥 떠다녔다. 아, 원래는 제목을 [단편을 읽는 방법]으로 하고 문학적인 페이퍼를 쓰고 싶었는데, 이게 뭐람.


다 하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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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2-10-0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리츠호텔만한 다이아몬드 저도 읽었어요 ㅋㅋ 굉장히 특이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생크림 얹은 커피는 역시 커피 지름신을 부르네요^^ 다락방님이 러브 스토리는 언제나 들어도 달달해요. 생크림보다 더요

다락방 2012-10-05 17:26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굉장히 특이하고 섬뜩한 작품이에요. 그 엄청나게 부자인 집에 친구를 초대해서 다이아몬드 산을 보여주고 대신 그 말이 밖에 새지 않도록 그들을 나중엔 가두거나 죽여버리죠. 어떻게 이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될 수 있는지 새삼 피츠제럴드에게 감탄했지 뭐에요!!

달달한 부분만 적어서 달달하지, 저 뒤는 아주 썼답니다. 흑흑 ㅠㅠ 내게 사랑은 너무 써~♪

테레사 2012-10-0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근데 다락방님, 다락방님은 주로 언제 이런 글을 쓰세요? 진짜 부지런하시고, 기억력 좋으시고, 문장력도 짱!!

다락방 2012-10-05 17:49   좋아요 0 | URL
저는 주로 사무실에서 근무시간에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가며 다다다닥 씁니다. 뭔가 생각나면 긴 글이어도 쓰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아요. 다다다닥 쓰면 되니까ㅎㅎ 부지런하기 보다는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고 있...............인용문은 책 봐가면서 쓰는거니 기억력은 패쓰고, 음, 문장력은 .. 어디...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칭찬 들으니 짱 좋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당고 2012-10-0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다른 소설집에서 윤보인의 <악취>를 읽고 충격받았더랬어요. 저한테는 좀 강렬했나 봐요. 흠-

다락방 2012-10-05 17:52   좋아요 0 | URL
우앗, 저 악취를 빼놓고 읽은 것 같아요! 어떻게 건너뛴거지? 오늘 집에 가서 책을 다시 봐야겠어요. 바로 [줄]로 넘어갔는데..

유부만두 2012-10-0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하림은 그저...닭;;;;

다락방 2012-10-05 17:5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아까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나 싶어서 검색창에 하림 쳤더니 닭이 먼저 뜨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가연 2012-10-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극적인 재수생이네요. 근데 나이차가 쫌..ㅎㅎ 대학교 4학년과 재수생이면 한 4살 차이나지 않나요? 제 친구 중에 그 정도 나이차보다 조금 더 심했던가 덜했던가 어쨌든, 그렇게 사귀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 여자애가 나이가 어린 쪽이에요. 그런데 풋풋하기는 한데 싸우기도 많이..ㅎㅎ 저야 그저 부럽.. 지만, 아아니, 그게 아니라 어쨌든 먼 훗날의 이야기보다는 사귈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구먼요

다락방 2012-10-06 12:23   좋아요 0 | URL
나이차는 세 살이었어요. 저는 스물셋 그 친구는 스물. 이건 뭐 나이차 나는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실제로 띠동갑으로 나이많은 남자를 만나보기도 했고 네 살 어린 남자를 만나보기도 했는데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생기는거지 나이는 크게 장애가 되거나 불편하진 않은것 같아요. 전 누굴 만나든 별로 싸우면서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자주 싸웠다는 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도 자주 싸울것 같은데요? 그건 나이들고 이별과 사랑을 반복하면서 점차로 나아지겠지만, 사람 성향문제인 것 같아요.

다 지나가버린 일이라거나 다가올 일들에 대한 얘기는 부담없이 할 수 있지만 진행중인 얘기는 좀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건 엄청나게 (제 개인적으로는)오글거리는 일이에요. ㅎㅎㅎㅎㅎ

크크크 2013-06-1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분에 이 노래 듣네여... 감사여...

제이제인 2015-01-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저와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물론 전 반대의 남자역할이였지만 ㅋ

하림을 좋아해서 틴휘슬이란 악기도 접해보고 ㅎㅎ 키 보다 큰 사랑에 푹빠져 살았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산다. 저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저마다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다르다. 한 사람을 보는 시선도 다르며 하나의 사건을 놓고 대응하는 법도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나랑 다르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때로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훗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되었다면, 나는 그런 그 사람이 아니라 내 자신을 원망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사랑한 내 탓이라고? 포악하고 사납고 괴팍한 그 사람의 탓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사람을 혹여라도 사랑한 적이 있다면?


"아담, 난 가끔 아내 때문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하지만 그게 아내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내가 아내를 찾은 거잖아. 안 그래?"
"무슨뜻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만날 사람을 찾아내. 안 그래?"
그가 멍한 표정으로 시든 장미 꽃잎 몇 장을 뜯어냈다. (pp.194-195)

그는 아내로부터 학대를 당한다. 아내의 사상은 그가 가진 생각과 저 멀리 떨어져있다. 그는 아내 때문에 얼굴에 온통 멍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 그가 아내를 선택한거다. 그러므로 그는 아내의 탓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멍한 표정으로 시든 장미 꽃잎을 뜯어냈다면, 나는 남자의 이 말, -아내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아내를 찾은건 자신이므로- 때문에 멍해졌다. 정말 그런가? 정말?


아니,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만날 사람을 결국은 찾아내는걸까? 진짜?

















이미 세상 사람들이 숱하게 말하여왔던 걸 또 말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색다르게 진부하지 않게 아주 잘 말하여야 한다. 작가는 나치를, 게토를 이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이미 비극인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소재로 삼고자 한다면, 일단 작가는 그 소재 자체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일전에도 나는 『사라의 열쇠』를 읽으며 생각한 적이 있었더랬다. 이 소설, 『아담의 사라진 여인』은 그 소재를 가지고 '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더 재미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생각하고 기대했던 딱 그만큼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 에드워드가 자신의 작은 할아버지인 아담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 때문일까, 나는 읽으면서 내내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가 생각났다. 물론, '티티아나 드 로즈네'의 『사라의 열쇠』도 생각났고. 어쨌든 이 소설은 특별하진 않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에다의 관점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 그 자체에 건배를 외칠 수 있는 바로 그 자세.


"안나에게 건배, 사랑에 건배."
"안나도 나를 사랑하는지는 전혀 몰라요."
"아니라면 뭐 어때? 네가 사랑하잖아. 내가 언제나 사랑의 응답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랑을 포기해야 했을까? 아담, 네가 사랑하잖아. 사랑에 건배!" (pp.214-215)


그러고보니 나 역시 그랬다. 응답을 받지 못해도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더랬다. 그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었던거다. 반드시 내가 주는만큼 받는 사랑이 아니라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술잔을 높이 들어올리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사랑은 주는 만큼 받아서,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기 때문에, 그래서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경탄할만한 감정이 아닌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쁨이 아닌가. 그래, 아담, 너의 사랑에 건배. 물론 나는 이 책을 통틀어 아담을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아담은 안나를 사랑한걸까? 잘 모르겠다.


"안나가 나를 바라보면, 잠시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 아니, 내가 아주 크게 느껴져요. 너무 거대해서 스스로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럴 때 나를 다 비출 수 있는 거울은 존재하지 않아요. 잠시 내 안에 온 세상이 들어오는 느낌이에요. 대륙과 산맥과 바다와 강들 ‥‥‥. 그리고 내 안에서 수백만 마리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지요." (p.246)


이게..사랑이라고?



오늘 점심은 해물볶음우동이었다. 사무실로 배달을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아, 젠장, 그 안에 들어있던 홍합을 건져내다가 나의 핸드폰에 그 홍합을 떨어뜨렸다. 살짝 열려있던 홍합 사이로 볶음우동의 국물이 쏟아져나왔고 핸드폰은 금세 시뻘게졌다. 냅킨으로 헐레벌떡 닦아내긴 했지만, 흑, 앞으로 전화 통화 할 때마다 전화기에서 홍합 냄새가 나는건 아닐까. 해물볶음우동의 양념 냄새가 나는건 아닐까. 나는 손병신인가. 왜 그걸 핸드폰 위로 떨어뜨린걸까. 물론 아주 잠깐, 이 참에 다른 핸드폰으로 바꿔? 하는 생각을 했다. 약정이 20개월도 넘게 남았는데! 

아..

미친 약정.. 난 약정이 진짜 싫어.



아, 연휴 후유증인가(라고 해봤자 나는 2일에 출근했지만). 도무지 일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그나마 내일이 금요일이라는게 기쁨. 조금만 더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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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2-10-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약정 약10일 남았습니다. 그 휴대폰은 2Gㅋㅋ
바꿔도 될텐데 이상한 집착같은게 생겨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스마트 아니라서 다행같단 생각도 하면서요.

사랑이 뭘까.
저는 외수할아버지랑영자씨가 말하는 전우애가 와닿아요.ㅎㅎ


다락방 2012-10-04 15:56   좋아요 0 | URL
저도 2G 였다면 바꿀 생각 아예 안하고 집착을 보였을 듯 ㅎㅎ 그런데 이미 4G 라서 집착이 안생기네요. 지금 핸드폰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얼마전에 액정필름을 유광으로 바꿨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고 바탕화면도 바꿨더니 막 이뻐져서 ㅎㅎㅎㅎㅎ 우아 이쁘다 이쁘다 이러면서 초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쁘다고 막 혼자 감탄한 지 이틀만에 음식물을 떨어뜨린 겁니다. -_-

사랑이 뭘까. 전우애..라. 흐음. 사랑은 일단, 언제고 사라지는 것 같아요. 변하는 것, 사라지는 것. 그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레와 2012-10-04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점점 더 모르겠어요.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게 사랑.

난 목요일이 제일 좋아요! 내일이 금요일이라..ㅋㅋ
퇴근합시다!

다락방 2012-10-04 17:27   좋아요 0 | URL
사랑은...없는 것 같어. -0-

여섯시 되야 퇴근하죠. 벌써 퇴근할라고? 날나리.. ㅎㅎ
 

 

 

 

 

제목 『우리도 사랑일까 』때문에 이 영화에 통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여기저기서 좋다는 말이 들려와도 나는 이게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영화한 것이라고 혼자 제 멋대로 생각해버리고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응?) 그런데 며칠전에 프레이야님께서 이 영화가 알랭 드 보통의 소설과는 상관없음을 우연히 댓글로 적어주셨고 오, 나는 그제서야, 아, 그게 아니었던거였어? 하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또, 응?) 이 영화가 좋았던만큼 마음의 문을 열게 도와준 프레이야님께 꾸벅 감사드린다.

 

 

왜 제목이 '우리도 사랑일까'가 된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는 좋다. 초반부터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좋아서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주인공인 '마고'가 유부녀였기 때문일까, 남편과 사이가 다정하면서도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기 때문일까, 나는 이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생각났고, 특히 이 장면에서는 더했다.

 

 

 

여자는 처음 남자를 만나던 순간, 그리고 그와 자신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걸 알기 시작하면서 남자에게 '나는 결혼했어요' 라고 밝힌다. 남자는 이에 That's too bad 라고 답한다. 여자는 여전히 남편과 잘 지내고 있었고, 그런데 제기랄, 앞집에 사는 이 남자는 자꾸만 자꾸만 보고싶다. 그리고 술을 한 잔 하고 싶다는 그녀와 그는 마티니를 앞에 두고 마주보고 앉는다. 바로 여기서 남자는 여자에게 속삭여준다. 나는 지금 당신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어요. 당신의 눈꺼풀에 살짝 입을 맞췄어요. 당신의 눈꺼풀은 내 입술 밑에서 파르르 떨렸어요. 내 입술로 당신의 입술을 쓰다듬어요. 당신은 결혼한 여자니까 당신에게 키스를 할 수는 없어요. 대신 나는 입술로 당신의 목선을 따라가요....

 

남자는 말로서 그녀를 갖는다. 남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그대로 읊으면서 그녀와 관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절정의 순간에 그녀에게 사랑한다 속삭이고, 이 모든 과정은 마티니를 단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고 일어난다.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 아니, 끝까지 듣고 싶은 마음과 이제 더이상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한다. 나는 그 순간 영화속의 여자가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건, 죄책감이 느껴지니까. 그러나 다시 꼼짝않고 앉아있고 싶다. 이건 지독하게 달콤하니까. 나 역시 이 남자를 원하니까.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러나 상상속에서는 그와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싶으니까. 아, 대체 이 여자는 어떻게 끝까지 듣고 있을 수 있었을까. 아니 대체 어떻게 끝까지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이, 손을 대지 않고 그러나 온전히 서로를 소유하는 이 장면이, 자꾸만 새벽 세시의 레오와 에미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레오가 에미의 실체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던 바로 그 장면과 함께.

 

 

 

하지만 당신과 미아의 차이가 무엇인지 금세 파악 되더군요.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죠.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에미는 환상이고요. (PP.218-219)

 

 

 

 

 

 

 

 

 

 

 

 

 

 

 

 

 

이 책속의 에미가 이메일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상이었다면, 영화속의 마고는 그의 앞에 앉아 있어도 가질 수 없는 환상이다. 그는 상상속에서 그녀와 무슨짓이든 가능했지만, 그녀에게 사랑한다 속삭이는게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남편과 그녀 사이에 끼인 관계다. 그리고 그는, 그걸 견딜 수 없다. 그 상황이 공포스럽다.

 

 

여자도 남자를 사랑한다. 그런데 남편에게 도저히 상처를 입힐 수 없다. 그건 못할짓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몸을 움직이려다가 대신 눈물을 흘린다. 그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녀는 나는 지금처럼 남편에게 충실할테니, 우리 30년 뒤에 만나자고 한다. 30년 뒤, 오늘 이 시간 만나서 그때는 키스를 하자고.

 

그는 그녀를 떠나기로 한다. 그에게는 30년 뒤의 약속이 남아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집 우편함에 엽서를 넣어두고 떠난다.

 

 

2040년 08월 25일 PM02:00

 

 

아, 정말이지 이 장면으로 끝났다면 이 영화는 새벽 세시로 끝났을거다. 그러나 복선은 이미 수영장 샤워실에서 깔려있었다. 새것을 갖고 싶다는 한 여자에게 샤워실에서 샤워하던 다른 여자가 '새 것도 헌 것이 된다'고 얘기한다. 새 것을 갖고 싶다던 여자도 이에 응답한다. 네, 헌 것도 예전엔 새 것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라는 완벽한 결말을 뒤로 한 채, 이제 그 소설의 속편인 『일곱 번째 파도』까지 진행된다.

 

 

 

가장 완벽한 결말이 새벽 세시의 결말이라면, 가장 완벽한 사랑은 역시 갖기 전의 사랑이 아닐까. 가장 아름다운 사랑 역시 이루어지기 직전이 아닐까. 그러나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30년을 기다려서 그를 만나 키스를 한다면 그 30년 동안의 나의 행복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라앉길 기다리면서 지내다보면 역시나 그 사랑이 사라질까? 30년후의 아름다운 재회를 위해 지금의 남편에게 묵묵히 충실한다면, 그 삶의 틈틈이 30년후에 만나게 될 남자가 끼어들지 않을까. 그가 끼어들때마다 괴로워하고 아파하면서 사는게 나은걸까. 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아니, 행복할 것이다, 라고 써야하는 걸까.

 

 

영화가 무척 좋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가 그녀의 집 우편함에 엽서를 집어넣고 떠나는 장면이 가슴속에 오래 남는다. 그 엽서를 뒤집어 보았을 때 거기에 쓰여져있던 날짜가 마음에 남는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말로서 온전히 그녀를 가졌던 남자가 내내 생각난다. 우는 그녀에게 집에 가라고 말했던 남자가 생각난다. 미셸 윌리암스의 가꾸지 않는듯한 머리 모양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나는 보는 내내 내 머리도 저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친구와 극장을 나서면서, 그러나 내 얼굴이 미셸 윌리암스가 아니라는 걸 인식했다. 미셸 윌리암스가 영화속에서 입었던 옷들도 죄다 마음에 들어서 다 입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입을 만한 사이즈로는 나오지를 않겠지. 게다가 이 영화속에서 가장 특이했던 장면은 미셸 윌리암스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다. 맙소사, 그녀는 무려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가죽 가방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가 아니다. 아, 너무 좋아. 이 여자 짱 멋져!! 친구도 이 영화를 보고 새벽 세시가 생각난다고 했는데, 친구는 미셸 윌리암스의 그 통통한 볼과 소녀다운 싱그러움이 무척 좋다고 했다.

 

 

직업이 주는 느낌이란 게 있다. 배관공이 주는 느낌, 정원사가 주는 느낌, 그리고 벌목꾼이 주는 느낌. 나는 그 느낌을 무척 좋아한다. 그 특유의 에로틱함을. 그런데 오늘 이 영화를 보고 하나 더 추가한다. 그래, 이 영화속에서 그녀가 이미 결혼한 여자임에도 사랑에 빠지는 그 남자의 직업은 무려 '인력거꾼' 이었다. 후아- 덥다. 매우 더운 날씨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그러나 대단히 뜨거운 날이다.

 

 

나는 내 인생의 영화 베스트 10 뭐 이런걸 딱히 정해놓은건 아니었지만, 오늘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주르르르르르르르륵 제치고 아주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영화 음악도 무척 좋았다. DVD 가 나온다면 사두고서 마티니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취한듯 말했던 남자의 눈동자를 아주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다.

 

 

 

조조로 이 영화를 보고 친구와 낮술을 하고(쿨럭;;)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는데, 아니나다를까, 또 책을 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모두 다 내 보관함에 있던 책들. 그중에 '아니 에르노'의 『탐닉』이 있었는데, 오! 이 책이 품절이라 사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오!! 무려 1,000원 이었다!!

 

 

 

 

 

 

 

 

 

 

 

 

 

 

좋구나~ 얼쑤~

 

내가 읽으려고 가져갔던 책 한 권, 씨네큐브에서 조조 영화보고 받은 책 한 권, 중고샵에서 산 책 두 권, 합 네 권을 들고 이번엔 교보문고로 갔는데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금세 나왔다. 이제는 좀 고민할 시간이다. 미셸 윌리암스 같은 헤어스타일을 해 볼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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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의 사랑은 실체가 있나요?
    from 마지막 키스 2014-05-29 11:02 
    하지만 당신과 미아의 차이가 무엇인지 금세 파악 되더군요.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죠.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
 
 
비로그인 2012-10-0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결정은 어렵지만 고민하는 시간은 그래도 행복하네요. 괴롭기도 하지만요~ 저도 이 영화 얼른 보고 싶구요(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났어요) 또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아직도 그 책을 읽지 않고 있었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다락방님?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면, 이제는 사랑을 시작해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 올해가 가기 전에 당장 읽어야겠어요!! :)

다락방 2012-10-04 11:52   좋아요 0 | URL
ㅎㅎ 수다쟁이님, 어서 읽어요!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어 아주 좀이 쑤실테니까요. 히히.

새벽 세시도 읽고 또 이 영화도 본다면 이 가을을 수다쟁이님은 아주 풍성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말이지요. 훗.

dreamout 2012-10-0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결말은 완벽했죠.

다락방 2012-10-04 11:51   좋아요 0 | URL
네. 정말이지 흠잡을 데 없는 결말이었어요. 휴우- 제 결말도 그랬어야 했는데 말이죠.. 괜히 만나가지고..orz

LAYLA 2012-10-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탐닉!! 책 설명보니 너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꼭 리뷰 올려주세욥!!!

다락방 2012-10-04 11:5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읽고 싶었는데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었거든요. 중고샵에서 운좋게 득템했다는!! 희희.
네네, 다 읽고 말씀드릴게요!

가연 2012-10-04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저 여자분 예쁜데요.. 옆을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네요. 정말 that's too bad이네요.. 중고샵은 꾸준히 들르고 계시나봅니다ㅎㅎ

다락방 2012-10-04 11:50   좋아요 0 | URL
전 예쁘다고 생각 안했었는데 제 친구는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볼이 통통 소녀같다고요. 전 헤어스타일하고 패션스타일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젊고 발랄함 또 자유분방함이 잘 느껴졌거든요.

아무개 2012-10-0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정도라면 몰라도 30년은...제 생각에는 헤어짐을 뜻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네요. 너무 길죠 30년은....

전 어제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가서 책 팔고 왔는데 제가 읽고 싶은 책은 한권도 발견 못하고 왔어요.
다락방님은 완전 득템하셨군요 ^^

다락방 2012-10-04 11:48   좋아요 0 | URL
오옹, 마중물님 어제 종로 알라딘 갔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을지도 몰라요!! ㅎㅎ 제가 사기 위해 갔을 때 마중물님은 팔기 위해 가셨군요! 저는 갈 때마다 책을 사와서 큰일이에요. 돈도 돈이지만 무거워서 흑흑. 그런데 그걸 들고 자꾸 가고.. 흑흑.

아무개 2012-10-04 13:24   좋아요 0 | URL
오호~ 종로점에 간거였어요? 우연히 딱 마주치면 엄청 반가웠을텐데요.
그럼 저랑 낮술로 이차를 할수도 있었을텐데요 ㅎㅎㅎㅎ
저는 10년 근속상장 받으러 의정부 가요.... 귀 찮 군 요.

다락방 2012-10-04 13:56   좋아요 0 | URL
낮술로 2차까지 갔으면 전 완전 헤롱헤롱이었겠네요. ㅋㅋ 안그래도 집에 저녁 때 들어가서는 남동생과 치킨 사두고 또 맥주를 마셨어요. 너무 배가 불러서 항아리 바나나우유가 된 기분이었어요.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레와 2012-10-0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영화를 볼꺼에요! 꼭!!

헤어스타일 바꿔봐요. 가을이잖아..^^

다락방 2012-10-04 11:47   좋아요 0 | URL
직장 다니는 동안에는 저 머리 스타일 못할것 같아요-_- 때려쳐야 가능할 듯. 후아-
이 영화 꼭 봐요, 레와님! 서울 와서 보라니까. 내가 만나줄테니까 ㅋㅋㅋㅋㅋ

댈러웨이 2012-10-0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런 다락방님한테 제가 울프랑 알랭 드 보통처럼 써보고 싶다고 답변한 거였군요. 아, 하트 브레이킹한 첫문단이었습니다.

다락방 2012-10-04 13:58   좋아요 0 | URL
하트 브레이킹한...아 어째요.
댈러웨이님, 저는 보통을 별로 안좋아해요. 보통의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 재미가 없더라구요. 거기에서 뭘 느껴야 하는지를 통 모르겠어서요. 그나마도 한 두권 읽고 말려고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하도 보통을 좋아해서 그렇다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여러권을 더 읽었는데 역시나 발견하지 못했답니다. 그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는 지금 내용이 전혀 생각은 안나는데 당시에 참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만 있어요. 그렇지만 댈러웨이님이 보통처럼 쓰고 싶다고 해서, 그게 하트가 브레이킹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댈러웨이 2012-10-04 18:3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미 제 하트는 브로큰 됐습니다. 뺨까지 얼얼할 정도에요. 저는 제가 쿳시건으로 이하 다락방님과 꽤 신실하고 다정한 댓글을 주고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진심을 다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울프와 알랭 드 보통이라는 쉽지 않은 대답을 한 거였고, 그 대답을 했을 때는 상대방이 그들을 좋아하든 아니든 어느 정도 제 의견을 존중 해주기를 바랐던 거였어요. 저 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다락방님이 듣고 싶으시다면 그건 비글로 남길께요.

다락방 2012-10-04 19: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댈러웨이님은 제가 보통을, 보통의 글을 좋아하지 않아서, 혹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신실하고 다정한 사이가 무효가 됐다고, 착각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신건가요? 댈러웨이님은 제가 댈러웨이님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비밀글 남겨주세요.

2012-10-04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5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04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랑스러운 미셸 아니 마고만큼이나 사랑스러운 페이퍼에요^^
사랑은 환상이라는 점에서 '새벽 세시'와 통해요. 환상 안에서만 완벽하죠.
마고와 인력거남자(두번째 사랑이지만 분명)와의 정사장면이 환상처리 된 것도 유의미하다고 봐요.
그렇지만, 실제의 사랑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못난이거나 가치 없진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래서 더 애련한 감정일 수도 있겠거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서로의 미숙하고 못난 사랑이 불쌍하지요.
나이 들어가면 사랑이라는 게 참 많은 걸 의미하게 돼요. 마고처럼 잠시도 확인하고 확인 받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런 감정과는 다른 어떤 것이요.

인력거 끌며 물결치듯 달리는 남자의 뒷모습이 클로즈업 되면서 마고의 흔들리는 심장도
바람개비처럼 싱그러웠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10-05 10:47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영화였어요, 프레이야님.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요. 어찌나 좋았는지 보고 나서도 내내 기분이 좋았거든요. 친구도 새벽 세시 생각이 났다고 해서 또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같은걸 읽고 같은걸 본 사람들이 하는 대화는 이토록 잘 통할 수 있구나, 하고 말이지요. 친구가 새벽 세시를 읽지 않았다면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겠죠. 당연히 영화를 보되 친구도 그 책과 연결짓지 못했을거구요.

너무 좋아서 dvd 나오면 사려구요. OST 도 사고 싶은데 아직 발매전인가봐요. 검색해보니 안나와요. 그런데 마고의 사랑도 뭐랄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선 손쉽게 '바람폈네' 라고 말이 나오겠죠. 우리는 한 개인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없는데, 의외로 말은 참 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헤어스타일 바꾸고 싶어요, 프레이야님. ㅎㅎ

마노아 2012-10-0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화요일에 이 영화 보려고 갔는데 매진이었어요. 이거 말고 다른 거라도 볼까 했는데 역시나 매진이었어요.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이 페이퍼를 보니 아주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2-10-06 12:24   좋아요 0 | URL
미리 예매하고 가야죠, 마노아님! 부지런한 자만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다!! ㅎㅎ

이 영화 정말 좋아요, 마노아님. 마노아님도 분명 좋아할 거에요. 이 영화는 만약 언젠가 제가 '내 인생의 영화'같은걸 선정한다면 반드시 넣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추석때 우리집에 찾아온 외숙모는 내 여동생에게 아이가 영특해보이니 다섯 살이 되면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여동생은 본인도 영어유치원과 영어유치원이 아닌 유치원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나는 그 틈에 불쑥 끼어들어 영어유치원따위 보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부모이고 나는 부모가 아니다. 막상 내가 부모가 된다면 나 역시 어떤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부모들의 입장에서 보기에 내가 하는 말들은 철 모르는 우스개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싶어 그저 꾹 참았다. 


잘 읽는 사람이 잘 쓸 수 있고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또 하나를 추가하자면, 모국어를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외국어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이 생각을 하고 있는중에 내가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는 내게 힘을 준다. 하루키의 생각이 나와 같다. 나는 이래서 정말이지 하루키를 버릴 수가 없다.



분쿄 구 센고쿠에 사는 평범한 주부인 내 처제(서른다섯 살)가 갑자기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닌다는 건, 솔직히 말해 그럴 필요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길거리에서 외국 사람이 뭘 물어보면 어떡해요"라는 게 그녀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유인데, 그런 경우를 과연 '필요'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정말 분간하기 어렵다. 일본도 세계화되고 있으니 그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도 옳은 말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다 외국 사람이 길을 물으면 그냥 "I'm sorry. I can't speak English"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싶다.

그리고 외국 사람이 길을 묻는 일은 삼 년에 한 번꼴도 없지 않나요?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지난 십 년 동안 외국 사람이 내게 길은 물은 적은 고작 한 번이다.)그 때문에 일부러 영어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시간을 심히 비경제적으로 쓰는 말이 아닐까?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인생에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자기 마음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또 지금 유행하는 유아 영어 교실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더군요. 우리 조카도 그런 데 다니고 "Thank you very much" "You are welcome" 하는 말을 조잘거리는데, 이게 필요한 것일까요? 어렸을 때의 어학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지만, 평범한 여섯 살 아이가 왜 2개 국어를 해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모국어도 잘 못하는 어린아이가 표층적으로 2개 국어를 좀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재능이 있거나 혹은 필요가 생기면, 굳이 어린이 영어 교실에 다니지 않더라도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영어 회화쯤이야 반드시 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먼저 나라는 인간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모국어를 통한 진정한 회화가 거기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 회화 역시 거기서 시작 된다. (pp.150-151)

















물론 2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다른 언어를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고 또 읽을 수 있다면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고도 다양해진다.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러나 그 모든것들이 어릴때부터의 강제적인 교육으로 행해진다는 건 부조리하지 않은가. 내가 원서를 읽고 싶어서, 내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내가 외국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배우는 외국어와 어릴때부터 학습되어지는 외국어와는 재미와 효율성면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싶다면, 원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배우게 될텐데.


일전에 굿모닝팝스의 진행자인 오성식의 인터뷰를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초등생 자녀 둘을 데리고 온 식구가 미국에 어학연수차 갔다고 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영어를 빨리 습득했고 아내는 좀처럼 언어를 습득하지 못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큰 아이와 아내가 싸우는데 어느 시점에서 아이가 영어로만 싸우더라는거다. 그래서 오성식이 아이에게 한국어로 말해, 왜 영어로 말하는거야! 라고 했더니 아이가 '한국어로는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라고 소리를 치더란다. 그래서 오성식은 그길로 내가 뭐하는건가 싶어서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외국어는 내가 하는 공부에 '더하여지는' 공부일 수는 있지만 내가 살면서 반드시 어릴때부터 습득해야할 것은 아니다. 어릴때부터 외국어를 말할 수 있다는건 물론 반짝거리는 재능일 수 있겠지만, 그건 뭔가 정상적인것 같지는 않다. 어긋난 시스템이 가져온 게 아닐까. 어긋난 시스템, 어긋난 환경, 어긋난 욕망.




여기, 어긋난 욕망이 하나 더 있다. 아, 젠장, 어제 밤에 읽는 하루키, 그가 스테이크 얘기를 하다니! 하루키는 깔끔한 식사(?)를 하는 사람이다. 나처럼 고기 매니아라기 보다는 채소와 생선을 즐기는 사람. 그런 그가 스테이크에 대한 욕망에 어쩌다가 시달리곤 한다는거다. 


미국의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스테이크도 값이 무척 쌌다. 저녁나절 길을 걷다가 문득 맥주가 마시고 싶어져 주변에 있는 아담한 바에 들어갔다가 내친김에 식사도 주문했다. 메뉴를 보니 'SURF AND TURF' 라는 게 있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파도와 잔디'가 된다. 뭔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켜보자 싶어 주문했더니, 버터에 구운 큼지막한 새우와 두께가 5센티미터는 됨직한 스테이크에 필래프가 듬뿍, 거기에다 샐러드까지 수북하게 따라 나왔다. 아하, 그래서 '파도와 잔디'로군 했는데, 그 양이 또 엄청났다.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까운데 도저히 보통사람이 먹어치울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그게 전부 해서 천5백 엔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맛도 내가 좋아하는 심플한 맛, 고기도 부드럽고 신선했다. 딱히 이렇다 할 것 없는 평범한 도시의 바에서 이렇게 흠잡을 데 없는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니, 미국의 저력이군, 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pp.158-159)



아, 하루키님. 이런건 사진을 올려주고 위치 정보도 좀 주시죠. 흑흑.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가서 무작정 아담한 바를 찾아다닐 수 없잖습니까. 저렴하고 질 좋은 그 스테이크를 나도 먹고싶단 말입니다. 안되겠다. 스테이크 적금 같은것을 부어서 언젠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스테이크 기행을 가야겠다. 삼시 세끼를 아담한 바를 찾아 돌아다녀야겠다. 그래서 파도와 잔디를 반드시 맛보고 말리라. 나는 맥주 대신 와인을 시키리라. 맥주는 배불러서 스테이크 먹는데 지장이 좀 있으니까. 안그래도 조지아 주 애틀랜타는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곳인데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내게 스테이크는 훌륭한 명분.



미국 소설에는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이 흔히 등장하는데, 내가 읽은 장면 중 가장 맛있게 느껴졌던 것은 해들리 체이스의 『미스 블랜디시』서두 부분이다. 소설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와 별개로 이 서두를 읽을 때마다 나는 무조건 확고하게, 반사적으로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진다. 지금 옆에 책이 없어 아쉽게도 인용할 수는 없으나, 이 소설은 아마 한 남자가 어느 시골 마을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가에 있는 허름한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될 것이다. 몹시 배가 고픈 남자는 웨이트리스에게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그리고 고기의 굽는 정도와 곁들여 나오는 양파의 상태에 대해서 꼼꼼하게 주문을 덧붙인다. 요리사가 철판에다 스테이크를 굽고, 양파를 볶는다. 양파를 볶는 톡쏘는 냄새가 남자의 식욕을 격하게 자극한다.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음식이 나오기를 꼼짝 않고 기다린다. (p.159)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책을 덮고 급하게 책을 검색한다. 해들리 체이스? 미스 블랜디시? 격하게 읽고 싶다. 번역된 책일까?
















우아앗! 있었다. 있다. 나는 이제 한 남자의 식욕을 격하게 자극하는 그런 장면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미리보기로 좀 보고 인용하려고 했더니 처음과 끝을 정하지를 못하겠네. 너무 길다. 하하하핫. 다음번 구매에 이 책을 꼭 넣어야지. 희희.


























위는 내 핸드폰에 저장된 스테이크 사진. 하하하하. 언젠가 내앞에 놓여있던 것들. 아, 이제 막 아침 아홉 시를 조금 넘겼을 뿐인데 급격하게 배가 고파진다. 




어제는 여동생네 식구와 남동생과 함께 올림픽공원에 갔다. 날이 무척이나 화창해서인지 올림픽공원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조카는 아, 이 사랑스러운 어린아기는, 소리를 지르며 마구 뛰었다. 나와 남동생은 조카의 양옆에서 같이 뛰었다. 잔디를 밟고 소리지르며 뛰는 조카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린다. 아른아른.



뭐, 여튼, 나는 지금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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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가 원한다면, 네가 원하는 때에
    from 마지막 키스 2015-01-28 10:48 
    나는 무려 <시사IN>을 정기구독하는 사람이다. (응?)뭐, 그 말을 하려던 게 아니고, 이번 주 시사인을 받아들고 표지를 보며 가슴 답답해했다가, 늘 그랬던것처럼 뒤에서부터 하나씩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신문도 그렇고 주간지까지, 나는 뒤에서부터 읽기 시작하며 모든 기사들을 정독하지 않는다. 제목만 보고 재미 없어 보이는 기사들은 그냥 패쓰한다. 그러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영어에 대한 글을 읽었다.제목만 보고 답답해졌다. 내 중학교 시절
 
 
... 2012-10-0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직장에 ㅜㅜ 오늘 같은 날 출근해보니 어느새 10월 ㅠㅠ
오늘 퇴근길엔 서점에 가볼까봐요. <직업의 광채>를 만나보러 ㅋ

그건 그렇고, 한 나라가 저력을 뽐내려면 흠잡을 데 없는 스테이크를 가져야 하는 군요!

다락방 2012-10-02 09: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느새 10월 ㅠㅠ 시간은 왜 이다지도 빠른지..일전에 야클님이 말씀하신 점집에 점을 보러 갈까, 어젯밤에는 잠은 안오고 그런 생각만... ㅠㅠ
저도 오늘 퇴근길에 서점에 가서 직업의 광채를 만나보고 싶지만, 후훗, 오늘 저녁에 스테이크 약속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꺅 >.< (지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요!)

그나저나, 브론테님, 이제 아신겁니까? 한 나라의 저력은 스테이크에서 나오는거라구요!!

2012-10-02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2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2-10-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핫! 다락방님 이 페이퍼 좋아요~~ 스테이크를 위한 여행이라니, 얼마나 근사할까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저력을 배부르게 느껴보고 싶은데요. 아~~ 아메리카~ 나의 영원한 스테이크여~~ ㅋㅎㅎ

다락방 2012-10-02 15:01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언젠가는 궁극의 스테이크를 찾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끼니와 끼니 사이는 걷는거죠. 그래서 전 끼니에 먹은 스테이크를 다 소화시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놈의 회사를 때려쳐도 돈이 막 들어오는 직업을 제가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할텐데 말이죠. 후아-

blanca 2012-10-0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페이퍼가 너무 좋아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너무 찔려서요. 저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당장 데리고 와야겠어요! 남동생이랑 여동생이랑 올림픽 공원이라니! 어제같이 아름다운 날씨에 정말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져요. 하늘이 너무 이쁘고 저는 살찌고 있어요--;;(장염으로 목표체중에 도달했다고 기뻐했는데 요요현상의 강력한 힘은 너무 놀라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10-02 15:37   좋아요 0 | URL
저는 요요현상을 몰라요, 블랑카님. 저는 요요현상을 경험할 정도로 체중이 준 적이 없어서요. 하하하핫.

영어를 가르치려는 건 부모의 욕심이지 아이의 뜻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할거구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져요. 그런데 만약 제가 부모의 입장이 된다면 달라지게 될까요? 그래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올림픽공원에 간 게 저도 너무 좋아서 생각하면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나와요. 목이 쉬어라 비명을 지르고 뛰는 조카를 보는게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야외에 나가면 뛰게 되는건 아이들의 본능인가봐요, 블랑카님. 같이 뛰는 제가 더 행복했던 시간인것 같아요.
:)

프레이야 2012-10-0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히히 ᆢ조지아주 애틀란타에는 왜 또 가고싶으신가 했잖아요. 하루키의 저 에세이 추석연휴에 읽으려고 했는데 여태 죽은 듯 잤네요. 영어유치원은 경험상 나쁘지않았어요. 아이들은 두가지 언어를 더 잘 배우는 듯^^ 근데 올림픽공원 뛰어다니는 모습이 막 영화같아요.ㅎㅎ

다락방 2012-10-03 19:0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언어습득이 빠른건 맞는데, 그걸 굳이 해야하는가가 관건인것 같아요.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가르쳐야 하는걸까, 하고 말이지요. 하고 싶을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하고 싶어져서 저절로 배우고 싶어질 때, 그 때요. 뭐, 이 나라에서는 그러기도 전에 이미 학교에서 무작정 주입시키기는 하지만요.

올림픽공원에서 뛰는 조카의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자꾸만 제게로 뛰어와서 제대로 찍지 못했어요. 자꾸 제게 안겨서요. 정말 행복해서, 그 제대로 찍지 못한 동영상을 반복재생해서 보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프레이야님, 우리도 사랑일까 영화를 보게 된 건 전적으로 프레이야님 덕이에요. 프레이야님이 언급해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여즉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줄로만 알고 외면했을 거에요. 고맙습니다!

치니 2012-10-0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 씨 의견에 절대 공감! 제가 실제 유아를 학원에서 가르쳐 본 경험을 놓고 봐도 다락방 님 말씀이 맞아요. 그 또래 아이들에겐 자기 감정을 제대로 언어로 표출하는 자체가 중요하지 2개 국어 한꺼번에 익히기가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모르긴 몰라도 영어 유치원이 학원과 비슷하다면 영어로 노는 거지 진짜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도 아닐 거라, 당장 이민이라도 가지 않는 이상 전 정말 필요없다 생각해요. 자칫 잘못하면 어려서부터 괜히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 수도 있고요. 타미가 영특하다면 더욱 더 조심스럽게 아이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한 영재교육을 해야할 듯. 다락방 님이 좀 거들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애 교육을 애 낳아본 사람만 잘 하는 건 아니고, 부모도 첨부터 옳은 판단만 내리는 건 아니니까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좋잖아요. :)

다락방 2012-10-03 19:09   좋아요 0 | URL
일단 조카가 영특하다는 건 식구들의 입장에서 봐서일거에요. 이게 식구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하던 아기가 뒤집고 걷고 뛰고 말하기 시작하는 걸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잖아요. 기특하고. 그러니 영특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영어 교육에 대해서라면 전 제 의견을 밝힐거에요, 치니님. 어떤 선택을 조카의 부모(즉 제 여동생)가 하든, 제 생각도 말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참고가 될 수 있겠죠. 여동생과 저는 자주 얘기하거든요. 어떻게 하는게 옳은걸까, 하고. 갖고 싶은걸 다 해줄 수는 없다는 걸 미리 알려줘야하는걸까, 아니면 나중에 언젠가 저절로 깨닫게 될때까지 내버려둬야 할까, 하고. 아이를 키우는 건 보통일이 아닌 것 같아요. 교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어떤 선택을 하든 잘했다, 이게 최선이었어, 하는 생각을 하는것과 동시에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것 같아요. 제 의견과 그리고 여기 써주신 여러분들의 댓글도 다 같이 말해줄거에요. :)

dreamout 2012-10-0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0월 1일에도 출근, 오늘도 당근 출근..
10월엔 마음에 여유를 꼬깃꼬깃 하게라도 담아야 겠다고 불끈.

다락방 2012-10-03 19:10   좋아요 0 | URL
오늘 3일...은 출근 안하신거죠? 네? 안했다고 말해주세요, 제발!

그런데요 드림아웃님. 일전에도 야근한다는 페이퍼를 읽은적이 있었는데요, 무척 바쁘게 일하시는 분이신것 같은데 대체 언제 그렇게 다양한 책들을 읽으시는거에요? 잠들기 전에 반드시 몇 페이지씩 읽고 주무시는건가요? 한 분야만 읽으시는 것도 아니고..놀라워요!!

dreamout 2012-10-03 21:16   좋아요 0 | URL
오늘은 쉬었어요. 아주 간만에 홍대에 가서 책 읽고 왔어요.

요즘 통 못 읽고 있어요. ㅠㅠ 마음만 분주해요...

다락방 2012-10-04 11:46   좋아요 0 | URL
홍대에 가서 책을 읽었다는건, 음, 홍대에 있는 까페에 가서 읽었다는건가요? 아니면 홍대 도서관?
드림아웃님도 책 들고 까페 나가서 읽는걸 좋아하시나요?

dreamout 2012-10-06 08:02   좋아요 0 | URL
홍대 주변의 카페요. ㅎㅎ
책 읽기 = 커피 마시기(카페에서 놀기). 거의 70~80%는 일치한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요즘 통 못 읽었다 = 요즘 카페에 자주 못가고 있다.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저는.. ^^;;

다락방 2012-10-06 12:26   좋아요 0 | URL
까페에서 책 읽는건 저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일단 집에 있으면 책 읽기 위해 까페에 나가게 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한 두시간 일찍 나가서 책 읽으며 기다리는 편이랄까요. 아 까페 나가서 책 읽고 싶은 욕망이 지금 이 댓글을 쓰는 순간 모락모락 생기는데, 그러려면 세수를 해야되니까.......포기................해야겠어요. 하핫. 부엌 식탁에서 읽을래요. ㅋㅋ

기억의집 2012-10-0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하늘만큼 땅만큼 공감~

저는 다락방님처럼 하루키 글 읽다가 글 속에 작가나 음악 나오면 궁금해서 하루키를 읽을 때마다 옆에 아이패를 끼고 읽는다니깐요. 페이퍼에 하루키와 아이패드,라고 글 올릴려고 했는데, 어느 새 10월~ 진짜 세월 빠르죠. 스테이크의 또 다른 묘미는 소스인데, 빕스죠?

다락방 2012-10-03 19:12   좋아요 0 | URL
저도 일전에 하루키의 재즈에세이 읽으면서는 음악가와 음악을 죄다 메모해놓고 그 시디 다 사겠다며 검색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음악 검색은 안하네요. ㅎㅎ

저 스테이크는 세븐스프링스 였어요. 빕스를 안간지 하도 오래되서 메뉴가 뭐였는지 기억도 안났던터라, 기억의집님 이 댓글을 어제 스맛폰으로 읽고 오늘 친구를 만나서는 오만년만에 빕스 갔었어요. 배터지게 먹고왔네요. ㅎㅎㅎㅎ 아, 그리고 저는 스테이크는 일단 나오자마자 소스 없이 먹어본답니다. 그래야 육즙을 느낄 수 있어요. 스텡이크 본연의 육즙. ㅎㅎ 소스는 나중에 ㅋㅋ

iforte 2012-10-0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남부가 워낙 음식 양이 많고 가격도 저렴해요. 조지아만 그런게 아니고 거의 대부분 남부도시가.. 아쉽네요, 하루키가 조지아주만 다녀간것이. ㅎㅎ

다락방 2012-10-03 19:12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저는 기간을 좀 길게 잡고 미국 남부를 다 돌아다녀봐야 겠군요! ㅎㅎ 양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니..후아- 거기가 패러다이스네요. ㅠㅠ

야클 2012-10-03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자동차부품회사 회장님 비서 보다는 음식칼럼니스트가 훨씬 더 어울려요. 저녁에 선물 들어 온 갈비 배불리 먹었는데 몇시간도 안되어 스테이크를 생각나게 하는 이 글의 힘이란! 전 외국어 이야기 보다는 스테이크 사진만 보여요. ^^

다락방 2012-10-03 19:14   좋아요 1 | URL
야클님은 진짜 기억력 대박이네요 ㅎㅎ 안그래도 다른 직업으로 갈아타야겠다고 하루에도 이백번씩 생각하는데 이참에 음식칼럼니스트...를 해볼까요? 그런데 저는 흐음, 미식가와는 거리가 멀어서;; 뭐랄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먹는 부류의 여자사람이라서 칼럼니스트..로는 좀 안어울리지 않을까요?

나중에 미국 남부를 죄다 돌아다녀보고나서 음식칼럼니스트를 하든가 해야겠어요. 스테이크의 고장, 미국 남부 도보여행, 뭐 이런 타이틀로다가. ㅎㅎ


깐따삐야 2012-10-03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로서, 영어선생으로서, 다락방님 의견에 백퍼센트 대공감 입니다. 어쩜 그렇게 똑똑하세요!

다락방 2012-10-03 19:15   좋아요 1 | URL
어머, 깐따삐야님! 저는 안똑똑해서 똑똑하다는 말 들으면 완전 초절정 기뻐하는데, 지금 깐따삐야님이 제게 똑똑하다고 해주시네요. 어머. 난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동생에게도 제 의견을 똑똑히 말해야겠어요. 헤헷 :)

가연 2012-10-04 0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에세이 읽었는데.. 저도 저 부분을 읽으며 정말 무언가 먹고 싶어서.. 라면을 먹으며 동영상으로 스테이크를 검색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다락방 2012-10-04 11:46   좋아요 1 | URL
동영상으로 스테이크라니..뭔가 달인의 경진데요! 사진 검색하는 것보다 더 전문적인 느낌이 나요. ㅎㅎ 전 어제 스테이크 먹었지롱요~ 우희희.

Kir 2012-10-04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물론 전 영어를 가르친 적은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공부하려는 의지가 없을 때 부모의 선택이나 .. 일종의 강요(?)로 아이들에게 뭔가 시키는 건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도리어 어릴 때부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이런 시대에, 이런 나라에서 태어난 걸 원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다락방 2012-10-08 15:05   좋아요 1 | URL
네, 영어를 가르친 적이 없어도 이런건 알 수 있는것 같아요. 제 경우에도 문법책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건 학교에서 시키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학교에서 하라고 시킨게 아닌 건 제 스스로 알아서 하곤 했어요. 제가 좋아서요. 이를테면 팝송 가사 외우기 같은거요. 그건 제가 하고 싶었으니까요. 이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다 아는 보편적 진리인데, 그걸 알면서도 어릴때부터 영어 교육을 시킨다는게-그 나이때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 참 마음에 들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