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에 만나!
울리히 흄 지음, 유혜자 옮김, 요르그 뮬러 그림 / 현암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몰라도 아이가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눈과 얼음‘의 반복도 재미있고 중간중간 미안함이란 어떤 것인지, 애정이란 어떤 것인지, 도리라는 것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무척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8-07-0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즈 케익!

다락방 2018-07-09 14:0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아아, 이래서 치즈케익! 했었습니다. ㅎㅎ
 
[100자평] 손가락 사이로 찾아온 행복















지난 주에 서점에 갔을 때 이 책의 뒷표지를 보았는데 줄거리가 몹시 흥미로웠다. 의상학교 입학에 실패한 여자 '이리스'는 의사 남편과 결혼하여 1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자신의 의상학교 합격증을 가족들이 몰래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그래서 가족들에게 분노하고 의상공부를 시작한다는 거였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당당하게 서는 여성을 상상하게 될텐데, 자신의 꿈을 뒤늦게라도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파리로 갔지만, 그녀가 디자이너로 서기 위해서는, 의상학교의 원장 '마르트'의 힘이 컸다. 아니, 온전히 그녀의 힘이었다. 사교계에 이리스를 소개시키고, 그녀를 자신이 원하는 타입의 여자로 만든 것.


처음이야 당연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또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훨씬 더 쉽게 생활할 수 있겠지만, 너무 전적으로 의탁하게 된달까. 결혼 생활에서는 집에서 얌전히 남편을 기다리고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행복하지 않아도 애를 쓰더니, 일에서는 또 다른 그 분야의 능력있는 사람에게 확 의존하는 거다.자리잡고 돈 벌기 위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거야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도 마르트를 의지하게 되고 '그녀가 없으면 내가 없지' 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서 바람핀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껴 남편을 떠나면서도 가방 싸들고 곧바로 마르트를 찾아가는데, 글쎄... 이 여자가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결혼해서 착실하게 의사의 부인으로만 살아서인지, 어째서 '나 혼자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녀가 의사의 아내였을 때도 남편의 동료의사들의 아내를 만나서는 '그녀들 모두가 유니폼처럼 같은 옷을 입고 있다'고 하는데, 뭐랄까, '의사의 아내들'을 보는 시선이 너무 납작하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전형적인 패턴이라 촌스러웠다. 전형적인 패턴은 또 있는데, 그녀가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 남자를 만나게 되는 데에서도 있다. 이건 다른 의미로도 할 말이 많기는 한데, 그 남자의 등장은 전형적 로맨스 소설의 바로 그것. 잘생기고 돈도 많고 주변에 항상 여자들을 몰고 다니고..그에게로 향하는 내 마음의 이끌림을 어쩌지를 못하겠고..하는게, 대체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소설인가 헷갈리는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이미 남편이 있는 여자라는 것 때문에 그와 더 나아가지를 못하는데,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촌스러웠다.



의사 남편은 항상 일 때문에 바쁘다고 늦고 당직이고 전화통화만 하고...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너는 나보다 니 직장이 더 중요해' 라고 서운해하고.. 어쨌든 흐름이 다 별로인데,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이 여자의 캐릭터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러브, 비하인드》에 보면 여자가 전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장면이 있다. 여자는 전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서 너무 힘들고, 그 이별을 몸으로 겪으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그녀에게도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그녀에게 다가서려고 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싱글인 상황이니 지금의 이 관계로 이 힘든 시간을 벗어나자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남자를 막아서며,


'나는 이혼하는 중이에요'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밝히고, 새로운 상대를 만날 때는 자신이 다 정리되어서 만나고자 했던 것. 나는 이런 캐릭터를 좋아한다. 너가 나에게 설 때는 당당할 것, 나 역시 네 앞에서 온전히 혼자이고 당당할 수 있을 것.



《일곱 번째 파도》의 '에미' 역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아주 마음에 드는 캐릭터인데, 그녀는 자신이 남편이 있다는 것 때문에 레오가 더 다가오지 못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신이 싱글이 되자마자,


"레오~~ 나 이제 싱글이지롱, 너랑 사귀어도 되지롱~'"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데, 마찬가지로 나는 에미가 자신이 혼자가 된 상황을 어떻게든 어필해 지금의 외로움 혹은 혼자인 고독함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상황을 이용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 혼자 당당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 에미가 레오에게 간다면, 에미가 레오와 사귀게 된다면, 그건 나 자체로 온전히 혼자이며 당당할 때 가능해야 한다고, 에미도 나도 생각했던 거다.



내가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 내가 가혹하게 별 두 개만 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 책속의 여자는 남편이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강하게 이끌리는 남자에게 '안된다'고 말하고 그를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편에게 정나미가 떨어지고 사실은 남편하고 벌써 헤어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편으로부터 벗어나서는, 그 길로 자신을 직업적 성공으로 이끌어주었던 마르트에게로 달려가는 거다. 나는 그녀가 남편 곁을 떠날 때,


'설마 마르트한테 받아달라고 가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그렇게 해버렸어. 게다가 마르트랑도 안좋아지자 나는 또 불안한 마음에 휩싸인다. '설마 자기 좋다고 했던 그 총각에게로 달려가는 건 아니겠지' 하고. 그랬는데 그 총각에게로 바로 달려가...



이리스, 당신은 잠시도 혼자 있을 수는 없는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라면, 그리고 나였다면,

남편을 떠났을 때 그 즉시 혼자 하는 걸 택했을 것이다. 나 혼자서 어떻게든 다시 내 일을 시작하려고 하고 남편이 없는 싱글인 생활에 적응하면서 외로움과 고독으로부터 단단해지는 것. 그 후라면, 이제 어느정도 내가 단단해진 것 같다면, 그 때 내 열정을 불살랐던 가브리엘에게 문자한통 넣을 수 있었겠지.


<잘 지내나요?>


라고. 그래서 그로부터 연락이 와,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 물었을 때, 응, 나는 남편하고 헤어졌고 일을 구했고, 그래서 이렇게 돈 벌면서 잘 살고 있어. 요즘 내 삶의 낙은 혼자서 하루를 되돌아보며 술 한 잔 마시는거야, 하고 온전히 내가 나임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말했겠지.


내가 가장 혼란스러웠던 때 너에게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 시간이 좀 흘렀지만, 당신을 정말 사랑했어.



라고.



물론 누군가와 헤어진 상실의 아픔을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만약 헤어진 상대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 채워짐은 순간이고 새로 생겨난 사랑도 공허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새로 나타난 사랑이 사랑인지 아닌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나는 일단 온전히 혼자일 필요가 있다. 지금 사랑한다고 생각햇던 사람에게 '이건 사랑이 아니었어', '배신감 느꼈어' 하고는 쪼르르 달려가서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한다는 것이 나는 좀..


물론 이리스는 여태 혼자였던 적이 없으니, 앞으로 혼자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살아오던대로 살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내가 이 모든걸 깨닫기 위해서 나에게도 시련과 실연과 실패와 잘못이 있지 않았나. 어쩌면 이리스가 깨닫기 위해서도 아픔이 동반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리스의 나이는 고작 서른이고(서른 하나였나), 나 역시 잘못 시작한 관계 때문에 후회하는 아픔을 삼십대 후반에도 경험했었다면, 이제 서른인 이리스의 캐릭터를 마냥 욕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그러나 내가 마냥 이해하기에도 확실히 비호감 캐릭터이긴 하다. 그러니까 이리스는 '나를 위해' 사는 삶 자체를 아예 상상도 못하는 사람인건가. 마르트를 떠나 남편에게로 갈 때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인 거다.



한동안 샤워기 아래 서 있었다. 내 삶이 또 다른 곡절을 겪기까지는 채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과거의 삶으로 나를 되돌려놓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었다. 다시 피에르를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더는 마르트를 위해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가브리엘에게도 의미 없는 존재가 될 터였다. (p.240)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꿈꿨을 때, 그것이 나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서로 함께일 때 성장하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함께라면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를 위해 사는 삶'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행복'을 위한 것이었고, 그것이 '그에게도 행복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만약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을 산다면, 아마도 그것은 내 조카들을 향한 것일테다. 의지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니 내가 조카들을 위해 사는 삶을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동등한 연인 관계라면 '너를 위해 살아'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 이리스는 이 놈을 위한 거 아니면 저 여자를 위한 거 아니면 다른 남자를 위해서 사는 것만이 삶을 바꾸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나랑 다른 사람이라서(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누군가를 '위해서' 사는 삶이 삶의 형태라고 생각한걸까?



이리스가 새로이 사랑에 빠진 남자, 있는 줄도 몰랐던 열정을 모두 끌어내는 남자 '가브리엘'과 함께 케밥을 먹는 장면을 보자.



그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부스러기 하나라도 남기지 않으려고 손가락까지 빨아가며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내가 직접 케밥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p.208)



그래, 나도 이거 뭔지 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랑 함께 있을 때 밥을 맛있게 먹고 잘 먹고 그러면 너무나 기분이 좋지. 헤죽헤죽 웃게되고 그것이 사랑이지, 그런데.



마치 어린아이를 데리고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다 못먹고 내려놓자 가브리엘은 내가 남긴 것까지 먹이치웠다. 다 먹고서는 트림까지 했다. 그 모습이 웃겼다. (p.208)



음...나는 일단 내가 함께 밥 먹고 술마시는 남자로부터 어린아이 같은 거 별로 느끼고 싶지 않고요...(성인 남자를 원합니다), 내가 남긴 것까지 먹어치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다 먹고서는 트림까지 내 앞에서 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웃길 것 같지도 않아. 그러니까 너무 사랑해서..그런건가? 똥싸면 똥도 이뻐보이는 거??



그녀는 '내가 먹고 싶은 건 내가 알아' 라면서 케밥에 양파넣고 화이트 소스 넣어달라 말하는데, 어떤 케밥을 먹고 싶은지 외에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게 없는것 같다. 뭐, 앞으로 달라질 수는 있을 거라고 보여진다. 그녀를 믿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남자랑 함께할테니까. 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혼자 당당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내가 그런 캐릭터를 안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뭐랄까, 촌스럽고 너무 전형적이고.. 특히나 홀딱 빠져들만한 남자에 대해 설명하고 그가 그녀를 유혹할 때도 너무... 아니 그런데, 뭐 음.. 어쨌든 그랬는데, 그런데 그녀가 설명하는 그에 대한 감정의 이끌림, 감정의 폭풍! 그 격렬함만은 내가 또 뭔지 진짜 완전 넘나 잘 알고 있는 것이야...



미친 듯이 가브리엘이 그리웠다. 정말 놀랍게도 그날 그렇게 헤어진 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나를 피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두렵기까지 했다. 그가 내 삶에서 완전히 떠나버린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불도저처럼 내 삶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p.191)




'그는 마치 불도저처럼 내 삶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울고싶다 진짜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러분 이거 몬주 알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완전 알아 완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 우리 이제 다같이 울자. 펑펑 울자. 엉엉 울자.




그러니까 내 삶에 저렇게, 정확히 저렇게,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온 자식이 있었어... 내가 살면서 그런 폭풍을 처음 만나가지고 너무..진짜 멘탈이 나가버렸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나면, 그 남자를 처음 만나고 한동안 정신이 나가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얘기했던 거다. 야, 나 어떡하냐, 이런 일이 있었다, 하고..... 한동안 내가 지상에 발을 디딘건지 내가 어디 지옥불에 들어와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극락에 와있는지를 모르겠는 거라. 나 역시 그를 이제 만나지 않는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이리스가 그러했듯이, 그렇다고 내 마음을 끌리는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건 안되는 것이었어. 안돼, 이건 안된다, 이건 나를 너무 잃는다, 내가 내가 아닌게 된다....

나는 만나는 여자친구들에게마다, 살면서 이런 남자는 한 번쯤 만나봐야 된다고 열변을 토하고 다녔더랬다. 이 남자랑 어떻게 될 수도 없을거고, 아마도 이런 폭풍은 또 겪게 되진 않겠지만, 내가 지금 너무나 힘들지만, 그런데 이 폭풍 여자들이 한 번씩 다 겪어봤으면 좋겠어...라고 하고 다녔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면, '이렇게 끌리게 내버려두면 안된다' 내가 나를 타일렀고, 그러니 내적갈등이 얼마나 오졌겠는가. 혼자서 그냥 눈물 줄줄 흘리고 그랬던 거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 만나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여라도 그걸 입밖에 내면 그가 정말 그만 만나자고 할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고, 그에게 전혀, 내가 그에게 끌린다는 것을 전혀 티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꼿꼿하게 내 상태를 지키려고 하다보니,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해야 하고..그러니 내 영혼은 찢길대로 찢기고 탈탈 털려서, 강한 이끌림으로 사랑을 하면서 지독하게 괴로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이 미친 남자가 ㅠㅠ 나 만날 때마다 자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도저처럼 돌진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좀 얌전하게 가만있으면 되잖아? 근데 그러지를 못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자꾸 불도저처렴 돌진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 나는 고스란히 사고를 당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피하지를 못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데 머릿속에서 '피해, 다쳐' 이러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가까스로 억지로 피하려고 노력하니까 또 겁나게 힘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결국 그는 나에게 그만두자고 했었더랬다.



나는 불도저처럼 돌진하고 너는 피하려 애를 쓰고



이런 상황을 자기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야 그러면 어떡하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거 받아들이면 피를 철철 내면서 쓰러질텐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든 막아야지. 그는 불도저인데, 나는 그저 손으로 막을 뿐이야..힘이 없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러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저 때의 이리스에 나는 온전히 이입했다. 책을 읽는 내내 튕겨져 나갔었다가 저때만 갑자기 샤라라랑~ 하고 내 영혼이 그녀의 육체로 들어가서 그녀의 영혼이 되어 내적갈등을 같이 시작한 것이었다. 아아...




"따라와요."

우리는 방향을 바꿔 로열 케밥이라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게 완벽했다. 살짝 의심스러우면서도 어떻게 형언할 수 없는 구운 양고기 냄새, 빛바랜 포스터, 이름 모를 시골 마을 사진 위에 달린 꽃 장식 조명, 낡은 포마이카 테이블, 적어도 이틀은 뜬 눈으로 지새운 것 같은 눈빛으로 흥청거리는 사람들, 축구 채널에 고정된 텔레비전까지. 그런 곳에 가브리엘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가브리엘은 가게 주인과 서로 가볍게 포옹까지 나누는 걸로 보아 단골인 것 같았다. 주인은 가브리엘과 같이 온 나를 발견하더니 그에게는 윙크를 하고 내게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가브리엘은 뒤로 돌아 나를 보며 물었다.

"여기 괜찮아요?"

"진짜 좋아요. 정말로요." (p.206)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한 장면이다. 내가 좋아한 장면이 이리스와 가브리엘이 드디어!! 섹스를 하는 장면이 아니라, 이렇게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으러 간 곳이 케밥식당이었다는 게, 나도 참 신기한데,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둘이 처음으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케밥 식당에 가 함께 저녁을 먹게된 것. 식당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랄까, 정말 내 눈앞에 있는 오래된 식당인 것 같고, 거기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나는 잔뜩 흥분이 되는 거다. 아마 저 상황에 나였다면, 나 역시 '정말 좋다'고 말했을 것이고, 앉아서 케밥을 먹는 내내 행복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 너무 좋아, 아 행복해, 좋은 시간이다, 라고 몇 번이나 입밖으로 말했을 것이다. 나는 좋은 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그 감정을 숨긴다는 걸 참을 수 없어하는 사람이니까.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면전에서 비웃어줄 수 있을 정도였다.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다만, 그 사랑의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피에르를 향한 마음은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사랑이었다. 가브리엘을 향한 마음은 폭발적이고 아슬아슬하며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의 입술은 피에르처럼 안도감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감촉을 느낀 것만으로도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내 온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p.248)



일단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거짓이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순 없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면, 어느 한 쪽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둘 다에게서 부족한 것들을 서로 보충할 뿐인거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다른 것이 침투할 여지가 없어... 그러나 상대에게 어떤 것이 부족해서 나를 온전히 채워주지 못한다면, 그건 얘기가 다르다. 그걸 채우기 위한 다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법.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온전히 나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친구도 필요하고 저 친구도 필요하고, 이리스의 경우에는 남편도 있고 사랑하는 남자가 또 따로 있는 거다. 그러나 이리스 조차도 나중에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건그렇고,



이리스가 말하는 것처럼 저렇게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사랑'과 '폭발적인 미지의 영역'의 사랑은 다르다. 아마도 대부분의 연애나 결혼은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사랑의 편을 들어주겠지. 나 역시 그러하고. 그러나 나는 폭발적인 끌림의 손을 들어주는 쪽이다. 사랑이나 설레임이 가져오는 긴장을 내가 몹시 괴로워하면서 좋아해. 변태같은 면이 있어.. .내가 이거 너무 힘들어서 대부분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걸 택했었는데, 그게 나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도 않고,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연애를 하면 자꾸 폭발적인 걸 그리워해... 아아, 나는 안되는구나... 나는 언제고 어떤 상황에 있든간에, 폭발적인 미지의 영역이 불러내면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할 사람이야....이것이 내가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한데, 그러나 나는 또 놀라운 경험을 하게된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폭발적인 미지의 영역이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것과 동시에 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만하자..

너무 많은 얘기가 과거를 소환해내고........

그러면 나 또 운다........

그만하자.

더 하면 나는 두시간동안 울어야 돼...



자, 다시 이리스 얘기로 돌아가자. 이리스는 가브리엘에게 끌리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남편의 옆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가브리엘을 떠난다.



가브리엘 ……. 그에 대한 기억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사라져갔다. 마치 그를 안 적도, 그가 내 삶의 일부를 차지한 적도 없던 것만 같았다. 드물게 혼자 시내로 산책을 나왔다가 오 소바주 향수를 뿌린 남자라도 마주치게 되면 가브리엘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코를 킁킁거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순간을 머릿속에 떠올린 게 벌써 수백 번도 넘었다. 그리고 결론은 언제나 하나였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p.254)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고,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7-0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글 우아 이 글....진짜 다락방님은 대단하셔요

다락방 2018-07-05 15:26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카알벨루치 2018-07-05 15:48   좋아요 0 | URL
첫째, 글이 너무 길어 숨고르고 읽었다는 것
둘째, 다락방님 넘 솔직outspoken 하셔서 ㅋ
셋째, 글에 열정이 느껴져서
넷째, 노을의 “붙잡고도” 란 곡을 생각했는데 엥 젤 밑에 노래가 삽입되어 있네요 신기방기 ㅋ
다섯째, 제가 북플한지 얼마 안되는데 첨엔 남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성이라는 반전, 그중에 다락방님도 첨엔 남자인 줄! ㅋㅋㅋㅋ
여섯째, 글을 참 잼나게 찰지게 쓰셔요 👍

다락방 2018-07-05 17:3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이 댓글의 결론은,
카알벨루치님도 여자, 다락방도 여자..란 것이지요? ㅎㅎ

오늘 하루종일 <붙잡고도> 흥얼거리면서 다니고 있어요.

제 글이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그것은 솔직한 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후훗.
저는 글 쓰는 거 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글을 쓰는 첫번째 목적은 저 좋으라고 쓰는 거랍니다. 글을 쓰면서 정리되는 게 아주 많아요. 다다다닥 글을 쓰고나면 한결 후련해지곤 한답니다. 아마도 그래서 열정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재미있다고 소문난 다락방의 책은 읽어 보셨습니까? 두 권이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와, [잘 지내나요?] 가 그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알 홍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8-07-0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앞으로 불도저만 보면 다락방 님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불도저불도저불도저불도저불도전불도저불도저불도저다락방.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7-05 17: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불도저 다락방이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7-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책에 대한 백자평을 보고... 아 이 책은 패스. 했는데,
이렇게 길고, 재미난 평을 남기다니... 반칙입니다.
오늘 반복하신 두 구절이 머리에 퐉 박히네요.

˝불도저˝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다락방 2018-07-09 09:35   좋아요 0 | URL
불도저...
저에게 너무나 많은 기억을 불러오는 단어인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불도저 처럼 밀고 들어오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가슴은 찢어지게 아플지라도.. ㅠㅠ
 
손가락 사이로 찾아온 행복
아녜스 마르탱 뤼강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나온 소설이 이럴 수 있다니 좀 .. (어이상실)
안읽고 패스해도 됩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붙잡고도
    from 마지막 키스 2018-07-05 11:10 
    지난 주에 서점에 갔을 때 이 책의 뒷표지를 보았는데 줄거리가 몹시 흥미로웠다. 의상학교 입학에 실패한 여자 '이리스'는 의사 남편과 결혼하여 1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자신의 의상학교 합격증을 가족들이 몰래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그래서 가족들에게 분노하고 의상공부를 시작한다는 거였는데...그렇다면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당당하게 서는 여성을 상상하게 될텐데, 자신의 꿈을 뒤늦게라도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파리로 갔지만, 그
 
 
 

서재 친구의 '바로 이순간' 이라는 제목을 보니 '지금 이순간'이 생각났다. 임태경을 좋아했었던 시절, '지금 이순간'을 가장 완벽하게 부르는 건 임태경이라고 생각했었지.. 그 때 그렇게 임태경을 좋아해서 콘서트고 뮤지컬이고 보고 다녔었는데, 요즘에는 임태경이 뭐하고 사는지 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관심과 애정을 지속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단순히 마음이 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애씀이 반드시 필요한 것. 내가 임태경을 한 때 좋아했다가 이제 시들해진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다.



엊그제는 《트와일라잇》의 '벨라'와 '에드워드' 생각이 났다. 한 때, 한때라고 해도 나의 30대..였을텐데, 나는 벨라와 에드워드에게 얼마나 빠져있었던가. 아마도 그것은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주는 신비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고, 에드워드가 너무 멋져서일 수도 있겠고..그 때 나의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트와일라잇을 좋아했어. 내가 얼마나 좋아했냐면, 트와일라잇 극장에서 세 번 보고 DVD 도 샀고, 책은 두 번이나 읽었다. 그 책을.... 젊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를....늑대인간 이야기를...뭐가 좋다고 두 번이나 읽었어...


이건 영화 《더티댄싱》과도 마찬가지인데,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어떤 것을 언제 접하느냐, 그 타이밍의 문제. 나는 더티댄싱을 진짜 너무 좋아해서 그 영화의 OST 가사를 외우고 다녔고, 여러차례 보았고, DVD 도 샀고.. 진짜 내 인생영화라고 말하고 다녔다. 열다섯살, 중학교2학년 때 그 영화를 보았었는데, 그 영화보고는 춤 배우게 해달라고 집에 말했다가 아빠 엄마는 크게 싸웠었지...애가 도대체 저런 영화를 왜 보는거냐고... 하하하하하. 아무튼 그것은 내 인생영화였고, 어느 장면에서 어느 음악이 나오는지 다 알 수 있었고, 주인공의 이름이 '프란시스 하우스만'이라는 것도 풀네임으로 외우고 있었다. 마지막 춤, 그 마지막 춤에서 쟈니가 프란시스 데리고 나와서는 "저에게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준 프란시스 하우스만 양입니다" 이러고 소개하거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어른이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지금' 더티댄싱을 처음 보게되었다면 인생영화로 택도 없고, 유치하다고 했을 거라고. 그런데 나에게 그것은 중학교시절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고, 내 친구들은 나 때문에 몇 번씩이나 같이 보았으며 다같이 미쳐있었다.



트와일라잇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지금 트와일라잇을 읽었다면 내가 재미있게 읽었을지 모르겠다. 영화도 마찬가지..아니, 영화는 지금 봐도 내 흥미를 끌었을거야. 특히나 벨라를 공격하려는 나쁜 뱀파이어들 상대로 컬렌가 뱀파이어들이 으르렁 대던 것은 아아,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장면이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벨라와 에드워드 이야기로 어떻게 네 권씩이나 써냈을까..뭐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았을까...싶다. 아무튼.



내가 엊그제 에드워드와 벨라를 생각한 건, '사랑' 때문이었다. 최근에 친구들의 사랑 때문에 내가 덩달아 가슴아팠었는데, 제삼자가 듣거나 보기에 '대체 왜저럴까'싶은 것들도, 내가 그들이 되어서 '너무' 사랑하면 이해되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그러다보니 벨라는? 내가 벨라라면? 하게된 것.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와일라잇의 내용을 알고 있겠지만, 여자인간 벨라는 남자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인간에게 노화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뱀파이어는 지금 현상태 그대로 몇 천년이고 살 수가 있다. 벨라는 에드워드와 사랑한만큼 계속 함께있고 싶고, 그래서 자신 역시 뱀파이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로 사는 삶을 벨라에게 권할 수가 없다. 벨라를 사랑하지만, 벨라를 '인간이지 않게'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 그러나 벨라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로 뱀파이어가 되기를 원하고, 그렇게 에드워드랑 영원히 젊은 상태로 앞으로 내내 행복하길 원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뱀파이어란 존재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껴왔다. 늑대인간도 그렇고. 나도 뱀파이어였으면 좋겠다고 수도없이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을 때에도 나는 에드워드를 사랑했으므로, 벨라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에드워드'의 옆에 있기 위해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 물론 그것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의미하긴하지만, 그것이 내게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다. 최근에 '너무 사랑한다면'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고 자신의 최대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니까 벨라 역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거다. 그러니까 벨라는 에드워드에 대한 사랑에 확신이 있었던 것.


거기에 나는 의심이 간거다. 벨라는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데, 처음만난 에드워드가 진실한 사랑, 영원한 사랑, 다시 없을 사랑이란 것을 어떻게 확신하고 심지어 그와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을까. 그러다 뱀파이어가 되었는데, 살아보니 '어, 이 놈이 아닌가보네..'라는 생각이 든다면...그러면 자신은 다시 인간이 될 수도 없고 뱀파이어로 계속 살아가면서 떠돌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조금 더, 조금 더 경험한 뒤에 선택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은 거다. 내가 이 나이 되도록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이십대에 만난 사람도 아니고 사십대에 만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과거에 만난 사람과 최근에 만난 사람, 그 사이에 끼인 사람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확신하고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최고로 사랑해, 뱀파이어가 될게' 하는 걸, 스무살도 되기전에 결정할 수 있었을까... 그건 부모님이 안다면 뜯어 말렸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어랏, 나도 꼰대가 되었는가!


했던 것이다.



벨라는 아버지랑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뱀파이어가 되기로 결정하는 것에 아버지의 의견은 없었고, 아버지와 의논하지도 않았다. 벨라는 순전히 자기 생각만을 하고 자기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것. 가족에게 이것은 얼마나 아픈 결정이었을까 싶었는데, 그런데 살다보면 아버지도 시간이 흘러 돌아가실테고, 설사 다른 가족들이 있다해도 그렇지 않은가.. 언젠가는 다들 죽고 사라질텐데... 벨라가 굳이 자신의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는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벨라가 되어보기로 했다. 벨라와 에드워드로 놓지 않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뱀파이어라면? 그러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 나는 뱀파이어쪽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게, 일단 죽음을 두려워해? 그렇다면 불멸의 존재 뱀파이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내가 정말, 내가 '너무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기꺼이 선택하게 될까?



이걸 묻고 묻고 또 물어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대입해도, 나는 단번에 '그럴게!'가 되지 않는 거다. 내가 지금의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가 되는 것, 이걸 내가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거다. 내가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와 같은 존재, 뱀파이어가 되어야 하는걸까? 그걸 단번에 선택할 수 없는 나는 그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걸까? 아니면 그를 믿지 못하는가? 그 사랑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건가? 아니면 나는 그냥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해' 라서 그런건가..



사랑은 내가 세워둔 벽을 부숴버리고 한계를 지워버린다. 그러니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아'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하면서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러니까 벨라도 뱀파이어가 되기를 결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랑하기 때문에, 그 대상에 대한 한계와 벽을 허물고 내가 그간 하지 않았던 것들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 나는 큰 사랑 앞에 어쩌면, 뱀파이어가 되기를 선택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마도, 그럴 수도....



그가 인간인 것이 감사하구나...












이런 글은 왜 썼을까.

아무 의미도 없는 글...

인생..

글이란 무엇인가.......

스벅 카드에 백만원쯤 충전되어 있었으면 좋겠다...자동충전 백만원........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7-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문체, 어체는 참 귀에 간질간질거리네요 ㅋㅋ

다락방 2018-07-04 14:25   좋아요 0 | URL
음...그러니까...... 나쁘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쪼록 즐겁게 읽으신다면 좋겠습니다. 후훗.

비연 2018-07-0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공감이 너무 되어서 좋아요를 다른 때보다 더 꾸욱 눌러봅니다... 자동충전 넘 좋네요..

다락방 2018-07-04 14:25   좋아요 0 | URL
매번 만원씩 충전하는 제 자신이 넘나 초라합니다... -0-

비연 2018-07-04 21:52   좋아요 0 | URL
저는... 이만원 ㅠㅜㅜ

단발머리 2018-07-04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페이퍼에 쓴 것 같은데, 한국 뮤지컬 배우와 가수를 통틀어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은 ‘홍광호‘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임태경 들어봤는데, 임태경도 잘 하네요. 남자가수들이 팬미팅 하면 꼭 이 노래를 부른다지요.
얘들아, 임태경을 생각해라~ 홍광호를 생각해라~~

제가 이틀 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와일라잇을 읽었어요. 그러니까 1권만 읽은거죠. 다시 읽는데, 또 아~~~~ 옛생각이 나면서 그렇게나 재미있더라구요.
저는 1권이 제일 좋아요. 벨라와 에드워드가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해 잘 모를 때, 궁금해하면서....
우아~~ 미치겠다!!!! 할 때요.
예전에 좋았던 게 계속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홍광호를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거든요.
근데 예전에 좋았던 게 지금도 좋다면 그것도 나름 즐거운 일이라 생각해요.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책이고, 그리고 트와일라잇이고.

다락방님은 이 페이퍼를 나를 위해 쓴 것 아닌가 싶어요.
나를 위한 글이었다.
에드워드 이야기를 이렇게 신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다락방님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7-04 15:17   좋아요 0 | URL
일단,
단발머리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시작할게요.
사랑합니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틀 전에 트와일라잇 읽으셨다니, 어쩌면 세상에는 트와일라잇 주기 같은 게 있는걸까요? 저는 이틀 전에 ‘내가 벨라라면 뱀파이어가 될것인가‘를 계속 고민했거든요. 남들이 들으면 세상 쓸데없는 고민, 이루어질 수 없는일인데, 저는 그게 뭐라고 ‘아아, 내적갈등, 사랑 때문에 나는 뱀파이어가 될것인가‘ 이런 거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아..저는 왜이렇게 세상 쓸데없는 일에 제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걸까요, 단발머리님?

저도 책이 1권이 제일 좋았지만 영화도 1편이 제일 좋았어요! 1편에서 에드워드가 제일 잘생김이 뿜뿜했지요. 그렇지만...영화 4편에서...베드신에서..... 에드워드가 침대 부수는 것도 좀..좋아요 -0-

트와일라잇은 음악도 너무나 좋지요 ㅠㅠ 들으면 울 것 같은 음악이에요. (왜?)

아아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은 어쩌자고 트와일라잇을, 에드워드를 얘기할 수 있는 친구란 말입니까. 왜이렇게 근사한거지요? 단발머리님은 설마, 다락방님에게 맞춤하게 태어난 것입니까?! 네?! 흙흙

오늘은 단발머리님 덕에 마음에 감동을 품습니다. 꼼지락 꼼지락 하면서요.

단발머리 2018-07-04 15:37   좋아요 1 | URL
제가 댓글 달기 전에 잠깐, 아주 잠깐 고민을 했어요.
아~~~~~ 아무리 내가 다락방님 좋아한다고 해도,
트와일라잇 페이퍼 댓글로, 나도 이틀전에 읽었어요, 하면 너무 지어낸 것 같지 않나~~~ 싶어서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하지만 저에게는 증인이 있습니다.
그 책은 큰애 방에 있었거든요. 제가 방에 들어가서 이 책을 뽑으니, 큰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 또 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은 기념으로 ˝A thousand years˝ 뮤직비디오도 봐주고 그랬습니다.
전, 에드워드가 벨라를 만나고 나서,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없어 혼란스워하는 장면이 참 좋아요.
뱀파이어는 잠도 안 자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되고, 힘도 쎄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에드워드네는 돈도 많고, 잘생겼고~~~ 하는데도
벨라한테 쩔쩔매는 게 좋았어요.
사랑에 빠지면 모두 쩔쩔매게 된다,라는 진실을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오래오래 에드워드를 이야기해요.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다락방 2018-07-04 15:49   좋아요 0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저도 너무 그 설정 좋아해요. 벨라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장면이요. 그건 좋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 너무 피곤하겠다 싶었어요.

사실 저는 그 장면 되게 좋아해요. 뉴문 처음에 말이죠, 벨라가 에드워드랑 헤어지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절벽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할 때 에드워드가 나타나잖아요. 벨라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에드워드가 나타난다는 걸 알고, 벨라는 제이콥한테 오토바이도 빌려서 세게 몰고 나가잖아요. 그거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생각났어요. 그리고 그런 일이 정말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고요.

물론 제가 트와일라잇에서 제일 좋았던 건, 밤에 잠을 자지 않는 에드워드가 밤새 내내 잠자는 벨라를 지켜보는 거예요. 새벽에 자다가 깼을 때 눈 앞에 똭- 하고 에드워드가 있다면!! 저는 한창 트와일라잇에 빠져있을 때 그 바람이 얼마나 컸던지요. 제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일 정도였어요. 새벽에 자다 깼는데(전 새벽에 잘 깨거든요) 근사한 남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다니, 너무 좋지 않나요? 멋져...


저는 a thousand years 도 좋아하지만 1편의 저 파티에서 나오던 노래도 너무 좋아해요.

아, 좋네요.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거요. 단발머리님을 이 더위에 끌어안습니다. 와락-

레와 2018-07-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좋아요! 다락방 페이퍼에 좋아요 꾹 누르고 단발머리님 댓글에 좋아요 꾹 누르고.

아직도 채널 돌리다가 ‘트와일라잇‘ 방영하는 곳 있으면 채널 멈춤. 그대로 다시 보기 합니다.
아.. 또 보고싶네요.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 소리내어 발음되는 그 느낌도 좋아요. 트와일라잇. 무한애정 ♡

다락방 2018-07-04 15: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채널 돌리다가 트와일라잇 하면 일단멈춤 하게 되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그게 뭐길래. 따지고보면 엄청 유치하잖아! 그런데도 자꾸 우리를 끌어당긴다... 아아, 1편에서 나는 얼마나 에드워드를 사랑했던가. 진짜 트와일라잇 몇 번이나 본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과 트와일라잇 얘길 할 수 있다니 넘나 좋으네.
예전에 쥬드님과도 했었는데. 아아 쥬드님도 그립고! 후훗.

좋다 좋으네. 히힛.

세실 2018-07-0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스벅 백만원 저도요~~~ ㅎ
임태경 좋아하셨구나.
저두 한때 좋아했는데 올 초인가 청주 공연때 보고는 실망했어요.
말투가 자포자기한듯한...염세주의자가 되었더라구요.
그 안소니처럼 따뜻했던 남자가...

다락방 2018-07-05 11:26   좋아요 0 | URL
저는 너무 좋아해서 콘서트며 뮤지컬 다 찾아다녔는데, 몇해전에 경희대에서 콘서트했을 가서는 실망해서 그 뒤로 관심을 끊었어요. 저도 노래와 노래 사이, 멘트에서 확 실망을 해가지고...

항상 만원씩 스벅카드 충전하는 제 자신이 초라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8-07-05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5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싫어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적에 서로 너무 좋아하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상대를 그리워하고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어간다는 얘기. 그런 한편 내가 정말 너무 좋아해서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성인이 되어 자기 삶을 살다가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과 헤어져도 계속 마음속에 그 사람을 품고 살다가, 결국은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이야기. 내가 싫어하는 이야기와 좋아하는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 만나고 다시 돌아오느냐에 대한 시기적 차이만 있을 뿐 결국은 같다 보여지지만, 그러나 언제 시작되느냐가 나에게는 좋고 싫고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나는 아이었을 때 만난 사람을 '어릴 때 그 소녀' 혹은 '어릴 때 그 오빠' 이런식으로 살면서 내내 가져가다가 애인되고 부부되는 게 너무 싫다. 왜, 그런 거 있잖아. 그 뭐지..제목은 생각 안나는데 청소년기부터 주인집 딸 좋아해서 그 소녀의 보디가드가 되고, 그 소녀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를 위해 삶 전부를 내던지는... 그 조폭 나오고, 변호사 나오고...뭐 아무튼 그런 식. 진짜 너무 싫어 싫어. 소꿉친구 로망도 싫고요..



지난 주에 서점에 가서 책들을 훑어 보다가 이 책을 보게 됐다.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데 트윗에 연재하던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어 소설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책 뒤의 표지를 보니 이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이야기인듯 했다. 이십대 시절 만난 상대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고 그러나 뜻하지 않게 헤어졌다가 거의 이십년이 지나 페이스북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상대에게 무려 '페친'을 신청한다는 게 아닌가. 와- 이건 진짜 딱 내가 좋아할만한 이야기야! 나는 이 책을 사고서는 사두고 읽지 않은 숱한 책 중에 가장 먼저 집어들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 얼마나 할 말이 많아질까, 나는 얼마나 하염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까...



그러나 책의 첫장부터 '어랍쇼?' 하게 되더니 마지막까지 '이게 뭐야' 하면서 기분이 나빠졌다. 저자는 이 책에 분명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를 등장시켜놓고, 그러나 그 여자에게 딱히 어떤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책 소개는 과거의 사랑을 다시 만나 어쩌고 진행되는 걸로 보였는데, 그 과거에 '나 자신보다 사랑한' 여자가 나 자신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어떤 여자도 그 여자만큼은 사랑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하는 것들은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남자는 현재 마흔이 넘었고 그간 방송계에서 꾸준히 일해 경력을 쌓았다. 책의 처음에는 그런 남자에게 접근해 하룻밤을 보내는 여자가 나온다. 연예인으로 크게 되고 싶은 꿈을 가진 그녀는 하룻밤을 보낸 그에게 '내 꿈은 이뤄질까요?' 같은 문자를 보내고. 현재에서 간혹 과거의 여자, 즉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를 회상하면서 지금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와도 딱히 한 건 없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쳐서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게 되었고, 그녀 이후로 그녀만큼 사랑하는 다른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녀와 만나는 동안 그가 한 일이라곤 그녀와 공기도 탁한 러브호텔에 가는 게 전부였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가 인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는, 암흑계 보쓰의 애인인 성매매여성과 친해져서 그녀의 집에서 잠도 자고. 그런 남자가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여자는 동네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 외에는 성매매 여성만이 나온다. 성을 도구로 이용해서 꿈을 이루려고 하거나 돈을 버는 여자들. 그리고 그녀들은 자신의 삶을 딱히 싫어하지 않는다. 싫어하지 않는게 다 뭐야, 어떤 여자는 '나는 지금의 삶이 좋아'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을 쌓아두고는, 그러나 이런 편견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그보다 더 잘 보이는 건, '여자를 대하는데 편견없는 이렇게 힙한 나!' 이다. 완전 자기뽕에 차있어. 



글은 글을 쓴 사람의 사상과 생각을 드러낸다. 그것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해 원래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글에 다 드러나게 되어버리고 만다. 내가 박범신의 [은교]를 졸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박범신의 [은교]에 은교는 없었다. 자아를 가진 은교는 존재하지 않고, '나이 들어가지만 여전히 근육키우고 글도 잘 써서 질투도 받는 멋진 늙은 나'만 있다. 그렇게 자기뽕에 차서 십대 소녀를 성적대상화 시키고만 있는데, 작가는 그 글을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자기 머릿속에 '이렇게 멋진 늙은 나'가 있는데... 문제는 그게 자기 자신에게만 멋지다는 거. 그리고 이 책의 작가 '모에가라' 역시 '이렇게 힙한 나'에 가득 취해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외에는 성을 도구로 하는 여성만 가득 나오는 소설을 쓸 수있나. 게다가 암흑가 조직 보쓰의 '오늘 밤 나랑 잘래?'란 말에 좋다고 씐나하던 여자가 그 보쓰가 경찰에 끌려가자 '성폭행을 당했다'고 뉴스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남자는 어이없어하는 장면. 자기가 웃으며 허락한 그녀를 기억하는데....



그러니까 이 책은 띠지의 광고 <그 시절 연인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나요?>로 사람을 낚아놓고는 사실 그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찝찝해. 

이야기는 그런 게 아니다. 이야기는 분명 힘이 있고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작가가 써내려낸 이 고백식의 글은 이야기랄 수도 없는 자기의 찌질한 삶의 토로인데, 그것은 어디에서도 힘을 얻지 못한다.


얼마전에 호주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나의 이야기>를 시청했다. 해나 개즈비는 그 쇼에서 초반에 웃음을 주다가 마지막에 분노한다. 분노하면서 외친다. "백인남성들이여, 분발하세요!"


나는 이 책의 작가 모에가라와 더불어 숱한 남성들에게 그 외침을 똑같이 들려주고 싶다. 분발하라!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안된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이야기로 내놓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납작하게 두 종류의 여성만 그려내놓고는 뭐 세상 힙한 척 하고 있나. 게다가 작가가 여자를 보는 시선은 '나는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남자야'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이미 상당히 뒤로 쳐져있다. 작가여, 공부하라. 공부해서 좀 바른 의식을 갖자. 자기 자신에게 취해있어서는 안된다. 처음에도 하룻밤 대상이 되는 여자가 나와서 찝찝한데,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이런 거 본 적 없지?' 하고 가슴 보여주는 스트립걸이 나와서 짜증나고, 후반에는 '쵸이스 당했다고 좋아했으면서 성폭행으로 폭로한' 여성이 나온다. 아이고야...그러면서 계속 끈질기게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를 집어 넣는다. 러브호텔 간 얘기, 질투한 얘기 같은 거... 도대체 뭘 보고 나는 이 남자가 그녀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했다'고 알 수 있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다시, '해나 개즈비'는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 역시 그녀의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었고 삶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는 전달될 필요가 없고 쓸데도 없다. 뭐 어쩌라는건지... 그래서 페친 신청해서, 뭐? 



나는 여전히 '파트릭 모디아노'가 [지평]에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서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 마지막 장면은, 결국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내 안에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다. '페르귄트'는 자신의 자리를 너무 늦게 알아서 '솔베이지'에게 육신만 도달하게 된다. 어디서 젊은 시절 좋은 건 낭비하고 껍데기만 솔베이지를 찾아와, 내내 기다리던 솔베이지를 속상하게 했어. 우리는 우리의 제자리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가야해. 어차피 그곳이 제자리라면 얼른 찾아가야지, 괜히 게으름 부려 늦게 도착하면 서로 속상하고 서운하잖아. 그리고 그곳이 제자리라면, 가급적 서운하지 않게 해야 하잖아. 



이렇게 기억되고 이야기되어질 만한 게 이 책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오히려 예쁜 여자 만나면 위축되는 자신만 나오는데, 심지어 그 예쁜 여자는 나를 좋아해?! ㅎㅎㅎㅎ 진짜 ... 할 말 없게 만든다. 자기 이야기에 갇혀서 발전을 모르는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다. 마흔이 넘었는데 어른이 안돼...어른이 못돼... 어른이 되려면 이대로는 안된다. 자기 머릿속 이야기에 갇혀서, 자기 뽕에 취해서 아무리 써대면 뭐하나. 그래봤자 발전없는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일 뿐인데. 분발하라. 공부하라. 공부하고 분발해서 뭔가 좀 기본적인, 인간의 인간에 대한 예의도 좀 장착하고, 입체적인 여자에 대해서도 새기고, 여자에게도 자아가 있다는 걸 좀 알아라. 




수는 시원스러운 눈매와 검고 짧은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인 미녀였다. 그녀는 가냘픈 몸매치고는 풍만한 가슴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타이트한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모델이나 영화배우처럼 생긴 여자를 보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동적으로 마음의 셔터를 내려버리는 성향이 있었다. 왠지 기분이 저절로 위축되며 계속 자리에 앉아있기가 무척이나 거북살스러웠다. ( p.138)



위의 문장에 이 남자의 온갖 못남, 발전하지 못함이 다 들어가있다. 가냘픈 몸매와 풍만한 가슴의 여자, 그 멋진 여자 앞에서 위축되는 자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카를 보는 남자 심리라고 했던가, 여자들에게 무시당했을 때 화장실 몰카를 보며 '저여자들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뭐 이런 식의 대꾸를 본 게 생각났다.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에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기 위해 요강 훔치는 이야기가 나왔었지. 아 짜증나... 이 남자는 가냘픈 몸매 풍만한 가슴의 여자에게 위축되고 그렇다면 못생긴 여자 앞에서는 당당해지는가. 아, 그러고보니 그가 '나 자신보다 사랑한' 여자는 못생겼다는 언급이 두어번쯤 나온다. 진짜 어처구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여자 많이 만나지만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세상 힙한 나. 꺼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싫다.



제자리를 찾는 아름다운 이야기인줄 알고 이 책을 샀는데 이거 뭐 이럼? 여러분, 이 책 읽을 시간에 '해나 개즈비'의 <나의 이야기>를 듣고 보자. 그 편의 여러분의 삶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굳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마흔 넘은 남자의 이야기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

헤어지는 순간에 우리는 안녕이라는 말을 전하기 어렵다. 어딘가에 굵은 글씨로 헤어질 때 써먹기 위해 근사한 말을 준비해둔다고 하더라도 막상 이별해야 할 상대가 눈앞에 있으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p.2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