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친구의 '바로 이순간' 이라는 제목을 보니 '지금 이순간'이 생각났다. 임태경을 좋아했었던 시절, '지금 이순간'을 가장 완벽하게 부르는 건 임태경이라고 생각했었지.. 그 때 그렇게 임태경을 좋아해서 콘서트고 뮤지컬이고 보고 다녔었는데, 요즘에는 임태경이 뭐하고 사는지 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관심과 애정을 지속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단순히 마음이 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애씀이 반드시 필요한 것. 내가 임태경을 한 때 좋아했다가 이제 시들해진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다.
엊그제는 《트와일라잇》의 '벨라'와 '에드워드' 생각이 났다. 한 때, 한때라고 해도 나의 30대..였을텐데, 나는 벨라와 에드워드에게 얼마나 빠져있었던가. 아마도 그것은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주는 신비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고, 에드워드가 너무 멋져서일 수도 있겠고..그 때 나의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트와일라잇을 좋아했어. 내가 얼마나 좋아했냐면, 트와일라잇 극장에서 세 번 보고 DVD 도 샀고, 책은 두 번이나 읽었다. 그 책을.... 젊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를....늑대인간 이야기를...뭐가 좋다고 두 번이나 읽었어...
이건 영화 《더티댄싱》과도 마찬가지인데,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어떤 것을 언제 접하느냐, 그 타이밍의 문제. 나는 더티댄싱을 진짜 너무 좋아해서 그 영화의 OST 가사를 외우고 다녔고, 여러차례 보았고, DVD 도 샀고.. 진짜 내 인생영화라고 말하고 다녔다. 열다섯살, 중학교2학년 때 그 영화를 보았었는데, 그 영화보고는 춤 배우게 해달라고 집에 말했다가 아빠 엄마는 크게 싸웠었지...애가 도대체 저런 영화를 왜 보는거냐고... 하하하하하. 아무튼 그것은 내 인생영화였고, 어느 장면에서 어느 음악이 나오는지 다 알 수 있었고, 주인공의 이름이 '프란시스 하우스만'이라는 것도 풀네임으로 외우고 있었다. 마지막 춤, 그 마지막 춤에서 쟈니가 프란시스 데리고 나와서는 "저에게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준 프란시스 하우스만 양입니다" 이러고 소개하거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어른이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지금' 더티댄싱을 처음 보게되었다면 인생영화로 택도 없고, 유치하다고 했을 거라고. 그런데 나에게 그것은 중학교시절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고, 내 친구들은 나 때문에 몇 번씩이나 같이 보았으며 다같이 미쳐있었다.
트와일라잇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지금 트와일라잇을 읽었다면 내가 재미있게 읽었을지 모르겠다. 영화도 마찬가지..아니, 영화는 지금 봐도 내 흥미를 끌었을거야. 특히나 벨라를 공격하려는 나쁜 뱀파이어들 상대로 컬렌가 뱀파이어들이 으르렁 대던 것은 아아,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장면이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벨라와 에드워드 이야기로 어떻게 네 권씩이나 써냈을까..뭐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았을까...싶다. 아무튼.
내가 엊그제 에드워드와 벨라를 생각한 건, '사랑' 때문이었다. 최근에 친구들의 사랑 때문에 내가 덩달아 가슴아팠었는데, 제삼자가 듣거나 보기에 '대체 왜저럴까'싶은 것들도, 내가 그들이 되어서 '너무' 사랑하면 이해되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그러다보니 벨라는? 내가 벨라라면? 하게된 것.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와일라잇의 내용을 알고 있겠지만, 여자인간 벨라는 남자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인간에게 노화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뱀파이어는 지금 현상태 그대로 몇 천년이고 살 수가 있다. 벨라는 에드워드와 사랑한만큼 계속 함께있고 싶고, 그래서 자신 역시 뱀파이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로 사는 삶을 벨라에게 권할 수가 없다. 벨라를 사랑하지만, 벨라를 '인간이지 않게'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 그러나 벨라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로 뱀파이어가 되기를 원하고, 그렇게 에드워드랑 영원히 젊은 상태로 앞으로 내내 행복하길 원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뱀파이어란 존재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껴왔다. 늑대인간도 그렇고. 나도 뱀파이어였으면 좋겠다고 수도없이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을 때에도 나는 에드워드를 사랑했으므로, 벨라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에드워드'의 옆에 있기 위해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 물론 그것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의미하긴하지만, 그것이 내게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다. 최근에 '너무 사랑한다면'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고 자신의 최대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니까 벨라 역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거다. 그러니까 벨라는 에드워드에 대한 사랑에 확신이 있었던 것.
거기에 나는 의심이 간거다. 벨라는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데, 처음만난 에드워드가 진실한 사랑, 영원한 사랑, 다시 없을 사랑이란 것을 어떻게 확신하고 심지어 그와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을까. 그러다 뱀파이어가 되었는데, 살아보니 '어, 이 놈이 아닌가보네..'라는 생각이 든다면...그러면 자신은 다시 인간이 될 수도 없고 뱀파이어로 계속 살아가면서 떠돌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조금 더, 조금 더 경험한 뒤에 선택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은 거다. 내가 이 나이 되도록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이십대에 만난 사람도 아니고 사십대에 만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과거에 만난 사람과 최근에 만난 사람, 그 사이에 끼인 사람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확신하고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최고로 사랑해, 뱀파이어가 될게' 하는 걸, 스무살도 되기전에 결정할 수 있었을까... 그건 부모님이 안다면 뜯어 말렸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어랏, 나도 꼰대가 되었는가!
했던 것이다.
벨라는 아버지랑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뱀파이어가 되기로 결정하는 것에 아버지의 의견은 없었고, 아버지와 의논하지도 않았다. 벨라는 순전히 자기 생각만을 하고 자기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것. 가족에게 이것은 얼마나 아픈 결정이었을까 싶었는데, 그런데 살다보면 아버지도 시간이 흘러 돌아가실테고, 설사 다른 가족들이 있다해도 그렇지 않은가.. 언젠가는 다들 죽고 사라질텐데... 벨라가 굳이 자신의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는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벨라가 되어보기로 했다. 벨라와 에드워드로 놓지 않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뱀파이어라면? 그러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 나는 뱀파이어쪽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게, 일단 죽음을 두려워해? 그렇다면 불멸의 존재 뱀파이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내가 정말, 내가 '너무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기꺼이 선택하게 될까?
이걸 묻고 묻고 또 물어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대입해도, 나는 단번에 '그럴게!'가 되지 않는 거다. 내가 지금의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가 되는 것, 이걸 내가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거다. 내가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와 같은 존재, 뱀파이어가 되어야 하는걸까? 그걸 단번에 선택할 수 없는 나는 그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걸까? 아니면 그를 믿지 못하는가? 그 사랑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건가? 아니면 나는 그냥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해' 라서 그런건가..
사랑은 내가 세워둔 벽을 부숴버리고 한계를 지워버린다. 그러니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아'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하면서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러니까 벨라도 뱀파이어가 되기를 결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랑하기 때문에, 그 대상에 대한 한계와 벽을 허물고 내가 그간 하지 않았던 것들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 나는 큰 사랑 앞에 어쩌면, 뱀파이어가 되기를 선택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마도, 그럴 수도....
그가 인간인 것이 감사하구나...
이런 글은 왜 썼을까.
아무 의미도 없는 글...
인생..
글이란 무엇인가.......
스벅 카드에 백만원쯤 충전되어 있었으면 좋겠다...자동충전 백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