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손가락 사이로 찾아온 행복















지난 주에 서점에 갔을 때 이 책의 뒷표지를 보았는데 줄거리가 몹시 흥미로웠다. 의상학교 입학에 실패한 여자 '이리스'는 의사 남편과 결혼하여 1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자신의 의상학교 합격증을 가족들이 몰래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그래서 가족들에게 분노하고 의상공부를 시작한다는 거였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당당하게 서는 여성을 상상하게 될텐데, 자신의 꿈을 뒤늦게라도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파리로 갔지만, 그녀가 디자이너로 서기 위해서는, 의상학교의 원장 '마르트'의 힘이 컸다. 아니, 온전히 그녀의 힘이었다. 사교계에 이리스를 소개시키고, 그녀를 자신이 원하는 타입의 여자로 만든 것.


처음이야 당연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또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훨씬 더 쉽게 생활할 수 있겠지만, 너무 전적으로 의탁하게 된달까. 결혼 생활에서는 집에서 얌전히 남편을 기다리고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행복하지 않아도 애를 쓰더니, 일에서는 또 다른 그 분야의 능력있는 사람에게 확 의존하는 거다.자리잡고 돈 벌기 위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거야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도 마르트를 의지하게 되고 '그녀가 없으면 내가 없지' 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서 바람핀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껴 남편을 떠나면서도 가방 싸들고 곧바로 마르트를 찾아가는데, 글쎄... 이 여자가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결혼해서 착실하게 의사의 부인으로만 살아서인지, 어째서 '나 혼자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녀가 의사의 아내였을 때도 남편의 동료의사들의 아내를 만나서는 '그녀들 모두가 유니폼처럼 같은 옷을 입고 있다'고 하는데, 뭐랄까, '의사의 아내들'을 보는 시선이 너무 납작하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전형적인 패턴이라 촌스러웠다. 전형적인 패턴은 또 있는데, 그녀가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 남자를 만나게 되는 데에서도 있다. 이건 다른 의미로도 할 말이 많기는 한데, 그 남자의 등장은 전형적 로맨스 소설의 바로 그것. 잘생기고 돈도 많고 주변에 항상 여자들을 몰고 다니고..그에게로 향하는 내 마음의 이끌림을 어쩌지를 못하겠고..하는게, 대체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소설인가 헷갈리는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이미 남편이 있는 여자라는 것 때문에 그와 더 나아가지를 못하는데,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촌스러웠다.



의사 남편은 항상 일 때문에 바쁘다고 늦고 당직이고 전화통화만 하고...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너는 나보다 니 직장이 더 중요해' 라고 서운해하고.. 어쨌든 흐름이 다 별로인데,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이 여자의 캐릭터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러브, 비하인드》에 보면 여자가 전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장면이 있다. 여자는 전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서 너무 힘들고, 그 이별을 몸으로 겪으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그녀에게도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그녀에게 다가서려고 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싱글인 상황이니 지금의 이 관계로 이 힘든 시간을 벗어나자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남자를 막아서며,


'나는 이혼하는 중이에요'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밝히고, 새로운 상대를 만날 때는 자신이 다 정리되어서 만나고자 했던 것. 나는 이런 캐릭터를 좋아한다. 너가 나에게 설 때는 당당할 것, 나 역시 네 앞에서 온전히 혼자이고 당당할 수 있을 것.



《일곱 번째 파도》의 '에미' 역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아주 마음에 드는 캐릭터인데, 그녀는 자신이 남편이 있다는 것 때문에 레오가 더 다가오지 못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신이 싱글이 되자마자,


"레오~~ 나 이제 싱글이지롱, 너랑 사귀어도 되지롱~'"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데, 마찬가지로 나는 에미가 자신이 혼자가 된 상황을 어떻게든 어필해 지금의 외로움 혹은 혼자인 고독함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상황을 이용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 혼자 당당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 에미가 레오에게 간다면, 에미가 레오와 사귀게 된다면, 그건 나 자체로 온전히 혼자이며 당당할 때 가능해야 한다고, 에미도 나도 생각했던 거다.



내가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 내가 가혹하게 별 두 개만 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 책속의 여자는 남편이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강하게 이끌리는 남자에게 '안된다'고 말하고 그를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편에게 정나미가 떨어지고 사실은 남편하고 벌써 헤어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편으로부터 벗어나서는, 그 길로 자신을 직업적 성공으로 이끌어주었던 마르트에게로 달려가는 거다. 나는 그녀가 남편 곁을 떠날 때,


'설마 마르트한테 받아달라고 가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그렇게 해버렸어. 게다가 마르트랑도 안좋아지자 나는 또 불안한 마음에 휩싸인다. '설마 자기 좋다고 했던 그 총각에게로 달려가는 건 아니겠지' 하고. 그랬는데 그 총각에게로 바로 달려가...



이리스, 당신은 잠시도 혼자 있을 수는 없는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라면, 그리고 나였다면,

남편을 떠났을 때 그 즉시 혼자 하는 걸 택했을 것이다. 나 혼자서 어떻게든 다시 내 일을 시작하려고 하고 남편이 없는 싱글인 생활에 적응하면서 외로움과 고독으로부터 단단해지는 것. 그 후라면, 이제 어느정도 내가 단단해진 것 같다면, 그 때 내 열정을 불살랐던 가브리엘에게 문자한통 넣을 수 있었겠지.


<잘 지내나요?>


라고. 그래서 그로부터 연락이 와,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 물었을 때, 응, 나는 남편하고 헤어졌고 일을 구했고, 그래서 이렇게 돈 벌면서 잘 살고 있어. 요즘 내 삶의 낙은 혼자서 하루를 되돌아보며 술 한 잔 마시는거야, 하고 온전히 내가 나임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말했겠지.


내가 가장 혼란스러웠던 때 너에게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 시간이 좀 흘렀지만, 당신을 정말 사랑했어.



라고.



물론 누군가와 헤어진 상실의 아픔을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만약 헤어진 상대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 채워짐은 순간이고 새로 생겨난 사랑도 공허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새로 나타난 사랑이 사랑인지 아닌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나는 일단 온전히 혼자일 필요가 있다. 지금 사랑한다고 생각햇던 사람에게 '이건 사랑이 아니었어', '배신감 느꼈어' 하고는 쪼르르 달려가서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한다는 것이 나는 좀..


물론 이리스는 여태 혼자였던 적이 없으니, 앞으로 혼자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살아오던대로 살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내가 이 모든걸 깨닫기 위해서 나에게도 시련과 실연과 실패와 잘못이 있지 않았나. 어쩌면 이리스가 깨닫기 위해서도 아픔이 동반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리스의 나이는 고작 서른이고(서른 하나였나), 나 역시 잘못 시작한 관계 때문에 후회하는 아픔을 삼십대 후반에도 경험했었다면, 이제 서른인 이리스의 캐릭터를 마냥 욕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그러나 내가 마냥 이해하기에도 확실히 비호감 캐릭터이긴 하다. 그러니까 이리스는 '나를 위해' 사는 삶 자체를 아예 상상도 못하는 사람인건가. 마르트를 떠나 남편에게로 갈 때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인 거다.



한동안 샤워기 아래 서 있었다. 내 삶이 또 다른 곡절을 겪기까지는 채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과거의 삶으로 나를 되돌려놓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었다. 다시 피에르를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더는 마르트를 위해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가브리엘에게도 의미 없는 존재가 될 터였다. (p.240)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꿈꿨을 때, 그것이 나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서로 함께일 때 성장하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함께라면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를 위해 사는 삶'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행복'을 위한 것이었고, 그것이 '그에게도 행복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만약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을 산다면, 아마도 그것은 내 조카들을 향한 것일테다. 의지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니 내가 조카들을 위해 사는 삶을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동등한 연인 관계라면 '너를 위해 살아'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 이리스는 이 놈을 위한 거 아니면 저 여자를 위한 거 아니면 다른 남자를 위해서 사는 것만이 삶을 바꾸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나랑 다른 사람이라서(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누군가를 '위해서' 사는 삶이 삶의 형태라고 생각한걸까?



이리스가 새로이 사랑에 빠진 남자, 있는 줄도 몰랐던 열정을 모두 끌어내는 남자 '가브리엘'과 함께 케밥을 먹는 장면을 보자.



그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부스러기 하나라도 남기지 않으려고 손가락까지 빨아가며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내가 직접 케밥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p.208)



그래, 나도 이거 뭔지 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랑 함께 있을 때 밥을 맛있게 먹고 잘 먹고 그러면 너무나 기분이 좋지. 헤죽헤죽 웃게되고 그것이 사랑이지, 그런데.



마치 어린아이를 데리고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다 못먹고 내려놓자 가브리엘은 내가 남긴 것까지 먹이치웠다. 다 먹고서는 트림까지 했다. 그 모습이 웃겼다. (p.208)



음...나는 일단 내가 함께 밥 먹고 술마시는 남자로부터 어린아이 같은 거 별로 느끼고 싶지 않고요...(성인 남자를 원합니다), 내가 남긴 것까지 먹어치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다 먹고서는 트림까지 내 앞에서 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웃길 것 같지도 않아. 그러니까 너무 사랑해서..그런건가? 똥싸면 똥도 이뻐보이는 거??



그녀는 '내가 먹고 싶은 건 내가 알아' 라면서 케밥에 양파넣고 화이트 소스 넣어달라 말하는데, 어떤 케밥을 먹고 싶은지 외에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게 없는것 같다. 뭐, 앞으로 달라질 수는 있을 거라고 보여진다. 그녀를 믿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남자랑 함께할테니까. 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혼자 당당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내가 그런 캐릭터를 안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뭐랄까, 촌스럽고 너무 전형적이고.. 특히나 홀딱 빠져들만한 남자에 대해 설명하고 그가 그녀를 유혹할 때도 너무... 아니 그런데, 뭐 음.. 어쨌든 그랬는데, 그런데 그녀가 설명하는 그에 대한 감정의 이끌림, 감정의 폭풍! 그 격렬함만은 내가 또 뭔지 진짜 완전 넘나 잘 알고 있는 것이야...



미친 듯이 가브리엘이 그리웠다. 정말 놀랍게도 그날 그렇게 헤어진 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나를 피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두렵기까지 했다. 그가 내 삶에서 완전히 떠나버린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불도저처럼 내 삶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p.191)




'그는 마치 불도저처럼 내 삶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울고싶다 진짜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러분 이거 몬주 알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완전 알아 완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 우리 이제 다같이 울자. 펑펑 울자. 엉엉 울자.




그러니까 내 삶에 저렇게, 정확히 저렇게,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온 자식이 있었어... 내가 살면서 그런 폭풍을 처음 만나가지고 너무..진짜 멘탈이 나가버렸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나면, 그 남자를 처음 만나고 한동안 정신이 나가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얘기했던 거다. 야, 나 어떡하냐, 이런 일이 있었다, 하고..... 한동안 내가 지상에 발을 디딘건지 내가 어디 지옥불에 들어와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극락에 와있는지를 모르겠는 거라. 나 역시 그를 이제 만나지 않는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이리스가 그러했듯이, 그렇다고 내 마음을 끌리는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건 안되는 것이었어. 안돼, 이건 안된다, 이건 나를 너무 잃는다, 내가 내가 아닌게 된다....

나는 만나는 여자친구들에게마다, 살면서 이런 남자는 한 번쯤 만나봐야 된다고 열변을 토하고 다녔더랬다. 이 남자랑 어떻게 될 수도 없을거고, 아마도 이런 폭풍은 또 겪게 되진 않겠지만, 내가 지금 너무나 힘들지만, 그런데 이 폭풍 여자들이 한 번씩 다 겪어봤으면 좋겠어...라고 하고 다녔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면, '이렇게 끌리게 내버려두면 안된다' 내가 나를 타일렀고, 그러니 내적갈등이 얼마나 오졌겠는가. 혼자서 그냥 눈물 줄줄 흘리고 그랬던 거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 만나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여라도 그걸 입밖에 내면 그가 정말 그만 만나자고 할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고, 그에게 전혀, 내가 그에게 끌린다는 것을 전혀 티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꼿꼿하게 내 상태를 지키려고 하다보니,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해야 하고..그러니 내 영혼은 찢길대로 찢기고 탈탈 털려서, 강한 이끌림으로 사랑을 하면서 지독하게 괴로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이 미친 남자가 ㅠㅠ 나 만날 때마다 자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도저처럼 돌진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좀 얌전하게 가만있으면 되잖아? 근데 그러지를 못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자꾸 불도저처렴 돌진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 나는 고스란히 사고를 당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피하지를 못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데 머릿속에서 '피해, 다쳐' 이러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가까스로 억지로 피하려고 노력하니까 또 겁나게 힘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결국 그는 나에게 그만두자고 했었더랬다.



나는 불도저처럼 돌진하고 너는 피하려 애를 쓰고



이런 상황을 자기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야 그러면 어떡하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거 받아들이면 피를 철철 내면서 쓰러질텐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든 막아야지. 그는 불도저인데, 나는 그저 손으로 막을 뿐이야..힘이 없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러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저 때의 이리스에 나는 온전히 이입했다. 책을 읽는 내내 튕겨져 나갔었다가 저때만 갑자기 샤라라랑~ 하고 내 영혼이 그녀의 육체로 들어가서 그녀의 영혼이 되어 내적갈등을 같이 시작한 것이었다. 아아...




"따라와요."

우리는 방향을 바꿔 로열 케밥이라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게 완벽했다. 살짝 의심스러우면서도 어떻게 형언할 수 없는 구운 양고기 냄새, 빛바랜 포스터, 이름 모를 시골 마을 사진 위에 달린 꽃 장식 조명, 낡은 포마이카 테이블, 적어도 이틀은 뜬 눈으로 지새운 것 같은 눈빛으로 흥청거리는 사람들, 축구 채널에 고정된 텔레비전까지. 그런 곳에 가브리엘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가브리엘은 가게 주인과 서로 가볍게 포옹까지 나누는 걸로 보아 단골인 것 같았다. 주인은 가브리엘과 같이 온 나를 발견하더니 그에게는 윙크를 하고 내게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가브리엘은 뒤로 돌아 나를 보며 물었다.

"여기 괜찮아요?"

"진짜 좋아요. 정말로요." (p.206)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한 장면이다. 내가 좋아한 장면이 이리스와 가브리엘이 드디어!! 섹스를 하는 장면이 아니라, 이렇게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으러 간 곳이 케밥식당이었다는 게, 나도 참 신기한데,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둘이 처음으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케밥 식당에 가 함께 저녁을 먹게된 것. 식당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랄까, 정말 내 눈앞에 있는 오래된 식당인 것 같고, 거기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나는 잔뜩 흥분이 되는 거다. 아마 저 상황에 나였다면, 나 역시 '정말 좋다'고 말했을 것이고, 앉아서 케밥을 먹는 내내 행복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 너무 좋아, 아 행복해, 좋은 시간이다, 라고 몇 번이나 입밖으로 말했을 것이다. 나는 좋은 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그 감정을 숨긴다는 걸 참을 수 없어하는 사람이니까.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면전에서 비웃어줄 수 있을 정도였다.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다만, 그 사랑의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피에르를 향한 마음은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사랑이었다. 가브리엘을 향한 마음은 폭발적이고 아슬아슬하며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의 입술은 피에르처럼 안도감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감촉을 느낀 것만으로도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내 온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p.248)



일단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거짓이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순 없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면, 어느 한 쪽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둘 다에게서 부족한 것들을 서로 보충할 뿐인거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다른 것이 침투할 여지가 없어... 그러나 상대에게 어떤 것이 부족해서 나를 온전히 채워주지 못한다면, 그건 얘기가 다르다. 그걸 채우기 위한 다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법.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온전히 나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친구도 필요하고 저 친구도 필요하고, 이리스의 경우에는 남편도 있고 사랑하는 남자가 또 따로 있는 거다. 그러나 이리스 조차도 나중에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건그렇고,



이리스가 말하는 것처럼 저렇게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사랑'과 '폭발적인 미지의 영역'의 사랑은 다르다. 아마도 대부분의 연애나 결혼은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사랑의 편을 들어주겠지. 나 역시 그러하고. 그러나 나는 폭발적인 끌림의 손을 들어주는 쪽이다. 사랑이나 설레임이 가져오는 긴장을 내가 몹시 괴로워하면서 좋아해. 변태같은 면이 있어.. .내가 이거 너무 힘들어서 대부분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걸 택했었는데, 그게 나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도 않고,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연애를 하면 자꾸 폭발적인 걸 그리워해... 아아, 나는 안되는구나... 나는 언제고 어떤 상황에 있든간에, 폭발적인 미지의 영역이 불러내면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할 사람이야....이것이 내가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한데, 그러나 나는 또 놀라운 경험을 하게된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폭발적인 미지의 영역이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것과 동시에 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만하자..

너무 많은 얘기가 과거를 소환해내고........

그러면 나 또 운다........

그만하자.

더 하면 나는 두시간동안 울어야 돼...



자, 다시 이리스 얘기로 돌아가자. 이리스는 가브리엘에게 끌리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남편의 옆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가브리엘을 떠난다.



가브리엘 ……. 그에 대한 기억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사라져갔다. 마치 그를 안 적도, 그가 내 삶의 일부를 차지한 적도 없던 것만 같았다. 드물게 혼자 시내로 산책을 나왔다가 오 소바주 향수를 뿌린 남자라도 마주치게 되면 가브리엘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코를 킁킁거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순간을 머릿속에 떠올린 게 벌써 수백 번도 넘었다. 그리고 결론은 언제나 하나였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p.254)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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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고,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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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7-0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글 우아 이 글....진짜 다락방님은 대단하셔요

다락방 2018-07-05 15:26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카알벨루치 2018-07-05 15:48   좋아요 0 | URL
첫째, 글이 너무 길어 숨고르고 읽었다는 것
둘째, 다락방님 넘 솔직outspoken 하셔서 ㅋ
셋째, 글에 열정이 느껴져서
넷째, 노을의 “붙잡고도” 란 곡을 생각했는데 엥 젤 밑에 노래가 삽입되어 있네요 신기방기 ㅋ
다섯째, 제가 북플한지 얼마 안되는데 첨엔 남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성이라는 반전, 그중에 다락방님도 첨엔 남자인 줄! ㅋㅋㅋㅋ
여섯째, 글을 참 잼나게 찰지게 쓰셔요 👍

다락방 2018-07-05 17:3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이 댓글의 결론은,
카알벨루치님도 여자, 다락방도 여자..란 것이지요? ㅎㅎ

오늘 하루종일 <붙잡고도> 흥얼거리면서 다니고 있어요.

제 글이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그것은 솔직한 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후훗.
저는 글 쓰는 거 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글을 쓰는 첫번째 목적은 저 좋으라고 쓰는 거랍니다. 글을 쓰면서 정리되는 게 아주 많아요. 다다다닥 글을 쓰고나면 한결 후련해지곤 한답니다. 아마도 그래서 열정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재미있다고 소문난 다락방의 책은 읽어 보셨습니까? 두 권이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와, [잘 지내나요?] 가 그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알 홍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8-07-0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앞으로 불도저만 보면 다락방 님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불도저불도저불도저불도저불도전불도저불도저불도저다락방.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7-05 17: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불도저 다락방이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7-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책에 대한 백자평을 보고... 아 이 책은 패스. 했는데,
이렇게 길고, 재미난 평을 남기다니... 반칙입니다.
오늘 반복하신 두 구절이 머리에 퐉 박히네요.

˝불도저˝
˝가브리엘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다락방 2018-07-09 09:35   좋아요 0 | URL
불도저...
저에게 너무나 많은 기억을 불러오는 단어인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불도저 처럼 밀고 들어오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가슴은 찢어지게 아플지라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