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이나 어학 연수의 경험이 전무한 내게는 '외국인 친구'가 없다. 단 한 명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친구도 애인도 잘만 사귀던데, 나에게는 그런 일도 없었다. 그러나 외국에 사는 친구들은 있다. 나를 알기 전에 이미 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친구들이거나 나를 알고난 후에 거주기를 옮긴 친구들. 그들은 저 멀리, 미국에 두 명이 있고 호주에 한 명이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이 아닌 그 먼 나라에 가 살기로 한 이유를 나는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나는 그들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먼 거리에 있는 만큼 자주 만나지도 않고 또 먼 거리에 있다고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지만, 그러나 내 애정의 리스트에 그 친구들은 올라 있다. 내게 몇 명의 남자사람 친구가 있는데 두 명이 그렇게 외국에 있고, 그리고 4개국어 이상을 하는 나의 여자사람 친구가 그 먼 곳에 있다.


오늘은 그중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보내준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과 커피를 놓아두고 찍은 사진이었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일요일을 보내고 있노라고 친구는 내게 감사인사를 전해왔다. 마침 엊그제는 내가 보내준 <초급한국어>를 단숨에 읽었노라 덧붙였다. 읽을까 하다가 남자 작가라 넘긴 책이었는데 아주 좋았노라고, 다시 읽어볼거라고 친구는 얘기하고 있엇다. 아마도 내가 보내준 책이 아니었다면 친구는 끝까지 그 책을 읽을 생각을 안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가 미국에 정착하고 난 뒤로 나는 꾸준히 책을 보내줬고 이제 친구의 방 책장에 다락방 이란 이름으로 한 칸이 따로 마련될 만큼 내가 보낸 책들이 쌓이고 있으며, 그 책들 모두 친구에게 좋았던 터다. 그 신뢰로 친구는 초급 한국어를 읽었고 아주 좋아했더랬다. 나는, 그걸 알고 친구에게 보낼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으니까. 내가 그 책을 읽고 좋았으니까.



'정혜원'의 <나의 독일어 나이>를 읽었다.
















읽기전부터 제목과 표지에서 주는 느낌이 좋을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는데,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작가소개를 보고 나는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다. 무엇때문에, 어떻게 그녀는 거기로 가 살게 되었는가, 하는 것.

작가 소개에는 이렇게 써있다.



<2018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 베를린으로 갔습니다. 독일어를 모른 채 모르는 사람들과 사물, 사건의 사연을 상상하며 베를린에서 1년 넘게 지냈습니다. 2020년부터 독일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를 배우듯 도시를 새롭게 알아가며 여전히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작가소개 중에서



회사를 그만두는 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그만둔 적이 있다. 그러나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 베를린으로 가는 건 드문 일이 아닌가. 왜, 어떻게, 그녀는 베를린으로 가게 되었을까. 무엇이, 어떤 일이 그녀를 베를린으로 이끌었을까. 만약 별자리나 사주를 본다면, '네 인생의 이 시점에 유럽으로 가게 될 것이다' 같은게 쓰여져 있는걸까? 무엇보다 독일어를 알기 때문에 독일로 간 게 아니라, 일단 간 후에 그 나라 말을 익히고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용기 아닌가. 



내 삶은 지극히 평범하다. 초,중,고,대학교를 거쳐서 회사에 들어와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아픔이나 극한 행복이 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특별함은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극히 남들처럼 살고 있다고 할까. 그러니까 내게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 베를린으로 갔다'는 것은 아주아주 특별해 보인다. 엄청난 결심으로 보이고, 인생의 축을 바꾸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걸로 여겨진다.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내게 그런 일이 있었나? 


물론, 나 역시 내가 바라보는 방향이 있다. 나는 인간이라면 무릇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방향이 있다면, 그러니까 저기 앞에 어떤 목적지가 놓여있다면, 이리저리 흔들려도 결국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데 독일로 간다는 것, 그러니까 그것이 꼭 독일은 아니어도, 내가 아직 언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살아가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그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는 일이 아닌가. 정혜원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을까? 정혜원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 태어난 곳이 아닌 완전히 다른 환경속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의 독일어 나이는 아주 짧은 에세이고 그것이 아주 커다란 흠이었는데, 그런데 이 짧은 에세이의 더 짧은 작가소개를 읽고 계속 그 생각이 난다. 어떻게, 살아갈 환경을 바꾸고 싶어서 독일로 갈 수 있었을까? 그것은 오랜 시간 그녀의 꿈이었을까? 그녀가 정해둔 인생의 어느 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간 걸까? 아니면 아예 운이 바뀌어버린 걸까? 운명의 전환 같은 것이 일어난걸까? 왜 어떤 사람에겐 그런 선택이, 그런 결정이, 그런 방향 전환이 일어나는걸까? 나는 자꾸, 거듭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일요일 밤은 가고 있다. 잘도 가고 있구먼.

하긴, 일요일이 언제 내 사정 따위 봐준 적 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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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09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초급한국어> 땡기네요. ㅎ 이 책도 좀 궁금하구요. 다부장 님 아니면 궁금도 안 했을 책들-

저도 집사2하고 이 어처구니 없는 나라 떠서 다른 나라에서 살 궁리 안 하는 건 아닌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그래서 이 삶의 터전을 아예 바꿔버린 사람들의 그 용기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부장님의 베트남행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3-07-10 08:59   좋아요 2 | URL
<초급 한국어> 좋았어요. 막 별 다섯 좋은건 아니고 별 넷 좋았어요. 한국 남자 작가들 꼴보기 싫은데, 그런데 초급 한국어는 달랐습니다.

저는 언제고 낯선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고 생각한 적은 수차례이지만, 그것이 그곳에서 죽을때까지 사는 걸 의미하진 않았어요.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에 대해 생각했고 또 아예 이곳에 발을 끊는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다니러 가고 다니러 오는 그런 삶을 생각했어요. 아마도 저는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베트남에 정착하면 연락할게요. 꼭 오셔야 하는겁니다!! ㅎㅎ

잠자냥 2023-07-09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니….?


그래 자라… 6시 20분까지 출근하잖니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10 08:59   좋아요 1 | URL
이거 자주 해야겠어요. 일요일 밤마다.

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10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록비 2023-07-10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친구에게 책을 보내 주시다니 무한감동이네요 ㅠㅠㅠㅠ 저는 미국생활 xx년 동안 가족이나 친구에게 책 한 권 받아본 적이 없네요 ㅠㅠㅠ

다락방 2023-07-10 09:01   좋아요 1 | URL
오, 초록비 님도 미국생활을 오래 하셨군요! 저는 친구가 캐나다에 머물 때 캐나다로 책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ㅎㅎ
먼 곳에 있는 친구에게 책을 보내는 일을, 제가 좋아합니다. 후훗.
초록비 님, 다시 외국에 가시게 된다면 말씀하세요. 제가 책 한 권쯤은 얼마든지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초록비 2023-07-1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 복받으셨네요! 다락방님도 복받으실 거예요. 외국에서 받아보는 한국어책 한 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7-11 14:00   좋아요 1 | URL
그래서 친구도 보내주는대로 바로바로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제가 보내준 책이 친구에게도 좋게 읽히고 또 그 시간을 즐거워하니 보내는 자로서의 보람도 아주 큽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3-07-1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해요. 어떤 도시든 여행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구요.
다만 한국에서 살면서 지칠 때는 좀 있어서 그럴 때는 진짜 어디 뜨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내려놓게 됩니다. 언어는 힘들겠지만 그곳에서 정착해야 한다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곳에 사는 이유와 계기가 중요할텐데 그 책에는 그 이유가 안 담겨 있나보네요. 그게 저도 궁금한데요ㅎㅎㅎ

다락방 2023-07-11 13:59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어릴 때부터 뉴욕에 살고 싶었는데요. 뉴욕에 여행다녀오고나니 그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그건 뉴욕이 더이상 매력없는 도시라거나 해서가 아니라, 물가를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어요. 제가 지금 간다면 외국인 노동자에 이민자가 될텐데 그렇다면 고액 연봉자는 당연히 될 수 없을 것이고, 근근이 먹고 사는 정도로는 굳이 뉴욕에 살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살아보고 싶었던 곳은 뉴욕이었는데 그 꿈은 접었습니다.

그렇지만 여행하다 아름다운 도시를 거니노라면, 여기에 살아보면 어떨까, 좋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그러나 그렇게 상상하는 순간에도 거기에서 오래오래를 꿈꾸진 않았던 것 같아요. 좀 지내다가 어쨌든 다시 내가 태어난 한국으로 …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도 대한민국에 짱박히지 않을까 하는데 말입니다. 하하하하.

저자는 독일에서 살아보기를 결정하기 전에 독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더라고요. 아예 모르는 곳으로 간 게 아니라 분위기를 알고 간 것이긴 합니다. 아, 쓰다보니 저도 어딘가로 가고 싶네요. 훌쩍!!
 
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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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제약회사의 백신에 대한 유착관계와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고발까지 의미있는데, 여자 형사 캐릭터 심하게 성역할 씌워놨고 무엇보다 2016년 작품임을 감안한다해도, 자궁경부암이 왜, 어떻게 옮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이 소녀들만의 것으로 만든 것은 심하게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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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일어 나이 - 베를린에서, 그날의 생활
정혜원 지음 / 자구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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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글쓴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또 잘 드러나기 때문에 읽고나서 좋을 일이 많지 않은데, <나의 독일어 나이>는 처음부터 좋았다. 글쓴이는 갑자기 훅- 외국으로 가고, 암장을 가 등반을 하고, 요리를 하는등 활력있는 삶을 살면서도 글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우아하다. 다만, 분량이 짧은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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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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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의 갱생을 믿고 처벌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인가, 피해자를 생각해서라면 그들에게 벌을 내리고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 쪽도 저 쪽도 다 수긍할만하지만, 소년범이 어떤 어른이 될지는 사실 그 제도가 아니라 그 아이 자신이 결정하는 몫인것 같다. 인생, 다 부질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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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3-07-0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모르겠지만 소년범의 갱생.. 가능할지 짝꿍이랑도 한 번 토론한 적 있는데 짝꿍은 한 번이라면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저는 범죄의 종류에 따라 기회를 다르게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폭력성 있는 범죄라면 갱생이 어렵다, 이랬는데 개인에게 달려있으려나요.. 사회는 어디까지 갱생을 지원해줄 수 있을까요.

다락방 2023-07-09 21:59   좋아요 1 | URL
저도 오락가락 하거든요. 당연히 아이들이니까 기회를 줘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지만, 또 피해를 입은 사람을 생각하면 그 갱생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싶고요. 그리고 소설 속에서도 같은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 중에 누군가는 후회하고 자책하며 늦게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어하지만 어떤 아이는 전혀 갱생하지 못해요. 그런 점에서 보면 기회를 주느냐 안주느냐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얘기해도 그 다음에 닥쳐오는 그 모든 선택과 결정은 그 아이들의 몫이 아닌가 싶고요. 그런데 아이들 어리니까 옆에서 어른이 도와줘야 되는데, 싶으면서도 도와준다고 해서 그렇다면 정말 갱생으로 가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도 뚜렷하게 입장 정리가 안되네요. 사회가 지원해준다 해서 꼭 갱생이 되는 건 아니고 말이지요. 어려운데, 그래서 또 인생은 다 뭔가 싶고 그래요.
 



이게 몇살 관람가였더라. 아무튼 로맨스 코메디라고 되어 있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다.

일단, 여주인공 '제이네프의 나이가 49세라고 나오는데 좀 더 들어 보인다, 날씬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다. 게다가 이미 유자녀 기혼 여성이며 친정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데, 친정 엄마의 장례식날, 남편은 일단 일 좀 하고 오겠다고 출근을 해버리고, 자신의 추도사를 대신 읽어주기로 해놓고서는 그 추도문을 갖고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는다. 당황하고 어이없던 제이네프가 남편이 일하는 레스토랑에 찾아가니 그는 새로 온 젊은 여성셰프를 보며 활짝 웃고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간 제이네프의 삶은 딱히 즐겁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십대의 딸과는 언제부턴가 관계가 틀어졌고, 친정 아버지는 늘 불평불만 투성이며, 남편과의 관계도 엉망진창, 게다가 가족 모두가 자신을 무시한다. 그런 차에 윗집에 사는 변호사가 돌아가신 엄마가 제이네프 앞으로 남긴게 있다며 서류봉투를 준다. 거기엔 엄마가, 순수하게 엄마의 돈으로 크로아티아에 집을 샀다는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그 사실만 알고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장례식날 빡이 올라올대로 올라온 제이네프는, 충동적으로 차를 끌고 크로아티아로 간다. 나는 당연히 크로아티아로 가기 위해서는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저렇게 충동적으로 가면 안되는거 아닌가, 가방에 늘 여권이 있지 않을텐데, 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는데, 우리의 제이네프 그냥 운전해서 가는 부분. 제이네프가 사는 곳은 독일인데 그러니까 독일에서 크로아티아는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다.


네?


좋은데??


운전시간 길기는 했지만 어쨋든 힘든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엄마가 매매했다는 집에 도착한다. 그곳은 도심이 아니라 저기, 바다가 보이는 전망좋은 한적한 집이었고, 그런데 거기에는 이미 그 집에 살고 있는 성인 남자가 있었다. 그런 성인 남자는 왜 주인공과 나이대가 비슷한것인가. 나는 독일판 혹은 크로아티아판 <풀하우스> 보는줄 알았네. 아주 오래전에 만화 풀하우스 볼 때, 남주 라이더가 여주 엘리의 집에 살고 있었고, 그래서 엘리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 것을 찾는게 당신것을 빼앗는게 되어버렸네' 라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여하튼, 그래서 졸지에 그 남자는 밖에 텐트 치고 살게 되는데, 이 남자, 그 지역에서 잡화점이며 술집이며 레스토랑이며 일 안하는 데가 없다. 게다가 평판도 좋아. 제이네프와는 서로 으르렁대지만 마을의 평판 좋은 남자인 것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그런 남자 … 이런 남자로는 누가 있나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남자가 없네. 그러나 모두에게 평판 좋은 여자 사람은 내가 잘 알고 있다. 그건 바로,


다락방 …



각설하고,

제이네프는 이 전망 좋은 집을 팔아 에어비앤비 하고 싶어하고 평판 좋은 남자 '요시프'는 그건 안될말이라고 하고 뭐 그러다가 둘 사이에 샤라라랑 로맨스가 싹터버리는 것이다. 로맨스가 싹트니까 이 둘이 섹스를 하게 되는데, ㅋㅋㅋㅋㅋ, 섹스 하기 전에 서로 고백타임.


"난 30년간 한 남자랑만 섹스했어요." 라고 여자가 말하자,


"난 20년 전에 섹스하고 안해봤어요." 라고 남자가 말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느 부분에서는 남일 같지 않은 섹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섹스란 무엇인가. 하여튼 이 요시프 라는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없고 남자에게도 관심없고 사랑을 믿지 않던 남자이며 염소랑 같이 살고 있어서, 마을에서는 염소랑 섹스하는 변태인줄 안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간과의 섹스를 즐기는 남자사람이다. 아니, 즐긴건 아닌가, 20년간 안했으니. 


20년.

금방이다.

후딱 간다.

20년.



(잠시 침묵)



아니 근데 제이네프가 결국 남편이 젊은 셰프랑 사랑에 빠져다는 거 알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힘들어하다가 크로아티아의 집 벽에 햇빛이 들어오도록 벽을 막 부순단말야? 그때 부동산업자 찾아왔다가 '핫' 이라고 섹시하다고 그녀한테 뻑가가지고 그녀 따라다니다가 키스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남자가 나이 25세라는 거다. 세상에!! 역시 그렇게 안보이는데요. 더 들어 보였습니다. 아무튼 크로아티아 풍경 좋아가지고 나도 크로아티아 갈까 싶었지만, 우리 엄마는 크로아티아에 집을 안사놨어요. 엄마 …?


그동안 봤던 로맨스 영화 중에 가장 현실적인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 코르셋을 입었지만 살을 숨길 수 없고 이제 곧 오십을 앞두고 있다니. 껄껄. 다 나랑 비슷한데 코르셋 입는 거만 나랑 안비슷하네. 난 안입음. ㅋㅋ 살을 숨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거 숨긴다고 없는게 아니잖아? 코르셋으로 꽉 누르고 압박해도 그거 내 살인데, 그거 벗는 순간 후루룩 하는 살들, 그거 다 내껀데 뭘 숨기고 자시고 하냐. 여하튼 중간에 제이네프도 답답해서 숨 막힌다고 하고 그래서 남자가 벗겨주고 태우는 장면도 나온다 ㅋㅋ 뭐 여하튼 ㅋㅋ 49세의 배 나온 여자사람에게도 25세의 남자가 매력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삶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물론, 제이네프가 선택한 남자는 25세의 남자가 아니라 배나온 아저씨지만.


아니 근데 배 나온 중년 여자랑 배 나온 중년 남자가 섹스를 했는데, 이게 섹스를 튼 사람들은 그 다음에 홀랑홀랑 벗고 돌아다니고 그러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래, 내가 그건 알겠어. 알겠는데, 그렇다고 홀라당 벗고 요리하고 홀라당 벗고 밥 먹기까지 할 일인가? 요건 좀 불편하지 않나요? 뭐, 그렇습니다. 아무튼지간에 크로아티아에 집 없어서 초큼 서운하다 … 



재미있게 봤다.ㅋㅋ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여자가 술에 취해가지고 집에 가야되는데 너무 취해서 길바닥에 드러누워 버린거야. 그걸 지나가던 요시프가 발견하고 자기 차였나 뭐였지 아무튼 태울려고 했는데 여자가 너무 취해서 몸이 잘 안가눠지는거야. 그래서 남자가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하다가, 결국 그 여자를 들쳐 메고 집을 향해 간단 말이야? 내가 아이고야, 아무리 저 남자가 초큼 덩치가 있어도, 저 여자 메고 가는 길은 정말 험난할텐데, 무거울텐데, 아아, 저거저거 … 하고 불안했는데, 그 여자 간신히 여자 침대에 떨어뜨려 놓고서는 '아 허리 나갈 뻔했네 아이고야'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현실성 쩐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허리만큼 다른 사람의 허리도 소중하기에 나는 그렇게 들춰메고 가도 되지 않을만큼, 내 두다리로 걸을만큼만 술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쫄지마. (응? 누구한테 하는말?)



재미있게 봤다. ㅋㅋ 저 장면에서는 웃었음 ㅋㅋㅋ

아니 그런데 아까 잠깐 언급했지만, 염소 변태… 인간의 삶은 어떤식으로는 연결되고 연결되고 연결되는걸까.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읽기가 두려워 그동안 읽지 않았던 책인데 선물 받았다. 초큼 두렵다. 아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는데, 이 책 읽으면서 내가 상처를 겁나 받을 것 같은 이 느낌적 느낌, 뭐쥬?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를 선물 받았는데, 보고 있던 영화에선 염소 변태 등장한 부분. 아 물론 정말 염소변태는 아니었고.



오늘 아침 출근에 오전 일할 준비를 하고, 주문 들어온 알라딘 중고를 택배 보내러 편의점에 잠깐 다녀왔는데, 다녀온 사이 내 책상에 동료가 간식을 놓아두고 갔다. 이런 일은 좋은 일. 그래서 남이 준 책과 남이 준 간식들을 놓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껄껄껄껄.


49세가 되면 크로아티아에 좀 가봐야겠다. 그 전에 가도 되고.



49세로 나오는 여주인공 제이네프. 실제는 1960년 생이라고 한다.



나이가 나오지 않는 남주 요시프는 실제로 1980년 생이란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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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06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하 성스러운 변태 아니 ㅋㅋㅋㅋㅋ 동물성애자 누가 과감히 선물했대요?! ㅋㅋㅋㅋㅋ 염소랑 엮은 거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

암튼 다행입니다. 30년 동안 한 사람하고만 한 것도 아니고 20년 동안 안 한 것도 아니라서….. ㅋㅋㅋ 다락방아 20년 금방 간다!

다락방 2023-07-06 09:12   좋아요 3 | URL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읽을 생각에 몹시 떨립니다. 으.. 읽고 싶은데 읽기 싫어요. 딱 그런 마음. 두려워요. 아하하하.

맞아요, 잠자냥 님. 20년 금방입니다.
그래서 제가 일전에 페이퍼에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올해 안에 ‘독자들이여, 나는 그와 잤다‘ 이거 한다고요. 딱 기다리고 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7-06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재밌어 보여요!
디즈니에서 넷플릭스로 빨리 돌아가야겠네요 ㅋㅋㅋ
읽고 싶은 마음이 이기길 바랍니다. 다락방님 리뷰 기다리는 사람이

다락방 2023-07-06 11:28   좋아요 2 | URL
저 재미있게 봤어요. 크로아티아 가보고 싶어졌어요. 49세가 되면 저도 다녀와야겠어요. 후훗.
동물성애자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힘내자, 나여!! 불끈!!

blanca 2023-07-06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거 당장 봐야겠다!

다락방 2023-07-06 11:28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 보시고 감상 남겨주세요! >.<

거리의화가 2023-07-06 0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년동안 섹스 안할 수도 있지요뭐ㅋㅋㅋ 글에 웃긴 포인트가 많아서 뭐라고 답글을 달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선물받으셨군요. 저는 그동안 이 책 계속 리뷰를 못 보고 있었어요. 음... 마음이 열리질 않네요ㅋㅋㅋ 화이팅입니다!

잠자냥 2023-07-06 10:14   좋아요 3 | URL
웃음 포인트 정말 많죠?! 저 출근길에 읽다가 계속 미소 샤뱡샤방해서 ㅋㅋㅋㅋㅋㅋ 누가 보면 출근길이 넘나 좋은 미친인간인 줄 알았을 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06 11:34   좋아요 3 | URL
20년동안 섹스를 안할 수 있지만 제가 이제부터 20년간 섹스를 안한다면 그 뒤로는 가능성 자체가 전무해지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ㅋ체력도 안될 것이고. 그래서 올해 안에 쇼부쳐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는 저도 마음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데, 일단 강제로 빼꼼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07-06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1980년생이......... 왜 49세 여주보다 더 늙어보이죠?
서양놈들 진짜 나이 모르것어.......

다락방 2023-07-06 11:34   좋아요 0 | URL
1980년 생이라니 화들짝 놀랐네요. 저도 50대로 봤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06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글을 저도 아침에 봤으면 하루가 더 즐거웠을 텐데 말입니다 ㅋㅋㅋ 왜 이제봤니..
전 이 영화 안 볼래요. 왜냐면, 영화보다 다락방님 글이 더 재미있을 게 분명해 보여서요. ㅋㅋㅋ 중간중간 “침묵” 이나 “엄마…?” 이런거 왤케 웃겨요. 최고는 “그건 바로, 다락방…”이지만 말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07-06 18:3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제 글 즐겁게 읽으셨다는 반응을 접할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아, 이게 바로 글쓰는 맛이구나!! ㅋㅋㅋㅋㅋ 아무튼 저희 엄마가 크로아티아에 집을 사둔 적이 없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이 영광을 저희 엄마께 돌립니다!!

구단씨 2023-07-0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있네요!!!! 찜해놨어요. 오랜만에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네요. ^^

다락방 2023-07-07 12:10   좋아요 0 | URL
저도 넷플릭스 들어가서 뭘 볼까~ 하다가 보게된 영화입니다. 구단씨 님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