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몇살 관람가였더라. 아무튼 로맨스 코메디라고 되어 있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다.
일단, 여주인공 '제이네프의 나이가 49세라고 나오는데 좀 더 들어 보인다, 날씬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다. 게다가 이미 유자녀 기혼 여성이며 친정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데, 친정 엄마의 장례식날, 남편은 일단 일 좀 하고 오겠다고 출근을 해버리고, 자신의 추도사를 대신 읽어주기로 해놓고서는 그 추도문을 갖고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는다. 당황하고 어이없던 제이네프가 남편이 일하는 레스토랑에 찾아가니 그는 새로 온 젊은 여성셰프를 보며 활짝 웃고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간 제이네프의 삶은 딱히 즐겁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십대의 딸과는 언제부턴가 관계가 틀어졌고, 친정 아버지는 늘 불평불만 투성이며, 남편과의 관계도 엉망진창, 게다가 가족 모두가 자신을 무시한다. 그런 차에 윗집에 사는 변호사가 돌아가신 엄마가 제이네프 앞으로 남긴게 있다며 서류봉투를 준다. 거기엔 엄마가, 순수하게 엄마의 돈으로 크로아티아에 집을 샀다는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그 사실만 알고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장례식날 빡이 올라올대로 올라온 제이네프는, 충동적으로 차를 끌고 크로아티아로 간다. 나는 당연히 크로아티아로 가기 위해서는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저렇게 충동적으로 가면 안되는거 아닌가, 가방에 늘 여권이 있지 않을텐데, 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는데, 우리의 제이네프 그냥 운전해서 가는 부분. 제이네프가 사는 곳은 독일인데 그러니까 독일에서 크로아티아는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다.
네?
좋은데??
운전시간 길기는 했지만 어쨋든 힘든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엄마가 매매했다는 집에 도착한다. 그곳은 도심이 아니라 저기, 바다가 보이는 전망좋은 한적한 집이었고, 그런데 거기에는 이미 그 집에 살고 있는 성인 남자가 있었다. 그런 성인 남자는 왜 주인공과 나이대가 비슷한것인가. 나는 독일판 혹은 크로아티아판 <풀하우스> 보는줄 알았네. 아주 오래전에 만화 풀하우스 볼 때, 남주 라이더가 여주 엘리의 집에 살고 있었고, 그래서 엘리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 것을 찾는게 당신것을 빼앗는게 되어버렸네' 라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여하튼, 그래서 졸지에 그 남자는 밖에 텐트 치고 살게 되는데, 이 남자, 그 지역에서 잡화점이며 술집이며 레스토랑이며 일 안하는 데가 없다. 게다가 평판도 좋아. 제이네프와는 서로 으르렁대지만 마을의 평판 좋은 남자인 것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그런 남자 … 이런 남자로는 누가 있나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남자가 없네. 그러나 모두에게 평판 좋은 여자 사람은 내가 잘 알고 있다. 그건 바로,
다락방 …
각설하고,
제이네프는 이 전망 좋은 집을 팔아 에어비앤비 하고 싶어하고 평판 좋은 남자 '요시프'는 그건 안될말이라고 하고 뭐 그러다가 둘 사이에 샤라라랑 로맨스가 싹터버리는 것이다. 로맨스가 싹트니까 이 둘이 섹스를 하게 되는데, ㅋㅋㅋㅋㅋ, 섹스 하기 전에 서로 고백타임.
"난 30년간 한 남자랑만 섹스했어요." 라고 여자가 말하자,
"난 20년 전에 섹스하고 안해봤어요." 라고 남자가 말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느 부분에서는 남일 같지 않은 섹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섹스란 무엇인가. 하여튼 이 요시프 라는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없고 남자에게도 관심없고 사랑을 믿지 않던 남자이며 염소랑 같이 살고 있어서, 마을에서는 염소랑 섹스하는 변태인줄 안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간과의 섹스를 즐기는 남자사람이다. 아니, 즐긴건 아닌가, 20년간 안했으니.
20년.
금방이다.
후딱 간다.
20년.
(잠시 침묵)
아니 근데 제이네프가 결국 남편이 젊은 셰프랑 사랑에 빠져다는 거 알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힘들어하다가 크로아티아의 집 벽에 햇빛이 들어오도록 벽을 막 부순단말야? 그때 부동산업자 찾아왔다가 '핫' 이라고 섹시하다고 그녀한테 뻑가가지고 그녀 따라다니다가 키스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남자가 나이 25세라는 거다. 세상에!! 역시 그렇게 안보이는데요. 더 들어 보였습니다. 아무튼 크로아티아 풍경 좋아가지고 나도 크로아티아 갈까 싶었지만, 우리 엄마는 크로아티아에 집을 안사놨어요. 엄마 …?
그동안 봤던 로맨스 영화 중에 가장 현실적인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 코르셋을 입었지만 살을 숨길 수 없고 이제 곧 오십을 앞두고 있다니. 껄껄. 다 나랑 비슷한데 코르셋 입는 거만 나랑 안비슷하네. 난 안입음. ㅋㅋ 살을 숨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거 숨긴다고 없는게 아니잖아? 코르셋으로 꽉 누르고 압박해도 그거 내 살인데, 그거 벗는 순간 후루룩 하는 살들, 그거 다 내껀데 뭘 숨기고 자시고 하냐. 여하튼 중간에 제이네프도 답답해서 숨 막힌다고 하고 그래서 남자가 벗겨주고 태우는 장면도 나온다 ㅋㅋ 뭐 여하튼 ㅋㅋ 49세의 배 나온 여자사람에게도 25세의 남자가 매력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삶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물론, 제이네프가 선택한 남자는 25세의 남자가 아니라 배나온 아저씨지만.
아니 근데 배 나온 중년 여자랑 배 나온 중년 남자가 섹스를 했는데, 이게 섹스를 튼 사람들은 그 다음에 홀랑홀랑 벗고 돌아다니고 그러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래, 내가 그건 알겠어. 알겠는데, 그렇다고 홀라당 벗고 요리하고 홀라당 벗고 밥 먹기까지 할 일인가? 요건 좀 불편하지 않나요? 뭐, 그렇습니다. 아무튼지간에 크로아티아에 집 없어서 초큼 서운하다 …
재미있게 봤다.ㅋㅋ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여자가 술에 취해가지고 집에 가야되는데 너무 취해서 길바닥에 드러누워 버린거야. 그걸 지나가던 요시프가 발견하고 자기 차였나 뭐였지 아무튼 태울려고 했는데 여자가 너무 취해서 몸이 잘 안가눠지는거야. 그래서 남자가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하다가, 결국 그 여자를 들쳐 메고 집을 향해 간단 말이야? 내가 아이고야, 아무리 저 남자가 초큼 덩치가 있어도, 저 여자 메고 가는 길은 정말 험난할텐데, 무거울텐데, 아아, 저거저거 … 하고 불안했는데, 그 여자 간신히 여자 침대에 떨어뜨려 놓고서는 '아 허리 나갈 뻔했네 아이고야'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현실성 쩐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허리만큼 다른 사람의 허리도 소중하기에 나는 그렇게 들춰메고 가도 되지 않을만큼, 내 두다리로 걸을만큼만 술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쫄지마. (응? 누구한테 하는말?)
재미있게 봤다. ㅋㅋ 저 장면에서는 웃었음 ㅋㅋㅋ
아니 그런데 아까 잠깐 언급했지만, 염소 변태… 인간의 삶은 어떤식으로는 연결되고 연결되고 연결되는걸까.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읽기가 두려워 그동안 읽지 않았던 책인데 선물 받았다. 초큼 두렵다. 아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는데, 이 책 읽으면서 내가 상처를 겁나 받을 것 같은 이 느낌적 느낌, 뭐쥬?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를 선물 받았는데, 보고 있던 영화에선 염소 변태 등장한 부분. 아 물론 정말 염소변태는 아니었고.
오늘 아침 출근에 오전 일할 준비를 하고, 주문 들어온 알라딘 중고를 택배 보내러 편의점에 잠깐 다녀왔는데, 다녀온 사이 내 책상에 동료가 간식을 놓아두고 갔다. 이런 일은 좋은 일. 그래서 남이 준 책과 남이 준 간식들을 놓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껄껄껄껄.
49세가 되면 크로아티아에 좀 가봐야겠다. 그 전에 가도 되고.
49세로 나오는 여주인공 제이네프. 실제는 1960년 생이라고 한다.
나이가 나오지 않는 남주 요시프는 실제로 1980년 생이란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