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O.S.T
라이언 고슬링 외 노래, 저스틴 허위츠 (Justin Hurwitz) 작곡 / 유니버설(Universal)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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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가끔 동굴속에 들어간다. 영문도 모르는 채로. 그러니까 내가 왜, 어째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동굴속으로' 들어간다. 그때의 나는 누구와도 어떤 말도 하고 싶지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아무것도 내 기분을 바꾸지 못하고 아무도 내 기분을 바꾸지 못한다. 주기를 알 수도 없어서 대비할 수도 없다. 아, 동굴속이다, 하고 내가 느낄 뿐이다.


일전에는 동굴 속에 들어와있다는 걸 깨달았는데, 그 날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너무나 취소하고 싶었지만, 당일에 취소하자니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내 안에는 약속 취소를 싫어하는 내가 있다. 그래서 오늘 만나지 말자고 말하는 대신 꾸역꾸역 그 자리에 나가서는 억지로 말을 하고 억지로 웃어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평소의 나와 다름 없이 보여야한다고, 그렇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이미 내가 평소의 나와 다르다는 걸 알아챘었다. 자리가 파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너 오늘 무섭고 조심스러웠다, 라는 얘기를 듣고, 아 그냥 약속을 취소할걸...했었더랬다. 


어제가 바로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간 날이었다. 나는 이 때, 금세 나올 수 있다는 걸, 나오게 된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노력이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저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하룻밤이면 된다. 하룻밤. 오늘 밤만 자고나면 나는 다시 세상을 향해 나올 것이다, 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만, 이조차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킬 의욕도 의지도 없었다. 


입을 꾹 다물고, 어제 퇴근 길에 라라랜드 앨범을 재생시켰다. 정말 입을 꾹 다물고.




라라랜드의 음악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자들이 그저 노래로써 들었을 때 좋아할 만한 곡들은 아니다. 만약 내가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앨범을 재생시킨 후에 좋다고 생각했을 리가 없다(그 전에 재생했을 리도 없지만). 아, John Legend 가 부른 <Start a Fire>는 좋아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노래들에 대해서라면 '어?'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봤다면 달라진다.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이 영화속의 음악들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더랬다. 딱히 와닿는 곡들은 아니었달까.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영화에 대한 감상이 채 지워지지 않은 채로 듣게 된 음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쑥쑥 귀에 들어왔고 그렇게 나를 만져줬다. <Start a Fire>는 물론 노래 자체로 좋았고, 제일 처음에 나온 <Another Day of Sun>은 영화의 도입부가 생각나 흥겨웠다. 군중 속의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한 미아가 파티에 가기 싫어 집에 처박혀 있으려다가 파란 드레스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함께 부른 <Someone in the Crowd>를 듣는 것도 즐거웠고. 그렇지만,



<Epilogue>를 듣는 내 마음은 너무나 너무나 아팠다. 분명 흥겹고 신나는 노래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슬펐는데, 에필로그가 나와버리면, 진짜 너무 슬픈 거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이 곡은 진짜 너무 치명적인 것 같아 ㅠㅠ



어제 퇴근길에 그렇게 걸었다. 사무실에서 출발해 매봉역을 지나 도곡역, 대치역, 그리고 학여울역에 이르기까지 걸으면서 들었더니 앨범 전체가 한 번 재생이 되어 끝났다. 그 음악들을 들으며 한껏 슬퍼하고 그렇게 걸었다. 한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는데, 누구와도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 발로 걸으면서, 그렇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음악을 듣는 일은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동굴 속에서 곧 나갈거야, 라고 내가 나에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오늘 밤이 지나면 동굴 속에서 나갈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 더 들었다. 이번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엘에이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영화속 아름다운 풍경들이 생각났다. 그때, 미아와 세바스찬이 아직 연인이 되기 전에, 저녁해가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별 거 아니지 뭐' 라고 했던 장면이 떠올랐고, 아, 여름에 캘리포니아에 갈까, 라고 생각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그러다가 미아와 세바스찬의 이야기가 생각나 울컥 슬퍼지고. 나는 그렇게 한껏 감상에 취했더랬다. 



길동역에 내려 집에 걸어가려는데, 아아, 무슨 퇴근 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걸리냐..물론 한 시간 정도는 내가 걷기로 선택한거지만...아니, 지치잖아.... 내일은 걷지 말아야지, 이건 뭐 퇴근하다 날 다 새겠네 ㅠㅠ 가도 가도 집이 안나오는 느낌적 느낌..




집에 돌아가 동생들과의 단톡방에서 여동생에게 라라랜드 꼭 보라고 했다. 너도 좋아할거라고. 어바웃 타임이, 뻔한 얘기인데도 뻔하지 않게 우리를 즐겁게 했잖아, 근데 라라랜드도 그래. 뻔한데도 뻔하지 않게 좋아, 날 믿고 보렴, 하고 추천했다. 그리고는 엘에이 엄청 예뻐, 라고 덧붙였는데, 이에 남동생이 이렇게 답했다. 



- 강동구가 젤 이쁨



ㅋㅋㅋㅋㅋㅋ 여동생하고 나는 빵터졌다. 오, 강동구여!




라라랜드 앨범을 두 번 반복해 들은 어젯밤, 나는 아홉시부터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 동굴 속에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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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12-1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 동생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았어요. 언니 이 영화 꼭 보라고요. 그런데 엘에이 얘기는 없고 콜로라도 볼더가 나오니 꼭 보라고.
주말에 보려고 맘 먹고 있어요.

다락방 2016-12-13 13:27   좋아요 0 | URL
네, 나인님. 여자주인공의 고향이 볼더에요. 여자가 남자를 만나서 자신의 고향이 볼더라는 얘기도 하고, 또 여자가 상처 입고 볼더에 돌아가기도 하는 장면들이 나와요. 네, 볼더가 나옵니다! >.<
나인님은 보시고나서 어떠실지 궁금해요. 감상 적어주세요!

2016-12-13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3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6-12-14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달 ( 꼬박꼬박 ) 생리 3-4일 전 즈음해서 정말 기분이 바닥을 쳐요. 이유없이 가라앉고 우울함에 쩔고 운전하다 울기도 하고 ㅎㅎㅎ. 그러다가 생리 시작되면 다시 괜찮아지고. ( 미칫나보아요 ). 시간이 해결하는게 참 많지요?




다락방 2016-12-14 08:19   좋아요 0 | URL
몬스터님, 저도 생리전증후군이 심해요. 이제는 아, 때가 됐구나, 하고는 미리 우먼스타이레놀을 먹어서 생리전증후군으로 찾아오는 우울증에 대비할 수가 있지요. 약 먹는다고 감쪽같이 없어지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좀 나아요. 저도 생리전 증후군에 기분이 바닥을 치고, 술 마시다가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다 지나갈 것이다‘ 하고 스스로를 다독다독해요. 말씀하셨듯이, 시간이 해결하지요. 생리 시작하면 또 나아지니 말예요.

그렇지만 동굴은 다른 문제에요. 이건 생리전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떻게 왜 찾아오는지를 몰라서 제가 대비할 수가 없어요.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고, 이도 저도 아무것도 소용이 없어요. 이거야말로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그저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한답니다. 때로 인간은 정말 무력한 존재인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성폭력을 다시 쓴다 - 객관성, 여성운동, 인권
정희진 엮음, 한국 여성의전화 연합 기획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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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란츠 파농이 너무나 적절하게 말했듯이, 식민지 사람들은 지배자의 언어와 자기 언어, 두 개의 언어를 배워야 하지만 제국주의자들은 자기 언어만 알면 된다. 여성은 남성의 언어를 이해해야 생존할 수 있지만, 남성은 여성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정희진,p.9)

이제까지 한국사회에서 여성폭력의 범주는 직접적, 가시적, 신체적인 의미의 폭력에만 머물러 있다. 성적,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 차원의 성차별 제도 안에서 형성된 여성의 인식과 해석은 여성폭력 개념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소위 ‘정조 관념이 투철한 순결한 여성이 목숨 걸고 저항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당한‘ 사건처럼, 성폭력에 대한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 부합할 경우에만 폭력을 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여성은 자신의 성역할(‘순결‘)과 목숨을 바꿀 것을 요구받는다. 때문에 유아 성폭력이나 윤간처럼, 여성의 행위성이 삭제된 저항 불능 상황의 폭력만 성폭력으로 인정되고 이러한 피해자만 ‘진짜‘ 피해자가 된다. 이로 인해 검거되는 성폭력 가해자는 언제나 10대 남성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다시 성폭력이 10대의 ‘혈기 왕성한 본능‘으로 해석되는 근거를 제공한다. 남성 시각의 성폭력 해석이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정희진,p.31-32)

섹슈얼리티로 인한 여성의 고통은 비가시화된다. 낙태, 구타, 성매매등 대개의 여성 섹규얼리티 관련 문제는 형식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합법이다. 그래서 섹슈얼리티 문제는 법 제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련법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남성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시각과 의지가 없어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희진,p.33)

운동사회 성폭력을 문제화할 때 항상 제기되는 대표적 담론인 ‘음모론‘과 ‘조직보위론‘은, 남성의 경험에서 정의된 ‘진보‘의 대의·조직이 어떻게 여성의 경험을 주변화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선 ‘음모론‘은 성폭력을 여성-남성의 문제가 아닌 남성-남성의 문제로 환원하는 방식의 하나이다. KBS사건에서 피해자들의 경험은 가해자와 대립하는 다른 남성(집단)의 음모로 끊임없이 치환되었다. 2000년 말 노조 선거 당시에는 "상대 후보의 조작"으로, 2001년 2월 100인위 공개 당시에는 "막 출범한 노조의 단합을 흔들려는 세력의 발흥"으로, 2001년 5월 언놀노조의 가해자 징계 당시에는 "비리를 감추기 위한 언론 노조 일각의 비이성적 작태"로, 가해자는 전가의 보도처럼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러한 해석 속에서 피해여성들은 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배후 세력‘의 조종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수단‘일 뿐이며, 성폭력은 여성 인권 침해가 아니라 남성간 권력 투쟁에서 활용되는 ‘빌미‘일 뿐이다. 피해자들과 친한 주변사람에서부터 기자, 검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논리를 쉽게 받아들였다. (전희경, p.59)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 무고, 모욕, 심지어 간통 등으로 역고소한 예는 이전에도 있었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명예훼손 역고소), 1988년 강정순 씨 피해 사건(무고 및 간통죄로 피해자 구속), 1993년 서울대 신정휴 성희롱 사건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현상은 ‘성폭력 피해 말하기‘를 범죄로 만듦으로써 성폭력 근절 노력을 사회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이때 피해여성의 성폭력 문제 해결 노력은 남성 특권에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전희경, p.63)

아내구타를 제외하고 아내강간을 포함시킨 성폭력특별법안은 이후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아내강간 조항마저 삭제된다. 당시 한 국회의원은 "아내강간을 처벌한다면 우리나라 남자들의 대부분은 아침에 직장에 가지 못하고 경찰서로 오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내강간‘이 남편의 권리이자 아내의 의무로서 얼마나 일상화·정상화 되어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일상‘이고 ‘정상‘인 여성폭력을 문제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반증한다. (정춘숙, p.95)

이미 한 번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가다 잡혀 들어와 폭행당했고, 성적 학ㄱ대로 수치심과 두려움에 숨죽여 있던 피고인이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고 "죽여버리겠다"고 가위를 들고 몸을 일으키는 남편에게 대항할 때, 어떻게 팔 다리를 구분하여 찌를 수 있으며 어떻게 다시 도망갈 엄두를 낸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항소 이유서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망케 하는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감히 살인이라는 결과를 의욕하였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합니다"라고 살인의 고의성을 주장했다. 검사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이를 인정하여 김정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였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은 성인-비장애-남성의 특수한 경험을 보편화하는 남성 권력의 실천일 뿐이다. (정춘숙, p.110)

젠더 폭력으로서 ‘몰카‘와 성폭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 피해여성이 ‘죄인‘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강간 범죄에서나 ‘몰카‘ 범죄에서나 문제화되는 것은 ‘가해자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가‘가 아니라 피해자의 처신이다. 둘째,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 사실 자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오히려 피해 사실을 숨긴다. ㅂ씨 피해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스스로 ‘ㅂ씨와의 성관계를 찍은 몰카를 가지고 있다‘며 언론에 범죄 사실을 알렸으며, ㅂ씨는 사건 발생 초기에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는 강간범이 강간 피해여성에게 ‘강간 사실을 가족·주변 등지에 알리겠다‘며 협박하고, 피해여성은 이를 숨기기 위해 가해자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메커니즘과 똑같다. 범죄는 가해자가 저질렀으되, 사회적 처벌은 피해여성을 향한다. (강김아리, p.135)

셋째, 강간과 ‘몰카‘의 정치적 효과는 일반 여성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만들어, 일상적으로 여성의 몸을 규율, 통제한다. 이제 여성들은 공중 화장실이나 공중 숙박 시설을 이용할 때 ‘몰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에 대한 주변의 반응과 처벌 과정은, 잠재적 피해여성들에게 ‘이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기제가 없으며, 당하는 사람만 피해를 보는 것이니, 미연에 알아서 조심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즉 ‘ㅂ씨 비디오‘의 존재 자체가 일반 여성들에게 일종의 ‘경고‘이자 ‘본보기‘인 것이다.
강간 문제에서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남성의 폭력성‘이 아니라 ‘여성의 몸‘이었듯이, ‘몰카‘ 역시 여성의 몸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만든다. 강간과 ‘몰카‘, 그것은 여성들 스스로 종속을 체화하게 하는 가부장제적 공포와 통제의 수행자이다. (강김아리, p.136)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돕는 상담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피해자들을 특정한 전형성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폭력 피해여성들이 항상 불안해하고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모습으로 폭력의 결과일 뿐이지, 그런 여성들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피해여성들 중에는 가해남성보다 기질이 세거나 활동적인 사람도 있으며, 착하지도 않고, 일상 생활에 성실하지 않은 이도 있을 수 있다. 피해여성들은 가해남성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이러한 피해여성을 만나면 혼란스러워한다. 특별한 사람만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혼란을 갖게 되는 이면에는 ‘순수한 피해자‘,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라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통념은 여성 폭력에 대한 비판을 ‘피해 사실‘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돌리게 한다. (김효선, p.176-177)

‘전형적인 피해자‘란 남성 사회의 신화이자 남성들이 투사하는 희망적 판타지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 폭력을 문제화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피해 사실, 그 자체여야 한다. (김효선, p.177)

우 지사 성추행 사건을 공개하고 정치적 법적 역공세에 대응하는 동안 제주여민회에 대한 지역 여론은, 한마디로 ‘요망지지만 무모하다‘는 것이었다. ‘질 것이 뻔한 싸움을 왜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권력의 무서움을 모르고 대항하는 당돌한 운동 방법 역시 미숙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어떤 이는 우 지사 성추행 사건이 선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변화 불가능한 것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무모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제주 사람들은 4·3이라는 지역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권력의 요구에 순응해왔고, 선거는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해 좌우되어왔다. 이와 더불어 제주지역에서 ‘정치‘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고 남성적인 문제로 간주되어왔기에 성추행은 선거에서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았다. ‘당돌하다‘라는 말은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평가적 언어이다. 이런 의미를 여성단체 활동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남성의 눈으로 여성단체의 활동을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효선, p.180)

현숙 씨 자신이 강력히 제기하고 있는 ‘미혼모‘용어의 부당성이다. 이런 맥락에선 ‘비혼모‘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현숙 씨는 지적하고 있다. 즉 ‘결혼‘을 기준으로 해서 ‘미혼모‘ 혹은 ‘비혼모‘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구분하는 것은, 지금처럼 결혼이 선택인 시대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숙 씨는 "‘미혼모‘란 용어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여성이 아이를 키우거나 또는 키우지 않기로 하는 상황과는 별개로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만 강조하는 감이 있다"며 "‘독신모‘나, 외래어지만 ‘싱글 맘(single mom)‘이란 용어가 훨씬 평등한 용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 자신도 스스로를 ‘싱글 맘‘이라 부르며 딸에게도 "우린 싱글 맘 가족이지, 그치"라고 말한다. 혼인 관계만을 잣대로 모성을 규정한다면, 스스로 어머니가 되기로 결정한 여성의 권리가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이은경, p.201-202)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 사건은 처음 불이 났을 때부터 진화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5명이 숨졌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참사였다. 특히 5명이라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는 윤락 업주가 윤락녀들이 도망가지 못하기 위해 쇠창살로 창문을 막고 통로를 한 곳에만 설치한 데다 윤락가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인 무관심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미례, p.208, 당시 언론재인용)

그런데 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군산 지역 성매매업소(개복동 유흥주점) 여성들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성 상납‘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 충격을 주었다. 당시 3명의 여성들은 배 변호사에게 "1998년 중순부터 18개월 동안 군산 지역 형사들에게 100여 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술 접대를 했으며 경찰 고위 간부 등에게 수차례 ‘성 상납‘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성매매 업주들이 군산 지역 공무원들에게 정기적인 ‘성 상납‘을 해왔으며 이런 유착 관계 때문에 경찰이 성매매업소 단속을 사실상 방치해왔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정미례, p.215)

한편 2000년 9월 26일 《한겨레》에 서울 미아리 성매매업소 포주들이 ‘상납계‘를 만들어 단속 경찰들에게 3년여에 걸쳐 6~7억 원대의 뇌물을 전해온 사실이 보도되면서, 성매매 업주와 경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에 있음이 전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었다. 법으로는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성매매가 광범위하게 용인되는 한국 사회에서, 경찰은 이미 성매매 산업 구조의 일부이다. (정미례, p.219)

현행법상 명예훼손은 피해여성이 여성단체에 상담하는 등 피해 사실을 제3자에게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남성은, 성폭력 가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피해여성을 괴롭히는 자신의 행위를 남성의 인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 중ㅅ임적 사회 구조에 편승한 가해남성의 2차 성폭력 행위(social rape, second rape)가, "성폭력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보편적 인권 개념으로 옹호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폭력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인권은 성폭력 가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가부장제 사회에서 피해여성을 억압하는 가해남성의 권력이 인권은 아니다. (정희진, p.236-237)

성매매에 반대하는 여성주의자의 입장을 ‘여성 이기주의‘, ‘장애인 차별‘, ‘비장애인 중심주의‘의 일환으로 보는 남성 장애 인권운동가의 전제는 장애 남성도 비장애 남성과 똑같이 매춘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는 장애 여성의 성적 권리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하는 보편적인 장애 인권론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일부 장애 남성의 주장은 그들 자신이 비장애 남성으로부터 차별 받으면서도 그것을 비판하기 보다는, 남성 성기 중심적이며 여성과 장애인에게 억압적인 이성애자의 섹스를 끊임없이 모방함으로써 정상성을 욕망하는 것이다. 장애 여성, 비장애 여성, 장애 남성은 비장애 남성 섹슈얼리티의 공동의 피해자이다. (정희진,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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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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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곧잘 사랑에 빠지고 또 빠지는 사랑마다 뜨거워질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연애를 반복하긴 하지만 활활 타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연애를 할 때마다 백도씨까지 끓어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매번 육십도 이상으로만 타오르다 단 한 번만 백도씨까지 타올라, 그 기억을 평생 안고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나는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사실 어떻게 매번 백도씨까지 타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은 말뿐이지, 사실은 정말 백도씨가 되어 활활 타올랐던 건, 단 한 번뿐이지 않을까? 누구나 평생 살면서 기억하게 되는 '가장' 사랑하는, '최고로' 사랑했던, '미친듯이' 뜨거웠던 연인은, 단 한 명 뿐이지 않을까? 물론 매순간 연애에 최선을 다하고, 또 매순간 자신의 연인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죽기 전에 기억나는 '단 하나의' 사람 같은 게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는 로버트 킨케이드처럼, 이렇게 생각한다.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p.150)





로버트는 매디슨 카운티로 다리(bridge)의 사진을 찍으러 갔다. 길을 물으러 그 동네의 집에 들렀다가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강렬하게 이끌리고, 마침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아이들이 집울 비웠기에, 나흘간 그녀의 집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 때 프란체스카의 나이는 마흔다섯이었고, 로버트의 나이는 쉰둘이었다.


나는 이런 사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스무살에도 오고 스물 일곱에도 오지만, 마흔 다섯에도 온다는 걸 믿는다. 그리고 마흔 다섯에 온 사랑이 온 삶을 통틀어 가장 뜨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믿는다. 대체적으로 사랑은 엇박자인지라, 나에게 가장 강한 영향을 미쳤던 나의 연인에게, 나 역시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그를 추억하는 만큼, 그는 다른 사람을 추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추억하고 로버트가 프란체스카를 추억한다는 것을 그 둘은 안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확신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강렬한 사랑이었음을, 평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사랑이었음을, 그 전과의 삶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강렬한 사건이었음을, 그들은 안다. 그리고 상대가 안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다. 그들은 나흘간 사랑을 나누고, 그 후에 이십년이상 서로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채로 살면서,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향해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이것을 믿는다. 누군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세상에는 단 한 순간의 기억만으로 평생을 지탱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대부분이 그럴 지도 모르겠다. 


처음 본 순간부터의 강렬할 끌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믿음, 나흘간의 섹스, 그 후에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것까지, 프란체스카는 그를 따라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던 자신을 후회하지만, 그러나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머무는 것 뿐이었음을, 프란체스카도 그리고 로버트도 안다. 이들이 함께 있는 동안 사랑하고 또 헤어진 후에 어디에 있든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까지, 순간적으로 내가 될 순 있었다. 응, 맞아, 한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지탱할 수도 있지. 나는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도 있어. 그런데,


이 책으로 놓고 보면 이 사랑이야기는 좀 작위적이란 느낌을 준다. 평생을 그리워하는 거, 이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작가가 너무 욕심을 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랑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굳이 음악가의 인터뷰까지 실을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사랑이야기는 당연히 나에게 가장 특별한 것이지만, 뭐랄까, 이 사랑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말하기 위해 쓸데없이 군살을 붙인 느낌이랄까. 

게다가 이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내가 무척 흥미를 가지는 사랑의 형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에 대해서는 매력을 느낄 수가 없다. 남자 작가의 한계일지 모르겠지만, 곧잘 그들은 주인공에 자신의 로망을 불어넣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작가가 가진 가장 큰 유리한 점이기도 하겠지만, 로버트는 누구에게도 구속 받지 않는 사람이며 일에 있어서는 엄청난 프로이다. 게다가 근육질이고, 어느 여자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으며 바람처럼 떠돈다. 이건 뭐랄까, 그냥 남자들의 로망 같다. 그렇게 떠돌다가 중년에 인생사랑 만나 그 사랑을 평생 간직하며 목걸이 메달로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달고 다니는 남자라니, 흐음, 로맨틱하긴 하지만, 있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소설 같다. 게다가 프란체스카는 젊은 시절 남자만 기다리는 타입의 여자였으니, 그 또한 내 관심을 끌지 못한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눌러붙어 있는 사람은 사실, 내 타입이 아니다. 물론 상황이란 게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까지의 삶을 한 순간에 놓고 갈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나로서는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타입의 여자랄까. 집에만 조용히 가만히 있는데 인생사랑이 제 발로 걸어들어오다니... 흠.. 뭐 어쨌든, 그렇게 외부로 발을 뻗어 나갈 수 없는 타입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나흘간의 만남과 사랑이 인생사랑이 된 걸수도 있겠다.


나는 이들이 경험한 나흘간의 사랑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내가 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사랑을 하지 못한 채로 사느니, 이 나흘간의 사랑을 겪고 평생을 그리움에 허덕이는 편이 낫겠다고도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주인공인 이 책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나는, 하오체를 읽는게 힘들어지고 말았어...



오랫동안 내가 당신을 향해, 당신이 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은 이제 분명하오. 우리가 만나기 전에는 서로를 몰랐지만, 분명히 우리가 함께 되리라는 확신이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도 저 가슴 밑바닥에서 쾌활하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오. 하늘의 부름을 받아 광활한 초원을 나는 외로운 두마리 새처럼, 그 모든 세월과 인생 동안 우리는 서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던 거요. (p.40)



그녀는 추억했다. 추억하고 또 추억했다. 아이오와 92번 도로를 따라 빗속을 달리던 빨간 후미등의 이미지. 20년도 넘는 세월 동안 그 안개가 내리는 가운데 살았다. 그녀는 무심결에 자기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그녀 위로 그의 가슴 근육이 스치고 지나가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났다. 맙소사, 그녀는 그를 너무나 사랑했다. 도저히 그렇게 사랑하기란 불가능하리라 생각될 만큼 그를 사랑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를 예전보다도 훨신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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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6-12-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오..체 읽는 것이 힘든 사람 추가요~^^ 자꾸 오그라들어요 ㅎㅎ 전 이 책 별 감흥 없이 읽었는데 그 이유를 다락방님 글을 읽고 알게 됐어요. 완벽한 남주와 수동적인 여주... ㅎㅎ

다락방 2016-12-06 16:02   좋아요 0 | URL
제가 한창 할리퀸을 읽던 시절에는 남자의 하오체를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젠 하오체를 견디기가 힘이 드네요. 하아-
작가가 자꾸 ‘이 사랑 완전 짱이지?‘ 이걸 강조하는 것 같아서 좀 짜증났어요. 가만 둬도 알아서 다 판단할 수 있는데 말이죠. 작가가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면 좋지 않은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ㅎㅎ

LAYLA 2016-12-07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찬양하는 글만 봤는데 락방님 글을 읽으니
그렇지
맞아
그라췌!
막 공감하게 되고요...?
캐릭터 분석은 날카로운 지적인거 같아요.

다락방 2016-12-07 09:01   좋아요 0 | URL
그라췌!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소리내서 해보고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 재미없었거든요. 이제 프란체스카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 다시 읽으면 어떨까 싶어 읽은건데, 음, 찬양할만한 책은 아니에요. 책은 그대로인데 제가 변한거겠죠... 하하하하하
 
싸울 기회 -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자서전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박산호 옮김 / 에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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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는 전문가들도 파산에 이른 사람을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으로 판단한다는 것에 대해 '엘리자베스 워런'은 충격받는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까? 왜 그들이 무능하다는걸까? 엘리자베스 워런은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파산이 게으름이 가져온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은행은 기나긴 계약서상에 변동금리를 명시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렇게 대출로 차를 사고 집을 샀다가 결국 높아진 이자를 갚을 길이 없어지며, 그걸 갚겠다고 또다른 대출을 받다가, 갚지 못할 이자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집을 잃고 차를 잃는다. 삶을 송두리째 잃는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래서 이들을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다 그녀는 자신의 젊은 시절 기억을 떠올린다. 아이를 돌봐야하고 아침을 먹어야하고 출근할 준비를 해야하던 시절, 토스터에 빵을 넣었다는 사실을 잊어서 집에 불을 낼 뻔했던 일을. 그 당시의 토스터는 자신이 알아서 구워진 빵을 꺼내도록 만들어져있었고 그래서 매우 위험했다. 그 후에 토스터는 시간을 정해놓으면 자동적으로 빵을 빼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안전한 토스터가 되기 까지는 소비자 보호원들이 역할이 컸다. 아이들 장난감에서 납을 빼라고 지시하는 일, 토스터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들을 소비자 보호원들이 해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금융에도 그런 게 필요한 게 아닌가. 대출을 받을 때 소비자는 은행과 상대하지만 거기엔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 그 기나긴 계약서를 다 읽어보지 않을 뿐더러, 읽었다해도 거기에 쓰여진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명을 하고 대출을 받는다. 그리고 추락하는 삶에 맞닥뜨린다. 이 과정에 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엘리자베스 워런은 하게 된거다. 


그녀는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에 옮긴다. 잘못은 빚을 갚으려던 소비자들에게 있었던 게 아니다. 고객을 속이고 돈을 강탈한 대형 은행들에게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중재하는 기관을 만들자고 한다. 계약서를 읽고나서 문제되는 사항을 지적해주는 기관을 만들자고, 어느 소비자가 읽어도 이해될 수 있는 계약서를 만드는 그런 기관을 만들자고 하는 거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은행에게 구제기금을 주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을 구제하자고. 그래야 결국 은행도 산다는 것을 엘리자베스 워런은 깨달은 거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 이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텔레비젼에 나가서도 얘기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알려서 정말로 이런 기관을 만들자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미 거대한 은행들이 그녀를 반대하고 또 그 은행들로부터 로비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반대한다. 이 기관을 만드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과 중산층의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알지만, 아주 많은 부유한 사람들이 반대한다. 이에 그녀는 힘겹게 싸우면서 이것을 법안으로 만들어줄 국회의원들도 만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까지 만나게 되는데, 아아, 백악관에서 그녀의 제안을 가장 긍정적으로 밀어주는 이가 오바마 대통령이란 것을 알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비참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구제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다. 



그렇게 미국에 <소비자보호금융국>이 만들어진다.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국장으로 그녀를 앉히고 싶지만, 이 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녀조차 끔찍하게 생각한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당신을 앉힐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그녀에게 당신이 상원의원이 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는 62세에 상원의원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맹렬하게 싸운다. 정치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래서 실수도 있었지만, 곳곳에서 늘상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밤 열한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그녀에게 정치후원금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신은 맥주를 마시고 싶은 상원의원은 아니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 같으니 당신을 지지하겠다는 소방대원들을 만난다.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남편을 간호하는 아내를 만난다. 그들로부터 이런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에 더 좋은 곳으로 세상을 바꿔달라는 말을 듣는다. 트랜스젠더 아이를 가진 아버지도 만난다. 당신은 아이를 위한 미래를 꿈꾼다고 하는데, 그 아이들중에 트랜스젠더도 포함되는거냐고 그는 묻는다. 워런은 그렇다고 한다. 또한 워런은, 여성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줘야 된다고 생각하고, 여성들의 몸의 권리는 여성에게 있다는 것을 소리내어 말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그녀를 지지하게 되고, 결국 그녀는 상원의원이 된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에 대한 법안을 발의한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되진 않았지만, 그렇게 한걸음씩, 자신이 말한 바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전화상담원 엄마와 빌딩 정비원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대학을 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지만 어떻게든 대학을 가서 공부를 했고,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공부한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내며 행동한다. 결국 그녀는 세상을 바꾸는 데 크게 한몫을 했다. 아, 진짜 흥분되지 않는가!



나는 요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또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워런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가치 있는 것의 최고봉에 서있는 게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미국의 대통령이 힐러리였다면, 이번에 힐러리가 됐다면, 힐러리와 엘리자베스 워런이 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어냈을까, 자꾸 생각해보게 됐다. 아, 너무나 안타깝다.



똑똑하고 당차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이 즐거웠고,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같이 밥을 먹던 동료에게도 책을 읽다가 내용을 말해주었고, 여동생에게도 말해주었다. 세상 어딘가에서 똑똑한 여자가 힘차게 앞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건 진짜 신나는 일이다. 앞으로도 엘리자베스 워런이 지금처럼 계속 싸워줬으면 좋겠다. 세상에 싸우는 여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짜릿한 독서였다.



그래도 한가지 불만이라면, 이 책은 쪽수가 많고 매우 무겁다. 나는 들고다니면서 책을 읽는데 진짜 며칠동안 고생이 많았다. 내 추천으로 친구도 이 책을 샀는데, 받자마자 너무 무거워서 책장에 그냥 꽂아뒀다고 한다. 나야 어차피 종이책을 선택하는 사람이지만, 무거운 것보단 전자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이 전자책으로도 나와줬으면 좋겠다. 이 책 들고 다니느라 팔에 근육이 생긴 것 같다.








브루스와 내가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 돌아간 뒤 하버드 법대 학장이 가끔씩 전화를 걸어왔다. 그들의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며 재고해볼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아니, 별로요. 우린 필라델피아에서 잘 살고 있었다. 어밀리아도 가까이 있었고, 비 이모와 보니는 오클라호마에 돌아와 우리 집 이층에 살았으며, 앨릭스는 아직 학교에 다녔다. 10년 넘게 무수히 이사를 다닌 뒤 마침내 한곳에 정착했음을 아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p.84)

하지만 브루스는 먼저 말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사람이었고, 그전부터 하버드대에서 한 제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브루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도 훌륭하지만 사람들이 내 생각을 듣게 만들고 싶다면, 내가 오를 수 있는 제일 높은 산에서 소리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브루스는 내가 하버드에서 일한다면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좀더 높아질 거라 생각한 것이다. (p.85)

진짜 심각한 문제들은 초반부에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나머지 원고에 가장 잔인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일단 가족들은 돈이 떨어지면 빚을 지게 된다. 그렇게 신용카드 빚이 계속 쌓인다. 무담보 단기 소액 대출상품이 사방에서 등장해 곤경에 처한 가족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다 결제일을 놓치거나 연체하게 되면 빚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그 결과는? 10년 동안 1500만 가구가 파산 신청을 했고 셀 수 없는 수백만 가족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매달려 있다. 심지어 1990년대와 2000년대부터 주택 압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빚이라는 괴물이 많은 사람을 해칠 것임을 말할 때 영화 [조스]의 배경 음악을 틀어놓으면 아주 잘 어울릴 것이다. (p.129)

2010 년 봄에 [타임]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월가의 새 보안관들"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쓰고 있는데 나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의 묘미는 바로 그들이 기사에 실으려는 세 사람이 모두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연방예금보험공사 총재 실라 베어, 증권거래위원회 위언장 메리 샤비로 그리고 나였다.
(......)
그렇더라도 우리 셋 다 이 사진 촬영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많은 사람에게 왜 월가가 좀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나는 우리 셋 다 이 표지 기사가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비록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주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할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건 바로 금융업계의 최고 경영진 중에는 여자가 거의 없는데 어떻게 그들이 저지른 사고의 설거지를 하게 된 사람은 모두 여자일까, 라는 물음이었다. (p.207-208)

그 후 몇 년동안 실라와 메리와 나는 그 주제를 여러모로 다르게 표현해서 이야기했다. 우린 항상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그 주제는 아픈 곳을 찔렀다. 어쨌든 당시 경제 잡지 [포춘]이 선정한 상위 500대 회사 리스트에 들어간 20개 시중 은행 가운데 여자 CEO는 단 한 명이었다. 딱 한 명. 난 오랫동안 수많은 금융 회의를 다녀봤지만 한 번도 여자 화장실에 줄을 서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TARP의 세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COP가 활동해온 근 2년 반동안 10명의 위원이 들어오거나 나갔다. 그 10명 중에 나만 빼고 모두 남자였다.
금융업계에는 왜 그토록 여자 경영자가 적은 것일까? 그리고 정말 왜 이 세 여자는 지금 월가의 보안관이 된 걸까? 실라와 메리에 대한 답은 내가 할 수 없지만, 내가 왜 이자리에 오게 됐는지는 생각해봤다. 그건 내가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다. 난 한 번도 대형 금융업계의 고위층이 있는 안락한 세계에 살아보지 않았고, CEO 네 명과 짱을 맞춰서 골프를 쳐본 적도 없었으며, 클럽에서 시가를 피운 적도 없었다. (p.208-209)

몇 달이 지난 뒤 알게 됐다. 다른 대안이 없었을 때, 소비자 호보 기관을 지지하는 강력한 투사가 내부에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는 백악관이 일반인드를 도울 수 있는 개혁 방법을 지지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믿고 있었으며, 소비자 보호 기관이야말로 그걸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봤다.
그의 이름은 버락 오바마였다. (p.247-248)

대통령은 몇 년 전 차를 한 대 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서명한 계약서의 자세한 조항을 잘 몰랐던 자신이 바보였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지금까지도 그때 그렇게 속았던 것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의 요지는 이것이었다. 새 기관이 훌륭하긴 하지만 대통령은 아직도 법안에서 자동차 중개인들에 대한 조항이 삭제돼서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될 걸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조금 놀랐다. 난 대통령이 지금은 승리를 만끽할 순간이고 그럴 권리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비자 보호 기관을 법으로 제정한 업적은 그에게 아주 큰 승리였다. 그런데 그는 지금 자신이 이룰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나는 정치적 승리뿐 아니라 그가 한 일의 영향을 받게 될 서민들을 잊지 않는 이 사람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p.283-284)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갔을 때 50대 중반의 한 여자가 내게 걸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더워서 벌겋게 달아올랐고 곱슬머리는 사정없이 엉켜있있었다. 그녀는 아주 덥고 지쳐 보인 데다 조금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내게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멈추더니 말했다. "여기 오려고 2만일이나 걸어왔어요."
맙소사, 이 사람 말을 안 들어볼 수가 없겠군.
그러더니 그녀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이유는 제대로 작동하는 차가 없기 때문이에요. 내게 쓸 만한 차가 없는 이유는 직장이 없기 때문이고요."
우리가 그렇게 마주보고 서 있는 동안 그녀는 몇 마디 말로 그녀의 인생을 묘사했다.
"나는 박사학위를 두 개나 땄다. 난 똑똑하다. 난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배웠다. 그런데도 1년 반 동안이나 실직자로 살았다. 수도 없이 이력서를 내보고, 자원봉사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열일곱 살 때부터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혼자 힘으로 학교도 나왔다. 그리고 항상, 언제나, 늘 열심히 일했다. (p.354-355)

"내가 여기에 온 건 희망이 없기 때문이에요. 난 오랫동안 당신에 대한 글을 읽어왔어요. 그래서 당신을 직접 보고 이 말을 하려고 온 거예요. 당신이 필요해요. 날 위해 싸워주세요. 그게 얼마나 힘들지는 상관없어요. 당신이 싸울 거라는 걸 알아야겠어요."
나는 그녀를 보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싸울게요."(p.355)

스테파니는 여성들에게 공직에 출마하라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내가 출마하기로 결정한다면 선거 유세 내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내가 이 선거에 뛰어들길 원했지만 이 싸움이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서는 사탕발림으로 얼버무리지 않았다. 그녀가 한 말중에 한마디가 가슴에 남았다. 우리는 시도해야 합니다. 한 여자가 선거에 출마하면 다음번 여자가 훨씬 더 쉽게 출마할 수 있고 ㄱ런 식으로 여자들이 승리하게 될 것이란 말이었다. (p.377-378)

이제까지 몇 달 동안 선거 유세를 하면서 어린 여자아이를 만날 때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아이의 손을 잡고 조용히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난 엘리자베스란다. 상원의원 선거에 나왔어. 그게 바로 여자가 할 일이거든." 이제 그 말이 특별한 의미를 띠게 됐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부모가 사진을 찍자며 부탁해고 나는 그 작은 갓난아이들을 안거나 허리를 숙여서 수줍어하는 꼬마 숙녀들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곤 했다. 10월에는 손녀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온 근사한 노부인을 만났다. 그 부인은 아주 작고 노쇠했지만 내 손을 잡고는 자안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난 죽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급히 갈 생각은 없어요. 당신이 이기는 걸 보고 갈 계획이에요." (p.438-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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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2-05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힐러리에 대해선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을 거 같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1373 시간 나실 때 33. 힐러리 vs 트럼프 에피소드 한 번 들어 보세요.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투표를 많이 안해서 트럼프에게 더 승산이 갔단 의견도 있죠. 우리나라도 좀 걱정되는 게 일전에 지인과 얘기하다 이재명 아니고 문재인이 나오면 투표를 안하겠다, 그것도 내 권리다 라고 말해서 버니 샌더스 얘길 해주기도 했죠. 미국 일이라고 귓등으로 듣는 듯 했어요~_~;;;

다락방 2016-12-05 00:32   좋아요 0 | URL
저는 엘리자베스 워런 같은 민주당 여성의원이 앞으로 일을 하고자 할 때 대통령이 트럼프라면 무산되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을 진행시키는 면에서 트럼프는 엘리자베스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할 것 같아서요. 그런 면에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방송은 시간날 때 들어보겠습니다.

cobomi 2016-12-05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며칠 전에 올리신 글 읽고, 대체 얼마나 설레는 기분인지 궁금해서 이 책 샀어요. 토요일에 배송된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어요ㅜㅜ 주말에 못 읽어서 아쉽고, 이 글 읽으니까 얼른 읽고 싶네요.

다락방 2016-12-05 08:12   좋아요 0 | URL
크- 코보미님께도 설레는 기분을 안겨주는 책이 되어야 할텐데요! 저는 정말이지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구석구석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도 느낄 수가 있어서 참 좋았어요. 빨리 배송되어서 코보미님이 읽으셔야 할텐데.. ㅜㅜ

psyche 2016-12-0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대선후 멘붕상태에서 가족들이 모여 다음번 대통령에 대한 (아직 트럼프는 시작도 안했는데 ㅋ)이야기를 하게되었어요. 그때 제가 엘리자베스 워렌을 꼽았었죠.
이번 힐러리의 패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는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었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흑인에 이어 여자가! 하는 백인 남성들이 있었고 또 여자이기 때문에 힐러리가 더 박한 평가를 받은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있습니다만) 하지만 트럼프가 워낙 개판을 칠게 뻔하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혹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저혼자 기대해봅니다. 이 책 저도 꼭 읽어보고싶네요. 두껍다고 하시니 영어로 시작할 엄두가 살짝 안나고 한국에 누가 다녀오기를 기다려봐야겠어요.

다락방 2016-12-05 12:03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 워런 자서전을 읽는데 너무 신나는 거에요! 똑똑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게 그대로 다 드러나더라고요. 사실 자서전은 자뻑 되기가 쉬운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정말로 솔직담백한 글이랄까요. 트럼프 보다야 엘리자베스 워런이 이천배쯤 낫지 않을까요? 제가 위의 댓글에도 쓴것처럼, 엘리자베스와 힐러리가 만나면 시너지가 있을것 같았어요. 반면 트럼프가 대통령인 곳에서 엘리자베스가 어떤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지... 하아- 오바마는 엘리자베스의 지원군이었는데, 트럼프는 지원군에 1도 못미치고 오히려 방해세력이 될 것 같아요 ㅠㅠ

이 책은 정말 강추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요!!

종이달 2022-03-1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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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라는 아주 단단한 기둥을 붙들고 살고 있는줄 알지만,
사랑은 그저 아주 얇고 가느다란 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한 쪽이 놓기도 전에 그만 끊어져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아주 약한 실.
그것은 거친 바람 한 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존재한 적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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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6-11-28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었던 수많은 사랑 얘기들 속에서 이 책은 뭔가 현실적인 느낌이 강렬했어요. 꼭 불륜이 아니더라도, 어긋난 만남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부서질 거 같은 믿음이랄까요...

다락방 2016-11-29 08:30   좋아요 1 | URL
자신들의 사랑을 믿고 그것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결국은 상대가 나를 죽이진 않을까 의심하게 되잖아요. 나쁜 감정으로 시작한 일은 나쁜 다른 감정들을 불러오는 것 같더라고요. 의심과 불안 초조함...
그렇다면 사랑이란 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