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쏜살 문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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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잘룸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 하지만 네가 내 제안을 모두 따른다고 해도 치잘룸이 네 바람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 산다는 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잖니. 중요한 건 네가 노력한다는 거야. 

그리고 항상 네 직감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믿어.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너의 길잡이가 되어 줄 테니까. (p.14)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자신의 친구 '이제아웰레'에게 한, '네 직감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믿어'에 동의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아 그 때 괜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니구나' 할 때가 종종 있었으니까. 대화중이나 행동중에 '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돌이켜봤을 때 그건 아닌 게 맞더라. 어째서 그런지에 대해 바로 그 순간 낱낱이 짚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 것 같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은 있고, 그 느낌은 대체적으로 맞다. 우리는 우리 안의 도덕에 어긋나는 것들을 잡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친구에게 한말, 네 직감을 믿으라는 말은, 충분히 그러해도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조카가 두 명있다. 지금 현재 여덟살 여자아이와 다섯살 남자아이이다. 이모가 꼴페미인만큼, 조카들을 페미니즘 장착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이모이고, 매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설사 내가 매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매순간까지 함께할 순 없다. 아이는 학교나 유치원에 갈 것이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있을 것이도, 텔레비젼을 보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순간에 조카들이 보게 되는 사람들과 그 대화들이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같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이모가 하는 말과 텔레비젼 속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는 걸 알게될 것이고, 자라나는 과정에서 그 모든 이야기들중 어떤것들을 취하거나 혹은 버릴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 조카들이 내 바람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 바람대로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보장도 없고. 어떤 것이 옳다는 것에 대해 강한 확신으로 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 보여진다. 차별이, 비하가,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가 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말해주는 건 충분히 해도 되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페미니즘은, 조카가 있는 내게 반드시 필요한 절실한 것이 되었다. 나는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 있는 학교에서, 그리고 앞으로 직장에서, 거리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차별과 비하, 혐오, 괴롭힘에 노출되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떤 어른도 아이를 모든 상처로부터 막아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나아갈 길은, 설사 상처받는 일에 맞닥뜨려도 극복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일테다. 페미니즘은 혐오와 비하, 차별을 없애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것들로부터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네 고통이 네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는 데에도 페미니즘이 당당히 버티고 서있다. 


얘야, 네가 반드시 머리를 기를 필요도 없고, 괴롭힘에 묵묵히 참을 필요도 없어 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네가 괴로운 것이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히 중요하니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우리가 멈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얼마나 명료한 해결책이며 완벽한 방법이란 말인가. 우리가 멈춰야 한다. 




책은 얇고 가볍다. 한 손을 쫙 편 사이즈이고 장수도 적고 심지어 그림까지 있다. 그러니 나같은 이미 헬페미인 사람들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 경우에도 이 책을 읽고서는 큰 감흥이 없었다. 나는 이것보다 더한 것이 필요해... 이정도는 이제 내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내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어떤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시 되어야 할까, 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맞춤한 책일테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페미니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텐데, 이 책에는 아주 기초적인 가르침들이 나와있으니까. 


이렇게 기초적인 걸 굳이 알려주기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이렇게 기초적인 게 어떤 이들에게는 전혀 기초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 행동이 어떠해야할지를 다잡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란 어른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하곤 하는데, 책 읽으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는 책 읽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테고, 가사일은 가족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이천번 말하는 것보다는 모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일 테니까. 





가사와 육아는 성 중립적이어야 하고, 우리는 여자가 ‘만능‘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바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부모들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해. (p.20)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해. ‘동등하게‘가 무얼 의미하는가는 물론 너희 두 사람에게 달렸어. 서로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면서 맞춰 나가야 할 거야. 말 그대로 50대 50으로 나눈다든가, 매일 점수를 기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만약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했다면 저절로 알 수 있을 거야. 네가 화가 나지 않을 테니까. 진정한 평등이 있는 곳에는 분노가 존재하지 않아. (p.23)

치잘룸이 책을 사랑하도록 가르쳐.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을 보이는 거야. 네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가 본다면 독서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설사 치잘룸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책만 읽는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제도권 교육을 받은 아이보다 훨씬 더 박식할 거야. 책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의문을 품도록, 자기표현을 하도록, 자기가 되고 싶은 게 무엇이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줄 거야. 요리사든, 과학자든, 가수든 독서를 통해 배우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돼. (p.44)

치잘룸이 이런 남자들에게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쳐. 여성이 자신과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때가 아니라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할 때만 공감할 수 있는 남자들. 강간에 대해 얘기할 때 매번 ‘내 딸이나 아내나 여동생이었다면‘ 같은 말을 하는 남자들. 이런 남자들이 피해자가 남성일 경우에는 굳이 자신의 형이나 아들이라고 상상하지 않아도 공감을 잘하지. (p.49)

그토록 많은 여자애들이 ‘머리‘하면 고통을 떠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들이 ‘너무 바짝 당긴‘, ‘두피를 상하게 하는‘, ‘두통을 일으키는‘ 종류의 단정함에 순응하기로 결심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멈춰야 해. (p.76)

사회규범의 근거가 정말로 생물학이라면 아이는 아빠보다 엄마에게 속한 것으로 봐야지. 왜냐하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생물학적으로-이론의 여지 없이-확신할 수 있는 부모는 엄마 쪽이잖아. 엄마가 애 아빠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빠일 거라고 추측하는 거고. (p.82)

아이에게 자신의 기준이나 경험을 절대 일반화하지 말라고 가르쳐. 그 애의 기준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고 가르쳐. 그 애에게 필요한 겸손은 ‘차이는 정상적인 것이라는 깨달음‘ 뿐이야.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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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7-10-19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을 한 백권정도 사서 딸가진 엄마들에게 마구 나눠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단 한권 더 사서 친한 친구에게 줬답니다. 너무나 기초적이지만 옆에 두고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17-10-19 17:24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제 여동생에게 주었어요. 여동생은 딸도 아들도 가진 엄마이니, 여동생의 페미니즘이 딸과 아들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여동생에게는 제가 페미니즘을 전달하고요. 후훗.
 
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이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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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것을 더 알고 싶어질수록 다른 것들에 대한 앎의 욕망도 더 커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고, 말을 하고, 생각을 나누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칠수록, 언어란 것에 대해 궁금해졌고 종국에는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철학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학문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겠구나, 하는 것도 최근에야 깨달았다. 나에게 그것의 시작이 페미니즘이었지만, 누가 어떤 다른 공부를 시작한다 해도 결국 우리는 만났을 것이다. 학문은 연결된 것이니까. 내가 언어학을, 사회학을, 정치학을, 경제학을 그리고 철학을 좀 더 잘 알게 된다면 페미니즘에 대한 시야도 좀 더 넓어지고 사고도 확장될 것이라는 게 눈에 보였다. 만약 누군가가(혹은 내가) 언어학을 먼저 공부하게 됐다면 혹은 경제학에 먼저 관심이 생겼다면, 그 사람은 그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파고 들어가다가 결국 페미니즘을 만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즘이 학문으로 분류되든 그렇지 않든, 결국은 모르는 상태에서는 '공부'해야 하는 것이었고, 공부는 하면할수록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지 세상에 얼마나 알아야 하는 게 많은지를 알게 되는 것이니까.



재차 말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철학이라는 것으로 따라가지 않나 싶었다. 그렇게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대학시절 관심도 없던 철학을, 성인이 되어서도 나와는 무관하다 생각했던 철학을 만나고 싶었고, 그 숱한, '이름만 들어본' 철학자들의 이론서를 먼저 읽는 것보다는, 개념을 먼저 잡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마침, 맞춤하게 이 책이 눈 앞에 똭- 보이는 게 아닌가. 좋다, 철학을 공부하기에 앞서, 철학하는 여자가 강하다고 말하는 이 책을 읽어보자. 이것은 내가 접근해야 할 철학에 대한 가장 좋은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거다. 그러나, 내 예상은 빗나갔고,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에 실망했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한 '철학에 대한 입문서'가 아니었다. 이것은 오히려 '자기계발서'에 가까웠다. 아니, 자기계발서다. 조금더 상세히 분류하자면, '여성에게 맞춤한 자기계발서'쯤이 될텐데, 그렇다 해서 이 책이 무용하냐 하면, 그건 또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특히 여성들이, 우리를 가둔 굴레를 벗어던지자고 시종일관 얘기한다. 우리가 그렇게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그러니까, 너무 당연한 얘기다. 우리는 훌륭한 일꾼이면서 동시에 어진 엄마이고 다정한 아내의 역할을 모두 다 갖출 수 없다. 그런 역할들을 모두 다 수행하려고 하느라 잠잘 시간마저 부족한데, 이것은 과연 우리가 '당연히' 가져가야 할 역할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거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해져야 하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남자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지 않아야 하고, 힘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얌전하거나 착하지 말자고, 겸손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분명,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딱히 속시원한 느낌이 아닐까'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유의미한 책일 것이다. 그들로 하여금 세상과 고정관념에 맞서게 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내게는 이 책이 필요가 없다는 데에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를 충분히 알겠고, 저자의 뜻에 충분히 동의하지만, 나는, 이 잘난 나는!!! 이미 저자가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을 넘어서 있는 것이다!!!!! 



으음, 이 책은 의미 있지만 내게 필요친 않은 책이군,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절반도 채 읽기 전에 이 책을 덮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 또는 읽고 싶은 책은 쌓여있는데, 굳이 필요없는 책을 읽으면서 이 유한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나의 마음, 나의 이 애절한 마음은, 책장을 덮는데 반대했고, 철학자라는 저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고 결심하게 되었던 거다. 처음 내가 이 책에 기대한 바대로 이 책은 내게 '맞춤한'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면서(우리가 권력을 가지자!! 충분히 가질 수 있어!!), 계속해서 철학자들을 소환해낸다. 이 철학자는 이런 말을 했어, 이 철학자는 저런 말을 했지, 하면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나는 한나 아렌트가 궁금해졌다.




궁금해지는 게 많다는 게 나는 좋다. 궁금한 게 많다면 그 궁금함을 모두 해소할 수는 없지만,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테고, 그건 공부로 이어지는 것일테니까. 책은 모든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답은 결코 될 수 없지만, 어떻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이 책은 딱히 내게 필요한 책은 아니었지만, 다른 철학책을 또 읽어보자, 결심하게 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창원까지, 페미니즘 철학 강의를 들으러 다녀왔다. 강의를 들었더니 칸트와 들뢰즈에 대해 빠샥하게 알게 되었다.... 라고 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결론이겠지만, 나는 '이것은 무슨 말인가.... '하게 되어버렸고,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강의를 들으러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런데 다들 앉아서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며 열중했다. 질문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지식이 1도 없으니 질문도 못하겠더라. 공부를 하면할수록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는 가에 대해 깨닫게 된다.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왜 우리는 이렇게 지내는가.

인생은 무엇인가.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왜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인가.



이 모든 근본적인 질문은 결국 철학이다. 우리는 계속 묻고 답을 해야하고 그것을 멈추지 말아야한다. 나는 지치지 않고 게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체력이 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더러 받기도 해서, 아아, 이래서 어른들이 공부도 다 때가 있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그치만, 무릇 공부란 멈춰서는 안되는 것이야. 열정적으로 공부해서 후다다닥 앞으로 가면 좋겠지만, 그러다가 지쳐서 널브러지면 오히려 뒤로 가게 되어버린다. 꾸준히 가야겠다.



학창시절 나는 공부를 못했지만, 특출나게 점수가 높은 과목은 있었다. 나는 이게 바로 공부 못하는 사람의 특징인가보다, 오늘 생각했다. 모든 학문이 연결되어있다는 결론에 이르자, 그래서 전교1등 아이들이 전과목을 다 잘했구나 싶어지는 거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든 분야에 보통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그들은 외국어에도 능통한 것처럼, 무엇을 알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을 채워주는 지식이란 것은 결국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고 응용한 게 아닐까. 나는 너무 늦된 아이였어....그랬던거야.....





마지막으로 별점에 대한 고민을 한다...철학적으로..

나는 이 책에 대해 별을 셋을 줄것인가 넷을 줄것인가...그러니까 사실 읽으면서는 셋이다!! 했는데, 나는 내 자신의 주된 인물이니 내가 읽은 그대로 평을 해야하긴 할것인데, 그런데 이 저자가 틀린 말 한 거 하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겐 유의미한 내용일 것이니까 조금 더 줘도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최종 결론은 3.5가 되었는데, 알라딘엔 반점짜리가 없으니까...셋이나 넷 둘 사이에 결정해야 할 것인데, 그렇다면 셋을 줄것이냐 넷을 줄것이야.... 하다가 그래, 올림을 하자, 하고는 별을 넷을 주기로 지금 막 나와 내가 쇼부를 쳤다.


삶은 이렇게 질문의 연속이다. 늘 질문하고 늘 답을 구하면서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이 생에서는 엄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직장에서 행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인생의 남자가 딴 여자의 품으로 달려갈 수도 있다(그러지마...딴 여자의 품으로 가지마.......돌아와, 짜샤.........). 하지만 그것이 곧 우리가 무언가를 놓쳤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성급하게 땅에서 뽑아 버리는 바람에 말라빠진 식물을 보며 화를 낼 동안 다른 식물들이 조용히 소리 없이 싹을 틔운다. (p.57)





쉽게 반말을 하거나 상대의 반말을 용인하지 마라. 당신은 성인이다. 특히 직장이라는 무대에서 튀어나오는 반말은 쉽게 용인해서는 안된다. 반말은 친밀함을 넌지시 암시하지만 그 친밀함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은근 슬쩍 반말을 던지거나 당신을 별명으로 부르는 상사는 그 반말 의식을 악용하려는 사람이다. 이럴땐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정확한 발음으로 상대의 이름과 직위를 호명해야 한다. 그럼 권력은 당신 편이 될 것이다. (p.98)

유독 철학과에선 지위가 높은 여성을 만나기 힘들다. 철학과 여대생들은 대학 시절부터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무시당하기 일쑤이며 재능없는 인간 취급을 당한다. 철학이란 것이 남자들만 가진 희귀한 재능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오랜 시간 방에 틀어박혀 혼자서 비환원주의적 유물론이나 포스트 형이상학의
자유 개념을 연구하여 자식 대신 상을 타고도 남을 만한 우수한 글을 쓴 여성은
‘정상이 아니다‘. 틀림없이 ‘미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글을 남자 동료가
쓴 글보다 더 나쁘게 평가하며 그녀의 말을 히스테리컬하다고 낙인찍거나, 더
나아가 아예 입을 못 열게 만든다. 그런 경험, 그 비슷한 경험들 탓에 많은 여성
학자들은 교수 자리를 아예 처음부터 꿈도 꾸지 않는다. (p.14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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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4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08-2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철학책 좀 보니까 철학 그거 뭐 별거 없더라구요. 한 300000년 정도 공부하면 싸그리 정복할 수 있겠던데요? 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7-08-24 13:24   좋아요 0 | URL
ㅎㅎ 그정도 공부하면 정복 가능하단 말이죠? 오케바뤼 알겠어요. 일단 영생을 얻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제가 철학 공부하는데 선배님 도움 좀 받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지도 부탁드려요. (꾸벅)

syo 2017-08-24 13:27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다면 제가 1년정도 먼저 시작했으니 299999년은 우리 함께 달려볼까요??ㅠㅠㅠㅠㅠ

다락방 2017-08-24 13:30   좋아요 0 | URL
흑흑 그래요 ㅠㅠ 그 머나먼 길, 쇼님과 함께라면 흑흑 외롭지 않겠지요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함께 달려봐요..아니, 난 좀 걸으면 안될까요? (글썽)

syo 2017-08-24 13:37   좋아요 0 | URL
걸으셔도 되요. 뭐 한 백년 살다 가는 인생 600000년 걸리나 300000년 걸리나 큰 차이 있겠어요? 쉬엄쉬엄 갑시다, 막걸리나 마시면서.

다락방 2017-08-24 13:39   좋아요 0 | URL
음... 비도 오는데......막걸리 얘기를 하니.........몹시 흔들리는군요.
오늘 저녁에 막걸리를 마실까 말까 마실까 말까...................................................

아아 역시 삶은 고민의 연속이여..................

비연 2017-08-2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나 아렌트가 궁금합니다...

다락방 2017-08-24 14:18   좋아요 0 | URL
세상은 궁금한 것 투성이죠.... 제가 혹여 공부하게 된다면 페이퍼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불끈!!
 
넛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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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탄생으로써의 복수, 삶으로써의 응징!!
책장을 덮고 한템포 쉰 다음에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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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8-2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오늘부터 100자평도 하시는 겁니까?? 저처럼 치매방지용으로??ㅎ

다락방 2017-08-22 10:59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이거 필요해요. 안그러면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읽었다면 어땠었는지 기억이 1도 안나서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콥 자매 시리즈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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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매력적이고 이야기로도 통쾌한데다 대사들도 명문이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짜릿해!! 멋져!! >.<
시리즈 나오는대로 족족 읽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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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의 역량
    from 마지막 키스 2017-08-17 10:49 
    몇해전에 본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기억난다. 드라마속에서 김현주와 이유리는 병원에서 부모가 바뀌었다. 스무해 이상을 자라온 집이 나의 친부모가 있는 집이 아니었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은 아주 달라서, 김현주는 출판사 사장의 집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왔으며 그 출판사에 취직해 능력을 인정받고 잘 다니고 있었고, 이유리는 밥집을 하는 엄마와 백수인 아빠 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점에 취직을 해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둘이
 
 
레와 2017-08-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넣어놨어요!!잼있겠당! 까악!

다락방 2017-08-17 11:51   좋아요 0 | URL
응 이거 재미있고 좋아요. 읽어, 읽어, 읽어버리잣!!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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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을 받고 가족 구성원들끼리 충분히 대화하며 딱히 부족한 것 없이 중산층으로 살아온 아이가 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될거라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아,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것이고, 사랑을 충분히 주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아 사랑을 많이 받아봤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우리는 지금도 너무나 당연하게 말하지 않나.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할 줄 아는 거라고. 


나 역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왔고, 그러므로 '좋은' 부모 밑에서 안정적으로 자라온 사람이 어떤 사건의 '가해자' 혹은 범죄자가 될 확률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뒤집어 말하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에 대해 은연중에, 나도 모르게, 불행한 과거를 추측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가정을 짐작하게 된다는 거다. 나쁜 부모가, 불우한 가정환경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을거야.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듯 보여서,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중 한 명인 '딜런'이 좋은 부모 밑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기가 매우 힘들기도 했다.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자랐는데, 그랬는데도 살인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게 언제든 내 주변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아마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문제가 없을거라고, 건강한 사람이 될거라고 당연히 믿고 싶어했는가보다. 그래야 살인과 자살이 내게서부터 먼, 다른 사람의 일이 되는 거니까. 우리가 우리 가족 안에서 사랑하고 화목하다면, 문제는 우리와 거리를 두게 될테니까.



1999년 4월 20일,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는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콜럼바인고등학교에 갔다. 두 사람은 학생 열두 명과 교사 한 명을 살해하고 스물네 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으 끊었다.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p.20)



수 클리볼드는 자신의 아들 딜런이 다니는 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아들이 다치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 총을 쏘는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 큰 절망에 맞닥뜨린다. 차라리 아들이 자살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딜런은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였으므로, 희생자와 유족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괴물이 된다. 수 클리볼드는 자신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웃들과 사이가 좋고 가족들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었지만, 그 사건 후에는, '수 클리볼드' 대신 '살인자의 엄마'가 된다. 어딘가에서 누구를 만나도 나라는 정체성이 '살인자의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삶을, 그 사건 이후로 수 클리볼드는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그 사건이 있은 후로 16년간 끊임없이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한다. 처음 그녀에게 닥쳐온 건 아들을 잃은 슬픔이었다. 이제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 아파하며, 어릴 적에 아이가 어땠었는지를 떠올리고, 그 아이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에 휩싸인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아들로 인한 희생자를 인식하면서부터는, 죄책감과 한없는 미안함이 그녀를 감싸고, 자신이 알고 있는 딜런과 세상이 알고 있는 딜런의 격차에 혼란스러워한다. 딜런이 왜? 그럴 리가 없어, 걘 사흘 전에도 자신이 갈 대학을 구경 갔었는데, 왜? 딜런은 친구도 많고 착한 아이인데? 

이런 혼란속에 그녀는 딜런이 약에 중독됐거나,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당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죽기 직전 딜런이 남긴 영상속 딜런은, 수 클리볼드가 알던 그 아들과 아주 달랐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우울과 분노에 휩싸였으며, 자신의 의지로 그런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받아들인다. 



당연히 그녀는 '어떻게 부모가 되어서 아들이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했냐'는 비난에 수도없이 맞닥뜨린다. 그녀가 가장 많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도 그것이다. 내가 왜 몰랐지? 어디서 무엇을 놓쳤지?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일기로 남긴다. 아들이 남긴 일기를 읽고, 과거의 자신의 일기를 읽으면서 '혹시 이게 그 싸인이었나'를 곰곰 돌이켜보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고,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신건강과 우울증에 관련된 전문가들을 만나고 또 만나며, 우울증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책에 꾹꾹 눌러담았다. 



수 클리볼드는 책에서 자신의 아들을 잃었음을 슬퍼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며,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아들이 잘못했음을 인정한다. 같이 살인을 저지른 에릭때문이라며 에릭만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딜런이 정신이 건강하지 못했다며 아들 변명에 급급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힘든 시간에 자신을 비난한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며, 자신을 위로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그녀는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려고 온 마음을 다해 애를 쓰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책으로 전하고 있다. 또한, 이것이 자기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은,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혹여라도 앓고 있을지 모를, 아파하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막을 수 있다면 우리가 막아보자고 혼신의 힘을 다해 얘기를 한다. 책은 첫장부터 끝장까지 그 진실함이 차고 넘쳐 내 안의 모든 것들이 뒤틀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 안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막연한 원망이 저들끼리 섞인다. 그것들이 섞여서 나는, 나란은 인간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이런에게 그랬듯이 딜런에게도 번개, 뱀, 저체온증을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치실질을 하고, 선크림을 바르고, 사각지대를 꼭 확인하라고 가르쳤다. 십대가 된 뒤에는 음주와 약물의 위험에 대해 최대한 터놓고 이야기하고 안전하고 윤리적인 성행위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딜런이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는 내 가족은 자살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마음속 깊이 믿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사이가 친밀하기 때문에, 혹은 내가 빈틈없고 민감하고 다정한 사람이라 안전하게 지킬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믿었다. 자살은 다른 집에서나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틀렸다. 

자살에 대해 내가 알던 것 전부가 틀렸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그 까닭이 뭔지 나는 안다고 생각했다. 이기적이거나, 비겁해서 자기 문제를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순간적 충동에 휩싸이는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패배자로 보는 문화적 편견을 나도 받아들였다. 너무 나약해서 삶의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바라는 사람,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쉽사리 판단하는 정확하지 않은 생각들이었다. (p.256-257)





수 클리볼드는 정신의 고통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육체적 고통은 손쉽게 얘기하고 치료 받으러 다니면서 정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숨기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정신의 고통에 대한 낙인을 피하려고 치료받지 않아,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는 그 낙인을 없애야하고, 정신이 고통스러우면 신체의 다른 부위가 고통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로 치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픈 사람도 또 아프지 않은 사람도, 정신의 고통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혹여라도 이렇게 말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딜런에 대해 변명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걱정하며, 정신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잊지않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의 고통을 무시하면 오히려 자기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더 큰 고통속에 몰아넣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정신의 고통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수 있도록, 우리는 낙인을 없애야 하고, 또 평소와 다른 상태인건 아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죄책감과, 미안함과, 안타까움과, 다른 사람들에겐 고통이 없었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이, 가득 차있다.

사건 이후 그녀의 삶도 혹독했겠지만, 이 책을 쓰는 과정도 그러했으리라.




덕분에 내 안의 것들이 뒤틀렸다. 내 안의 것들이 뒤틀려서 나는 나를 재구성한다. 재구성된 나는 아마도 '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럴 수도 있어' 를 더 많이 갖게 되지 않을까. 무조건 누군가를 탓하기에 앞서 한 번 더 '아, 어떻게 그 지점까지 가게 됐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나는 수 클리볼드를 살인자의 엄마로 먼저 정체화 시키기에 앞서 수 클리볼드로 먼저 볼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그녀가 자신의 아들을 충분히, 잘 애도하고, 자살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힘이 실리고, 그녀의 말이 설득력을 갖고 모두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의 남은 삶은 여전히 아픔과 슬픔으로 채워질테고 그걸 극복하라고는 감히 내가 말할 수 없지만,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잘 전달될 수 있는, 그런 삶이길 바라본다.



여러분, 이 책 읽읍시다. 내 안의 것들이 뒤틀리는 경험을 함께 느껴봅시다. 

제가 진짜 강하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애들한테 동화를 읽어주고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고 가르치죠." 내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쓸 때 수가 내게 한 말이다. "지금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선해질 능력이 있고 또 나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겠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선한 면과 악한 면, 둘 다를 사랑해야 한다고요." (p.10, ‘앤드루 솔로몬‘의 해설 中)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정리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군요.
1. 부모님이 어떻게 해서, 혹은 어떻게 하지 않아서 딜런이 그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2. 딜런이 어떤 상태인지 부모님이 ‘보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딜런은 원래 비밀이 많은 아이고 자기 내면을 부모님뿐만 아니라 자기 주위 모든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감추었습니다.
3. 삶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딜런의 심리작용은 심하게 악화되어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4. 이렇게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딜런의 이전 자아가 아직 남아 있어서 총격 도중에 최소 네 명을 살려 주었습니다.
(p.262, 피터 랭먼 박사의 이메일 2015.02.09)


무릎을 다치면 걸을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병원을 찾지 않고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관절에 얼음찜질을 하고, 다리를 높이 괴고, 운동을 쉬다가 며칠 지나도 차도가 없으면 정형외과에 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진짜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아무도 다친 무릎을 의지와 용기로 낫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낙인을 피하려고 스스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고만 한다. (p.436-437)

내 불안장애를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게 되어 수렁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뇌건강 문제는 심장병이나 인대가 끊긴 것이나 다름없는 건강 문제라는 사실이 갑자기 한낮처럼 또렷하게 떠올랐다. 이런 건강 문제와 다를 바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먼저 병을 깨닫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오늘날에는 유방 엑스선 검사와 촉진으로 50년 전에는 놓쳤을 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한다. 덕분에 나도 암을 이겨낼 수 있었다. 언젠가는 뇌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그만큼 효과적인 진단과 개입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뇌의 병을 제대로 인지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병 못지않게 위험하다. 파괴적 충동은 그 충동을 느기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다. 일부 예외적인 사례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럴 가능성도 낮지만, 그래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그 병을 앓는 사람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도 위험해질 수 있다.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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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7-07-1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다락방님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음.. 그래 나도 이 책을 연초에 읽고 글을 썼었지..‘라고 생각하며 제 글을 찾아보니 안썼던 거에요 ㅎㅎㅎㅎ;; 분명 썼다고 기억했는데.. 그래서 저도 이 책으로 곧 써보려구요 ㅎㅎ 다락방님도 이책을 강력 추천! 하시는 군요. 저도 읽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다락방 2017-07-12 11:53   좋아요 0 | URL
블랙겟타님 이미 읽으셨군요!
일전에 블랙겟타님의 마징가 z 글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오오옷, 이 책에 대한 글을 써주신다면 제가 후다닥 달려가서 역시 반가운 마음으로 읽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얼른 써줘욧!

책을 읽는 내내 제 안의 것들이 뒤틀리는 기분이었어요. 제 친구도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둘이 그런 얘길 했어요.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정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기 전의 저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요. 블랙겟타님, 이 책에 대한 글 기다리고 있을테니 꼭 써주셔야 해요!

북깨비 2017-07-1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동진님께서 영화 곡성 평론 때였나 아님 빨간 책방에서 였었나.. 아무튼 사람들이 카오스 (혼돈, 무질서)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인과관계 (질서)를 선택하는 이유는 불행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데 이 불행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건데. 하지만 이 불행에다가 인과관계를 만들어 주면, 예를 들어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그 사람의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야 우리집은 사랑이 넘쳐나니까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나 나는 안전해! 하고 안심하고 싶은, 불행한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불행이 안 일어날꺼야 하는 절박한 논리가 형성이 되니까요. 이런 논리의 희생양으로 잘나가다가 한순간에 불행해진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이유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거 다락방님 리뷰를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됩니다.

다락방 2017-07-12 16:5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북깨비님.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이 책을 읽다보면 바로 그런걸 알 수 있어요. 저는 언제나 그렇게 안다고 생각해왔으면서도 인정하긴 싫었던 것 같아요. 그게 그렇게 어디에나 언제든 올 수 있다고 인정해버리고 나면, 결국 제 것이 될 수도 있을테고, 그걸 받아들이기가 너무 싫어서 조건을 붙였던 것 같아요. 내 가정환경은 그렇지 않으니까, 우리 집은 화목하니까, 하고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수 클리볼드 역시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 아, 운명이라든가 인생이라든가 삶이라든가 하는 건, 대체 뭐지? 어떤 식으로 굴러가고 있는거지? 하고 혼란이 찾아오더라고요.

북깨비님, 이 책 참 좋습니다. 북깨비님께도 일독을 권합니다.

2017-07-24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5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을 향해서 2017-08-2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지금 보고 있는데 박찬욱 감독의 서평이 인상적이기도 하였는데 읽다보니, 자식 키우는 일이 이게 참... 한 생명을 키운다는게... 무거운 부담감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아이의 행동이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혹은 내가 대체적으로 잘 하더라도 아이는 그렇게 못 느낄수도 있겠구나 란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세상엔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 키우는 부모가 한 번쯤은 읽었으면 하는 책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가 늘상 이럴거야 라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걸 자각하고 사람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예요. 반 정도 읽은터라 이 정도 느꼈던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 온 메일을 체크하다가 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반가워서 몇 글자 남기고 갑니다. ^^ 다락방님의 평 중에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의 이야기는 저도 읽고 한 대 탁!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부분을 읽으며 아이에게나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할 때 한 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생각이 잘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지만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