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같은 소리
레나트 클라인 지음, 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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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책 읽기를 거듭할수록 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내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고 느낀다. 어쨌든 가야할 방향은 그곳이구나,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닿아야 여성의 권리를 위한 것이 되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알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도덕 코르셋'을 벗어야 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성애부부의 의뢰인 여성, 난자 공여자, 생모에 이르기까지 세 여성 모두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침해와 해를 입히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하는 대리모를 없애자는 '레나트 클라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있다. 그러나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많은 여성들이 '불쌍한 게이남성들에게 안된다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리모 반대 보다는 규제 쪽의 손을 들어준다.



나는 2014년 대리모 우호 회담의 티타임에서 대리모로 인해 여성과 아동에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 어떤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게 동의했지만 착석 종이 울릴 때쯤 곧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가엾은 게이 남성들이 아이를 그토록 원하는데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이들의 감정을 해치는 데 대한 긴장감과 겁, 특히 이 경우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만연한 동성애 혐오로 보일 수 있다는 이 두려움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겁은 많은 사회 정의 쟁점들과 결부된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용감하게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p.116)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그것이 부적절한 것이라면 안된다고 말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이 게이에게 향한 것일 경우, '게이 혐오'로 비춰질까 우려되어 차마 안된다는 말을 하지도 못한다. 레나트 클라인은 동성애 혐오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겁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리모가 해외나 국내 어디에서 이루어지든, 이것이 얼마나 잘 혹은 잘못 진행되는, 확실한 것은 대리모라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이를 어른의 재산으로 상정해서 사고판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절박하게 원한다는 것이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조 프레이저, 대리모 연구 조사 보고서, 2016, p.3)



대리모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얘기해주는 것이 나는 무척 좋았다. 자연스레 안드레아 드워킨과 캐서린 맥키넌 생각도 났다(이 책에서도 몇 번 드워킨을 언급한다). 여성의 몸을, 정신을, 다시말해 여성의 인권 자체를 침해하려는 시도에 대해 안된다는 말을 할 때는 그것이 착할 필요도 없고 부드러울 필요도 없다. 나는 안드레아 드워킨과 캐서린 맥키넌이 강한 어조로 포르노를 반대했듯, 레나트 클라인이 강한 어조로 대리모를 반대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결국 여성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은 이런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강한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대리모라는 부적절한 이름으로 칭해지는 이 여성은 자신의 몸으로 아홉달 동안 아이를 품고 낳는다. 상업적 대리모에서 생모는 의뢰인 부부보다 항상 더 낮은 사호경제적 계층에 위치하고 또한 대게 더 ‘낮은‘ 인종적 위계상에 위치한다. 인종과 계급 문제가 한데 얽힌 것이다. 우리는 (흰 피부의) 최고경영자가 (어두운 피부를 가진)청소부의 아이를 낳아주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 P20

‘선택‘은 내가 (그럴 힘만 있다면) 기꺼이 금지하고 싶은 단어다. 나는 선택이란 말은 두 가지 좋은 것 가운데서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로는 "초콜릿 케이크와 레몬 타르트중에 뭐 먹을래?"가 있다. 이렇게 쓸 때에만 양 선택지의 결과가 모두 끔찍한 상황에서 선택이라는 단어를 즉시 제거할 수 있다. 코카인에 심하게 중독된 상태에서 돈이 절실하고 집이 없으며 지지를 구할 만한 곳도 막막한 가운데 성매매를 계속하기로 ‘선택하는‘것은 ‘선택‘이 아니다. 이는 가장 어렵고 불운한 결정이다. 마찬가지로, 남편을 포함한 당신의 가족이 불임이라는 이유로 당신을 비난하고 따돌리는 가운데 여성을 대리모로 착취하기를 ‘선택하는‘것은 ‘선택‘이 아니다. 이 역시 가장 어렵고 불운한 결정이다. - P31

우리는 이런 결정을 내린 여성들을 절대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여성이 결정을 내리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를 ‘선택‘이라고 부르는 행위를 그만두어야 한다. 이 결정 이후 일어나는 일들로 대부분의 여성은 심각한 해를 입게 되지만, 그것으로 탐욕적인 성착취 및 재생산 산업은 반드시 제 배를 채운다. - P32

미토콘드리아 DNA는 오직 모체로부터만 유전된다. 매들린 비크먼이 말했다시피, "당신이 받는 미토콘드리아는 모체로부터만 올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당신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리모에 대입했을 때 이 때의 ‘어머니‘는 난자 ‘공여자‘이고 ‘모체‘는 이 세포를 발달시키는 생모다. 정자 공여자들은 착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당신의 중요성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몸을 부정하고 유전자만 찾아대는 이들을 한 번 더 입다물게 할 증거는 인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리모 연구자 실라 사라바난에 따르면, 고대 인도 아유르베다 문화에서 "출산과 수유는 어머니에서 아이로 핏줄을 이어주는 행위로서, 아이들은 이에 빚을 지고 있는 자신의 삶 내내 어머니를 보살피고 존경을 표해야 한다"(pers.com. June 2017). - P37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으려는 이들이 ‘절박하게‘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며 아이를 향한 그들의 갈망이 ‘자연적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해서만 끝도 없이 이야기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이가 용인하고 때로 지지하는 것은 아이를 선불 상품으로 상정한 작본일 뿐이고 이를 가질 자격은 그만큼 부유한 이들에게만 주어진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 신생아는 말이 없다. 이들의 삶은 제왕절개를 거쳐 ‘인큐베이터‘와 같은 포궁에서 꺼내지고 난 뒤부터 시작되는 빈 서판과도 같다. 이를 어린이로 그리고 어른으로 길러낼 이들은 의뢰인 부부다.
부끄럽게도 이는 성인 혹은 모부 중신적 관점으로, 신생아의 기본 인권을 무시한다. 대리모는 단순히 순진한 신자유주의적 환상일뿐 아니라 누군가의 배아를 임신하는 문제를 ‘일‘로 바라보는 것이다. - P49

대리모가 해외나 국내 어디에서 이루어지든, 이것이 얼마나 잘 혹은 잘못 진행되는, 확실한 것은 대리모라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이를 어른의 재산으로 상정해서 사고판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절박하게 원한다는 것이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조 프레이저, 대리모 연구 조사 보고서, 2016, p.3) - P52

"내가 나를 위해서 이걸 선택하겠는가? 당신이 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그저 부끄러움을 모르는 수표 덩어리라면 분명 당신도 모욕적이라 느낄 것이다."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제시카 컨‘, 뉴욕포스트) - P55

"그렇다. 나는 화가 났고,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이는 수치이며 끔찍한 경험이다. 우리 모두에게 엄청나게 더러운 짓이다. 자신을 정확히 어딘가로 보내버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걸 알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 당신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의견을 갖게 되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브라이언‘) - P55

‘선택‘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자. 사회 전체가 자신의 안녕을 해쳐서라도 타인을 우선시하는 여성을 대우한다면 이것을 ‘선택‘, 자유 의지, ‘행위자성‘이라 부를 수 있을까? - P70

모든 종류의 경제적, 사회적 차별로 인해 고통받는, 권리가 박탈되고 문맹인 수많은 여성의 어깨에 얹힌 빈곤이 덜어져야 하지만 이는 대리모나 성매매와 같이 여성의 신체를 팔거나 대여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아기의 인신매매 혹은 판매가 소수의 여성과 그 가족을 빈곤으로부터 끌어낼 윤리적인 방법이 되어서도 안 된다. - P74

대리모가 윤리적일 수 있다는 주장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임신 내내 관여하는 우생학의 존재다.
영국 맨체스터의 프리메이사 헬스 사에서 발명한 IONA테스트 혹은 스위스 게노마 사가 개발한 트랜퀼리티 같은 비침습적 산전 검사(NIPTs)의 활용이 늘어나면서부터, 모든 임신부는 다운증후군이나 다른 염색체 이상뿐 아니라 태아 성 감별 검사도 함께 받았다. 산전 검사는 임신 10주까지 가능하다. 유전자 이상이 감지되었을 때 진행되는 유일한 ‘해법‘은 임신중단인데, 국제 메타 분석이 경고하기로 이 중 92.2퍼센트가 여아를 대상으로 ‘선택‘된다(Achtelik 2015, p.58)
심지어 대리모가 되는 데 동의한 여성들은 이 문제에서 ‘선택‘을 더 적게 한다. 아이 구입자들은 ‘완벽한‘ 아이를 원하고, 이미 정자와 ‘공여된‘혹은 구입된 난자들은 유전자 결함을 진단받는다(허용된 곳에서는 성별도). - P84

그리고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어 수정란이 만들어지면 배아로부터 세포 하나를 떼어내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D)을 시행해 ‘품질 검사‘를 실시한다. ‘결함 없는‘ 배아만 대리모의 포궁으로 주입될 수 있다. 산전 검사나 초음파는 몇 번이고 계속되고 임신중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면 임신부는 이에 따라아먄 한다. 계약이 이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강압이라고 부른다. 대리모를 윤리적이라고 부를 여지를 박탈하기 위함이다. - P85

대리모를 통해서 태어난 이들이 자신의 연원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가 연구된 바 없다. - P105

어떤 부유한 개인들이 어째서 다른 가난한 이들-그리고 오로지 여성들-에게 사랑이나 돈을 이유로 아이를 기르고 낳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느냐는 것이다. - P115

나는 2014년 대리모 우호 회담의 티타임에서 대리모로 인해 여성과 아동에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 어떤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게 동의했지만 착석 종이 울릴 때쯤 곧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가엾은 게이 남성들이 아이를 그토록 원하는데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이들의 감정을 해치는 데 대한 긴장감과 겁, 특히 이 경우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만연한 동성애 혐오로 보일 수 있다는 이 두려움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겁은 많은 사회 정의 쟁점들과 결부된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용감하게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 P116

대리모 폐지를 위한 국제협약이라는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신나는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전 세계 페미니스트 개인과 집단이 대리모라는 폭력으로부터 여성과 아이의 인권과 존엄을 지키고자 함께 움직이리라는 데 엄청난 희망을 갖는다. - P120

대리모였던 알레한드라 무뇨스와 퍼트리샤 포스터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


"번식자 여성이라는 계급이 있는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여자아이에게 최선인가? 이는 여자아이의 자존감에 얼마큼 해로운가? 만약 해롭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인가? (…) 재생산을 산업화하는 사회를 원하는가? 자본주의라는 물레방아는 정말로 모든 것을 가루 낼 수 있는 것인가? 무엇을 팔고 혹은 살 수 있는지에 어떤 제한이란 것이 과연 존재는 하는가?" - P139

대리모는 아이를 사랑 혹은 돈을 이유로 그를 기른 생모로부터 떼어놓는 행위이며 어떤 ‘동의‘나 ‘선택‘을 들먹인다 해도 이것은 여성의 신체완전성에 대한 침해다. - P155

우리는 법적 분쟁이나 의료 비용을 치르는 과정에서 아기 구입자들이 항상 대리모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P168

(로마에서 열린 국제)회의 때 읽은 결의안에서 서명인들은 다음을 지적했다.


"우리는 ‘삶이라는 경이로운 선물‘과 개인의 자유라는 수사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자 한다. 대리모는 사실상 희생과 유기를 만들어내며 어머니와 아이를 비인간화한다. 모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여성의 신체에 통제를 가하고 그 결과로서 아이의 생명을 사적 재산으로 만드는 개인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로 이어질 수 없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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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0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가 불쌍하기에 다른 누군가의 희생과 눈물, 그들 몸의 일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이 가능하군요.
더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 뿐이에요 ㅠㅠ

다락방 2020-01-08 16:25   좋아요 0 | URL
‘내가 강하게 원하기 때문에‘, ‘저사람이 원하기 때문에‘로 여성의 몸을 침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너무 끔찍하죠. 그러면서 그것이 대리모 여성들의 ‘선택‘이었다고 말해요. ‘선택‘이란 단어는 여기에서 저자가 지적했듯이 이럴 때 쓰는 용어가 아닌데 말예요. 이 ‘선택‘이란 단어 때문에 [페이드 포]도 생각났어요. 우리의 처지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결정하게 된 것에 과연 ‘선택‘이란 단어가 적합한것일까요?

역시나 좋은 독서였습니다, 단발머리님.

Jeanne_Hebuterne 2020-01-12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원하는 게이 남성들은 가엽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여자들은 가엽지 않다는 말인지, 제발 돈으로 이것저것 다 사재기 좀 그만 했음 좋겠어요.

다락방 2020-01-13 09:20   좋아요 0 | URL
‘게이 혐오‘란 말을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것도 큰 것 같아요. 혐오자 낙인 찍히기 싫어 여성의 몸을 팔아대는 꼴이죠. 아 정말 너무 끔찍합니다 ㅠㅠ
 
블렌드 동백꽃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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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여동생에게 ‘홀빈‘으로 선물했는데,
‘깔끔하고 적당히 쌉쌀하며 밝은 산미‘ 라고 감상을 얘기해줬다. 더불어 ‘알라딘 블렌드 좋다‘ 라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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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01-0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장이 예뻐서 더 맛나여 ㅋ

다락방 2020-01-08 08:24   좋아요 0 | URL
저는 커피맛을 잘 구분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딱히 취향이랄 게 없어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신맛은 별로 안좋아하고. 딱 이정도의 취향인데 여동생은 니카라과를 좋아하고 부터 시작해서 커피맛을 구분하고 그래서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지난달부터 알라딘 커피 쿠폰 활용해서 여동생에게 커피를 사주고 있습니다. 후훗.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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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느껴야 되는지를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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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2-16 11:05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오히려 ‘이상한 남자들만 있는 건 아니야‘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등장인물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단편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하게 되더라고요. 뭘 말하는지를 모르겠어요. 단편들이 죄다 그랬어요. -.-

2019-12-1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6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6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6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6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12-16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사랑 금희언니 ㅜㅜ 세상의 다양한 취향은 참 놀랍고 신기하고 그래요.

다락방 2019-12-17 08:02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올해 사람들이 좋아하든 김초엽 작가에 대해서도 읽고 ‘대체 왜..‘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취향이란 이렇듯 모두가 좋아한다고 나도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흐흣

졔졔 2020-01-0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ㅋㅋㅋㅋ정말ㅋㅋㅋ정확하게 공감해요ㅋㅋ 독서모임에서 읽어가지구ㅋㅋㅋ꾸역꾸역 독후감을 쓰기는 했지만ㅋㅋㅋㅋ정확한 감상은 확실히ㅋㅋㅋ모르겠눼? 였어요ㅋㅋ

다락방 2020-01-03 17:23   좋아요 1 | URL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몰라서 물음표 열 개 되었어요. 저처럼 느끼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라니.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얼음장수 2020-03-0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떠들석해서 김금희를 읽었는데, 좋다 싫다 이전에, 밋밋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문체도 서사도 인물도. 저는 좀 더 팔딱거리고 열기건 냉기건 내뿜는 쪽이 좋아요.

다락방 2020-03-05 14:11   좋아요 0 | URL
얼음장수 님은, 그래서 제 글을 좋아하시는거군요!!! (맘대로 결론내리기 ㅋㅋㅋㅋㅋ)
 
죽어가는 것에 대한 분노
베키 매스터먼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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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59세의 여자 '브리짓'이 주인공. 그녀는 FBI요원으로 활동하다 은퇴했고, 재혼남 남편에게는 자신이 조직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숨겼다. 범죄자들을 많이 만나는 그녀의 상황(그녀의 세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前)남편이 떠났기에 지금의 남편도 그렇게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채 실제 자신이 했던 일을 감추었던 것. 상처는 깊었고 사랑을 잃을까 두려웠으나,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늘상 함께하는 사람에게도 솔직하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은, 둘 모두에게 고통이다.



그녀를 닮고 싶고 그녀의 뒤를 잇고 싶었던 현재 FBI 요원 '콜먼'은 FBI가 잡아들인 연쇄살인범의 자백이 거짓일거라 의심하고, 이에 이미 은퇴한 브리짓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브리짓과 콜먼 모두 연쇄살인범을 의심하고 증거를 찾아내지만, 그녀들 주변의 모든 남자들, 똑똑하고 경력도 있고 신뢰도 가졌던 그 모든 남자들은 누구도 그녀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들은 위험한 상황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소설의 첫시작부터가 59세의 브리짓이 젊은 남자 범죄자와 싸우는 장면이다. 아직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기 전, 마구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브리짓, 싸워서 이겨버렷! 그리고 이 싸움은 내 기대이상으로 브리짓의 승리가 된다.




"경찰 가족이었어요. 아빠와 남동생은 시 경찰이었고, 여동생은 CIA에 있었죠. 여동생인 애리얼과 나도 어렸을 때는 바비 인형을 잘 갖고 놀았는데, 파티에 가는 대신 켄을 약물 중독 혐의로 체포하곤 했어요."
콜먼은 웃음을 터뜨렸다. 내 이야기를 농담으로 들은 듯했다. - P198

"…최대의 선은 진실을 감추는 것이라던데요."
"재미있네요. 맥스 비어봄을 잘 아나 봐요." - P312

꼴이 더 우스워지기 전에 마침내 택시가 도착했고 두 사람 모두 내가 택시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기사는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 나는 호텔까지 가는 동안 지나는 모든 모퉁이를 헤아리며, 부디 택시 기사가 암살범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으로 다소 슬프졌다. 기사가 우회전을 해야 할 때에 하지 않을 경우 곧장 택시에서 뛰어 내릴 요량으로 나는 차 문의 손잡이를 점검했다.
기사는 무사히 나를 호텔 앞에 내려주었고 난 누구의 도움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 P317

전날 밤에 쏟아낸 자기 연민의 잔여물 위를 뒹굴며 뷔페에서 가져온 것을 먹는 동안 나는 한 주의 날씨를 알려주는 날씨 채널을 켰다(더움, 더움, 더움, 비, 비, 더움, 비). 화면을 바라보며 나는 내 삶이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것일지 생각했다. - P319

"데이비드 바이스가 당신에 대해 또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젊은 사람들이 당신을 만나고 난 뒤에는 자신도 모르게 꿈을 꾸게 된다고 하더군."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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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be00 2019-12-1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았어요~ 브리짓과 그녀의 남편이 책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좋아보였구요. 저희 남편도 책은 읽는데 저랑 선호하는 분야가 달라서 같이 책 이야기 하는 일은 없고, 집에 쌓이는 책만 늘어갈 뿐이네요. ㅎ 연애할 때는 하루키도 좋아한댔으면서..

다락방 2019-12-15 12:00   좋아요 1 | URL
훌쩍 나이를 먹은 후에도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을 만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 참 좋아보이더라고요. 게다가 브리짓은 직업도 직업이지만 스스로 강한 여자라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누군가에게 꿈꾸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 닮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건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일인데, 그런 강한 여자라는 게 참 좋았어요.
 

토요일에는 도서관에 가 책 몇 권을 빌렸다. 그중에는 정희진 쌤이 공저자로 참여한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이 있다. 다른 글은 관심이 없는데 정희진 쌤의 글만은 읽고 싶어 책장에서 꺼내와서는 자리 잡고 앉아 정희진 쌤의 글을 읽었다.
















2007년의 강연을 책으로 낸것이니 한참 전의 글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대답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대답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만큼 이 글에서 나타난 생각과는 또 많은 부분들이 달라져있지 않았을까 싶었던 거다. 어쨌든 이토록 오래전의 글이라 해도 무척 좋다. 아, 역시 정희진 선생님이다, 감탄했다. 지금에야 간혹 흐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의문을 품고 고개를 갸웃하긴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세상에 나온 정희진 선생님의 글들이라면 모두 찾아 읽고 싶고 외우고 싶다. 사고의 확장이란 게 무엇인지 정희진 선생님 덕에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까. 선생님의 모든 글을 외우고 싶다고 해서 외워진다면 좋겠지만, 크... 그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워..


또한, 내가 아무리 책을 읽고 공부한다고 해도 정희진 선생님을 따라갈 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전에 제자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결국 청출어람이 아닌가, 라는 글을 쓴 적도 있지만, 그러나 나는 스승을 앞서는 제자가 될 순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그 스승이 정희진 선생님이라면..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지만, 그런 한편 공부해서 뭐하나, 싶은 마음도 동시에 든다. 해봤자 나는 이렇게 똑똑해지지도 못할텐데, 따라잡지도 못할텐데, 그래봤자 고만고만할텐데...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거다.


어쩌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읽으면서 느끼는 기쁨이 전부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정희진 선생님의 글을 읽고 감탄하고 기뻐하는 것, 그것이 내가 독서에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해봤자 내가 여기서 뭐 더 어떻게 되겠어, 그냥 읽고 감탄하고 기뻐하는 거지. 설사 그렇다해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정희진 쌤 글 읽으면서 기뻐하는 건 그것 자체로 좋으니까.


좀전에는 캐서린 맥키넌의 책을 다 읽었다. 북마크를 여러개 붙였고, 여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 내일 아침에 정리해 페이퍼 쓸 생각이다. 안드레아 드워킨의 책까지 같이 읽고 쓰고 싶지만, 하아, 상호대차로 신청한 책을 ㅠㅠ 동대문 도서관에서 잘못 보내줬다. 리스트는 맞게 뽑아서 보내주고서는 책은 다른 걸 줬어 ㅠㅠ 결국 동시에 읽을 수 없었다. 흑흑.


어쨌든 정희진을 읽고 맥키넌을 읽고 ... 너무 좋은 것이다.



이 사람들의 글을 읽고 달달 외우고 싶다.

지적인 이상형들이다 ㅠㅠ


남녀평등은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인가요? 아니면,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것인가요? 여성과 사회적 지위가 같아지려고 노력하는 남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것은 평등이고 ‘여권 신장‘인데,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은 아마 남성분들 대다수가 추락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청중 웃음) 여성에게 "남자 못지않네"라고 하는 것과 남성에게 "계집애 같은 놈"이라고 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의미 자체가 이미 불평등하다는 거죠. 남녀평등, 양성평등 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 P224

저는 평등의 기준을 문제 삼고 싶습니다. 남녀평등을 위해 남성들은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서, 왜 여성에게는 군대에 가라고 합니까? 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을 위해서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구조를 개선해야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아지기 위해 장애를 ‘초월‘하고 ‘극복‘해야 하나요? 평등은 공정한 것, 사회적 정의를 원하는 것이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들이 남성하고 같아지겠다고 남성들이 여태까지 잘못해온 고문이나 전쟁 같은 일까지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여자도 군대 가라"라는 이야기를 비판할 수 있겠지요. - P224

여성주의는, 어떤 면에서 여성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별이라는 사회 제도를 문제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별 때문에 여성(남성)들이 이익을 보기도 하고, 차별을 받기도 하죠. 예를들면, 대개 남자 아이에게는 하늘색 내복을 입히고 여자 아이한테는 분홍색 내복을 입히죠.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요. 이런 걸 가지고 저 같은 사람이 성차별이니 인권 침해니 억압이니 하면, 정신 나간 여자가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때가 속 비트‘라든가 ‘강력 슈퍼타이‘같은 세제의 포장지는 다 푸른색이에요. 강력함을 나타날 때는 푸른색을 쓰죠. 그런데 ‘울샴푸‘같은 섬유 유연제들은 다 분홍색이거든요. 어린아이들에게 성별에 따라 내복을 입힐 때는 그 자체가 사회적 의미를 발생시키지 않지요. 그런데 푸른색이 힘을 상징하면서부터는 사회적 의미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남성성하고 연결되면 그때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죠. - P226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는 남자와 여자 두 개의 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 곧 남성만 존재하죠. 이분법은 하나만을 위한 세계고나 입니다. 여성은 남성의 대립적, 대칭적 범주가 아니라 잔여지요. 곧 남성은 남성이지만,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아닌 존재‘를 의미하지요. - P227

누군가 제게 농담 섞어서, "보통 여성주의자들이 재수 없는 말을 많이 하니까, 그런 이미지를 상쇄시키려면 페미니스트들도 예쁘고 섹시하면 된다"라고 말해서 충격받은 적이 있습니다. (청중 웃음) "사람들이 너를 싫어하는 것은 네가 페미니즘을 말하기 때문이 아니고, 못생겨서 그렇다"라는 거예요. 페미니스트든, 간첩이든, 강도든 간에 여자는 예쁘면 만사 오케이라는 거니다. 간첩 얼짱, 강도 얼짱...., 이게 다 그런 이야기 아닙니까? 여성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활동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한테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위해서 예쁘게 하고 다니라는 거죠. (청중 웃음) <황진이>같은 드라마들이 사람들에게 여성의 미모가 얼마나 대단한 자원인가를 학습하게 하지요. 그런데 사실 여성은 또 너무 예뻐도 안 돼요. 너무 예쁘면 실력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어차피 이중 메시지예요. - P229

가부장제에 대한 정의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가부장제는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언어"다. 여성이 아이를 낳기 때문에, 계보를 따진다면 인간사회는 여성 중심일 수밖에 없어요. 모계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어떤 여성이 열 명의 남자하고 잤다고 칩시다. 그러면 임신한 아이가 누구의 애인지는 여성 본인만 알죠. ‘성(姓)‘이라는 글자에 계집 녀 변을 쓰는 것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계보를 남성이 가족제도로, 언어체제로 여성의 권리를 삐앗아간 거죠. 남자의 승인이 있어야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상속도 가능하고, 동성동본을 따지는 것도 남성의 성이 기준이 되죠.
결국 아이는 여자가 낳는데, 그것에 대한 소유권과 시민권을 남성이 독접한 것이 가부장제입니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력과 몸에 남성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썬 남성의 계열로 만든 것이 족보죠. - P231

쉽게 이야기하면, 계열을 만드는 노동과 일은 다 여성들이 하는데, 남성이 자신들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름을 붙이고 조직한다는 것입니다. - P231

제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프란츠 파농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인도 제도에서 태어난 정신과 의사인데, 알제리 혁명투쟁에 참가해서 민족해방을 위해 싸우다가 서른여섯 살에 죽었죠. 그런데 파농한테 흑인들을 고문하는 유럽 제국주의 경찰이 정신과 상담을 청합니다. 어차피 고문하는 것이 직업이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죄의식도 느끼기 싫고, 직장을 잃기도 싫으니까요. 하지만 이 둘은 굉장히 양립하기 어려운 거잖아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여학생들이 자주 합니다. "선생님, 여성주의를 괴롭지 않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사람마다 괴로움과 쾌락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고통 없는 앎은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P233

남성들은 계급이나 권력 등 자원이 많을수록 여자들이 많죠? 어떤 의미에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동산(動産)‘이잖아요. 모든 남성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들이 자기 여자친구나 부인한테 살 빼라고 말하는 이유가 뭐예요? 여성의 미모가 자기 계급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부자가 미인을 얻는다‘등이 그런 말들이죠. 예쁜 여자는 남성의 자존심이나, 남성이 갖고 있는 재산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반면에 계급이 낮은 남성들은 여자가 없죠. ‘농촌총각 문제‘가 이런 거지요. 성매매는 계급이 낮은 남성들이 한 명의 여성도 ‘가질 수 없기 대문에‘ 전통적인 집결지(‘사창가‘)에서 한 여성을 많은 남성들이 공유하는 거잖아요? - P237

반면 여성들은 계급이 높을수록 남자가 많나요? 물론 그런 ‘훌륭한‘여성들도 간혹 있겠지만,(청중 웃음) 계급이 높거나 지식이 많은 여성들은 대부분 싱글이거나 한 명도 감당이 안 되서 이중노동에 시달리죠? 반대로 계급이 낮은 여성일수록,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할 경우가 많지요.
다시 말하면, 성별에 따라서 계급과 섹스가 맺는 관계가 정반대입니다. - P238

사회운동이 실패하는 이유는 사회가 남성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남성들이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갖고 있지는 않잖아요. 지배적 남성성을 갖고 있는 엘리트 계층 남성들은 극히 소수죠. 대부분 남성들은 약자예요. 계급적으로 성적으로 그렇고, 연령이나 학벌, 지역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 많은 약자들이 왜 사회운동에 참여하지 않는가? 자신을 이상적인 남자들하고 동일시하면서, 성차별을 하잖아요. 쉽게 이야기하면, 계급이 높은 남자한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여자한테 풉니다. 여자들과 단결해서 그 남자를 칠 생각을 하지 않고.... 모든 그룹에 남성이 있고, 모든 그룹에 여성이 있어요. 각 집단의 남성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 자기 그룹의 여성들과 연대하지 않고, 다른 그룹의 남성들과 남성 연대를 합니다. - P250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장애 남성 여러분, 당신은 비장애 남성한테 억압을 받았으면 우리랑 같이 연대해서 비장애 남성들의 잘못된 성매매를 바꾸고 대안적인 성문화를 만들어야지, 왜 당신을 억압하는 사람들과 동일시를 하나요?" 오늘은 장애를 예로 들어 이야기했지만, 동성애자 차별, 계급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지배계급 남성보다 그렇지 않은 남성들이 여성 비하가 심한 경우가 많잖아요? 자신의 소외성을 남성성으로 보상받기 위해서. 사실 노동운동을 분열시킨 것은 여성노동운동이 아니라 가부장제죠.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하고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자본가들과 연대하는 것은, 어떤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죠.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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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9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0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2-10 08: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아 입간지러!!! 이야기 듣는데 너무 두분같아서 맞네 맞아~ㅋㅋㅋㅋ 햇눈뎈ㅋㅋㅋ 좋은 이야기였어요 ㅋㅋㅋ

2019-12-1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2-10 09:33   좋아요 0 | URL
정희진 샘 강연에 두분이 나타나신적 잇죠?ㅋㅋㅋㅋㅋㅋ 그때 강연들으러 갓엇대요 ㅋㅋㅋ케

다락방 2019-12-10 09:34   좋아요 0 | URL
악 네 맞아요! 아니 근데 저를 어떻게 알아봤을까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