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는 <#전철에서책읽는사람찾기> 라는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 말 그대로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도중, 그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을 찾아 올리는거다. 나에게 트윗의 역할은 별 게 없는데, 이 놀이만큼은 아주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 며칠전에 나는 이런 트윗을 작성했다.
8호선 암사행 강동구청역. 30대 초반여자사람. 밀란 쿤데라의 <이별의 왈츠>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다. 나도 읽어봐야지.
그러자 ㅎ 님으로부터 이런 대답이 작성됐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어제는 이런 트윗을 작성했다.
5호선 상일동행 아마도 40대일 여자사람 <제가 살고싶은 집은> 책에 포스트잇이 색색깔로 잔뜩 붙여져있다. 혹시 리뷰 쓰려는 알라디너는 아닐까.
그러자 ㅇ 님으로부터 이런 대답이 작성됐다.
곧 이사가는데 참고하려는 인테리어같은 데 붙여놓은 거 아닐까요 ㅋㅋ
ㅈ님으로부터는 이런 대답이 작성됐다.
아. 재밌어. ㅎㅎ 그리고 사실이 궁금해졌다. 어젯밤 지하철안에서 이 책을 읽었던 여자사람이 왜 이 책에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던 걸까. 리뷰를 쓰려는 걸까, 인테리어에 참고하려는 걸까, 재쇄 교정을 보고 있는걸까. 이것들 중 이유가 있는걸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일까.
사람들이 스맛폰 들여다보며 애니팡 하는데 열중하기 보다는 책을 들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텐데. 언젠가는 누군가 그랬던것처럼 나를 찾아달라는 트윗도 작성해봐야겠다. 나는 지금 2호선 강남역에서 잠실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 책을 들고 있어요, 라고. 희희.
어제 내가 작성한 트윗 중에는 또 이런 것도 있었다.
8호선 천호행 아마도 30대후반 남성. <프레임> ,촤인철저. 검색해보니 2 007년 책이구나. 그나저나 순대국으로만 끝낼걸 스콘은 괜히 먹어가지고 배 터지겠네 ㅠㅠ 버터 먹고 싶어서 스콘을 주문했지.
촤인철은 당연히 최인철의 오타. 어제는 순대국에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나서 커피를 한 잔 하러 까페에 들렀다가 하아- 버터가 너무 먹고 싶은 나머지 스콘을 주문했다. 버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게 유일했으니까. 며칠전부터 버터를 엄청나게 먹고 싶은데 먹을 방법이 없는거다. 그러다 어제 드디어 스타벅스에 들어가 소원성취 했다. 따뜻하게 데워진 스콘을 잘라 버터를 듬뿍 듬뿍 떡지게 바르고 그 위에 딸기쨈을 또 발라서 한 입 가득 넣고 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마음까지 따뜻해져. 그러나 다 먹고 배가 부르니, 하아, 후회가 밀려왔다. 배부르게 먹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난 왜 이토록 의지박약인가... 후아-
오늘 새벽에 꿈에서 깼을때 나는 섧게 울고 있었다. 엉엉엉엉 서럽게 꿈속에서 울다가 깨고서도 계속해서 운 것. 그러니까 꿈에서 나는 두 살 연하의 애인이 있었다. 꿈 속에서 나는 그 애인을 엄청나게 사랑했다. 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 사랑했는데, 나의 엄마가 우리 둘이 만나고 있는데 찾아와서는 "그(내 남자친구)는 내가 잠깐 외도해서 낳은 아들이다. 즉 너의 동생이다." 라고 말한것이다. 하아- 남자친구는 얼굴이 굳었고 나는 울었다. 펑펑 울면서 서럽게 소리도 질렀다. 나 이 남자 좋아해, 엉엉엉엉, 나한테는 레오 같은 남자란 말야, 엉엉엉엉, 이런 말을 반복하며 계속 울다가 깬 것.
아...대체 이건 무슨 막장꿈인가. 나는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왜 막장 꿈을 꿨을까...막장 드라마는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로 악영향을 미치는군요. 흑흑. 그나저나 레오같은 남자라니, 좋은데? 후훗. 그래, 레오처럼 생각되는 남자가 몇 있었지...(응?) 하하하하. 그러나 레오는 레오로 남겨둬야 해, 그를 현실로 데리고 오면 박살나는 거야. 앗, 왜 갑자기 피츠제럴드의 「겨울꿈」이 생각날까.
「겨울꿈」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서 가슴을 훅- 베어낸다.
꿈이 사라진 것이었다.
꿈이 사라지게 두지 말아야지. 가슴을 훅- 베어내게 두지 말아야지. 레오는 레오로 남겨둬야지.
(겨울꿈이 실린 창비 단편집, 필경사 바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