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일이 좋다. 그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경우 가끔은 당황하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른 생각을 듣는 건 시야를 넓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듣는 당시에는 바로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아, 그게 그런 뜻이었겠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는 일도 있고 최소한 그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 자체를 나는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다른 생각을 읽거나 듣는것이 싫지 않다고 해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술자리는 즐겁겠지만 서로를 설득하기에만 열중한다면 상당히 괴롭고 피곤해진다. 반면에 같은 생각을 하는,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얼마나 즐거운가! 우리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한 방향을 바라보며 수다 떨기에 정신이 없다.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게 바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술자리인것 같다. 그런 술자리는 피곤하고 지친 삶에 잘 구워진 갈비살이 되어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책에서 만나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그가 속해 있는 것과 같은 집단에서는 간혹 소수라는 사실을 도덕적 우월함으로 삼아 권력적이 되는 인간들이 있었다. 개를 키우는 게 곧바로 생태주의의 실천이 아니듯이 소수라는 것 자체가 곧바로 정당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다수에 의해 소외된 다양한 관점과 철학에 귀를 기울이고 개인의 고유한 권리를 존중하려는 의도일 뿐 소수라거나 소외된 사람의 의견이라서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닌 것이다. 세상에는 '나는 나야'라는 아웃사이더 소수에서 시작하지만 '나는 남과 달라'라는 권력적 소수가 되어버리는 일이 흔했다. (P.96)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을 읽고서는 은희경을 멀리했다. 그전에는 그녀의 소설을 몇 권 읽었었는데. 이 태연한 인생은 뒷장을 빨리 넘기고 싶을만큼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좋아할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꼭 친해지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사람이 좋아지는 것도 아닌것처럼, 내 생각을 대신 말해준다고 해서 그 책이 좋아하는 책이 되는 것은 아닌것 같다.
나는 은희경 최고의 작품은 그간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는 『새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으로 읽은 그녀의 책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였는데, 그 책 보다도, 그 뒤로 읽은 『마이너리그』보다도 『새의 선물』이 더 좋았다. 이 『태연한 인생』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와 『마이너리그』를 계속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은희경 특유의 냉소적 시선이 드러나있달까. 그러나 지나치게 멋스럽다. 냉소가 냉소로 존재한다기 보단 냉소가 멋으로 포장된 느낌.
그러나 이 작품은 누군가 해야 할 말을 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요셉의 밀을 빌어 하는 모든 말들은, 섣부르게 말하고 판단하는 대중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으니까.
추모의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J 가 사회적 약자이자 불운한 인간으로서 알콜중독으로 비참한 생을 마감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갔다. 더구나 그런 말을 하는 무리는 삶을 세속적 기준으로 재단하지 말고 사랑이라든가 그리움이라든가 평화, 그런것과 얼마나 가까운가로 평가하자고 글을 써대는 사람들의 집단이었다. 요셉의 머릿속에는 이 자리야말로 J 가 죽임을 당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떤 분야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내라고 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현상적 이분법, 그리고 결과만으로 인간을 재단하는 세속적 패턴은 요셉에가 차라리 익숙했다. 요셉이 역겨운 것은 발언권이 없는 죽은 자를 이분법적 틀에 집어넣어 루저로 만들어놓고 그를 동정함으로써 자신들의 공의(公義)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 자들의 기만적 패턴이었다. 누군가를 약자로 만드는 것은 강자가 아니라 바로 그처럼 강약을 나누는 틀이고 그리고 그 틀에 스스로 편입되는 자들이다. (pp.170-171)
그러고보면 은희경은 그녀의 작품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언제나 충실히 전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말은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내가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든 아니든, 그것과는 별개로.
언젠가 신문에서 보고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장바구니에 넣고 빼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오늘 사야지, 마음을 먹고 다시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 있다.
알라딘 책소개에 보면 이렇게 써있다.
[알라딘 책소개]
걱정중독에 빠진 나를 위한 심리학. 미국 철학 상담 분야의 창시자이자 논리 치료법의 권위자인 엘리엇 D. 코헨이 만난 환자들과 동료의 상담 사례를 통해 왜 어떤 사람은 충동적으로 의무적인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지 정확히 지적해서 보여주고, 그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4단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기평가와 마음 점검을 통한 연습문제가 포함된 이 책은 독자가 직접 책에 속마음과 현재 기분 상태를 적어가며 상황을 파악하고, 자기가 스스로 부여한 행동과제를 수행하면서 무한 걱정의 꼬리를 끊는 방법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재난을 막아낼 책임은 당신에게 있지 않다. 이제 그만 걱정하지 않으면 죄를 짓고 있다는 잘못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 이 책은 나에게 필요한 책인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가 그렇지만 나는 비소설류를 잘 읽지 못하잖아, 라고 생각하며 고민했는데 현재는 다시 나에게 필요한 책인것 같아, 로 돌아왔다. 아, 그리고 제기랄, 주말에 경향신문에서 보게 된 '샬레인 해리스'의 신간 소식! ㅠㅠ
[알라딘 책소개]
로맨틱 미스터리의 여왕, 샬레인 해리스의 새로운 시리즈 '하퍼 코넬리 시리즈'. 샬레인 해리스의 전작인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에서처럼 이번 시리즈의 여주인공인 하퍼 역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열다섯 살 때 번개에 맞은 이후로 시체의 위치와 그들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주인공 하퍼의 매력과 함께 샬레인 해리스의 전매특허인 코지 미스터리의 장르적 매력이 극대화되었다는 점이다. 하퍼의 능력은 초현실적이지만, 범인의 살인동기를 밝혀가는 과정은 더없이 인간적이다. 작가 샬레인 해리스는 '묻지마' 식의 연쇄살인이 아니라 실제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그려낸다.
'하퍼 코넬리 시리즈' 1권 <목격자는 피곤해>. 사른은 여름철에는 축제가 활발하지만 겨울에는 인적이 드문 소규모 관광 도시이다. 하퍼와 톨리버는 부유한 미망인 시빌의 의뢰로 사른에 오게 된다. 시빌은 두 사람에게 6달 전 총에 맞은 채로 발견되어 여자친구 티니를 죽이고 자살했다는 불명예스러운 소문이 돌고 있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하퍼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변한 티니의 사체에서 그녀가 두 발의 총을 맞고 죽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등에 대고 총을 쏜 탓에 범인의 얼굴은 확인할 수 없다. 뭔가 불길한 느낌에 하퍼와 톨리버는 빨리 사른을 떠나려 하지만, 티니의 엄마인 헬렌이 자신들을 찾아온 뒤 살해당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진다.
아.....어쩌라고........일단 수키는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캐릭터이니, 샬레인 해리스가 또 그런 공감 백프로의 주인공을 만들어냈을것 같아서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다. 그러나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수키랑 비슷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이 두권의 책을 찜해두고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 6월달엔 너무 많이 질렀어, 그러니까 이건 참았다가 7월달로 넘기자, 라고 결심을 했다. 이 결심은 잘 지켜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다시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방금 사무실에 나를 찾는 손님이 와서는 롯데카드 재발급 된것을 전해주었다. 아! 이를 어쩌지! 나는 롯데카드가 유효기일이 다 되었다고 재발급을 해준다고 했을 때, [알라딘 롯데카드]로 신청해버린 것이다! 알라딘 이용시 5% 할인...........................아....................................
그러나 월 1회, 라고 되어있다. 그러니 신중해져야겠다.
우앗. 그런데...교보문고 롯데카드...도 있네? 이건..교보문고 (전 매장)이용시 최고 7% 할인.....이라는데? 아, 뭐, 어쨌든 신중해지자. 아..씨...알라딘 롯데카드로 재발급 받지 말걸, 괜히 만들었네, 좀 더 경제적으로 살려고 만든건데 좀 더 질러버릴 것 같네. 아 씨.... 카드...... 세단기에 갈아버릴까........
아, 삶은 고민의 연속이다.